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전, 기자의 20년 지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보통은 치킨을 먹자거나 통닭을 먹자고 할 때 전화를 하는 친구다. 별안간 “모니터를 바꿨는데, 전에 쓰던 스피커를 사운드바로 바꾸고 싶다”는 것이 용건이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2채널 스피커의 높이가 약 20cm 정도였고, 40인치 모니터로 바꾸니 책상의 좌우 길이가 스피커를 놓기에 약간 좁다는 것이 이유였다. 치킨이 전화 통화의 주된 테마가 아니었다는 점이 놀라웠던바, 친구와 직접 만나 소리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길쭉한 4x4 각목처럼 생긴 사운드바는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음향기기다. TV의 두께가 갈수록 얇아지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었지만,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내장 스피커의 크기가 작아져 출력이 약한 것은 단점이었다. 사운드바는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대안 중 하나다. 지금은 TV뿐 아니라 PC 모니터의 하단에 배치할 수 있는 제품도 많아, 좌우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점점 많이 찾고 있는 품목이다. 남 씨 성을 가진 친구와의 대화를 재현해 사운드바에 대해 알아봤다.
■ Sound Bar, 탄생 배경은 ‘단순함’
▲1998년 출시된 알텍랜싱의 ‘ADA106.’ 사운드바 초창기 모델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누가 말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사운드바 역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 중 하나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단순함’이었다. 90년대 중후반 TV 홈시어터 시스템이 유행하며 멀티채널 서라운드 스피커 시스템이 각광을 받고 있었다. 기자가 군 복무 중 첫 휴가를 나온 2002년 말, 집에 가니 대형 프로젝션 TV에 5.1채널 홈시어터 시스템이 설치돼 있었다. 영화를 볼 때 뒤에서 들려오는 전투기의 굉음과 격렬한 전투 신의 공간감은 대단했고, 앰프의 고장과 함께 TV의 수명이 다해 고철로 버릴 때까지 기자가 무척 애용했던 기억이 난다.
다만 멀티채널 사운드 시스템은 설치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자가 사용했던 제품의 경우 후면의 2개 스피커는 무선 연결 방식이어서 그나마 덜했지만, 모든 유닛이 유선 연결 방식일 경우 전원 케이블까지 10여 가닥의 선들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 나은 소리를 위해 감내해야 할 단점이 꽤 있던 셈이다. 게다가 TV에서 5.1채널 음향을 송출하는 방송이 별로 없어, 영화를 제외하면 제대로 멀티채널을 감상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기도 했다.
▲ 세련된 디자인의 음향기기로 유명한 뱅앤올룹슨의 바 형태 무선 스피커 BeoLab 3500.
엄밀히 따지면 사운드바 보다는 북쉘프 스피커에 더 가깝지만, 특유의 디자인으로 TV에 연결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250만 원.
결과적으로 좀 더 간단하면서도 품질 높은 음향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졌다. 공간을 덜 차지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리를 듣고 싶은 소비자들의 요구는, 기존의 2개 이상으로 나뉘어 있는 스피커가 길쭉한 형태의 유닛 하나로 합쳐진 사운드바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짝수의 소형 유닛과 우퍼가 포함된 사운드바는 TV의 하단에 놓여 필요 공간이 상당히 줄었고, 기술의 발전으로 작은 유닛에서도 높은 음질의 소리를 내주면서 새로운 형태의 스피커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 Sound Bar, 내게 필요한 물건인가?
친구와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사운드바의 필요성부터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염두에 둬야 하는 기능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기자와 친구의 성을 따 '정씨'와 '남씨' 아저씨가 남는 시간에 나눈 환담 정도로 보면 되겠다. 대화체 그대로 수록하기엔 무례하고 배려 없는 어투가 거슬릴까봐, 약간의 과장을 더해 문어체로 바꿔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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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 전에 쓰던 모니터를 40인치 UHD TV로 바꿨다. 부럽다고 말해라.
정 : 부럽다. 그런데 전에 사용하던 32인치 모니터도 나쁘지 않았는데 왜 낭비를 했나? 지난달 보너스가 두둑했나?
남 : 사실 이전 제품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화면 가장자리에 생긴 불량화소도 그렇고, 성능상의 문제가 꽤 있어서 도저히 묵과하고 사용할 수 없었다. 이 TV로 바꾸고 나서 무척 만족하고 있긴 한데, 문제가 있다. 전에 쓰던 스피커가 크기가 좀 있는데 TV가 커지니 책상 좌우에 스피커를 둘 공간이 마땅치 않다.
정 : 더 큰 책상을 사면 되겠네. 광명 이케아를 추천한다.
남 : 시비 걸지 말고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대안을 얘기해 달라.
정 : 전에 쓰던 스피커가 성능이 좋은 제품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공간 때문에 더 작은 걸로 바꾸는 건 다운그레이드라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지금 책상 배치를 보니까 TV의 위치가 약간 높은데, 화면의 아래에 길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사운드바는 어떤가?
남 : 나도 사운드바를 찾아보긴 했는데, 이걸 사용해도 될지 결정하기 쉽지 않다. 생김새는 둘째 치고 제품군이나 가격대가 꽤 많은데, 브랜드만 보고 구입하려 해도 선택의 폭이 너무 넓다.
정 : 사운드바가 등장한 건 디자인적인 변화라기보다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는 게 옳다. 원래는 홈시어터 시스템의 단점이었던 공간 활용과 설치의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솔루션 중 하나였다. 스피커의 특성상 하우징의 크기도 성능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인데, 무조건 좋은 소리만을 강조하며 대형 스피커를 추천하기엔 네 방을 비롯해 사람들의 공간이 넉넉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일정 수준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제품이 각광을 받는 것이고, 사운드바 역시 이와 같은 시대의 흐름에 순응한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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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커의 크기는 내부에 사용하는 유닛의 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유닛이 크면 클수록 출력이 강하고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데, 가정용, 특히 책상 위에 두고 사용하는 스피커는 크기에 제한이 있다. 특히 남는 공간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 더욱 그렇다. 사운드바의 탄생 배경도 이러한 필요성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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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 공부 좀 했나 보다. 듣고 보니 TV든 모니터든 제품 하단에 길게 남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인 듯하다. 요즘 나오는 제품들 대부분이 화면의 두께가 작아져서 스탠드의 크기나 굵기도 작아졌으니까, 화면 아래에 사운드바를 사용하기에 좋은 것 같다. 근데 위에 언급된 뱅앤올룹슨의 제품은 벽에 걸려 있는데 그것도 사운드바인가?
정 : 보통 제품군의 2차 분류는 생김새로 결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제품 정보를 보면 ‘사운드바’란 표현보다는 과거에 사용했던 ‘LCR speaker’(left - center - right)로 표기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지금 출시되고 있는 사운드바와 거의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으니 사운드바라고 봐도 무방하다. 보통은 TV 하단에 놓고 사용하는데 위 제품처럼 벽에 걸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결정적으로 넌 그거 비싸서 못 산다.
남 : 그러면 어떤 사운드바를 선택해야 하는지 대략적인 기준은 없나?
정 : 가장 쉬운 방법은 사용하고 있는 화면의 크기에 맞는 길이의 제품을 찾는 것이다. 보통 24인치, 27인치 크기의 모니터엔 사운드바를 잘 사용하지 않고, 32인치 이상의 TV에 많이 사용한다. 32인치 화면의 가로 길이는 보통 82~86cm 사이이고, 40인치의 경우 약 90~100cm, 46~50인치는 약 110cm 정도다. 이 길이는 같은 크기의 화면이라 해도 아우터베젤의 두께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자기가 사용하고 있는 제품의 가로 길이를 측정해 보고 이 길이에 맞는 제품들을 1차로 골라 두면 선택이 쉽다.
남 : 크기는 그렇다 치고, 그다음은? 물론 좋은 제품이 더 비싼 건 당연하지만, 가성비도 있고 선호도도 무시할 수 없지 않나. 네가 사줄 게 아니라면 어서 내게 맞는 제품을 골라 달라.
정: 좀 더 예의를 갖춰 질문해라. 언제나 그렇듯 IT 제품에 ‘싸고 성능 좋은’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사운드바 제품들의 성능은 음향 기술의 상향평준화로 특별히 값비싼 제품이 아니라면 1~2만 원의 가격 차이를 귀로 구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운드바에는 대형 유닛이 들어갈 수 없는 만큼 좋은 소형 유닛이 어떻게 배치돼 있고, 출력은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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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화면의 가로 길이와 사운드바의 길이를 반드시 맞춰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가로 길이보다 짧거나 긴 제품을 선택해도 상관없다. 다만 기자의 경험상 가로 길이와 사운드바의 길이는 비슷한 것이 가장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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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 제원에 적혀 있는 ??Hz 표기를 말하는 건가? 그 숫자는 그냥 높으면 좋은 것 아닌가?
정 : 음향기기에 적혀 있는 Hz는 주파수의 특성으로, 어느 영역까지의 소리를 고르게 내줄 수 있는지에 대한 표기다. 이것도 중요하긴 한데, 더 중요한 건 역시 출력이다. 대부분의 사운드바 스피커는 50W 이상이고, 고가 제품의 경우 서브우퍼를 포함해 300W 이상의 출력을 내주기도한다. 그런데 사실 가정에서 볼륨을 최대한 키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 출력이 무조건 높은 제품만을 선호할 필요는 없다. 사용 거리가 짧게는 1m, 길어도 5m 정도인데, 유닛 당 출력의 합이 100W 정도라면 거리에 관계없이 음량이 작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남 : 화면의 가로 길이에 맞춘 적당한 출력의 제품이라… 이렇게 선별해도 아직 선택의 폭이 넓다. 예상 가격대를 기준으로 한 번 더 거르면 되겠지만, 아무래도 내 성격상 가격보다는 성능으로 제품을 고르고 싶다. 좀 더 자세한 선택 기준은 없을까?
정 : 그 다음은 역시 기능이다. 너처럼 제구실을 못 하는 저가형 제품이 있는가 하면, 몇몇 고가 제품들은 지원하는 기능이 많다. 유선 연결은 기본적인 AUX 단자나 광케이블로 연결할 수 있는지 보고, 블루투스와 같은 무선 연결을 지원하면 TV와 더불어 모바일 기기를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스피커가 하나라고 한 제품하고만 연결해 사용하는 건 아니니까. 이는 집에서 사용하는 블루투스 지원 스피커와 같은 기준으로 보면 된다.
남 : 내가 쓰는 TV는 관계없는 문제이긴 한데, 어떤 TV나 모니터는 스탠드의 크기가 커서 화면 아래에 스피커를 배치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사운드바가 적절치 않은 건가?
정 : 보통은 화면 아래에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상황에 따라 위치를 달리 해도 된다. 몇몇 제품들은 벽에 장착할 수 있도록 나사와 브라켓을 제공하기도 하고, 브리츠 BZ-T3710의 경우는 제품 가운데를 나눠 양쪽에 스탠드 스피커 형태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기도 했다. TV 바로 위쪽 벽에 부착해 사용해도 된다. 적어도 너보다 스피커 만드는 업체가 똑똑하다는 선입견을 가져도 좋다.
남 : 알았다. 말투는 마음에 안 들지만 몇몇 기준을 가지고 찾아보니 내 상황에 딱 맞는 제품이 몇 개 눈에 띈다. 출력도 적당하고 길이도 내 TV 가로 길이에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겠다. 고맙다는 인사는 치킨으로 대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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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드바에 사용되는 유닛은 제품의 특성상 크기가 작을 수밖에 없어, 일정 출력의 유닛을 여러 개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용하는 유닛의 크기나 출력은 제품마다 조금씩 다르고, 제품 중앙에 서브우퍼를 내장하는 경우도 있다.
■ Sound Bar, 공간 활용에 최선
▲ 스피커 상하 길이가 35mm에 불과한 LG전자의 NB4530A 사운드바는 마치 TV 아래에 없는 것처럼 작은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작아도 출력은 서브우퍼 포함 310W다.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눈 뒤, 친구는 다음날 20만 원대 가격의 사운드바 하나를 주문했다. 크기와 디자인은 물론이고 음량과 음질도 생각보다 만족스럽다는 것이 간단한 사용기였다. 무조건 비싼 제품이라 해서 그 값어치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그 제품을 만족스럽게 사용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가장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사운드바도 마찬가지로, 가격이나 환경을 배제한 채 무조건 음질만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쉽지 않은 제품이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나 찾아 헤매는 최고의 가성비를 염두에 둔다면, 성능과 더불어 공간 활용 효과까지 볼 수 있는 사운드바는 음향기기 시장의 새로운 대세가 될 준비가 돼 있는 훌륭한 대안이다.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정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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