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시즌을 상반기(1~6월)와 하반기(7~12월)로 나누어 보았다. 상반기는 하반기보다 낚시 여건이 녹록지 않다. 일 년 중 수온이 가장 낮은 영등철(음력 2월)은 저수온기가 끼어 있어 겨울 한파 및 주의보가 잦다. 이른 봄에는 잦은 대류 현상으로 해무 끼는 날이 많고, 하층 수온도 낮아서 대상어가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시기에 잘 낚이는 대상어들이 있다. 지금부터 찬찬히 알아보자.
영등철
음력 2월을 영등철 또는 영등달이라 부른다. 양력으로는 보통 3월경에 해당하며 이 시기는 연중 수온이 가장 낮고 바람이 많이 분다. 영등철이라는 말은 영등할미의 전설에서 시작된 것으로, 영등할미는 어업과 농사를 관장하는 바람의 신에 해당한다. 영등할미는 매년 음력 2월 초하룻날 내려왔다가 스무날쯤에 올라가는 것으로 여겼는데, 영등할미가 지상에 머무는 동안은 바람이 거세어 민가에서는 정화수를 떠 놓고 빌거나 영등제를 올리는 등 평안을 기원했다.
얼음낚시의 대표 어종 빙어와 산천어
▲ 빙어낚시 성지라 불리는 강원도 지촌리
빙어낚시와 산천어 낚시 시즌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은 강원도다. 화천, 춘천, 인제 등에서 시작돼 경기권으로 이어지고, 이후 충청권과 경상도권으로 확대되었다가 2월에 마무리된다.
▲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얼음낚시(위), 빙어로 만든 도리뱅뱅이(아래)
빙어와 산천어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축제장에는 텐트를 비롯해 거의 모든 장비를 대여해 주기 때문에 낚시에 문외한인 사람도 문제없다. 다만, 2월 이후 해빙기 때는 조심해야 한다. 특히, 낚시 금지구역을 비롯해 얼음 두께가 약 15cm 이하로 의심되는 저수지 또는 검증되지 않은 곳에서의 낚시는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낚시는 조과(낚시 성과)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우선임을 잊지 말자.
겨울 하면 감성돔 낚시
▲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
겨울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감성돔 낚시가 빠질 수 없는 법. 특히, 가거도, 추자도, 거문도로 대변되는 빅3 원도권에서의 감성돔 낚시는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려는 꾼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 겨울하면 떠오르는 감성돔 낚시(위), 겨울에 최고인 감성돔 회와 가거도의 소박한 밥상(아래)
비록, 빅3 원도권이 접근성이 떨어지고 척박한 갯바위 환경이지만, 해상 날씨만 양호하다면 대물 감성돔 손맛을 볼 확률이 매우 높다. 그 때문에 겨울 낚시하면 감성돔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불볼락(열기) 외줄낚시
▲ 여수 백도 해상에서 펼쳐지는 열기 낚시
어한기는 그야말로 고기가 안 잡혀 그물이나 정비하는 날이다. 영등 할머니가 온다는 이 시기는 해마다 구정 때부터 시작돼 3월까지 이어진다. 대략 2~3월에 해당하는 영등철은 어지간한 낚시꾼도 쉬어 갈 만큼(본인도 ^^;) 빈작(빈 바구니)이 보장되는(?) 시즌이다. 이유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수온 때문. 하지만 냉수성에 강한 어종은 여기서 제외가 된다. 이를테면, 열기라 불리는 불볼락이 그러하다.
▲ 겨울에도 조과(낚시 성과)가 좋은 열기
사실 열기 낚시는 대부분 선상낚시를 하는데 그것도 먼바다로 나가 수심 약 40~60m를 두드리는 심해 외줄낚시로 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다른 어종을 잡으러 간 꾼들은 빈작을 면치 못해도 열기를 노리고 간 꾼들은 반찬감 장만을 톡톡히 해오곤 한다.
1~3월은 학꽁치를 위한 시즌
▲ 겨울에서 봄 사이 가장 맛이 좋은 학꽁치
등푸른생선인 꽁치 말고, 흰살생선에 속하는 학꽁치가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 잡히지만, 1~3월만큼은 포항 등 동해 남부권에 집중된다. 게다가 이 시기에 잡힌 학꽁치가 맛도 제일이다.
▲ 학꽁치 회
포항, 울산 등지의 방파제라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이 학꽁치다. 그런데 학꽁치를 낚기 위한 최우선 조건은 좋은 날씨와 잔잔한 바다다. 학꽁치는 방파제 낚시로 유명하지만, 포항 구룡포에는 선상낚시도 있다. 이 시기에는 고등어와 함께 잡혀 재미를 더한다.
3~4월 하면 도다리 낚시
▲ 봄소식과 함께 찾아오는 도다리 낚시
우리가 도다리라 부르는 어종의 실제 명칭은 ‘문치가자미’다. 도감 상에 표기된 표준명 도다리가 있기는 하나 깊은 바다에 살기 때문에 낚시로는 잡을 수 없다. 어쨌든 일반적으로 도다리라 하면 대부분 문치가자미를 뜻하는데 3~4월이 시즌이다. 맛이 가장 좋은 제철과 (낚시)시즌은 일치할 수도 있고,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도다리의 경우는 살짝 어긋나 있다.
▲ 즉석에서 썰어 먹는 도다리 회(위), 향긋한 도다리쑥국(아래)
3~4월은 도다리가 잘 잡히는 시기며, 제철로 가는 시기다 보니 회 보다는 쑥국이 별미다. 3월은 진해만을 비롯해 경남권, 포항권을 중심으로 행해지며, 4월부터는 목포를 비롯해 전남권으로 확대된다. 도다리 회의 진정한 맛은 5월 이후다.
4~5월에는 임연수어
▲ 동해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임연수어 낚시
이르면 3월부터 잡히기 시작하는 임연수어(선상)가 4월부터는 내만으로 들어와 방파제권으로 확대된다. 주요 산지는 강릉, 양양, 속초, 고성이다. 이때 잡히는 임연수어는 기름지고 맛이 있을 뿐 아니라 한두 마리 잡히기 시작하면, 단시간 내에 타작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 황금빛을 두른 임연수어구이
하지만 임연수어는 매해 4~5월이면 꼬박 들어오는 어종이 아니다. 해마다 들어오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며, 어떤 해는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거나 아예 시즌 없이 지나가기도 하니 현지 조황을 살피고 와야 헛걸음을 하지 않는다.
5~6월은 서해 시즌 개막! 그리고 광어 다운 샷(리그)
▲ 봄이 완연할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광어 다운 샷(리그) 시즌
서해는 남해나 동해보다 시즌이 늦게 시작된다. 4월의 육지는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서해는 여전히 차디찬 겨울 바다다. 서해 시즌이 제대로 열리려면 5월은 돼야 한다.
▲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아는 광어 가스
광어 다운 샷(리그)을 비롯해 우럭 선상낚시도 이때를 기점으로 활발해지는데 광어의 경우 5~6월이 되어야 3kg 이상 나가는 대광어를 잡을 수 있다. 7~8월은 상대적으로 씨알이 잘다. 광어 다운샷은 주로 충청권과 전북 군산권에서 주로 행해진다.
이 시기, 낚시하는데 주의할 점이 있다면?
▲ 추운 날씨 속에서 낚시하기 위해서는 방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앞서 서두에도 말했지만, 1~2월은 강추위와 주의보가, 3~4월은 꽃샘추위와 잦은 대류 현상으로 여전히 바닷가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체감 온도가 낮다. 방한 대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고생은 불 보듯 뻔한 법. 고어텍스 방한 슈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온몸을 잘 감싸고 보온 효과가 뛰어난 소재의 낚시 의류, 없으면 아웃도어 의류를 활용해도 된다. 귀마개와 넥워머, 핫팩, 내복, 내피, 남성용 레깅스 등을 잘 활용해 방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기온을 보고 옷을 갖출 때는 늘 새벽 최저기온을 봐야 하는데, 주로 아침에 출조가 잦기 때문이다. 가령, 육지 온도가 새벽에 영상 5℃라면, 바닷가는 별다른 표기가 없어도 -5℃ 정도는 빼야 한다. 이유는 항시 부는 바닷바람 때문에 체감 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충남의 어느 해안가 지역이 영상 5℃라면 실제로는 0℃에 가까운 체감온도이므로 이러한 온도에 견딜 수 있는 방한 대비를 세워야 한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체감 온도가 0℃라면 출조를 삼가는 편이다. 혹시라도 낮 기온이 영상 8℃까지 오르고 바람이 약 7~8m/s 이하라면 출조해볼 만하다.
▲ 악천후와 해상날씨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 주의할 점은 해상날씨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고(파도 높이)가 약 1.5~2m 이상으로 예보되면 그날은 선상낚시를 삼가는 것이 좋다. 갯바위나 방파제 낚시도 파고가 약 1~1.5m 이하가 좋다. 마지막으로 구명복과 장갑, 낚시 장화 및 갯바위 단화 등은 꼭 챙기도록 하자.
추천하는 낚시 장비 세트는?
▶ 얼음낚시
▲ 바낙스 카이젠 아이스-R 빙어 전동릴
빙어뿐 아니라 산천어(송어)까지 전동릴로 컨트롤하는 미니 낚싯대다. 초리 휨새가 낭창해 입질 신호가 뚜렷하고, 감도가 예민하며, 휴대성이 좋아 빙어낚시 마니아들로부터 인기가 있는 제품이다.
▲ 버클리 LX 얼음낚시 콤보 낚시대 세트 <출처: www.valley-outdoors.com>
대와 릴이 함께 구성된 세트지만 빙어 전용대라는 점에서 입문자가 쓰기에 좋다.
▶ 바낙스 갯바위 낚시 세트 1호대
필자는 감성돔 낚시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고급 낚싯대를 권장하지 않는다. 초릿대가 쉬이 부러지기 때문에 얼마 못 가 이중 지출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저런 소품이 많은 갯바위 낚시 특성상 일일이 구매하기도 쉽지 않다. 비록, 전문가용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감성돔 낚시를 즐기고픈 이들에게는 부담 없는 가격에 필요한 구성품을 갖춘 세트를 권한다. 참고로 1호대로 구성된 바낙스 갯바위 낚시 세트는 앞서 소개한 임연수어와 학꽁치 낚시에도 쓰인다. 또한 방파제와 갯바위 낚시에 두루두루 활용하기 좋다.
▶ 용성 엑셀러 선상대 330
▲ 배낚시용인 용성 엑셀러 선상대 330 <출처: www.yong-sung.co.kr>
도다리, 보리멸, 감성돔 배낚시용으로 기획된 중저가 낚싯대다. 입문자 및 초심자가 부담 없이 사용하기에 좋다.
▶ 백경 모듬편대채비
▲ 백경 모듬편대채비는 대, 소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mall.fishingmap.co.kr>
선상에서 주로 쓰는 도다리, 가자미용 편대채비다. 원투 캐스팅용이 아닌 수직으로 내리는 선상용으로서 엉킴 없이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기획, 편집 / 김영성 popeye@danawa.com
글, 사진 / 김지민 news@danawa.com
(c)가격비교를 넘어 가치쇼핑으로, 다나와(www.danawa.com)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현재 쯔리겐 필드테스터 및 NS 갯바위 프로스텝으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