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그루밍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면도다. 선사시대 원시인들도 조개껍데기나 날카로운 돌조각으로 면도를 시도했다고 하는데, 이처럼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면도는 수염이 나기 시작하는 2차 성징 시기부터 남성의 삶과 함께하게 된다. 이르면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면도를 시작하기도 하니, 과연 남성의 평생 벗이라 부를 만도 하다. 2차 성징과 함께 시작되는 만큼 수염은 그동안 ‘남성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자든 여자든 세련되고 깔끔한 인상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푸른 수염 자국이나 덥수룩한 수염이 매력적인 시대는 지나버렸다. 이제는 남자도 자기관리가 필요한 시대. 내 수염 타입에 꼭 맞는 면도기와 쉐이빙 제품을 사용해 까칠한 수염도, 면도 후 트러블도 없는 ‘키스를 부르는 하관(?)’을 만들어보자.
■ 면도기, 어떤 것이 있을까?
▶ 일자면도기
전쟁을 하려면 총과 칼이 필요하듯이, 면도를 하려면 면도기가 필요하다. 면도기의 역사는 면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되었는데, 기원전 1400년대 이집트에서는 청동제 도끼 모양의 면도칼이 사용되었으며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일자면도기는 고대 로마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 일자면도기는 최근까지 사용되고 있는 전통적인 면도기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발소, 바버샵 등에서 주로 볼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 일자면도기를 사용하는 마니아들도 존재한다.
일자면도기는 매우 예리한 칼날이 사용돼 절삭력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날카로운 만큼 다치거나 피부에 상처가 나기 쉽다. 별도의 안전 장치도 없기 때문에 이발사와 같이 숙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면도를 하다가 다칠 위험이 크다. 또한 일체형일 경우 칼을 직접 갈아서 사용해야 하고, 전용 쉐이빙 크림을 사용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어 일반인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자답고 클래식한 특유의 매력 덕분에 영화 등에 간혹 등장하기도 한다.
▲ <007 스카이폴>의 한 장면.
▶ 안전면도기(날면도기)
목을 자르는 살인 도구로 묘사될 만큼 위험했던 일자면도기를 대신해 지금의 안전한 면도기를 발명한 것은 킹 캠프 질레트라는 미국인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고? 그렇다. 세계적인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 사의 설립자가 바로 이 킹 캠프 질레트다. 질레트는 40세의 나이에도 일자면도기를 사용하다가 얼굴에 곧잘 상처를 내곤 했는데, 이를 계기로 수년간 면도기 개발에 몰두해 결국 일회용 면도날을 사용하는 최초의 안전면도기를 출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 도루코 페이스 파워
이 면도기는 날이 안전기(홀더)에 들어있어 다칠 위험이 적고 날 교체가 편리해 파상풍 감염을 줄여주는 혁신적인 발명품이었으며, 현재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면도기의 구조이다. 질레트가 처음으로 면도기를 팔기 시작한 것이 1903년이니, 오늘날 사용하는 날면도기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은 셈이다. 질레트는 이후 1971년 2중날 면도기, 1999년 3중날 면도기 ‘마하3’, 2006년 5중날 면도기 ‘질레트 퓨전’ 등을 선보이며 큰 성공을 거두었고, 현재까지도 면도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 전기면도기
전기면도기는 현재 날면도기와 함께 가장 많이 쓰이는 면도기이다. 물 없이도 사용이 가능해 ‘드라이 면도기’라고도 불리는 이 전기면도기는 현재 면도기 브랜드로 잘 알려진 쉬크 설립자 제이콥 쉬크가 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대령이었던 제이콥 쉬크가 알래스카에 배속되었을 때 얼어붙은 물 때문에 수염을 깎을 수 없자, 물 없이 면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전기면도기를 발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 필립스 9000시리즈 S9121/26
1928년 특허를 취득하고 1931년 최초로 출시된 전기면도기는 물이나 비누 없이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수염을 깎을 수 있다는 편리함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 배터리를 내장해 전원 연결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무선 면도기가 출시되면서 남자들의 면도는 더욱 편리해졌다. 최근에는 달리는 차 안에서도 쉽고 빠르게 면도할 수 있는 차량용 면도기도 출시돼 있어,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면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 없이 사용하는 제품이지만 아무래도 세척이나 사용상 편의를 위해서는 방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 날면도기 VS 전기면도기
그렇다면 날면도기와 전기면도기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먼저 날면도기는 전기면도기에 비해 절삭력이 우수해 수염이 깔끔하게 잘리며, 가격이 저렴하고 휴대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기면도기는 물이나 쉐이빙 제품 없이도 면도가 가능해 전원만 들어온다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으며, 피부 자극이 적고 면도날에 베일 위험이 없다. 수염이 많고 빨리 자라는 편이라면 깔끔하게 잘리는 날면도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피부가 예민하거나 아침마다 세면대 앞에서 쉐이빙 제품을 바르고 면도하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전기면도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 질레트 퓨전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 파워
최근에는 각각 날면도기와 전기면도기의 단점을 보완한 면도기가 출시되고 있다. 질레트의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 파워 면도기는 플렉스볼 기술이 적용돼 턱선에 따라 부드럽게 밀착되는 5중날 면도기로, 질레트 역사상 가장 얇고 정교한 면도날과 향상된 윤활 스트립을 통해 민감한 부위도 당김 없이 면도할 수 있다. 또한 건전지를 넣고 파워 버튼을 누르면 미세한 진동이 발생해, 마찰을 줄이고 자극 없이 더욱 부드러운 면도가 가능하다.
▲ 브라운 쿨텍CT5cc
피부가 많이 예민하다면 습식 겸용 전기면도기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기면도기임에도 쉐이빙 제품을 바르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면도가 더욱 부드럽고 피부 자극이 덜하다. 브라운 쿨텍 CT5cc 전기면도기는 수심 5m 방수는 물론 흐르는 물에 세척이 가능해 샤워하는 도중에도 면도가 가능하며, 쉐이빙 폼이나 젤을 사용해 피부 자극을 더욱 줄일 수 있다. 또한 면도기 헤드에 쿨링바가 내장되어 있어, 면도 도중 발생하는 열을 제거해 자극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기분 좋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1시간 충전으로 45분간 사용 가능하며 5분 급속 충전으로 한 번의 면도가 가능하다. 충전 스테이션에는 세척 기능도 제공돼 면도기를 항상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으며 LED 디스플레이에는 배터리 및 클리닝 안내, 잠금 상태가 표시된다.
■ 아직도 비누거품으로 면도하니?
날면도기를 사용하는 남성의 경우 따로 쉐이빙 제품을 바르지 않고 세안을 하면서 생긴 비누 거품에 그대로 면도를 하는 사람이 많다. 면도기도 샀는데 쉐이빙 제품까지 따로 구매하려니 부담스러워서, 혹은 번거롭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쉐이빙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면도는 남자의 삶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것. 수염이 자라는 청소년기부터 거의 평생 면도를 해야 하는 만큼, 면도 시 피부를 보호해주는 쉐이빙 제품은 꼭 필요하다.
▲ 출처: 니베아
면도를 할 때 자기도 모르게 미세한 상처가 발생하면서 트러블을 유발하거나 피부가 거칠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폼클렌저나 비누는 노폐물을 씻어내는 기능을, 쉐이빙 제품은 면도 시 피부 자극을 줄이고 미세한 상처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부에 보호막을 형성해주는 기능을 한다. 거품이 나는 것은 비슷하지만 용도는 전혀 다른 제품인 것이다.
▲ 출처: 니베아
쉐이빙 제품은 폼, 젤, 크림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보통 거품이 나는 쉐이빙 폼이나 젤을 주로 사용한다. 먼저 쉐이빙 폼은 가장 널리 쓰이는 쉐이빙 제품으로, 풍성한 거품 형태로 분사되어 면도할 부위에 바르고 바로 면도가 가능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쉐이빙 젤은 젤 형태로 분사되어 면도할 부위에 바르고 문지르면 거품이 나는 제품으로, 거품이 피부에 착 감기면서 밀착되어 더 깔끔한 밀착면도가 가능하다.
▲ 러쉬 더티 쉐이빙 크림
풍성한 거품을 선호하며 문지를 필요 없이 빠르고 간편하게 사용하고 싶다면 쉐이빙 폼을, 쫀득한 거품을 선호하며 더 꼼꼼하고 부드럽게 면도하고 싶다면 쉐이빙 젤을 사용하면 된다. 쉐이빙 크림은 거품이 거의 나지 않는 크림 형태의 제품으로, 거품이 없어 다소 호불호가 갈리고 가격대도 비교적 높지만 밀착감이 좋고 사용 후 건조하거나 당기지 않아 건성 피부를 가진 남성이 사용하기에 좋다.
■ 애프터 쉐이브, 꼭 필요할까?
애프터 쉐이브는 비교적 친숙한 쉐이빙 제품보다 더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그루밍족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면도 후 놀란 피부를 진정시켜 주는 애프터 쉐이브 제품은 필수.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자극이 없는 면도기를 사용한다 해도 날카로운 면도날을 사용해 얼굴에 난 수염을 깎는데 피부 자극이 없을 수가 없다. 그러니 최대한 피부에 자극이 덜 가도록 면도 전, 면도 중, 면도 후에 각 단계에 맞는 꼼꼼한 스킨 케어가 필요한 것이다. 면도기 성능이 좋지 않았던 과거에는 면도를 하면서 피부에 난 상처를 소독할 수 있도록 알코올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알코올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오히려 피부에 자극을 주거나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 캘빈클라인 CK 원 모이스처라이저
최근에는 진정효과가 뛰어나면서 피지조절이나 모공관리까지 함께 해주는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고, 제품 형태도 스킨, 로션, 밤 등 다양하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면, 흔히 말하는 ‘아저씨 냄새’가 남성의 스킨 냄새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으니 성분과 함께 제품의 향도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매하는 ‘센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수염, 포기할 수 없다면? 다듬어 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염을 포기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 길러야지! 다만 영화배우처럼 멋진 수염은 단순히 수염을 깎지 않고 길러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동양인은 대부분 수염이 굵고 듬성듬성하게 나기 때문에 멋스럽게 기르기가 더욱 8힘들다. 수염은 길러보고 싶은데 어떤 스타일이 어울리는지, 어떻게 다듬으면서 길러야 하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바버샵’에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바버샵은 ‘이발소’라는 의미를 가진 남성 전용 그루밍 공간으로, 아직 많지는 않지만 전국에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이 직접 이발이나 면도를 해주며, 수염이나 눈썹을 다듬어주기도 한다. 대부분 1:1 예약제로 진행되며,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미리 알아보고 방문하자.
▲ 트리머 기능을 탑재한 전기면도기로 수염을 다듬을 수 있다 (출처: 필립스)
한 번 수염 모양을 잡은 뒤에는 집에서도 전기면도기의 트리머 기능을 사용하거나 따로 트리머를 구입해 한결 쉽게 수염을 관리할 수 있다. 수염 트리머는 면도기와 달리 털을 다 깎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대로 길이만 잘라주기 때문에 깔끔하게 수염을 다듬을 수 있다. 면도기로 모양을 잡고, 트리머로 너무 지저분해 보이거나 덥수룩해지지 않도록 정리해주면 끝. 수염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한 번쯤 길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혹시 알까? 당신도 배우 차승원처럼 수염이 멋진 트레이드 마크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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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박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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