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만 잠깐 했을 뿐인데 눈에 띄게 줄어든 배터리. 약속시간을 앞두고 부랴부랴 충전기를 꽂아보지만 이미 반도 남지 않은 상황. 사용할 때에는 쭉쭉 떨어지더니 한참을 기대려야 1% 올라갈 정도로 충전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급한 마음에 충전기를 챙겨 나왔지만 어디에 꽂아도 충전속도가 느린 것은 매한가지. 다음 일정 때문에 제대로 충전할 수 없으니 하루 종일 배터리 때문에 노심초사이다.
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누구나 겪을 법한 일이다. 시간은 없는데 스마트폰 배터리마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 불안하고 초초하다. 걸려올 중요한 전화가 있거나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일도 추억으로 남게 됐다. 최근 모바일 디바이스에 ‘고속충전’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충전은 보다 높은 전압과 전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배터리 충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이다. 지난 해까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적용되었다면 올해는 중저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보조배터리, 그리고 충전기까지 적용범위가 확대되면서 고속충전의 혜택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됐다.

▲ 퀄컴 퀵차지 3.0 기술을 쓴 스마트폰은 80%까지 충전하는데 약 35분 정도 소요된다.
일반 스마트폰보다 4배 빠른 성능이다. (이미지 = 퀄컴)
■ 고속충전의 비결은?
고속충전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회자가 되기 시작한 것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4를 출시하면서부터이다. 물론 그 전에도 급속충전이라는 말이 있기는 했으나 노트4처럼 0%에서 50%까지 충전하는데 30분까지 단축시키지는 못했다. 고속충전과 급속충전이라는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현재 몇몇 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 충전기 등에 적용된 QC2.0(Quick Charge 2.0) 기반의 빠른 충전은 고속충전으로 부르는 분위기이다. 물론 급속충전도 틀린 말은 아니다.
스마트폰을 포함해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를 충전하는데 사용하는 USB는 원래 통신용일 뿐 충전용으로 개발된 것은 아니다. 때문에 개발 당시 500mA 정도의 출력이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외장HDD와 같은 일부 장치는 보다 높은 전류를 필요로 해 일부 메인보드 및 PC제조업체는 꼼수를 부려 500mA 이상의 전류가 흐르도록 했으며, USB3.0은 전류 출력 제한을 500mA에서 900mA로 올렸다.
하지만 기기의 전력 소모가 늘고, 점차 대용량화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900mA로도 충분치 않아 고출력의 USB충전기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결국 충전에 중점을 둔 USB BC(Battery Charging)라는 규약이 새롭게 등장했다. USB BC 1.2의 경우 1.5A(1500mA)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USB BC 1.2규격만으로는 3000mAh가 넘는 갤럭시 노트4를 단 30분만에 50%를 충전할 수는 없다. 갤럭시 노트4 또는 노트5에 제공되는 고속충전기를 보자. 정격출력 항목을 보면 5.0V/2.0A 외에 9.0V/1.67A가 하나 더 있다. USB 출력 전압은 5V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는데 어딘가 이상하다. 그렇다. 스마트폰의 고속충전 비결은 전류 뿐만 아니라 전압에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전압과 전류가 모두 필요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전압과 전류를 흘려줘야 배터리는 충전이 된다. 파이프를 이용, 커다란 물통에 물을 담는 과정을 생각해면 이해가 쉽다.
일정 양(mAh)을 담을 수 있는 물통이 있다. 여기에 파이프를 연결해 물을 채운다. 물이 가득 차면 완충된 상태. 이때 물이 물통이 담기는 속도는 파이프의 직경(파이프의 구멍 크기)과 파이프 내에서 흐르는 물의 빠르기(유속)에 의해 좌우된다. 파이프의 직경이 클수록 동일한 시간에 더 많은 물이 흐르게 되며, 물 흐름이 빠를수록 마찬가지로 물통에는 물이 빨리 담기게 된다. 여기서 파이프의 직경은 전류(A)로 볼 수 있으며, 물의 빠르기는 전압(V)으로 비유된다.
물을 더 빨리 담기 위해 파이프의 직경을 물통보다 크게 만들면 물이 밖으로 넘쳐 버리므로 무작정 크게 만들 수 없다. 물의 빠르기 또한 물통에 일정 양 이상 물이 차 있으면 수압에 의해 물이 밖으로 튀어버린다. 따라서 충전할 때에는 적정 전류와 적정 전압이 필요하다. 한편 고속충전(급속충전)을 할 경우 배터리 수명이 빠르게 단축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배터리 용량의 80% 범위 내에서 고속충전을 할 경우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업체들은 배터리 수명과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전이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고속충전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시중에 나온 고속충전 관련 제품은 대부분 퀄컴의 퀵차지(Quick Charge) 2.0을 지원한다. 줄여서 그냥 QC2.0이라 부르기도 한다. 퀄컴의 퀵차지 기술은 퀄컴 스냅드래곤 AP를 탑재한 스마트 기기에 대해 지원하는 고속충전 기술이며, 2013년에 1.0이 공개된 후 현재 3.0까지 나와 있다. 퀵차지 1.0은 5V 전압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전류를 늘리는 방식을 써 기존 충전기보다 40% 정도 충전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실제 기존 방식보다 큰 차이가 나지 않아 크게 주목 받지는 못했다.
퀵차지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퀵차지2.0 부터이다. 5V를 포함해 9V, 12V를 지원한다. 지난 해에 발표된 퀵차지3.0은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하는데 35분으로 더 줄어들었다.
*. 퀵차지 3.0 소개 영상(출처 : 퀄컴)
한편 삼성전자는 퀵차지2.0과 호환되는 ‘Adaptive fast charge’이름의 고속충전 기술을 사용한다. 다만 출력 전압은 12V가 아닌 9V를 사용한다. 따라서 갤럭시 노트4/노트5에는 5.0V/2.0A, 9.0V/1.67A 듀얼 출력되는 충전기가 제공된다.
여기서 하나 궁금증이 생긴다. 퀵차지2.0을 지원하는 충전기에 일반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9V 또는 12V가 공급되어 스마트폰이 고장나지 않을까 말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마트폰과 충전기를 서로 연결하면 우선 스마트폰이 퀵차지 기술을 지원하는지 확인한 다음 그에 맞춰 전압과 전류를 내보내기 때문이다.
최근에 출시된 대부분의 메이저 제조사 스마트폰은 퀵차지2.0 기술을 탑재하고 있으며, 주요 제품은 아래와 같다.
▶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4, 갤럭시 노트 엣지, 갤럭시 노트5, 갤럭시 S6, 갤럭시 S6 엣지, 갤럭시 S7, 갤럭시 S7 엣지
▶ LG전자 : LG G Flex 2, LG G4, LG V10
▶구글 : 넥서스 5X, 넥서스 6, 넥서스 6P
▶ 기타 외산폰
샤오미 : Mi3, Mi4, Mi4C, Mi Note, Mi Note Pro
소니 : 엑스페리아 Z4 태블릿
모토로라 : Moto X Style 등
한편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LG G5를 비롯해 샤오미 Mi5 등 일부 제품은 퀵차지 3.0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최근 출시된 LG G5는 퀵차지3.0을 지원, 충전 35분만에 전체 충전량의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참고로 퀵차지2.0 및 퀵차지3.0을 지원하는 디바이스에 대한 정보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퀵차지2.0 : https://www.qualcomm.com/products/snapdragon/devices/all?feature=Quick Charge 2.0
퀵차지3.0 : https://www.qualcomm.com/products/snapdragon/devices/all?feature=Quick Charge 3.0
■ 고속충전 기술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스마트폰에서 고속충전을 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과 충전기가 모두 고속충전, 즉 퀵차지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 대부분 스마트폰 구입시 전용 충전기가 함께 제공된다. 고속충전을 지원하는 삼성전자 갤럭시 S6/S7/노트4/노트5에는 퀵차지2.0 호환 ‘Adaptive fast charge’를 지원하는 충전기가 들어있기 때문에 바로 쓰면 된다. 만일 추가적인 충전기가 필요하다면 제조사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구입하거나 시중에 출시된 충전기 중 퀵차지2.0 기능이 있는 제품을 고르면 된다.
▲ 고속충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과 충전기가 모두 지원해야 한다.(이미지=퀄컴)
최근에는 5~6개의 기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멀티포트 충전기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일부 제품의 경우 1개의 포트에 퀵차지2.0을 적용함으로써 고속충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애플 아이폰의 경우 독자적인 충전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퀵차지 기능이 있는 충전기를 연결하더라도 고속충전을 기대할 수 없다.
▲ 멀티포트 충전기 중에는 퀵차지2.0을 지원하는 것도 있다. 사진 속 제품도 맨 아래 포트가 퀵차지2.0 전용 포트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무선충전에도 고속충전 기술을 적용했다. 기존 무선충전의 경우 충전속도가 1A를 넘기지 못해 완충하는데 긴 시간이 걸렸다. 무선충전이라는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충전속도가 느려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IDT사의 무선충전 기술을 적용한 삼성전자 무선충전 패드는 고속충전을 지원, 유선으로 충전할 때와 거의 차이가 없는 매우 빠른 충전속도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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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속 무선충전기 스탠드형 (사진 = 삼성전자)
고속충전 기능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케이블 선택도 중요하다. 저가 케이블의 경우 노이즈의 영향 및 간섭 등으로 인해 품질이 떨어져 고속충전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테크니컬라이터 이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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