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이진] 최근 미국을 방문한 K씨(31, 회사원)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출국 전 A 이통사의 데이터 로밍 무제한 요금제를 신청했는데, 현지에서 스마트폰을 쓰다 보니 속도가 0.1Mbps로 떨어졌다. 그 이유를 확인해본 그는 황당하기만 했다. 미국의 이통사가 자신을 '데이터 과다 이용자'로 판단, 통신 속도를 임의로 낮췄기 때문이다. 그는 이통사가 말하는 데이터 무제한이라는 말 자체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통3사, 하루 무제한 데이터 로밍 상품 판매 중
국내 이통3사는 해외 여행객들의 데이터 로밍료 절약을 위해 '하루 무제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SK텔레콤은 'T로밍 원패스'를 하루 9900원에, KT와 LG유플러스는 하루 1만 1000원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로밍 무제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데이터 로밍 상품의 장점은 해외에 있는 고객이 데이터를 100MB를 쓰든 1GB를 쓰든 관계없이 하루에 1만 원만 내면 된다는 점이다.
데이터 로밍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 수는 지난 6월말 기준으로 SK텔레콤 가입자 중 500만 명 이상이 이용했고,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까지 포함하면 약 1000만 명에 달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스마트폰 기반 서비스가 다양화됐기 때문에, 데이터 로밍 서비스는 해외여행 시 기본으로 가입해야 하는 상품으로 통용되고 있다.
데이터 로밍 비용은 어떻게 책정되나?
데이터 로밍 서비스는 국내 이통사와 해외 사업자간 도매대가 산정 계약에 따라 비용이 결정된다. 양측의 협의에 따라 데이터 이용료를 결정하고, 이통사가 상품을 설계해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이통사의 데이터 로밍 무제한 요금제가 이통사의 비용 부담을 야기시킨다는 목소리를 내 왔다. 해외 이통사가 로밍 이용자의 비용을 '무제한 무료'로 책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통사가 별도 비용을 내고 있다는 주장에서다.
예를 들어, 고객이 하루 1만 원에 데이터 로밍을 무제한으로 이용한다고 해도, 이용자의 사용량이 1만 원 이상일 경우 국내 이통사가 추가액을 지불해야 한다.
이통사 관계자는 "데이터 로밍 무제한 요금제로 약 1만 원을 책정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고객의 이용량에 따라 더 많은 비용을 해당 이통사에 지불할 수 있다"며 "이 요금제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느린 속도와 QoS 적용으로 고객 불만 이어져
그런데 이통사의 설명과 달리 실질적인 데이터 로밍은 고객의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망품질은 물론 속도제한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고객들의 불만을 야기시키고 있다.
현지에서 데이터 로밍을 이용하는 이들 중 다수가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외 이통사가 운영하고 있는 통신망의 기지국이 국내보다 덜 촘촘하고, 이 때문에 통신 품질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3G나 LTE라고 해도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통신 속도 자체가 느리므로 고용량 사진이나 데이터 전송이 어렵고, 통신 두절 현상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통신사들도 국내처럼 '서비스 품질'(QoS) 정책에 따른 속도 제한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고객의 데이터 이용량이 100MB만 돼도 통신 속도가 이용의 불편을 초래하는 수준으로 떨어진다.
한 이통사의 홈페이지에는 '1일 100MB 이상 초과한 경우 속도가 200Kbps 이하로 제한된다'는 문구가 작게 기재돼 있지만, 실제 다운로드 속도는 이의 절반 정도인 100Kbps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4MB의 사진 파일 하나를 전송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QoS 적용 후 320초(약 5분 20초)에 달한다.
K씨는 "이통사가 데이터 로밍 무제한 서비스를 운영 중이지만, 속도만 놓고 보면 거의 이용이 어렵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 정도 수준이라면 굳이 비싼돈 들여가며 데이터 로밍을 신청해 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로밍서비스 이용자는 "QoS라는 용어를 얼핏 듣어본 적은 있지만, 데이터 로밍할 때도 적용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며 "요즘처럼 동영상 시청이 많은 상황에서 100MB부터 제한한다는 것은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통사가 기왕 데이터 로밍 무제한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해당 국가 이통사와 협의해서 속도 제한부터 푸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진 기자 miffy@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