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위문 편지를 쓰던 어린 시절에는 군인이라는 존재가 굉장히 멀게만 느껴졌는데, 크고 보니 군인이 된 친구들도, 휴가 나온 친구들이 입고 있던 군복도 낯설지가 않다. 특히 밀리터리룩이 남녀를 불문하고 크게 유행하고 카모플라주 패턴을 사용하거나 군복을 모티브로 한 패션 아이템이 널리 대중화되면서, 군복은 우리에게 친숙한 하나의 ‘스타일’이 되었다. 

■ 밀리터리룩과 카모플라주

밀리터리룩이란 ‘군대풍의 옷차림’이라는 뜻으로, 주로 육군의 군복에서 영감을 얻은 패션 스타일을 지칭한다. 야전상의(야상), 워커 등 다양한 아이템이 있는데, 밀리터리룩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카모플라주’다. 카모플라주(camouflage)는 ‘위장’이라는 의미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적에 몰래 접근하기 위해 옷이나 얼굴, 무기 등에 얼룩덜룩 무늬를 그려 넣은 것에서 비롯되었다. 초원이나 사막 전투에서 눈에 띄지 않도록 초록색, 갈색을 주로 사용하며 눈밭에서는 흰색을 쓰는 등 주변 상황에 따라 적절한 컬러를 사용한다. ‘위장’보다는 ‘패션’에 초점을 맞춘 오늘날에는 더욱 화려한 컬러와 다양한 무늬가 옷, 액세서리 등에 쓰이고 있다. 자신을 숨기고 감추기 위해 그려 넣었던 무늬가 지금은 정반대로 자기 매력을 당당하게 드러내기 위한 패션 요소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 입어보자, 카모플라주!

카모플라주 패턴은 옷부터 액세서리까지 아주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먼저 옷부터 살펴보자. 아무래도 무늬가 화려한 편이다 보니, 몸 전체가 카모플라주 패턴으로 뒤덮인 옷은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니 만약 스타일링에 서툴다면 카모플라주 패턴이 전체적으로 사용된 옷보다는 주머니나 소매 등에 포인트로만 사용된 옷이 더 코디하기 좋을 것이다. 르젠 카모소매배색 엠보싱 나그랑 맨투맨 티셔츠는 캐주얼한 맨투맨 디자인에 카모배색을 적용한 제품이다. 블랙 바탕에 소매에만 카모플라주 패턴이 적용돼 있으며, 컬러는 초록빛이 섞인 베이지와 그레이 두 가지가 있다. 원단에는 엠보싱이 적용돼 신축성과 착용감이 좋고 활동하기에도 편리하다.

  
▲ 르젠 카모소매배색 엠보싱 나그랑 맨투맨 티셔츠

카모플라주 패턴이 전체적으로 사용된 경우에는 화려한 컬러보다 톤 다운된 차분한 컬러가 스타일링하기 수월하다. 나이키 테크 윈드러너는 턱까지 지퍼를 올릴 수 있는 제품으로, 바람을 잘 막아줘 보온성이 뛰어나고 활동성이 좋다. 컬러는 네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안트라사이트(블랙) 컬러는 절제된 컬러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충분히 입고 다닐 수 있는 제품이다. 다른 컬러들도 역시 운동할 때나 평상시에 모두 착용 가능하며, 배색이 유니크하고 시인성이 좋아 야간 운동 시에도 안심하고 입을 수 있다. 같은 라인에 있는 팬츠 역시 카모플라주 패턴이 적용돼 있으며, 보온성과 활동성이 좋고 조임끈이 있어 편안하다.

 
▲ 나이키 테크 윈드러너

▲ 나이키 스포츠웨어 테크 플리스 조거

신발이나 모자 등의 패션 아이템은 옷에 비해 면적이 작기 때문에, 패턴으로 뒤덮여 있거나 컬러가 다소 화려하더라도 과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밋밋한 의상에 포인트가 될 수 있다. NBA의 시카고불스 뉴에라 스냅백은 시카고불스의 성난 황소 마크가 새겨진 제품으로, 실제 구형 전투모와 다를 바 없는 카모플라주 무늬가 인상적이다. 카키와 블랙 컬러가 있으며 하나쯤 구비해두면 야상이나 항공점퍼 등 밀리터리룩에 매치하기 좋다.

 
▲ NBA 시카고불스 뉴에라 스냅백

컨버스의 척테일러 올스타 투 리플렉티브 카모는 신발 전체에 카모플라주 패턴이 적용된 신발이다. 클래식한 브라운 컬러와 세련된 블랙 컬러, 깔끔한 화이트 컬러로 구성되어 있으며 목이 긴 하이와 목이 짧은 옥스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었다. 나이키 루나론 안창이 적용돼 발이 편안하고, 반사체 소재를 사용해 어두운 곳에서 더욱 빛난다는 점이 매력포인트. 밀리터리룩인 치노팬츠에 입어도 좋지만, 진에도 무척 잘 어울린다.

▲ 컨버스 척테일러 올스타 투 리플렉티브 카모

카시오의 지샥은 튼튼하고 저렴해 군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시계 브랜드 중 하나다. 카시오는 꾸준히 카모플라주 패턴이 적용된 시계를 내놓았는데, 그 중에서도 GD-X6900MC은 특수 부대에서 주로 사용하는 '타이거 스트라이프 카모플라주’ 패턴이 적용된 제품이다. 어둠, 산림, 사막, 눈 위를 연상시키는 네 가지 콘셉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케이스와 밴드, 문자판에도 패턴이 적용되어 있다. 지샥 제품다운 뛰어난 내구성과 알람, 백라이트 등 유용한 기능들도 장점.

 
▲ 카시오 지샥 GD-X6900MC

■ 밀리터리룩, 무엇이 있을까?

카모플라주가 밀리터리룩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거치는 동안 군복은 사람들의 의복생활에도 무수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겨울철 혹독한 추위와 싸워야 했던 군인들을 위해 고안된 외투(Outer)들은 활동이 편리하고 실용적이면서도 무척 따뜻해,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흔히 ‘야상’이라 불리는 야전상의는 야외 전투용 재킷으로, 미군에서 1965년 도입한 M-65 야전상의가 현재의 야상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손을 넣을 수 있는 앞부분과 가슴 부분에 달린 큰 주머니가 특징이며, 지퍼와 밸크로가 달려있다.

 
▲ 이스트쿤스트 M-65 야상 자켓 IK1FSOJY01

다음으로 항공점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항공기에 탑승하는 공군이 착용하던 외투다.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나 요즘 같은 간절기에 입기 적절하다. 옷깃과 소매는 밴딩 처리되어 있고, 기장이 비교적 짧아 스포티한 느낌이 난다. 항공점퍼가 공군용 외투라면, 피코트는 해군용으로 고안된 외투다. 큰 단추가 2열로 달려 있어 좌우 어느 쪽으로나 여밀 수 있다는 것이 특징.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커다란 칼라가 붙어 있으며, 항공점퍼에 비해 두꺼운 원단이 사용되었다. 항공점퍼와 비슷한 점은 기장이 짧아 다리가 길어 보인다는 것이다.

 
▲ 드림서퍼 스위브 항공 점퍼

 
▲ 헤지스 네이비 패딩 피코트

가을, 겨울철 남녀 모두가 즐겨 신는 워커 역시 ‘군화’를 이르는 말이다. 사실 워커는 잘못된 말이고, 밀리터리 부츠(military boots)가 바른 표현이라고 한다. 워커 역시 군용 외투와 같이 보온성과 실용성을 모두 잡은 신발이다. 실제 군화는 발목까지 튼튼하게 잡아주기 위해 길이가 길고 딱딱한 소재로 되어 있지만, 군용이 아닌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이 같은 점을 보완해 발이 더욱 편안하다. 높은 굽 덕분에 키도 훌쩍 커 보이니, 신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닥터마틴 워커과 호킨스 스폰사 워커는 기본적인 군화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제품이다. 군더더기 없는 블랙 컬러 디자인에 스티치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끈이 길고 발목도 높게 올라와 있다.

 
▲ 닥터마틴 오리지날 6홀 블랙 무광 워커 10064002

 
▲ 호킨스 스폰사 워커

반면 팀버랜드 옐로우부츠는 1973년 미국 동부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미군 군화처럼 황토빛을 띠고 있다. 초기 모델과 거의 다를 바 없는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디자인으로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일명 ‘사막화’로 불리는 미군 군화 스타일이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사막 전투를 위해 개발된 이 모래빛 전투화는 작년 칸예 웨스트, 지드래곤 등 유명 연예인이 신고 등장하면서 단숨에 트렌드로 떠올랐는데, 최근 겨울철을 앞두고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로스코 데저트 스피드레이스 시에라 사막화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막화로, 목이 길고 소재가 두툼해 겨울철 보온성이 뛰어나며 착용감도 좋다.

 
▲ 팀버랜드 옐로우부츠

 
▲ 로스코 데저트 스피드레이스 시에라 사막화

■ 여자도 입는다, 밀리터리룩!

남녀의 의복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요즘, 밀리터리룩은 남성의 전유물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야상, 항공점퍼, 피코트, 워커 등의 패션 아이템은 이미 성별과 관계 없이 남녀 모두가 착용하고 있으며, 여성을 위한 밀리터리룩도 그 폭이 굉장히 넓다. 흔히 여자가 밀리터리룩을 입는다고 하면 거칠거나 터프한 느낌을 짐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밀리터리룩도 코디에 따라 청순하거나 섹시한 느낌을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드림서퍼 스위브 항공 점퍼

드림서퍼 스위브 항공 점퍼는 다섯 가지 사이즈가 제공돼 남녀 모두 취향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다. 블랙 컬러는 안감이 카모플라주 패턴으로 되어 있어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디자인에 포인트를 주며, 카모플라주 패턴이 겉감으로 된 디자인도 과하지 않고 스타일리쉬해 보인다. 이 밖에도 차콜, 네이비, 베이지, 카키, 다크네이비 등 일곱가지 다양한 컬러가 출시되어있다.

 
▲ 에이비플러스 모던 시크 카모 프린팅 미니 스커트

에이비플러스의 모던 시크 카모 프린팅 미니 스커트는 부드러운 컬러감을 가진 카모플라주 패턴이 적용된 미니 스커트로, 대놓고 밀리터리룩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다양한 코디를 통해 충분히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여성복 브랜드 비키의 밀리터리룩 역시 항공점퍼, 야상 등에 진과 롱스커트를 매치해, 와일드한 느낌보다는 트렌디하고 세련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 비키 밀리터리룩

간단하게 야상이나 항공점퍼를 입을 때에는 스터드(징)가 박힌 가방이나 굽이 있는 워커, 군모 스타일의 모자 등을 적절하게 매치하면 더욱 완성도 있는 밀리터리룩을 연출할 수 있다. 특히 군모 스타일의 모자는 얼굴을 더욱 작아 보이게 만들어 줘 여자 연예인들이 즐겨 착용하는 패션 아이템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스카프나 네일아트로도 밀리터리룩을 연출할 수 있다.

 
▲ MLB 뉴욕양키스 메탈로고 군모

 
▲ 네일잉크 알렉사 카모플라쥬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박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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