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고산지대의 날씨에서는 반드시 혹한기용 장비를 갖춰야 합니다.
지난 ‘떠나자, 설산으로! 설산 백패킹 준비하기 (바로가기)’에 이어 이번 편에서는 겨울의 긴 밤을 위험하지 않고 정취 있게 보내는 기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겨울의 긴 밤을 책임져줄 텐트 선택
추운 겨울 텐트 안에서 조금이나마 온기를 느끼고 있자면 어김없이 결로현상이 찾아옵니다. 결로현상으로 젖은 의류나 장비는 텐트 밖으로 나가자마자 얼고 피부와 오랜기간 접촉시 동상위험이 있어 백패킹의 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너텐트가 포함된 더블 월 텐트는 그림과 같이 결로를 차단해 줍니다.
경량 텐트인 싱글 월 텐트는 한장의 텐트로 이루어져 결로가 심하고 열손실이 많습니다. 요즘같은 겨울날씨에는 더블 월 텐트를 설치를 권장합니다. 더블 월 텐트는 라이너텐트를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약간의 무게가 더해지지만, 결로 현상으로 인해 텐트 내부와 장비가 젖는 것을 미리 방지해 줄 뿐만 아니라 보온효과도 뛰어납니다.
겨울 백패킹의 동반자, MSR Fury
백패킹 장비로 유명한 MSR의 텐트 대부분은 결로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너텐트 지붕이 메쉬로 구성됩니다. 특히 MSR FURY 와 STORMKING만 이너텐트가 나일론으로 구성되어 찬 공기 유입을 막아 주게 됩니다.
이 제품은 방수 지퍼와 배낭, 신발 등 다양한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별도의 전실 공간이 제공되며, 빛 반사가 뛰어난 소재를 사용해 온통 하얀 눈밭에서도 쉽게 눈에 띄어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2인 기준 무게는 3.18kg으로 일행과 이너텐트와 플라이를 나눠 패킹한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무게입니다.
8만 원대 더블 월 백패킹 텐트, Vango Soul 200
저렴한 가격대와 끊임없는 기술연구로 가격 대 성능 비 최고의 텐트를 선보이는 캠핑 종합 브랜드 Vango 에서도 백패킹용 더블 월 텐트가 시판 중입니다.
비록 강풍에서 파손될 수 있는 파이버글라스 폴과 두 명이 눕기에는 비좁은 가로 120cm의 크기를 지녔지만 8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갖고있습니다. 게다가 2.2kg의 무게와 방염 원단이 적용되었네요. 50만 원대인 MSR Fury가 부담스럽거나 과하다고 생각되는 소비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제품입니다. 이런 백패킹 텐트들은 결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겨울철에는 풋 프린트(방수포)를 함께 휴대하고, 강풍에 폴대가 파손될 수 있으니 폴대 수선 부목을 갖추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많은 사람들의 휴식을 책임져주는 쉘터 선택
대형 쉘터를 사용하던 분위기가 최근에는 2~3인용 쉘터로 대체되었는데요 쉘터의 다양한 활용도 때문인지 많은 사람이 찾고 있습니다. 가벼운 무게, 작은 패킹 사이즈 대비 큰 실내 공간으로 백패커 뿐만 아니라 미니멀 캠퍼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바람을 막아주며 훌륭한 휴식처를 만들어 주는 Nemo Equipment HEXALITE 6p
Nemo Equipment의 HEXALITE 6p는 6명 이상이 둘러앉을 수 있고, 서 있어도 될 만큼 높은 전고를 가지고 있음에도 3.5kg의 무게로 백패커, 오토캠퍼를 가리지 않는 효율 높은 제품입니다.
다만 바람이 아주 많이 부는 날 취침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쉘터 하단에 스커트가 없고 이너텐트도 없으므로 바람이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제조사 권장 3Season(봄, 여름, 가을) 쉘터로 한겨울에는 취침 용도보다 강풍을 막아주고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필요한 백패커라면 눈여겨 볼 만한 제품입니다.
잠깐의 휴식과 식사에 최적화된 Vango 스톰 쉘터
겨울 산행이나 우중 산행(비 오는 날) 중 잠깐의 휴식이나 식사시간에 흔히들 대형 비닐을 배낭에 덮어두거나 다 같이 뒤집어쓰고 식사나 휴식을 취하곤 합니다. 한국 등산객들의 의류와 장비들은 히말라야 14좌라도 정복할 기세지만, 막상 잠깐의 휴식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은 비닐봉지가 전부입니다. 이런 등산객들을 위해 출시한 Vango의 스톰 쉘터는 2인용 기준 460g의 가벼운 무게와 4만 원대의 가격으로 간단하게 잠깐 쉴 수 있는 비상용 쉘터를 만들어 줍니다.
백패킹 텐트와 함께 스톰 쉘터 800(8인용)을 가지고 산에 오른다면 일행들에게 성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미 해외에서는 서바이벌 쉘터로 백패커들에게 익숙한 제품이지만, 폴대나 등산스틱, 로프 등으로 고정하는 방식이 아닌 약간의 바람으로 내부를 채우는 방식으로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제품입니다. 자세한 사용 방법은 아래 동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이런 쉘터들은 사실 백패커들에게는 기피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쉘터가 많은 사람이 모여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라 밤새도록 시끄럽게 음주가무를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 산 정상 근처에 평지가 많지 않아 일행이 아니더라도 인근에서 함께 텐트를 설치하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새벽같이 자리를 정리하고 하산이나 종주를 하는 다른 백패커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음주 · 가무를 삼가하고, 다음 산행을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 겨울 백패킹의 필수품, 다운 침낭
난방이 되지 않는 겨울 백패킹 텐트 안에서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조금이라도 편한 잠자리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침낭입니다. 하지만 오토캠핑 처럼 무조건 두꺼운 솜 침낭을 가져가기엔 무게와 패킹 사이즈의 부담이 크게 다가옵니다.
거위나 오리의 가슴 털로 만들어진 제품은 지금까지 어떤 소재보다 더 따듯하고 획기적인 패킹 사이즈, 그리고 가벼운 무게로 백패커들에게는 꼭 필요한 제품으로 자리매김 하고있습니다.
엄청난 필파워로 최대 -49.7°C까지 견딜 수 있는 Valandre Thor
세계 3대 우모 브랜드라 알려진 Valandre 에서도 가장 최상급 침낭인 Thor는 보온에 최적화된 구조와 온도 조절을 위한 통풍, 기존 침낭들이 쉽게 지나쳤던 보온이 강화된 풋 박스(발 공간)와 바람을 효과적으로 막아주는 후드 디자인으로 최대 내한온도는 영하 49.7도, 편안한 사용 온도는 영하 19도로 한국 고산지대의 혹한기도 충분히 버텨낼 수 있고, M 사이즈 기준 총 무게는 1.87kg 로 아주 가벼워 백패킹에도 부담이 없지만, 200만 원이 넘는 소비자가격으로 취미로 하는 백패킹에 투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금액입니다.
국산 브랜드의 자존심 제로그램의 화이트 울프 NX.
Valandre Thor가 비현실적인 금액이라면, 한국 백패킹 전문 브랜드 제로그램의 화이트 울프 NX는 다나와 최저가 50만 원대로 EN 13537 테스트 기준 최대 내한 온도 영하 33도, 편안한 사용 온도는 영하 6도로 취침 중 동상에 걸릴 위험은 없는 제품입니다.
방수능력이 뛰어나고 윤리적으로 채취한 우모 사용, 발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불화 화합물(인체에 해로운 환경호르몬을 발생시키는 PFC)을 억제하는 ZeroPFC 사용으로 환경과 사용성 모두 만족시키며, 무엇보다 1.16kg의 가벼운 무게로 장거리 종주에도 훌륭하게 대응 가능한 제품입니다.
침낭들은 오버스펙이라고 생각되는 제품들을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천 내한 온도는 사용자마다 체감이 다르고, 사실상 추운 날씨에서는 가장 두꺼운 제품이 가장 편안한 잠자리를 만들어 주어 피로를 풀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으로 침낭 구매가 망설여진다면 듬직한 다운 재킷과 다운 팬츠, 다량의 핫팩 사용, 무겁고 크지만 아주 두꺼운 솜 침낭을 사용으로 하룻밤 정도는 버티며 지낼 수 있습니다. 이쯤되면 자연스레 저가 침낭에 눈을 돌리게 되는데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다운 침낭들의 경우 보통 스펙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깃털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우모량과 종류(가슴털 90% 이상 추천), 그리고 필파워를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취침 전에 미리 침낭 안에 따듯한 물통이나 핫팩을 넣어두고 침낭 내 온도를 끌어올려 놓고, 풋 박스(발 공간)가 부실한 침낭이라면 침낭 풋 박스 부분을 배낭 안에 넣고 사용한다면 한결 따듯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텐트와 침낭, 그리고 바닥의 한기를 차단해 줄 매트까지 모두 준비가 되었다면 최근 불어온 한파에도 동상 없이 안전한 백패킹이 가능합니다.
4. 겨울 백패킹 캠프 사이트 명당 알아보기
한겨울 산 정상 언저리에 부는 매서운 바람은 아무리 텐츠 설치를 잘하고 팩을 잘 박았다고 해도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게 되고, 때로는 바람에 날아가 유실되고 찢어지기도 합니다.
사방이 트이고 바닥마저 눈으로 덮인 지형은 바람과 추위를 그대로 맞으며 지내야 합니다.
텐트를 설치하는 곳도 위치 선정이 잘 되야 조금이라도 편한 휴식으로 피로를 풀고 다음 날 하산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 개활지에 텐트를 설치하면 엄청난 바람에 쉽게 잠 못 들고 불안한 밤을 보내야 할 수 있고, 자칫 텐트 폴대라도 파손된다면 텐트를 ‘덮고’ 자야 할 수도 있습니다.
텐트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큰 바위나 언덕 아래 설치 합니다.
보통 백패킹에서 텐트는 등산로에 나무 데크로 만들어 놓은 공간이나 헬리포트 주위로 설치하게 되는데, 대부분 개활지나 전망이 좋은 곳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바람을 등지고 바위나 언덕 아래 설치해야 안전하고 편안한 휴식이 되고, 텐트의 파손도 막아주게 됩니다.
숲에 텐트를 설치한다면 돌풍과 눈이 얼어떨어지는 것을 대비해야 합니다.
바위나 언덕이 없다면 나무가 우거진 곳에 설치하여 텐트를 나무에 묶어두면 팩을 박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바람을 견뎌 줍니다. 수풀이 우거진 곳에 설치할 때는 우선 나무나 지형지물로 인해 돌풍이 부는지 장시간 휴식을 취하며 확인하고, 눈이 내리는 날에는 나뭇가지 위에 얼어 있던 눈이 텐트 위로 떨어질 수 있으니 이로 인한 부상이 없도록 확인합니다.
아침 해가 뜨는 동쪽을 바라보고 텐트 설치를 하면 이른 아침 난방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등산과 추위에 싸우고 하산하기 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아침 해가 뜨는 동쪽을 바라보고 텐트 설치를 합니다. 해가 뜨기 시작하고부터 계속해서 텐트에 온기가 쌓여 지난밤보다 따듯한 아침을 맞이하고 단잠을 청할 수도 있습니다.
일행과 한 텐트를 사용하면 패킹 무게도 줄어들고, 보온효과도 월 합니다.
다수의 일행이 사용할 수 있는 큰 백패킹 텐트가 있다면 이너텐트와 플라이, 팩, 풋 프린트(방수포), 폴대를 각각 나눠 들고 산행을 시작해 더욱 가벼운 백패킹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서로 온기를 내뿜어 혼자 있는 것보다 텐트 안의 온기를 느끼기에도 좋습니다. 긴 하루를 마무리하며 한 텐트 안에 누워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겨울의 긴 밤을 보내는 매력은 무게를 줄이거나 보온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능적인 문제를 떠나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 입니다.
■ 안전을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겨울 설산 백패킹
철저한 장비 준비, 사용 방법 숙지, 숙달된 백패커와 동행한다고 해도 다른 계절보다 위험이 배로 늘어나는 것이 겨울 설산 백패킹 입니다.
준비 없는 설산 등반은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도 보도되었듯이 겨울 설산을 우습게 보고 준비 없이 등산하거나 심한 음주는 목숨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반드시 출발 전에 코스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리고, 비상 연락망을 남겨 조난 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출발 전, 출발 후에도 지속해서 기상 상황을 확인하여 여러 특보에 관해서도 확인하면 좋습니다.
따듯한 음료와 행동 식을 준비해 비상상황에 대비합니다.
음식물이 빨리 식고 얼기 쉬운 겨울철 행동 식은 누룽지나 코코아, 초코바 등을 준비해 소모되는 열량만큼 채워주고, 일반 식량으로 조리해야 하는 식품보다 발열 팩이 포함된 비상식량을 준비한다면 취사 없이도 간단하게 따듯한 음식을 먹고, 남은 발열 팩은 보온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유난히 맑은 겨울 하늘의 별빛과 함께 보내는 특별한 설산 백패킹
■ 겨울 설산 백패킹은 이렇게 많은 돈이 들고, 춥고, 위험한 취미 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추운 날 채비를 서둘러 떠나는 백패커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작은 산 하나를 정복하고자 산을 오르는 등산객도 많겠지만, 겨울 찬바람의 한기가 좋고 고요한 겨울 밤의 높고 맑은 하늘이 좋으며, 멋진 설경을 두 눈에 직접 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산으로 떠나는 백패커도 많습니다. 완벽한 준비와 충분한 기초체력을 다졌다면 우선 작은 산이라도 트래킹 코스를 따라 떠나 추위와 맞서 싸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설산 백패킹 기획기사
2. 설산 백패킹, 편안한 사이트 구축으로 산행의 피로를 풀자
다나와 아웃도어 테크니컬라이터 곽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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