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차에도 라이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시장점유율, 성능, 타깃층 등 명차들은 다양한 부분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라이벌 명차도 있지만 베일에 가려진 라이벌 관계의 명차들도 적지 않다. 미디어잇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숙명의 라이벌 명차들을 집중 발굴해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미디어잇 김준혁] 자동차 업계에서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만큼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펼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동일하게 이탈리아에 소재를 두고 있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력한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사실만으로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를 라이벌 관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두 브랜드의 라이벌 관계는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로 이어져 자동차 역사상 유래없는 강력한 스포츠카의 등장으로 이어지곤 했다. 특히 V12 엔진을 장착하고 각 브랜드의 디자인과 기술력이 총동원된 플래그십 모델은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라이벌 관계를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기폭제로 작용해왔다.
▲ 페라리의 플래그십 스포츠카 F12 베를리네타(사진=페라리)
각각의 전통을 고수한 채 꾸준히 발전해 온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V12 스포츠카는 최근 들어 페라리의 ‘F12 베를리네타’와 람보르기니의 ‘아벤타도르 LP700-4(이하 아벤타도르)’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각각 2012년과 2011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모습을 드러낸 F12 베를리네타와 아벤타도르는 현재 국내에서도 최소 5억 원 이상의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 람보르기니의 플래그십 스포츠카 아벤타도르(사진=람보르기니)
일반인들이 현실적으로 꿈꿀 수 없는 영역에 위치하고 있는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특징을 알아보도록 한다.
프론트 미드십과 정통 미드십의 디자인 차이
앞서 언급한대로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자사의 플래그십 스포츠카를 만드는 데 있어 각기 다른 방식을 고수해왔다. 이에 따라 F12 베를리네타와 아벤타도르는 디자인에서부터 확연히 다른 모습을 갖게 됐다.
▲ 롱노즈 숏데크의 전형적인 FR 레이아웃을 갖고 있는 F12 베를리네타(사진=페라리)
우선, 프론트 미드십 엔진에 후륜구동 방식(Front engine Rear wheeldrive, FR)을 사용하는 F12 베를리네타는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의 바디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형 V12 6.3리터 엔진이 앞 차축 뒤쪽에 깊숙하게 위치하고 있는 만큼 본넷이 상대적으로 길고 실내공간이 뒤 차축에 가깝게 붙어 있는 데서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디자인 위에 페라리가 F1을 통해 갈고 닦은 공기역학 기술이 아낌없이 반영돼 있다.
▲ F12 베를리네타 차체 곳곳에 뚫려 있는 구멍은 장식용이 아닌 제대로 된 기능을 한다.(사진=페라리)
프론트 범퍼와 본넷, 프론트 펜더 뒤, 리어 범퍼 등 여러 곳에 위치하고 있는 공기 통로는 장식적인 요소가 아닌 실제로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고속영역에서 차체를 지면에 눌러주는 타운포스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 유기적으로 연결된 바디 라인은 공기저항을 최소화해 F12 베를리네타가 보다 쉽게 공기를 가르며 달려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 젼형적인 페라리 스타일의 디자인을 갖고 있는 F12 베를리네타(사진=페라리)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페라리 최고의 모델에 어울리는 카리스마 있는 디자인도 갖게 됐다. 구체적으로는 세로 형태의 긴 헤드래프와 근육질의 바디 라인, 1개의 원으로 간결하게 마무리된 테일램프에서 페라리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엿볼 수 있다.
▲ 모든 것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돼 완벽한 쐐기 형태를 보여주는 아벤타도르(사진=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는 V12 6.5리터 엔진이 실내 공간과 뒤 차축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정통 미드십 스포츠카의 레이아웃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현존하는 그 어떤 자동차와는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없는 독창적인 실루엣을 가질 수 있게 됐고, 그 위에 람보르기니의 최신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더해지면서 아벤타도르만의 개성이 완성됐다.
▲ 아벤타도르의 디자인은 양산차가 아닌 컨셉카라 해도 믿을 정도로 혁신적이다.(사진=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완벽한 쐐기 형태로 빚어졌다. 프론트 범퍼부터 시작해 윈드실드를 지나 루프와 엔진 룸, 리어 범퍼로 이어지는 디자인이 완벽한 하나의 라인으로 연결돼 빈틈없는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람보르기니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직선 형태의 디자인과 기하학적 형태의 바디라인이 곳곳에 적용돼 있어 컨셉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디자인이 만들어졌다.
▲ 엔진 냉각과 공기역학을 위해 커다랗게 배치된 공기흡입구(사진=람보르기니)
대형 엔진의 냉각과 공기역학을 위해 프론트 범퍼와 도어 뒤쪽, C필러, 리어 범퍼 등 위치한 대형 공기흡입구는 기능적인 역할 뿐만 아니라 아벤타도르의 존재감을 더해주는 요소로까지 작용한다. 특히 이러한 디자인은 쿠페 모델 보다 지붕을 열고 달릴 수 있는 로드스터 버전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 그렇지 않아도 화려한 아벤타도르의 디자인은 로드스터에서 절정에 달한다.(사진=람보르기니)
최고의 기능성과 럭셔리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실내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실내 디자인은 크게 매력적이지 못했다. 가격에 어느 정도 어울리는 화려함과 다양한 기능을 내세웠지만, 감각적인 주행 성능에 어울리는 감성을 실내에서 발견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 2005년과 2002년에 각각 등장한 페라리 575M(위)과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아래)의 실내는 다소 평범했다.(사진=페라리, 람보르기니)
그러나 F12 베를리네타와 아벤타도르와 같은 최신 모델에서는 최고급 럭셔리 세단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화려하고 감성적인 실내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고성능 스포츠카를 운전하면서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차량의 다양한 기능을 통제할 수 있는 기능성도 빼놓지 않는 것이 두 모델의 공통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 운전자 중심으로 모든 것이 구성된 F12 베를리네타의 화려한 실내(사진=페라리)
하지만 구체적인 표현방법에서는 두 모델 간의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F12 베를리네타의 실내에서는 이탈리아 자동차 특유의 화려함과 장인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독창적인 디자인 레이아웃이 F12 베를리네타 고유의 실내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운전자 중심으로 배치된 각종 버튼과 엔터테인먼트 장비는 이 차가 완벽한 스포츠카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 F12 베를리네타는 스티어링 휠에서 거의 손을 떼지 않고도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사진=페라리)
F12 베를리네타의 실내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엔진 스타트 버튼과 서스펜션 댐퍼 컨트롤, 주행 모드를 변경할 수 있는 마네티노, 뱡향 지시등, 와이퍼 등 자동차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모든 버튼이 모여있는 스티어링 휠이다. 큼지막한 패들시프트가 더해진 F12 베를리네타의 스티어링 휠은 디자인마저도 평범한 원형이 아닌 육각형태로 되어 있어 화려함을 더하고 있다.
▲ 중앙의 엔진 회전계를 중심으로 좌우에 디스플레이가 배치된 F12 베를리네타의 계기판(사진=페라리)
내비게이션이나 인포테인먼트 정보는 계기판의 좌우 디스플레이를 통해 전달되며, 센터페시아도 운전자쪽을 향해 미세하게 각도를 틀고 있어 F12 베를리네타가 완벽하게 운전자 중심의 스포츠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실내 구성이 너무 운전자 중심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조수석 쪽 대시보드에 엔진 회전수와 속도 등을 알려주는 가느다란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놓은 배려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 람보르기니와 아우디의 디자인이 적절히 섞인 아벤타도르의 실내(사진=람보르기니)
반면, 아벤타도르는 모든 것이 빈틈없이 맞아 떨어지는 계산된 실내 디자인을 갖고 있는 모습에서 이탈리아 스포츠카보다는 독일 스포츠카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아무래도 람보르기니의 모기업인 아우디의 디자인 기술이 아벤타도르에 적용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이나 버튼 등의 구성에서 아우디의 모습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아벤타도르의 센터페시아 버튼 디자인은 아우디의 그것과 완벽하게 동일하다.(사진=람보르기니)
하지만 아벤타도르의 실내에 아우디 스타일의 디자인 적용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아우디의 실내 디자인과 감성 품질은 자타가 인정하는 수준이고, 여기에 람보르기니 특유의 야성미가 적절히 조화를 이뤘기 때문에 화려하면서도 수준 높은 실내 디자인을 가질 수 있게 됐다.
▲ 아벤타도르의 계기판은 현존하는 자동차 중 가장 화려하다.(사진=람보르기니)
이런 아벤타도르의 실내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계기판이다. 구성 방식은 아날로그 형태의 계기판과 마찬가지로 중앙에 엔진 회전계를 중심으로 좌우에 정보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가 준비됐는데, 모든 정보가 화려한 그래픽으로 표현돼 시각적인 만족도가 매우 뛰어나다. 타 브랜드와 달리 엔진 회전계를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으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엔진 회전수가 워낙 빨라 기존 바늘 형태의 계기판으로 정확한 정보를 표현할 수 없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초대의 제로백과 340km/h를 넘는 최고속도
F12 베를리네타와 아벤타도르는 일반적인 자동차와는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슈퍼카 급의 성능을 지니고 있다. 두 모델 공통적으로 3초대의 100km/h 가속성능을 지니고 있어 최고속도는 340km/h를 넘어선다. 구체적으로는 아벤타도르는 2.9초의 100km/h 가속성능과 350km/h가 넘는 최고속도를 갖고 있으며, F12 베를리네타는 이보다 조금 낮은 3.1초의 100km/h 가속성능과 340km/h가 넘는 최고속도를 갖고 있다.
▲ 실내 공간 뒤쪽에 자리잡고 있는 아벤타도르의 V12 6.5리터 엔진(사진=람보르기니)
먼저 아벤타도르가 이러한 막강한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데에는 V12 6.5리터 엔진의 적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과급기나 직분사 기술의 적용 없이 오로지 순수한 엔진의 힘만으로 8250rpm의 고회전 영역에서 700마력의 최고출력과 5500rpm에서 550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V12 엔진은 수동기반의 자동변속기인 7단 ISR 변속기과 연결돼 4바퀴를 통해 동력을 전달한다. 아벤타도르의 4륜구동 시스템은 평상 시에는 뒷바퀴에 100%의 구동력을 배분하면서도 경우에 따라 앞바퀴에 60%의 구동력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아벤타도르는 벼락 같은 가속력과 엄청난 사운드, 놀라운 접지력을 선사한다.(사진=람보르기니)
여기에 각종 전자장비가 아벤타도르의 주행 성능에 날개를 달아준다. 특히 스트라다, 스포트, 코르사로 준비되는 주행 모드 장비는 각 모드에 따라 아벤타도르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 버린다. 가장 강력한 모드는 코르사로 수동 변속 모드만을 지원하며, 아벤타도르의 성능을 100% 이상 발휘할 수 있도록 차체의 모든 부분을 조절한다.
▲ 엔진 스타트 버튼 위 버튼을 이용해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사진=람보르기니)
▲ 람보르기니가 자랑하는 카본파이버 기술이 아벤타도르에 적용됐다.(사진=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엄청난 퍼포먼스에는 엔진 등의 파워트레인 구성뿐만 아니라 경량 차체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사실 아벤타도르는 큰 차체와 대배기량 엔진, 4륜구동 시스템의 탑재 등으로 경량화된 차체를 갖기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카본파이버와 알루미늄이 조합된 프레임 덕분에 차체 무게를 1575kg까지 억제할 수 있었다. 2.0리터 터보 엔진을 사용하는 현대 제네시스 쿠페의 무게가 1550kg 정도이니 아벤타도르의 경량화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 본넷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F12 베를리네타의 V12 6.2리터 엔진(사진=페라리)
F12 베를리네타는 직분사 방식의 V12 6.2 엔진을 사용한다. 최고출력은 8250rpm에서 740마력이 발생하며, 최대토크 역시 고회전대인 6000rpm에서 690Nm가 쏟아져 나온다. 변속기는 다른 페라리 모델에도 적용되고 있는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하며 오로지 뒷바퀴만을 이용해 고출력을 노면으로 전달하게 된다.
▲ F12 베를리네타는 날카로운 핸들링과 짜릿한 가속력을 손쉽게 즐길 수 있다.(사진=페라리)
F12 베를리네타의 이러한 고성능은 페라리의 F1 기술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우선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F1 트랙션 컨트롤을 비롯해 3세대 전자식 디퍼렌셜 시스템인 E-Diff 3, 마그네틱 서스펜션 컨트롤인 SCM-E 등이 적용돼 있다. 여기에 스포트와 레이스, 빗길 모드, CT OFF, ESC OFF 등 5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하는 마네티노가 만나 완벽한 드라이빙을 선사하게 된다. 마네티노는 스포트 모드가 가장 기본 모드이며 CT OFF와 ESC OFF로 갈수록 전자장비가 보다 많이 해제하게 돼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 F12 베를리네타는 전통적인 기어 레어 대신 버튼식 변속기를 사용한다.(사진=페라리)
F12 베를리네타와 아벤타도르는 분명 현실 속에서 존재하고 있지만, 성능과 디자인은 비현실 속에 존재하는 자동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두 모델 모두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스포츠카 만들기 노하우가 빠짐없이 반영된 모델인 만큼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굳이 두 모델 중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며, 이들 라이벌 관계에 있는 두 스포츠카가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