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부터는 ‘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A 클래스 시계들이 등장한다. 자신이 가진 부를 과시하려면 이 정도 브랜드는 골라야 한다. 잘 나가는 힙합퍼들이 금장 롤렉스를 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힙합으로 자수성가했다는 걸 롤렉스 하나로 증명하는 셈이다. 앞으로 소개되는 시계들은 가격도 천문학적으로 높아질 테고 심지어 판매가가 비공개인 모델도 많아질 예정이다. 그럼, 아름다운 시계의 향연을 계속 이어 가보자.
A-CLASS WATCH
롤렉스 ROLEX
명품시계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 롤렉스가 등장했다. 브랜드가 가진 인지도에 비해 사실 역사는 아주 길지 않다. 1905년에 독일인 설립자 한스 빌스도르프가 스위스도 아닌 영국 런던에서 창립했다. 정통 스위스 브랜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후 스위스로 회사를 옮기고 엄연한 스위스 메이드 시계가 된다. 지금까지 핵심 디자인이나 기술력을 크게 손보는 일이 없는 아주 보수적인 브랜드 이미지로 스위스 고가 시계의 상징이 됐다.
롤렉스는 시계의 가치를 ‘정확성’과 ‘내구성’에 둔다. 휘황찬란한 디자인이나 뚜르비용이나 미닛 리피터처럼 아름답지만,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기술 등에 현혹되지 않는다. 때문에 불량품이 현저하게 적고, 오래도록 튼튼해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그래서 빈티지 시장도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롤렉스의 새 시계를 사려면 보통 1년은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빈티지를 노리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할 수도 있다.
▶ 오이스터 퍼페츄얼 Oyster Perpetual
오이스터는 롤렉스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방수, 방진 시계를 말한다. 케이스를 완벽하게 밀폐해 무브먼트를 보호하는 방식인데 현재까지 거의 모든 롤렉스가 이 오이스터 케이스를 사용한다. 또 퍼페츄얼하면 일반적으로 퍼페츄얼 캘린더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롤렉스에서의 퍼페츄얼은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단 모델을 통칭하는 단어로 쓰인다. 그러니까 오이스터 퍼페츄얼은 롤렉스에서 가장 기본적인 모델인 셈. 사이즈와 다이얼 컬러 등을 원하는 것으로 고르면 된다. 가격은 600만 원대.
▶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Cosmograph Daytona
롤렉스의 레이스용 시계다. 유일하게 크로노그래프 창이 달려있는 라인업이기도 하다. 타키미터 눈금과 세 개의 크로노그래프, 그리고 푸셔까지 완벽한 레이서용이다. 현재는 초기 모델에 비해 무브먼트의 부품은 줄이고 기능은 많이 향상시켰다. 베젤은 롤렉스가 개발한 세라믹 소재 세라크롬이라는 걸 사용해 견고하다. 가격은 케이스 소재에 따라 1000만 원대부터 700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 서브마리너 Submariner
앞서 롤렉스가 오이스터 케이스로 방수 기술력을 높여놨다고 설명했다. 지금이야 거의 다 오이스터 케이스를 사용하지만 방수 기능을 제대로 선보이는 모델은 오이스터 퍼페츄얼 중에서도 서브마리너다. 서브마리너는 1954년에 출시한 다이버 워치다. 다이버 워치들은 왜 다 비슷하게 생겼을까 싶은데 바로 롤렉스 서브마리너가 모든 다이버 워치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서브마리너 역시 소재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1,000만 원대부터 4,000만 원대까지.
까르띠에 Cartier
보석과 시계를 다루는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는 여성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몇 번 얘기한 적 있지만 명품 브랜드가 내놓는 시계는 한 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기술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는 불가리, 샤넬, 에르메스조차도 아직 그런 인식을 완전히 벗지 못했다. 단, 까르띠에는 예외다. 원래 주얼리를 다듬는 브랜드였으니 시계의 작은 부품들을 다루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 거기다 리치몬트 그룹에 영입돼 각종 기술들을 두루 섭렵할 수 있었을 터.
까르띠에가 시계를 만들기 시작한 건 1904년이었으니 상당히 역사가 긴 편이다. 그런데 스위스에 매뉴팩처 건물을 세운 건 세월이 많이 흐른 2001년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아직 주얼리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었다고. 그 후 10년 만에 각종 컴플리케이션 기술들을 쏟아내며 가공할만한 위력을 과시했다. 파인 주얼리와 기계식 시계의 기술력이 만나 이제 여성들을 물론, 남성들에게도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다.
▶ 산토스 Santos
1904년 까르띠에가 선보인 손목시계 산토스. 루이 까르띠에가 친구인 브라질 비행사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에게 선물했던 시계다. 조종 중에 회중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그에게 손목시계를 만들어 선물한 것. 까르띠에 손목시계의 시작이 산토스여서 그런지 까르띠에에는 유독 스퀘어 케이스가 많다. 지금까지도 당시 디자인에서 크게 변동되지 않았으니 얼마나 디자인적으로 완벽한 시계였는지 알 수 있다. 가격은 400만 원부터 3,000만 원대까지. 사진 속 모델은 스켈레톤 버전.
▶ 탱크 Tank
까르띠에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신문에서 본 전차의 무한궤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냈다는 시계로 1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기념하며 태어났다. 산토스는 컬렉션 내의 디자인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탱크는 스퀘어 케이스라는 특징만 유지한 채 모양과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형해 라인업을 구분했다. 가장 저렴한 모델은 쿼츠 무브먼트를 단 200만 원부터 시작한다. 보석이 쏙쏙 박힌 모델은 몇천만 원대를 호가한다.
▶ 발롱 블루 Ballon Bleu
까르띠에에도 라운드 케이스가 있다. 깔끔한 드레스 워치로 손색없는 발롱 블루가 대표적이다. 예물시계를 까르띠에에서 고른다면 이 모델을 고를 경우가 크다. 까르띠에에서는 발롱 블루를 공처럼 통통 튀고 사파이어처럼 푸르다고 표현하고 있다. 가격은 600만 원대부터 3,000만 원대까지.
위블로 HUBLOT
휴블로라고 읽고 싶은데 위블로라고 읽어야 한다. 이 브랜드는 전 CEO가 특히 유명한데 ‘장 클로드 비버’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는 태그호이어 CEO 자리에 있다) 마케팅의 귀재로 위블로를 현재의 위치에 올려둔 장본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각종 스포츠에 후원하고 스타 마케팅에도 힘을 쏟는다. 위블로의 패밀리룩은 평평한 베젤 위에 여섯 개의 나사다. 또 시계를 만들 때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아 여러 신소재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 드레스 워치보단 스포티하고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시계가 많다.
장 클로드 비버의 마케팅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F1의 수장 버니 에클레스턴이 길에서 강도를 만나 얼굴에 커다란 멍이 들고 4억 원 상당의 물품을 도둑맞은 일이 있었다. 도둑맞은 물건 중에는 위블로의 F1 TM 킹파워 모델이 포함돼 있었다고. 버니 에클레스턴은 자신의 얼굴을 찍어 장 클로드 비버에게 사진을 보내면서 “사람들이 위블로를 갖기 위해 무슨 짓을 하는지 보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장 클로드 비버는 그 사진과 문구를 그대로 실어 지면 광고를 만들었다.
▶ 빅뱅 Big Bang
위블로를 대표하는 라인업이다. 사실상 단일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라인업이 빅뱅의 하위 라인업 같달까. 위블로는 각종 리미티드 에디션을 남발하는 걸로 욕을 먹기도 하는데 거의 모든 에디션이 이 빅뱅이기도 하다. 기본 모델에선 금과 세라믹이 섞인 모델이 가장 잘나간다. 가격은 3,000만 원대.
▶ 빅뱅 에디션 Big Bang Edition
에디션이 워낙 많으니 최근에 출시한 에디션을 하나 소개하고 넘어가자. 단 50개만 제작된 유니코 WBC(World Boxing Council, 세계권투평의회) 모델이다. 골드와 그린의 조화가 아름답다. 한정판인 만큼 가격이 상당하다. 4,000만 원대.
▶ 클래식 퓨전 Classic Fusion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으로 구성된 컬렉션이다. 쿼츠 무브먼트부터 컴플리케이션 모델까지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컬렉션. 사진 속 모델은 올 여름을 겨냥한 화이트와 블루 컬러의 클래식 퓨전으로 이비자 섬의 팝업 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내놓은 한정판이다. 가격은 1,000만 원대.
IWC
이렇게 회사 이름을 대충 지을 수도 있다니. IWC는 International Watch Company의 약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래서 국제시계공장을 줄여 ‘국시공’이라고도 부른다. 1868년 미국의 시계 제작자가 스위스 샤프하우젠에 설립한 회사다. 회중시계를 만들기 시작해 회중시계의 무브먼트를 그대로 손목시계에 옮겨 커다란 손목시계를 만들어냈다. 당시엔 회중시계가 훨씬 정확하고 정통성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IWC가 강행한 회중시계 무브먼트의 사용은 아주 유의미한 일이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빼어난 디자인으로 인기가 있다. 데일리 워치로도, 드레스 워치로도 아주 보기 좋은 디자인을 뽑아낸다. 다만 사이즈가 상당히 커서 손목이 두툼한 남자들에게 잘 어울린다고.
▶ 포르투기저 Portugieser
'국시공 뽈뚜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IWC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르투기저 컬렉션이다. 1930년대에 탄생한 포르투갈의 해상 사업가들을 위한 항해용 시계 모델(그래서 이름이 포르투기저다)인데 디자인이 깔끔하다. 다이얼 가장자리를 두르고 있는 철도 형태의 챕터링은 회중시계에서 쓰이던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다. 무브먼트에 따라 900만 원대부터 3억이 넘는 모델까지 있다. 사진 속 모델은 애뉴얼 캘린더 모델로 2,000만 원대.
▶ 포르토피노 Portofino
로마자 인덱스나 바 형태 인덱스로 드레스 워치 성격을 살린 컬렉션이다. 사진의 모델은 핸드와인드 8 days 모델로 한번 태엽을 감으면 일주일 넘게 정확한 시간을 알려준다. 은은한 그레이 컬러 다이얼에 스웨이드 스트랩이 만나 조합이 멋스럽다. 가격은 1,000만 원대. 포르토피노 컬렉션의 가격은 500만 원대부터 4,000만 원대까지 구성돼있다.
▶ 파일럿 Pilot
IWC에는 파일럿을 위한 컬렉션이 따로 있는데 그중에서도 2013년부터 출시한 어린 왕자 라인업은 그 디자인이 수려하기로 유명하다. 요즘 유행하는 블루 컬러의 다이얼에 케이스백에는 어린 왕자 일러스트가 새겨져 있다. 커다란 크라운으로 존재감을 나타내는 빅 파일럿 모델은 1,000만 원대.
반 클리프 앤 아펠 Van Cleef & Arpels
시계도 하나의 사치품이다. 주얼리 브랜드로 유명한 반 클리프 앤 아펠은 예술품에 가까운 시계를 만들어 낸다. 시계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 건 1935년. 뛰어난 기술력보다는 아름다움으로 승부하는 브랜드였는데 점차 자사 무브먼트도 개발할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반 클리프 앤 아펠이 잘하는 건 다이얼 위에 각종 에나멜 기법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는 것. 또 다이얼 위에 움직이는 동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보고 있노라면 황홀해지는 반 클리프 앤 아펠의 시계를 소개한다.
▶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워치 Lady Arpels Pont des Amoureux
반 클리프 앤 아펠의 예술성을 잘 보여주는 컬렉션은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그러니까 시적인 감성을 담은 시계가 포진한 컬렉션이다. 그중에서도 위 모델이 가장 유명하다. 다이얼 위에 우산을 쓴 여인과 꽃을 든 남자가 서 있다. 여자는 시간을, 남자는 분을 표시한다. 둘은 서로에게 점차 다가가다가 12시 정각이 되면 만나 입을 맞추게 된다. 이 시계가 있다면 자정이 오기를 기다리게 될 듯. 이 움직임을 구현한 레트로그레이드 모듈 장치를 비롯해, 베젤을 두르고 있는 다이아몬드, 푸른색이 아름다운 그리자유 에나멜 다이얼, 화이트 엘리게이터 스트랩 등이 모두 만나니 가격은 1억 5,000만 원이다.
▶ 미드나잇 플라네타리움 워치 Midnight Planetarium
다이얼 위에 6개의 행성을 담은 모델이다. 태양과 별똥별은 핑크 골드, 수성은 서펜타인, 금성은 클로로멜라나이트, 지구는 터콰이즈, 화성은 레드 제스퍼, 목성은 블루 아게이트, 토성은 수길라이트를 사용했다. 태양 주위의 6개의 행성은 모두 실제 공전 주기에 맞게 회전한다. 토성은 29년이 지나야 다이얼을 한 바퀴 돌고, 수성은 88일에 한 바퀴를 돈다고. 이 모든 게 각각의 디스크에 올라가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이 놀랍다. 가격은 2억 5,000만 원 수준.
▶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앙샹떼 워치 Lady Arpels Ballerina Enchantee
마지막 모델도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에서 골라왔다.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시계다. 다이얼 위에는 요정 같은 발레리나가 서 있다. 시간을 나타내는 건 그녀의 튀튀 스커트. 8시 방향의 버튼을 누르면 스커트가 나비 날개처럼 펄럭이다 올라가 시간을 가리키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기요셰 패턴이 들어간 보라색 다이얼, 베젤과 인덱스에 박힌 다이아몬드 역시 화려하다. 특히 발레리나의 허리와 얼굴에 들어간 다이아몬드는 로즈 커팅이라는 최고의 커팅 기술이 들어갔다고. 가격은 1억 5,800만 원.
기획, 편집/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염아영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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