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은 이름이 노골적이다. 무인(無印)은 ‘브랜드가 없다'라는 뜻이고 양품(良品)은 ‘품질이 좋은 제품’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MUJI라는 상표로 진출했는데 일본어로 첫 발음인 무지(無)를 영어로 표기한 브랜드명이다.
무인양품은 1980년 일본의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유'의 자체 브랜드로 탄생했다. 우리 근처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형 마트나 편의점 등이 만드는 PB상품들이다. PB상품의 컨셉트는 대부분 비슷하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비슷한 소재나 성분의 제품을 공장에서 만들어 브랜드를 빼고 마케팅비를 절감해 저렴하게 파는 거다. 즉, 제품의 본질만 가져오고 부수적인 부분은 삭제한 제품이다. 무인양품의 시작도 같다. 40개 정도의 품목을 브랜드 없이 판매하는 소규모 잡화 브랜드였다. 무인양품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백엔샵과 함께 꾸준한 성장을 했다. 일본에 닥친 장기불황 때문에 저렴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 매출 440%, 영업이익 1만 700%라는 엄청난 성장을 기록한다. 그러나 2001년 들어 38억 엔(약 380억 원)의 적자를 냈다. 해외 브랜드의 공세와 더불어 무인양품 매장이 너무 많아지면서 불친절하고 복잡하며 특징 없는 브랜드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적자로 인해 '마쓰이 타다미쓰'가 사장으로 취임하게 되고 그의 주도로 무인양품은 '구조화' 작업에 돌입한다. 1994쪽에 달하는 13권짜리 매뉴얼 '무지그램'을 제작했다. 매장 직원들은 소비자의 반응이나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본사에 보고하도록 했고 이를 바탕으로 무지그램은 계속 업데이트됐다. 무지그램에는 브랜드 컨셉트나 경영 철학은 물론이고 광고 문구, 태그 구성, 마네킹 옷 입히는 법까지 적혀 있다. 심지어 직원들 동선가이드까지 모든 것이 적혀 있을 정도다. 일본이라는 관료주의적 사회의 통일성과 규격화를 완벽하게 재현한 게 무인양품이었다. 무지그램을 제작한 이후로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2005년에는 1401억 엔의 매출을 기록했다.
무인양품의 컨셉트는 무제한적으로 확장하며 지금은 전세계 750개가 넘는 매장에서 7500개가 넘는 상품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무인양품이 만든 조립주택, 호텔, 오두막, 카페, 레스토랑까지 나올 정도로 무인양품 스타일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무인양품 디자인은 왜 뜰까?
무인양품의 디자인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까지 뺀 디자인'이다. 미니멀리즘이라는 디자인 유행에 가장 근접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무인양품의 디자인은 특정한 사용자층을 겨냥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제품이 캐릭터나 화려한 장식이 없고 특정 계층이 선호하는 색상이 없다. 대부분 무채색에 베이지톤이나 흰색, 회색을 즐겨 쓴다. 로고도 없고 타이포도 절제한다. 그래서 제품을 한꺼번에 구입하지 않고 몇 년에 걸쳐서 구입해도 대부분의 제품이 튀지 않고 서로 잘 녹아 든다. 몇 개의 서로 다른 회사 제품만 사도 혼란으로 가득 차는 것과는 달리 무인양품 제품들은 의류부터 가구, 생활용품까지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기저를 흐르는 컨셉트는 동일하기 때문에 통일성을 준다. 그래서 한번 무인양품 제품을 사면 계속해서 무인양품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이한 점은 무인양품은 자신의 제품을 직접 개발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타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각각의 제품 개발 전문성을 살리되 무인양품의 의도에 맞는 제품을 디자인, 개발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위해 무인양품은 외부 디자이너 고문위원단을 구성하고 있다. 하라 켄야, 고이케 가즈코, 후카사와 나오토, 스키모토 다카시로 구성된 네 명의 세계적 디자이너는 무인양품에 맞는 제품을 기획하고 컨셉과 아이디어를 생산업체와 공유한다.
특히 일본을 중심으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가 유행하며 튀지 않고 최소한의 소재와 색상으로 제품의 본질만 제공하는 무인양품의 디자인이 크게 각광받기 시작했다.
기자가 추천하는 무인양품은?
무인양품은 생활잡화 브랜드에 가깝다. 가전제품도 만들기는 하지만 대부분 소품 위주다. 그래서 주방가전 제품이 많지는 않다. 다만 일본 무지에는 주방가전이 꽤 많다. 다만 협소한 일본 주방에 맞는 제품이 많기 때문에 국내 주방 트렌드와 맞지 않아 국내는 일부 소품만 수입되고 있다.
▶ 전기 주전자
무인양품 제품답게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부드러운 유선형에 하얀 색상의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다. 마치 물 대신에 우유가 나올 듯한 디자인이다. 내부는 스테인리스다. 기능은 아주 단순하다. 물을 끓이는 기능만 있다. 500ml 용량으로 용량도 작고 물을 끓이는 시간도 느리다. 컵 한 잔을 약 80초에 끓일 수 있다. 본체에는 물을 끓이는 스위치만 있으며 안전을 위해 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급수락' 스위치가 뚜껑에 붙어 있다. 가격은 80,100원.
▶ 토스터기
전기 주전자와 세트로 있으면 어울리는 토스터기. 전기 주전자와 똑같은 재질, 색상이다. 기능은 역시 단순하다. 두 개의 식빵을 한꺼번에 데울 수 있으며 다이얼로 온도를 6단계로 설정 가능하다. 냉동빵을 해동하는 옵션이 있을 뿐 다른 기능은 없다. 사실 토스터기에 더 이상의 기능이 있는 것도 불필요하긴 하다. 다만 토스터기 뚜껑이 없어 미사용시 먼지가 들어가기 쉬운 구조인 것이 아쉽다. 가격은 74,700원.
▶ 주서 믹서기
역시 전기 주전자와 토스터기와 깔 맞춤 상품이다. 디자인은 정말 심플하고 아름답지만, 기능은 단순하며 성능도 평균 이하다. 일반 믹서기를 생각하면 안 된다. 생과일 정도만 믹서가 가능하고 얼음을 가는 용도로 써도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육류나 채소를 다지는 용도로 써도 안 된다고 주의사항에 적혀 있다. 서브 용도로 사용하는 게 좋다. 믹서기가 서브용도가 필요할까 싶지만. 가격은 80,100원.
▶ 핸드믹서
역시 단순한 디자인과 단순한 기능을 지원하는 핸드믹서다. 속도는 2단계다. 1단계는 분당 500회, 2단계는 분당 900회다. 그게 전부다. 디자인 컨셉이 유사하고 다른 무인양품 제품들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적합하다. 국내 가격은 74,700원
▶ 공기청정기
일본판 무인양품에는 가전제품이 더 많이 있다. 심지어 전자레인지, 냉장고, 밥통까지 내놓고 있다. 그중 공기청정기는 PM2.5의 초미세먼지를 잡아주고 냄새도 잡아주기 때문에 주방에 놓기 좋다. 위에 소개한 제품들과 디자인도 비슷해서 '깔맞춤'용으로 좋다. 하지만 가격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특히 일본 가격에 비해 국내 가격이 30% 정도 비싸다. 국내 가격은 55만 원
A/S는 어떨까?
무인양품 매장은 전국에 많이 산재되어 있기 때문에 A/S가 원활한 편이다. 물건의 영수증만 있으면 전매장에서 A/S 접수가 가능하다. 다만 구매내역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는 A/S가 불가능 하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경우는 카드결제 내역과 정보가 남기 때문에 영수증이 없어도 괜찮다. 대신 온라인 매장 고객센터를 통해서만 A/S가 가능하다.
무인양품은 전세계에 매장이 있기 때문에 관광차 갔다가 해외에서 구매를 하는 경우가 있다. 또 일본 매장에 비해 한국 매장 가격이 비싼 제품이 많기 때문에 구매대행으로 구매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일본 제품은 대부분 110V 전용이기 때문에 별도의 변압기를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또, 해외 구매한 제품은 해당 나라에서만 A/S가 가능하다. 따라서 현지 매장으로 보내야 하는데 절차가 까다롭다.
영수증만 있다면 보상 체계는 가장 훌륭한 브랜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제품은 1년 이내 제품은 무료 수리 및 새제품으로 교환해 주고, 1년 이상 된 제품은 유상 수리나 감가상각을 고려해 새 제품으로 보상 교환해 준다. 그러나 대부분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는 방식을 많이 쓴다.
기획, 편집/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강혁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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