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문득 내 손목에 올라앉은 시계를 차분히 내려다보니 아직 매우 멀쩡하고 정확하다. 지금 가진 시계라도 제대로 관리해야겠다. 쿼츠부터 기계식 시계까지 걸맞은 관리법을 살펴보자. 그리고 차분히 새로운 드림 워치를 손목에 올릴 계획을 세워보자.
쿼츠, 배터리 셀프로 교체해보기
▲ 그랜드 세이코의 쿼츠 무브먼트. 쿼츠 무브먼트의 배터리는 저런 식으로 들어가 있다
집집마다 쿼츠 손목시계는 널려 있을 것. 사실 이제 손목시계는 액세서리 개념이 강해서 매일매일 같은 시계를 차는 사람보다 TPO에 맞춰 그에 맞는 시계를 찬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꺼내 보면 시계가 가지 않는 때가 있다. 기자도 뒤져보니 대여섯 개의 멈춰 있는 시계가 있는데 시계방에 맡겨 한 번에 배터리를 다 갈자니 매일 쓰지도 않을 텐데 괜히 아깝다. 스멀스멀 셀프 본능이 피어오른다.
▲ 샤오미 미지아 WIHA 정밀 드라이버 24종 세트
온라인 마켓을 뒤져보면 시계수리공구를 만원대 가격에 판매한다. 배터리 교체뿐 아니라 줄질 교체에도 유용하게 쓰이니 하나쯤 구비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안경용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도 추천.
▲ 고급형 시계 수리 공구 풀세트
제일 먼저 내 시계에 어떤 배터리가 들어가는지 알아야 한다. 케이스백을 열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보통 나사를 돌려 여는 방식과 케이스와 케이스백 사이의 홈에 오프너를 끼워 힘으로 여는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이때 생각보다 꽤 많은 힘이 들어간다.
▲ 스와치 그룹 소속의 레나타 배터리
탈거했던 순서 그대로 다시 끼워야 하니 배터리가 드러날 때까지의 부품 순서를 잘 기억해 두자. 특히 케이스 안쪽을 두르고 있는 고무링은 방수를 위한 것이니까 다시 끼워 넣을 때 빼먹지 말자. 배터리 위에 하얀 스티커 같은 게 붙어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스티커는 잘 떼어냈다가 배터리를 교체하고 다시 잘 붙여야 하니 버리지 말자. 배터리 규격을 확인했으면 온라인 주문 고고. 시계에 따라 5백 원짜리부터 5천 원짜리 배터리까지 다양하다. 레나타 라는 브랜드의 배터리가 좋다고.
배터리 교체는 케이스만 열면 나머지는 어렵지 않다. 리모컨 배터리 교체하듯 배터리만 그대로 바꿔 끼우면 된다. 오프너 사용이 서툴면 케이스에 기스가 날 수도 있으니 고가의 쿼츠 시계라면 맘 편히 시계방에 맡기거나 브랜드에 A/S를 맡기는 것을 추천한다.
줄질의 매력
시계는 스트랩만 바꿔도 스타일이 확 바뀐다. 새로운 시계를 산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을 것. 가죽, 브레이슬릿, 러버, 나토 등 종류는 수없이 다양하다. 보통 여름엔 시원한 브레이슬릿, 가을이나 겨울엔 따뜻한 가죽을 착용한다. 스트랩을 꼭 해당 브랜드의 줄을 사야 하는 것도 아니다. 러그 사이즈만 맞는다면 어느 것이나 호환할 수 있다. 특히 파네라이의 경우 줄질을 하기 위해 사는 시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로 백번 설명하는 것보다 영상 한 번 보는 게 훨씬 이해하기 쉽다. 파네라이의 스트랩 교체 영상을 하나 보면 감이 올 듯.
▲ 파네라이의 스트랩 중에선 그린 컬러가 특히 예쁘다고 소문났다
줄질은 원래 쿼츠 시계의 배터리 교체보다 쉽다. 거기다 점차 브랜드가 줄질을 권장하며 시계 자체에 스트랩 교체가 쉬운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셀프로 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도저히 셀프로 하기 어려우면 브랜드에서 스트랩을 사면서 맡기든가, 줄질의 메카라는 종로의 신화사에 맡기자.
흔들어 주세요, 워치 와인더
기계식 시계, 그중에서도 오토매틱 시계를 잘 관리하는 법 중 하나는 워치 와인더를 사용하는 것. 오토매틱 시계는 손목에 찼을 때 발생하는 흔들림으로 시계에 동력이 전달된다. 그러니까 매일 찼을 경우 계속 돌아가지만 차지 않고 서랍에 넣어두면 금방 멈추고 만다는 사실이다. 2개 이상의 오토매틱 시계를 가지고 이것저것 골라 차는 사람이라면 워치 와인더를 쓰는 게 편하다. 워치 와인더가 적절한 동력으로 시계를 계속 흔들어 주기 때문이다.
▶ BOXY 팬시 브릭 워치 와인더
1구짜리 워치 와인더를 찾는다면 이 정도가 적당하다. 가격도 나쁘지 않은데 어댑터를 이용해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제품의 장점.
▶ 부붼 앤 줴르벡 밴티지 8
드레스룸에 시계 서랍장을 따로 둘 정도로 기계식 시계가 많은 사람이라면 부붼 앤 줴르벡 워치 와인더를 추천한다. 웬만한 시계 가격이지만 하나만 있으면 평생 쓸 수 있다.
시계의 정기 점검, 오버홀
고급시계는 자동차처럼 정기 점검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오버홀’이라고 부르는데 시계의 모든 부품을 분해해 기능을 확인하고 깨끗하게 청소한 뒤 다시 재조립한다. 기계식 시계는 5년에 한 번씩 오버홀하는 것을 권장한다. 5년이면 시계 안의 윤활유가 말라 버리기 때문. 수많은 부품이 다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복잡하고 비싼 시계일수록 오버홀 가격도 올라간다. 보통 시계 가격의 5~15%라고 보면 된다. 비싼 시계가 유지비도 많이 든다는 얘기다. 시계방에서 조금 싸게 오버홀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버홀을 해야 할 급의 시계라면 해당 브랜드에 맡기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제때 오버홀을 받으며 잘 관리한 기계식 시계는 대대손손 물려줄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하자.
기획, 편집/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염아영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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