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엔 디자인에 치중한 패션 시계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엔 디자인보다는 좀 더 시계 본연의 가치에 중점을 둔, 그러면서 가격은 아주 착한 시계 브랜드들을 알아볼 참이다. 매일매일 부담 없이 막 굴려도 든든한 브랜드들을 찾아왔다. 원래 시계는 'made in SWISS'를 가장 알아주지만, 스위스 태생 시계는 비싸니까 이번 기사엔 차선책인 'made in JAPAN' 시계들이 많다. 요즘 같은 시기에 일본 제품을 소개한다는 게 껄끄럽지만 시계 브랜드를 소개하면서 언급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이해해주시길. 다음 클래스부턴 스위스 브랜드가 주를 이룰 테니까.
E-CLASS WATCH
스와치 (swatch)
이름에서부터 스위스 냄새가 폴폴 나는 스와치다. 시계 업계에서 스와치는 시계 브랜드 자체보다 여러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이 소속돼 있는 스와치 그룹이 더 유명하다. 스와치 그룹에는 브레게, 블랑팡, 오메가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티쏘, 미도 같은 중저가 브랜드, 지금 소개하려는 저가 브랜드 스와치까지 소속돼 있다. 브랜드 스와치는 저가 시계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런칭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계가 플라스틱 케이스에 실리콘 스트랩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점잔 떨 필요가 없으니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했다. 유명 디자이너나 타 브랜드, 캐릭터 등과 콜라보레이션 작업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한다.
▶ BLUE REBEL
바로 이런 시계가 스와치를 대표하는 디자인이다. 플라스틱 케이스에 실리콘 스트랩. 가볍고 심플한 쿼츠 무브먼트의 시계. 가격은 10만 원도 채 넘지 않는 9만 6000원.
▶ SWATCH TOUCH OLIVE
한때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렇게 생긴 터치 모델이 유행하기도 했다. 네모난 케이스의 디지털시계로 스포티한 느낌이 강한 모델이다. 요즘 많이 차는 피트니스 밴드스럽기도 하다. 당시엔 터치로 조작하는 방식도 상당히 획기적이었다.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 모델인데 인터넷 세상에선 뭐든 구할 수 있다. 10만 원대.
▶ SISTEM IRONY BRUSHED
2014년엔 스와치에서도 오토매틱 시계 시스템51을 출시했다. 그만큼 얇고 가벼운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인 듯. 가격도 비싸 봐야 20만 원대였다. 최근엔 메탈 버전인 아이러니 모델까지 출시해 언뜻 보면 꽤 그럴듯한 오토매틱 시계 브랜드 같다. 메탈 시계도 가격은 비싸 봐야 30만 원대.
루미녹스 (LUMINOX)
엄밀히 따지면 루미녹스도 스위스 브랜드다. 정통 스위스 워치 메이커라기보다 아웃도어 워치를 만들기 때문에 성격이 약간 다르다. 그렇지만 아웃도어 워치로서의 입지는 잘 다져놓았다. 미국 해군과 공군에서 이 루미녹스 시계를 사용한다니 말 다 했다. 루미녹스는 라틴어로 ‘밝은 밤’이라는 뜻이다. 이런 이름을 지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자체 발광 기술을 자랑하기 때문. 야광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발광하기 때문에 광원이 없어도 25년 동안 빛을 낸다고. 루미녹스 시계는 크게 바다, 하늘, 땅으로 카테고리를 나누는데 하나씩 살펴보자.
▶ SEA : NAVY SEAL 3500 SERIES
루미녹스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건 네이비실이라 불리는 미 해군 특수부대가 군용 시계로 채택하고 나서다. 모델명에 네이비실이 들어간 제품들이 있으니 고르는 건 어렵지 않다. 그중 가장 잘 팔린다는 3500 시리즈는 쿼츠 무브먼트에 카본 케이스로 단단한 생김새가 특징이다. 스트랩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라 아쉽다. 인덱스도 강렬하고 발광도 강렬해 어떤 환경에서도 시간을 읽기 어렵지 않겠다. 가격은 30만 원대.
▶ AIR : F-117 NIGHTHAWK 6420 SERIES
공군에서는 AIR 카테고리의 시계를 사용하겠지. 이 카테고리의 제품들은 전투기 기종을 본 따 모델명으로 만들었다. 소개하려는 건 F-117 나이트호크.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까지 사용해 네이비실보다 훨씬 더 견고하다. 자체 발광 캡슐도 더 잔뜩 사용했다. 그래서 가격도 차이가 크게 난다. 100만 원대. 밀덕이라면 추천한다.
▶ LAND : RECON TEAM LEADER CHRONO 8840 SERIES
정찰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리콘 시리즈는 가장 기능이 많은 모델이다. 알람 기능도 있고 크로노그래프까지 달려있어 다이얼 안이 복잡하다. 카본 케이스에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는 믿을만한데 러버 스트랩은 아쉬운 부분. 가격은 50만 원대.
카시오 (CASIO)
카시오는 거대한 그룹이다. 전자계산기부터 악기, 휴대폰까지 수많은 디지털 기기들을 제조한다. 그중에서도 손목시계는 가볍고 얇은데다 정확한 것으로 저명하다. 사실 카시오 안에서도 시계 라인업이 상당히 여러 갈래로 나뉜다. 고가 라인업인 오셔너스부터 우리가 잘 아는 지샥, 아웃도어 전문 프로트렉, 여성용 씬까지. 여기서는 카시오를 대표하는 격의 모델 세 개를 꼽아봤다. 모두 5만 원권 한 장이면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다.
▶ STANDARD MQ-24
수능 시계로 불리는 바로 그 시계. 기교 부리지 않은 심플한 디자인에 가볍고 얇아서 시계의 본질은 이런 것이다 하고 외치는 것 같다. 1만 원대 가격에 조용한 아날로그 시계, 큼직한 인덱스로 시인성도 좋아 수능시험장에 프리패스할 수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우레탄 밴드, 미네랄 크리스탈 글래스를 단 쿼츠 시계다.
▶ F시리즈 F-91W
지금부턴 디지털시계다. 91년에 탄생해 지금까지 꾸준히 잘 팔리고 있는 역시 심플하고 미니멀한 디지털시계 F-91W. 우레탄 밴드가 좀 약해서 그렇지 시계 자체의 방수 기능, 내구성 등이 뛰어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오죽 튼튼하고 정확하면 오사마 빈 라덴 등 중동 폭탄 테러리스트들이 사랑하는 모델이라고. 배터리는 무려 7년까지 보증한다. 가격은 1만 원대.
▶ DATA BANK CA-53W
카시오가 원래 전자계산기로도 유명한 브랜드라지만 손목시계에 계산기 기능을 넣을 줄이야. 81년 데이터뱅크가 등장하던 그 시절은 전자시계가 귀하던 시절이었다. 이 시계의 등장이 굉장히 센세이션했다는 것. 사칙연산을 하는 수준이었지만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거나 자랑하기엔 충분했다. 그 밖에도 전화번호를 저장할 수 있고 스톱워치, 알람, 듀얼타임 등 기능이 꽤 많다. 특히 CA-53W 모델은 백투더퓨처에서 주인공이 차고 있던 시계로도 유명하다. 가격은 2만 원대.
지샥 (G-SHOCK)
카시오의 자회사인데 카시오보다 더 잘 나가는 아이러니한 상황. 위에 소개한 카시오의 전자시계를 사려거든 지샥의 5600 모델을 사라고 낫다고도 한다. 카시오의 연구원이었던 사람이 충격에 강한 시계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내놓은 게 바로 지샥이라는 브랜드였다. 그 결과 10년 배터리 수명, 10기압 방수, 10m 높이에서 떨어져도 거뜬한 시계를 만들어냈다. 내구성이 워낙 좋아 군용시계로도 잘 나갔지만 요즘은 패션시계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마니아층이 두터워 한정판이나 콜라보레이션 모델은 프리미엄가로 재판매되기도 한다.
▶ Master of G
▲ 머드맨 GG1000, 레인지맨 GPRB1000TF, 그래비티 마스터 GRB100GB (좌측부터)
슈퍼히어로도 아니고 시계 모델명에 각종 맨이 등장한다.(최근엔 마스터라고 부르지만 맨이 더 입에 붙는다) 방진기능이 뛰어난 머드맨, 정글이나 밀림 같은 극한의 환경에 적합한 시계라는 레인지맨, 항공용 시계인 그래비티 마스터까지. 모든 맨들은 마스터 오브 G라는 컬렉션에 들어가 있다. 솔직히 말하면 기능이 과하지만 지샥의 매력과 기술력을 총망라한 제품을 하나 고르고 싶다면 이 컬렉션에서 고르면 쉽다. 가격은 30만 원대부터 10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 DW-5600
카시오 전자시계의 계보를 잇는 모델이다. 8만 원대로 저렴하지만 튼튼하고 정확하다. 다른 지샥 모델처럼 우락부락하게 케이스가 크지 않고 적당한 크기여서 부담이 없다. 초기 지샥 모델이 그랬듯 모서리가 깎인 네모 형태의 다이얼도 5600의 특징이다. 손목에 착 감기는 가벼운 데일리 워치를 찾는다면 추천. 컬러도 아주아주 다양해 고르는 재미가 있다.
▶ 빅페이스
▲ 최근 출시한 건담 40주년 기념 모델
모델명처럼 케이스가 커다랗다. 손목에 올리면 존재감이 확실히 남다르다. 컬러가 화려해 스트리트 패션에 잘 어울리는 모델이다. 같은 디자인 안에서 컬러 조합을 다르게 해 수많은 모델이 나온다. 물론 한정판과 콜라보레이션 모델도 많다. 특별히 기능을 따질 필요는 없는 모델이라 디자인만 생각해 고르면 되겠다. 가격은 10만 원대인데 잘 팔리는 컬러이거나 한정판일 경우 20만 원대로 뛴다.
시티즌 (CITIZEN)
카시오, 세이코와 함께 일본의 3대 시계 브랜드로 꼽히는 시티즌이다. 사실 이보다 윗등급으로 올라가도 될 브랜드인데 어쩐지 우리나라에선 세이코에 비해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고 있다. 디자인이 안습이라 그런가. 어쨌든 시티즌은 자체 기술력이 뛰어난 브랜드다. 기술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서 대표 모델보다도 대표 기술에 대해 설명해보려고 한다.
▶ 에코 드라이브
지금껏 소개한 시계들은 거의 다 배터리를 이용한 쿼츠 무브먼트를 사용했다. 시티즌은 에코 드라이브라고 불리는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 기술은 빛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시계를 작동시킨다. 다이얼 안에 태양전지판을 넣은 것. 약한 빛으로도 금방 충전돼서 아주 쓸만한 기능이다. 완충하면 6개월 동안 작동한다고. 덕분에 배터리를 갈지 않아도 되고 제조 과정에서 유해 물질도 사용하지 않아서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좋다.
▶ 라디오 컨트롤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기술이다. 전 세계 5개 나라의 표준 전파를 수신해 시간을 조정한다. 매일 새벽 2시마다 전파를 수신해 시계가 자체적으로 시간을 맞춘다. 때마다 크라운을 돌려 시간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얘기. 그보다 상위 모델은 위성 시그널을 수신받아 어디서든 정확한 시간을 맞추는 새틀라이트 웨이브라는 기술도 있다.
▶ 슈퍼 티타늄
메탈 시계는 무겁다는 편견을 벗겨준 기술이다. 티타늄이라는 소재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시티즌이 가공한 슈퍼 티타늄은 더욱 특별하다고. 시티즌의 슈퍼 티타늄은 스테인리스 스틸에 비하면 40%나 가볍고, 5배나 강하다. 메탈 시계에 기스가 나면 때깔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슈퍼 티타늄은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다. 물론 티타늄 소재를 사용한 경우 가격이 비싸지긴 한다.
기획, 편집/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염아영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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