[미디어잇 이상훈 기자] 스메그(SMEG)라는 이름의 가전기업은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낯선 회사지만 스메그 냉장고를 보여주면 많은 이들이 본 적 있다고 답한다. 스메그 제품은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영화나 TV 드라마 속 소품애 사용되고 유명 카페 등에 놓임으로써 ‘스타일리시 가전’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셀러브리티들의 애용품이 된 스메그 제품에 대해 살펴봤다.

‘Made in Italy’ 기업 ‘스메그’

스메그는 1948년 이탈리아 북쪽에 위치한 레지오 에밀리아(Reggio Emilia) 지역에서 비토리오 베르타조니 가문에 의해 설립된 스타일 가전 전문 기업이다.

스메그는 1950년대에 자동 전원스위치, 오븐 안전 벨브, 맞춤 요리 프로그램과 타이머를 탑재한 가스 스토브를 최초로 론칭했고 1970년에는 세계 최초로 60cm 규격의 14개 수납이 가능한 식기세척기를 생산해 인기를 얻었다.

▲ 이탈리아에 위치한 스메그 본사(사진=스메그 홈페이지)

이후 스메그는 빌트인 가전제품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첫 번째 빌트인 제품으로 오븐과 호브를 생산해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스메그의 제품 철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의 디테일과 기능, 그리고 디자인을 조화시킨 제품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메그는 별도의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불리는 마크 뉴슨(Marc Newson), 뉴욕 타임즈 빌딩, 파리 퐁피두 센터 등을 디자인한 렌조 피아노(Renzo Poano), 이탈리아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인 마리오 벨리니(Mario Bellini), 지안카를로 칸디아고(Giancarlo Candeago)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지금까지 없었던 주방/생활가전제품을 만들어왔다.

스메그는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디자인을 포함한 품질향상에 주력하는 사업방침에 따라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연구개발비로 꾸준히 투자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 위치한 본사에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운영되고 있다.

산업디자이너인 귀도 카날리(Guido Canali)를 임원으로 채용하고 직접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으니 그 아래 디자이너들도 그에 자극을 받아 스메그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스메그 유명세의 일등공신 ‘스메그 냉장고’

스메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제품은 냉장고다. 보통 냉장고는 네모 반듯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지지만 스메그는 모서리를 원형으로 처리했다. 이런 둥그스름한 디자인은 1940~50년대에 냉장고와 꼭 닮아 ‘레트로 디자인’이라고도 부른다.

▲ 다양한 색상과 콜라보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 스메그 레트로 디자인 냉장고

제품 전면에는 손잡이 하나만 돌출돼 있을 뿐 디스플레이 창도, 별도의 조작버튼도 없다. 당연히 홈바도 없다. 대신 그 자리에 ‘SMEG’라는 알파벳 네 자와 이탈리아 장인이 손으로 직접 칠한 독특한 컬러가 있어 단조롭지 않게 해준다.

▲ 왼쪽이 FAB10 냉장고이며 오른쪽이 드럼세탁기다.

이 둥그스름한 냉장고는 FAB 시리즈인데, 크기에 따라 FAB10(120리터 용량, 1도어) FAB28(270리터 용량, 1도어), FAB32(328리터 용량, 2도어)의 3가지 시리즈로 나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제품은 FAB28이며 스페셜 에디션까지 포함하면 16여 종의 색상과 디자인으로 제공된다.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이 그려진 제품은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 노출돼 유명해진 제품이다.

▲ 스메그 냉장고의 다양한 컬러는 이탈리아에서 장인이 수작업으로 덧칠해 완성된다.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건 세로로 여러 원색이 스프라이트 패턴으로 칠해진 제품이다. 냉장고에 이처럼 밝은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은 스메그 외에는 없을 듯하다.

스메그코리아 관계자는 “이탈리아 장인이 여러 번 반복적으로 칠을 하기 때문에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생산된 냉장고와 달리 독특하고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가격도 비싸고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이 없는 경우에는 이탈리아에서 제작돼 한국으로 공수될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초콜릿 색상 같은 독특한 색상도 만들 수 있고, 손잡이와 문 여는 방향을 구매자가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상냉장 하냉동 2도어 타입을 출시된 FAB32 냉장고

FAB10과 FAB28, FAB32 모두 유럽형 직냉식(직접냉각 방식)을 채택했다. 직냉식은 냉장고 벽면에 냉각 파이프가 내장돼 있어 냉장고 벽면의 온도를 직접 낮추는 방식이다.

스메그코리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거의 100%가 간냉식(간접냉각 방식)인 우리나라 냉장고들은 팬을 돌려 냉기를 냉장고 곳곳으로 보내고 순환시키는 구조인데 반해 스메그는 직냉식을 채택해 냉장실 내 온도 변화가 없어 냉장이 필요한 식재료들을 신선하게 보관해 준다”고 설명했다. 단, 2도어 제품인 FAB32는 냉동실은 직냉식을 채택했다.

FAB 시리즈 모두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받았다.

스메그 냉장고를 닮은 식기세척기와 세탁기

▲ 도어를 열기 전까지 어떤 제품인지 알기 어려운 스메그 드럼세탁기(왼쪽)와 식기세척기(오른쪽)

스메그는 FAB 시리즈가 큰 성공을 거두자 식기세척기와 세탁기도 레트로 디자인이 추가됐다. 식기세척기와 세탁기까지 파스텔 톤의 화사한 색상과 라운드 처리된 디자인으로 출시되자 소비자들은 스메그 냉장고/세탁기/식기세척기를 함께 구입하는 경향을 보였다.

절대적인 성능으로만 보면 스메그 가전은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제품들보다 기능이 부족하고 가격은 훨씬 비싸지만 타사가 주지 못하는 독특하고 예쁜 디자인은 소비자들에게 ‘갖고 싶다’는 소유욕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 한 번에 여러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스메그 쿡탑

▲ 오븐 또한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 KBS 드라마 '상어'에서 손예진이 주방에 설치됐던 스메그 코티나 오븐

▲ 빌트인 설계가 가능한 스메그 호브

스메그는 레트로 디자인 제품 외에도 오븐, 호브, 커피머신, 레인지, 식기세척기, 세탁기, 세탁기 겸 건조기, 냉장고, 등 다양한 제품을 또 다른 디자인 시리즈로 출시하고 있다. 국내에는 레트로 디자인 냉장고를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졌지만 스메그가 만드는 주방·생활가전의 종류는 실로 방대하다.

특히 스메그는 환경을 고려해 재활용과 분리수거가 가능한 강철, 놋쇠, 유리, 알루미늄과 같은 소재로 제작해 환경에 유해한 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과 품질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스메그는 국내 대기업들의 가전 신제품들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해마다 추가되는 다양한 첨단 기능들보다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며 생활공간 자체에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제품에 지갑을 좀 더 쉽게 연다. 스메그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유난히 높은 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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