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친구들에게, 가정용 TV 이상의 큰 화면이 필요할 때가 언제인지 넌지시 물어봤다. 대부분은 여행지에서 함께 영화를 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고, 어떤 친구는 집에서도 영화를 볼 때는 TV나 모니터보다 빔프로젝터의 커다란 화면이 더 좋겠다고 했다. 한 친구가 갑자기 ‘초급 일본어' 동영상을 볼 때 100인치가 넘는 화면으로 보면 그 감동(?)이 열두 배가 되지 않겠냐고 하길래, 솔깃했던 기자의 진심을 숨기고 친구의 뒤통수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보통 빔프로젝터라 하면 회의실이나 강의실의 천장에 매달려 있는 크고 아름다운 자태를 상상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휴대가 가능할 정도로 작은 크기의 소형 빔프로젝터가 많이 출시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초대형 화면을 만들어낼 수 있는 미니 빔프로젝터는, 자체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어 어댑터를 연결하지 않아도 영화 한 편 정도는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재생 능력까지 갖췄다.
앉아 있는 것조차 귀찮은 방 안에서, 친구나 연인과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프레젠테이션이 필요한 작은 사무실에서 미니 빔프로젝터는 빛을 발한다. 영화를 볼 때나 게임을 할 때, PPT 파일을 설명할 때 작은 모니터 화면보다 프로젝터로 쏜 70인치 이상의 큰 화면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초급 일본어 영상을 볼 때의 충격과 감동은 훨씬 더하다) 미니 빔프로젝터가 무엇인지, 어떤 매력이 우리의 지갑을 열게 할지 알아보자.
프로젝터란? TV와 달리 빛을 벽면에 투사해 화면을 구현하는 방식의 영상 재생기기다. 모니터나 TV가 빛을 제품 내부의 LCD 패널에 쏘는 방식이라면, 프로젝터는 영상 재생을 위한 패널 없이 전방으로 화면 구현을 위한 빛을 쏘는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화면 크기의 제한을 극복하기 위한 영상기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과거엔 TV와 마찬가지로 적, 청, 녹 3개의 주사 렌즈가 따로 있었으나, 지금은 LCD 방식을 넘어 DLP(Digital Light Processing)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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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 빔프로젝터라서 좋은 순간 TOP 5
1. 주머니에서 100인치 대화면을 꺼내는 순간, 간지남이 된다 : 여행지에서
대부분의 전자제품이 그렇다. 해당 제품의 용도와 사용 범위가 넓어지기 위해선, 일종의 관문인 '휴대성'의 벽을 넘어야 한다. 크고 아름다웠던 빔프로젝터가 획기적으로 작아질 수 있었던 것 역시 '휴대성 확보'라는 관문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으레 빔프로젝터라 하면 업무용, 혹은 거실이 넓은 가정에서 천장이나 탁자에 고정해서 사용하는 크고 무거운 전자제품으로 알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위 사진처럼 한 손에 들 수 있을 만큼 작은 프로젝터의 등장으로 편견이 깨지고, 사용자 경험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장난감 큐브와 비슷한 크기도 있고, 작은 제품 중에는 5.5인치 스마트폰 크기의 제품도 있다. 100인치 이상의 화면을 만들 수 있는 프로젝터를 손가방, 심지어 주머니에도 넣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강점이다.
친구들, 혹은 대학교 동기들과 여행을 떠났을 때를 상상해보자. 물론 1순위는 술이겠지만, 큰 화면으로 함께 영화를 보거나 서로의 추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썩 괜찮다. 빈 술병과 공공칠빵의 기억만 남긴 여행보다는 훨씬 오래도록 추억될 것이다. 그 추억의 순간에 당신의 미니 빔프로젝터가 함께라면 어떨까? 바지 주머니에서 무심한 듯 꺼낸 미니 빔프로젝터로 당신의 간지 또한 완성이다. 화룡점정.
2. 공간을 지배하는 자 : 좁은 방에서 뒹굴거릴 때
▲ 농담 같이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미니 빔프로젝터라면 가능하다.
(이미지출처 : SBS <런닝맨> 캡쳐)
미니 빔 프로젝터 중에 단초점 지원 제품의 경우에는 단 10cm 정도의 거리에서도 40인치 크기의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30cm 정도만 거리를 벌리면 70~80인치 크기의 화면까지 가능하다. 이쯤 되면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다. 설치 장소, 방향에 제약받지 않는 대형 화면은 그야말로 공간을 지배하는 수준이다. 좁은 방, 작은 책상 때문에 모니터 사이즈 업그레이드도 선뜻 못 한다면? 공간을 지배하는 단초점 미니 빔프로젝터가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열렬한 귀차니즘 신도라면, 이 장점이 당신의 지갑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다. 미니 빔프로젝터가 있으면, 침대에 대자로 누워서도, 옆으로 돌아누워서도, 내가 가장 편한 자세로 얼마든지 영상을 감상하거나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다!
3. 시공을 초월한 범용성
휴대하기 좋을 만큼 작고 가볍다는 것은,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주변 환경이 어두워야 한다는 프로젝터 특유의 단점을 제외하면, 미니 빔프로젝터로 영상 감상, 게임, 프레젠테이션 등 디지털 영상이 필요한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업을 작은 방, 사무실, 자동차, 캠핑장 등 어디에서도 가능하다. 더불어 빛을 차단할 수 있는 실내에선 24시간 내내 사용할 수 있고, 야외에선 해가 없는 밤이면 언제든 대화면을 감상할 수 있다.
4. 선 없어도 '괜찮다' : 화면 설치가 불가능한 곳에 화면을 만들 때
대부분의 미니 빔프로젝터는 Wi-Fi, 블루투스 등의 무선 연결과 더불어 HDMI 포트와 USB 포트를 지원한다. 전원도 자체 배터리 내장형 제품이라면 최소 두시간은 버틴다. 일반 프로젝터처럼 전용 스크린이 없어도 평평한 벽면이 있으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시골에 놀러 간 철수와 영희가 막차를 놓쳐서 첫차가 올 때까지 정류장에서 미니 빔프로젝터로 드라마 봤다는 이야기가, 이제는 도시 전설이 아니라 현실로도 가능하다는 것. 참고로 정류장은 주변에 가로등이 있어서 미니 빔프로젝터 출력물의 시인성이 안 좋으니, 다음부턴 숙소를 구해서 꼭 소등한 뒤에 보도록 하자. 핵심은 소등이다.
참고로 아무 곳이나 여백만 있다면 화면 출력이 가능하지만, 좀 더 깨끗한 화면을 감상하기 위해 롤 형태의 휴대용 스크린을 함께 가지고 다니면 더욱 좋다. 프로젝터 전용 스크린이 아닌 보자기나 전지 등도 괜찮다. 단색 텐트라면 텐트 그 자체가 스크린이 되기도 한다.
5. 위급 시 보조배터리로 : "선택해, 수지야 나야?" 여자친구가 물었는데 폰이 꺼졌을 때
퇴근길. 여자친구로부터 톡이 온다. "오빠 어제 페이스북에서 수지 사진 좋아요 눌렀더라? 수지야 나야?". 쓰린 속을 부여잡고 "당연히 우리 자기지." 라고 쓰는 당신. 그런데, 전송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갑자기 핸드폰이 꺼지고 말았다. 게임 하느라 배터리가 모두 소진된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 대답이 늦어질 수록 당신과 여자친구의 관계는 멀어진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 해결 방법은 없을까?
미니 빔 프로젝터 태동기엔 프로젝터의 크기는 작아도 어댑터를 연결해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최근 출시되는 미니 빔 프로젝터는 대부분 배터리가 내장돼 선 연결이 필요 없어졌다. 재생 시간은 짧게는 두어 시간에서 길게는 4~5시간까지 지속된다. 대부분의 경우, 야외에서 빔 프로젝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물론 어댑터를 연결한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어떤 제품들은 이 배터리를 다시 외부로 출력할 수도 있어서, 급할 때 보조배터리의 역할도 수행한다. 미니 빔 프로젝터를 지니고 다닌다면, 언젠가 한번 쯤은 위기의 상황을 극복하는 조력자가 되어 줄 것이다.
■ 미니 빔프로젝터라서 아쉬운 순간들
1. 칼같은 선예도와 눈부신 화면이 필요할 때
현존하는 미니 빔 프로젝터의 대표적인 아쉬운 점은 구현하는 화면의 해상도다. FHD인 1920x1080의 해상도를 구현하는 제품도 있지만, 이런 제품은 '미니 빔프로젝터'라고 부르기엔 가격이 걸리버 급이다. 그래서 현재 미니 빔프로젝터의 주력군은 HD급인 1280x720 해상도가 대부분이다. 작은 화면에선 720P 해상도도 나쁘지 않은데, 100인치 이상의 대형 화면이 되면 1080P가 아쉬울 때가 있다.
또한, 프로젝터의 화면 밝기를 나타내는 안시 루멘(촛불 하나의 밝기 = 1안시) 스펙이 높지 않아서, 화면 밝기가 보편적으로 약간 어두운 편이다. 작동 환경이 완전히 어두운(밤, 또는 암막 커튼을 설치한 방) 환경이 아니라면 화면의 밝기가 더욱 아쉬워진다. 앞서 설명한 '휴대용'의 장점이 워낙 커서, 화질과 밝기에 대한 아쉬운 점이 상쇄되는 것이 다행이다.
2. 작동 시간, 조금만 더 길었다면 : 밤새 드라마 정주행을 하고 싶을 때
대부분의 미니 빔프로젝터가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어 어댑터를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 점은 좋다. 하지만 제품 크기에 대한 제한 때문에 배터리의 용량에 한계가 있는 것은 아쉽다. 길게는 4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지만, 사용시간 확보를 위해 전력 소모를 줄이도록 설정하면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최대 사용 시간이 2시간 정도인 제품의 경우, 약 2시간 정도인 영화 한 편을 미처 다 감상하지 못할 수도 있다. 휴대성을 위해 제품의 크기를 작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적어도 최대 성능을 낼 수 있는 상태에서의 재생 시간이 4시간 이상은 확보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썬 프로젝터를 휴대할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모든 전자제품이 그렇듯 미니 빔프로젝터의 다음 중점은 ‘성능’이 될 것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FHD, WQHD 등의 고화질 화면을 구현하고 밝기도 더 높은 안시 루멘을 지원하는 미니 빔프로젝터가 지금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에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 2016년 미니 빔프로젝터 4대 천왕 소개
▶ 가성비 깡패 : KMS 제우스 플러스
KMS의 '제우스 플러스'는 조금 큰 스마트폰 크기의 DLP 미니 빔프로젝터로, USB 메모리나 TF SD카드를 비롯해 모든 모바일 기기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720P 해상도의 화면을 최대 약 118인치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120안시의 밝기는 약간 아쉽지만, 전원을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150안시로 좀 더 밝게 사용할 수 있다. 프로젝터의 핵심인 LED 램프는 최대 3만 시간의 수명을 가지고 있어 제품을 사용하는 기간 동안 교체할 일이 거의 없다. 4:3, 16:9 비율의 화면 비율을 자동으로 조정해 주는 오토 키스톤 기능을 제공하고, 제품 자체 180도 회전 기능과 삼각대 기본 제공으로 설치 위치가 무척 자유롭다. 4,000mAh의 내장 배터리는 low 모드에서 최대 3시간 30분간 사용할 수 있다. 28만 원.
▶ '공간의 지배자', 초단초점의 위엄 : LG전자 PH450U
LG전자의 DLP 미니 빔프로젝터 'PH450U'는 무척 짧은 거리에서 대형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화면을 띄울 벽과의 거리가 단 7.5cm만 확보되면 약 40인치, 33cm 떨어지면 약 78인치의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필요 공간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어디에나 거치하기 간편한 디자인으로 벽과 천정은 물론, 심지어 바닥에 화면을 띄우기도 쉽다. 화면 재생과 함께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면 어디에서도 전용 영화관을 열 수 있다. 최대 2시간 30분간 지속되는 배터리는 용량이 약간 아쉽다. WiFi를 지원하는 노트북과도 연결할 수 있어 야외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더욱 넓다. 450안시의 밝기는 야외에서도 꽤 만족스럽다. 64만 원.
▶ 디자인과 휴대성으로 승부한다. 소니 MP-CL1A
소니의 레이저 빔 주사 방식(LBS, Laser Beam Screening) 미니 빔프로젝터 'MP-CL1A'는 두께 13mm로, 여기에 소개되는 프로젝터 중 가장 작고 얇다. LBS 방식은 RGB+RG 레이저 빔을 사용해 화면을 구현하는데, sRGB를 사용하는 DLP 방식 대비 색 표현력이 뛰어나고 초점도 더 정확하다. 8만 : 1의 명암비와 720P 해상도는 야외는 물론 실내에서 보기에도 나쁘지 않다. 또한, 화면을 구현하는 벽면이 고르지 않아도 전체적으로 초점이 잘 맞는 편이다. 생긴 것과 다르게 거친 환경에서도 사용하기 좋다. Wi-Fi와 블루투스는 기본 지원하고, MHL(Mobile High-definition Link) 지원으로 모바일 기기와의 연결도 자유롭다. 스펙상 32안시의 밝기는 약간 아쉽지만, 화면을 9개로 분할해 평균 밝기를 맞추는 방식으로 밝기가 고른 것은 장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3.45m의 거리가 확보되면 최대 약 120인치 크기의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약 2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는 디자인과 압도적인 휴대성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수준이다. 54만 원.
▶ 빅뱅 팬 아니어도 구매가치 충분. SK텔레콤 UO 스마트빔 레이저 NX BIGBANG10
SK텔레콤에서 만든 LBS 방식의 'NX BIGBANG10'은 가수 빅뱅의 데뷔 10주년을 맞아 특별히 제작한 미니 빔프로젝터다. 200안시의 밝기와 15만 : 1의 명암비로 동급 미니 빔프로젝터 가운데 밝기에 있어선 수준급이다. 리모콘 앱을 제공해 제품의 작동과 제어가 간편하다. 모바일 기기가 없어도 제품 상단의 4개 버튼으로 모든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microSD 카드에 담긴 영상을 재생할 수 있고, 별매인 microHDMI 케이블을 이용하면 HDMI 포트를 제공하는 기기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720P 해상도의 화면을 3.4m 거리에서 최대 100인치 크기로 제공한다. 통신사에서 만든 제품인 만큼 미러링과 와이파이는 기본. 43만 원.
■ 미니 빔프로젝터, 아쉬움보다 매력 더 큰 아이템
현 시점에서 미니 빔프로젝터는 장단점이 뚜렷하게 나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 시장에 출시된 제품들의 성능만으로도 방에서, 여행지에서, 캠핑장에서, 회의실과 강의실에서 얼마든지 만족스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 빔프로젝터도 불이 환한 곳에서는 화면 밝기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불을 끄고 커튼을 치곤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미니 빔프로젝터의 단점은 실제 사용환경에서는 별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니 빔프로젝터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성능도 개선되는 추세. 이제 미니 빔프로젝터로 큰 화면의 감동과, 영상 감상의 편리함을 함께 누려보자.
기획, 편집 / 다나와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정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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