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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진에 찌든 느림의 미학, 아날로그로 살려보자

다나와
2017.01.13. 10:59:21
조회 수
 6,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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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10

 

사진은 흔히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좋은 빛을 담는 순간을 포착한 뒤 피사체를 결정하고 구도를 잡아 셔터를 누른다. 간단하다면 간단한 메커니즘이지만 정답 없이 스스로 의미를 찾기 위한 숙제를 끊임없이 내주는 게 사진의 세계다. 설령 그 결과물이 모두를 납득시킬 수 없다 하더라도 이를 기록하기 위해 고민한 자신을 위로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적어도 신나게 필름을 돌려가며 사진 찍던 과거에는 그랬다. 필름이 비쌌으니까.
 
물론 디지털이 주가 된 지금도 사진은 신중하고 즐거운 과정이다.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아버지께서 가지고 놀라며 손에 쥐여 준 니콘 F3를 쓰던 손놀림이 아직 남아 있는 필자는 물론이거니와 이 땅에 수많은 사진사도 순간순간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들고 셔터 버튼을 누르고 있을 것이다.

 

 

▲ 사진도 디지털이 주가 되면서 소장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듯한 분위기다. 

반면, 인화된 사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 로모그래피)
 

메모리 용량이 가득 차는 그 순간까지 셔터를 누르고 잘 나온 듯한 이미지만 추려 기록, 공유하는 디지털 사진. 문명의 혜택이자 이기(利己)이기도 하다. 사진 한 장을 위한 노력보다 결과에 집착하는 모습을 자주 봤기 때문일까? 아무렇지 않게 사진을 찍고 마음에 안 든다고 지운다.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쓰라고 있는 것, 그 혜택을 누리는 것도 우리 몫이다.”라고.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무작정 ‘하나만 걸려라’라며 신나게 셔터를 누른다면 그것 또한 슬픈 일 아니겠는가? 가끔은 한 장씩 기분을 내는 여유도 필요하다. 요즘 옛 사진의 감성을 찾는 사진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그래서 특별히 한 개만 빼고 감수성 폭발시킬 아날로그 카메라를 골라봤다.

 

진짜 필름을 넣고~ 머리로 계산하며 찰칵! 니콘 FM2

 

요즘 카메라들은 정말 대단하다. 촬영하고 싶은 곳에 렌즈를 가져가면 스스로 좋은 사진을 기록해준다. 감추고 싶은 비밀(잡티)도 알아서 숨겨주고, 옛날 맛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럴듯하게 그때 그 시절의 흉내도 낸다. 노출이 과한지 부족한지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카메라가 알아서 해주니 말이다. 심지어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마저도 스스로 알아서 챙겨준다. 우리는 그저 화면 한쪽 구석에 있는 동그란 셔터 아이콘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자동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래도 혹여 스스로 사진을 쟁취하고 싶은 진취적인 사진사가 종종 있다. 조금 더 진지하게 사진을 촬영해 보고자 하는 욕구가 타오르는 경우다.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렇다면 기왕 제대로 배울 사진이라면 수동 카메라로 빅픽처를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니콘 FM2는 훌륭한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니콘 FM2. 1982년에 탄생한 이 카메라는 수많은 사진사의 손을 거치면서 ‘명기’로 추앙받는 몇 안 되는 카메라다. 이 물건을 손에 쥐는 순간 35년간 거친 그들과의 추억을 공유하게 되는 셈(…)이다.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이 카메라는 수동 카메라에 입문하는 사진가들에게 교과서적인 존재 중 하나로 열심히 한 장씩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어느새 프로 못지않은 사진을 기록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카메라는 모든 것을 수동으로 해야 한다. 초점은 기본이거니와 노출부터 셔터 속도, 조리개 등 모든 과정을 직접 계산해 담아야 한다는 이야기. 처음부터 자동에 찌든 상태에서 처음 촬영하면 아마 새까맣거나 새하얀 사진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노출을 스파르타식으로 배워 나갈 수 있다. 돈은 새 나가겠지만.
 
니콘 FM2는 현재 새 제품은 없고 오로지 중고로만 존재한다. 대략 30만 원대에서 구할 수 있기에 수동 카메라 입문용으로 쓰인다. 당연히 렌즈는 따로 구해야 한다. 특징으로는 1/4,000초의 셔터 속도와 내 마음대로 노출 시간을 결정하는 벌브 촬영 기능이다. 벌브는 셔터를 누르고 떼는 순간까지 촬영이 가능한 기능이다.

 

토이카메라의 즐거움을... 로모 다이아나 미니

 

하나하나 계산하며 촬영하는 것이 어렵다고? 아무 생각 없이 필름이 주는 진득한 감수성만을 즐기고 싶다면 토이 카메라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그렇다면 로모를 추천한다. 간편하게 들고 다니며 촬영할 수 있지만, 특유의 진한 감성이 일품이다. 특히 다이아나 미니는 가격도 5만 원대로 저렴해 필름 가격만 감당할 수 있다면 취미로 즐기기에 ‘딱 좋아!’라고 말하고 싶다.

 

카메라 자체는 정말 단순하다. 셔터만 눌러주면 되니까. 하지만 그 깊이는 헤아릴 수 없다. 자동인 듯하지만, 프레임을 여럿 겹쳐 독특한 사진을 기록하는 다중 노출도 되고, 필름 구매 비용을 줄여 헝그리하게 취미를 즐기고 싶다면 필름의 절반씩 촬영하는 하프 프레임을 써도 된다. 필요하면 장노출로 빛의 궤적을 그려도 되고 이런 사진들을 담을 사진첩까지 덤으로 주니 이보다 알찬 구성은 없을 듯하다.
 
렌즈는 초점거리 24mm 사양으로 기본 장착되어 있는데, 별도 판매하는 여러 렌즈 어댑터로 다양한 느낌을 주자. 광각도 있고 접사도 있고 망원도 있다. 게다가 가격도 3만~5만 원대 사이로 저렴한 편이니 한 개 정도 구해서 친구나 사랑하는 연인끼리 즐거운 추억을 남겨보자. 인화해서 선물로 주면 더 좋고.

 

가난한 자의 로모, 홀가 135BC

 

사진 주변부로 갈수록 어두워지는 효과가 인상적인 로모(LOMO)라는 카메라가 있다. 독특한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 쉽게 접근하긴 어려운 물건이었다. 지금 수백만 원짜리 카메라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지만, 호랑이 담배피고 놀던 시절엔 로모도 비쌌다.

 



때문에 인터스텔라로 유명해진 문구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처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저렴한 카메라를 향한 욕망을 불태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찾은 해답이 홀가. 중국 카메라 브랜드인 홀가는 1980년대부터 로모스러운 카메라를 만들어왔다. 때문에 서민의 로모 또는 가난한 자의 로모라고 불리며 나름대로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작인 친구도 기능은 정말 단순하다. 초점도 딱 4단계만 지원하고, 좋은 날씨 또는 구름 낀 칙칙한 날씨 둘 중 하나만 골라 촬영하면 된다. 그래도 장노출을 지원하니 야간에 흥미로운 사진을 찍을 수는 있겠다. 그러나 가격대비 구성은 조금 부실한 점이 없진 않다.

 

즉석 사진의 대명사 인스탁스, 아날로그 감수성 입문에 딱!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진이 짜잔! 즉석 사진의 매력은 바로 셔터를 누른 이후 촬영한 사진을 바로 볼 수 있는 것과 동시에 간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혼자이거나 친구들과 함께이거나 상관없다. 셔터를 누른 그 시간과 공간의 추억을 공유하는 것에는 변함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간직한 사진은 지갑에 넣어 다녀도 좋고, 작은 사진첩을 하나 구매해 담아둬도 좋다. 어떤 방법으로든 즉석 사진은 디지털이 줄 수 없는 가치를 전해줄 것이다.
 
흔히 즉석 사진하면 인스탁스를 떠올린다. 즉석카메라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제품으로 손꼽히는데, 구하기 쉽고 가격대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색다른 사진의 세계에 발 들이기 좋다. 워낙 종류가 다양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를 얻고 있다.

 


 
옛 인스탁스는 정말 기능이 별거 없었다. 그냥 전원을 켜고 충전되기를 기다린 다음, 날씨에 따라 다이얼 돌리고 셔터 누르면 끝이었다. 정말 재미없는 구조다. 그래도 사진이 혓바닥 내밀 듯 쭉 나온 뒤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순간을 기다리는 쾌감 하나만 믿고 달렸다.
 
그런데 지금 인스탁스는 제법 똑똑해졌다. 셔터 한 번 누른 다음, 다른 곳에 가서 한 번 더 셔터를 누르면 그 두 장의 사진을 오묘하게 겹쳐주는 이중 노출을 넣었다. 이걸로 한 번은 나를 찍고 한 번은 친구나 연인을 찍으면 둘을 합친 흐뭇한 사진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커플이 사진 찍어달라며 솔로 염장 지를 필요도 없이 둘만의 추억을 셀프로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게다가 접사도 되고 아이들이나 친구들을 기가 막히게 포착하는 키즈/파티 모드도 있다. 오호라~
 
아, 참고로 인스탁스는 일반 필름이 아닌 전용 필름을 쓴다. 대부분 인스탁스 필름은 10장이 한 카트리지에 들어 있는 패키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가격은 종류에 따라 5,000원 대에서 1만 원까지 다양하다. 취향껏 고르자.

 

아련한 느낌의 사진에 감수성 폭발!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즉석 사진은 인스탁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토이카메라의 대명사, 로모에도 즉석카메라가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때문에 인스탁스가 너무 흔하다면 이쪽을 노려도 좋다. 워낙 다양한 디자인과 구성을 갖추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이건 반대로 나만의 특별한 로모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의미. 이걸 들고 나가 사진을 찍고 동시에 주변의 신비한 시선도 느낄 수 있으니 1+1 같은 느낌적 느낌!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은 최신 즉석카메라로 다른 로모와는 다른 클래식한 맛이 있다. 또한, 인스탁스 필름을 쓰면서도 인스탁스와 조금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즉석 사진이지만 로모 특유의 맛과 향을 잘 불어 넣었다. 여기에 구성에 따라 컬러필터로 기분도 낼 수 있으니 남들과 다른 즉석 사진을 갖고 싶을 때 알맞다.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잇힝~.
 
사진을 담는 즐거움? 당연히 있다. 인스탁스는 노출 합성이 두 번만 되지만 이 녀석은 무한대로 된다는 부분이 특징. 이것저것 열심히 찍어 합치면 완전 독특한 나만의 사진을 완성할 수 있다. 자동과 최대 30초 노출이 가능하고 자동 셔터이니 무슨 짓을 해도 깔끔한 추억을 남긴다. 왜인지 혼자나 둘보다는 단체로 놀러 가 추억을 남길 때 좋을 듯한 느낌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오묘한 조화, 폴라로이드 스냅 터치

 

이렇게까지 아날로그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나는 디지털 문명의 혜택을 온몸으로 누리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당히 타협해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모두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어떠한가? 폴라로이드 스냅 터치가 그 대안이다. 어떻게 보면 옛 즉석 사진의 고유명사 같은 존재였으나 2001년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파산했다. 디지털 시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이유였다.

 


 
아무튼, 그랬던 폴라로이드는 아직도 건재하다. 주인은 다르지만, 특유의 감성이 있기에 지금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 그러나 단순히 추억팔이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과의 과감한 포옹을 택했다. 디지털카메라처럼 생겼는데 찍으면 바로 사진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하이브리드 카메라일까?
 
폴라로이드는 사진이 비교적 선명한 편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수성은 덜 다가올 수도 있다. 그걸 생각했는지, 카메라에 흑백과 세피아 같은 효과를 더했다. 게다가 뒤에 3.5형 액정도 있고 셀카 촬영도 된다. 1,300만 화소 사진에 동영상까지 기록할 수 있으니 기똥찬 물건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스마트폰 앱도 있는데 이걸 쓰면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인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허허... 디지털 문명의 혜택과 아날로그의 감수성을 모두 경험 가능하다니. 대신 지금껏 소개한 녀석들과 비교하면 몸값(약 28만 원대)이 제법 나간다.

 

각박한 일상에 찌든 당신의 감수성, 사진으로 세탁하자

모든 것이 디지털인 시대. 우리는 지금까지 빠르고 편한 것을 추구하며 많은 기술의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여유를 잃어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진도 마찬가지 아닐까? 많은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흔히 쨍하다고 하는 선명한 결과물에 빠르고 가벼운 카메라와 렌즈를 선호한다. 장점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연스레 추억을 담을 수 있게 됐으니. 대신 한 장의 사진을 기다리는 여유와 설렘은 잃어버린 듯하다.

 

  

이제라도 필름과 즉석 사진을 찾는 것은 지금까지 쫓겨 온 사람들의 마음이 쉴 곳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선명하고 빠르지는 않지만, 여유와 설렘은 그 무엇에 뒤지지 않으니까. 여기에 친구와 연인, 가족들과 나눌 색다른 경험은 덤이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doil@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강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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