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명절마다 조카몬들과 공성전을 벌이는 불쌍한 키덜트 삼촌들 (사진: 픽사베이)

본가가 큰집인 키덜트들에게 가장 두려운 시기인 명절! 그 두 번째 행사인 한가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조카몬(조카+몬스터의 합성어)들은 키덜트의 소중한 자식들을 수탈하기 위해 별별 공성전을 펼칠 것이고, 우리는 내 새끼를 지키기 위한 방어전을 펼쳐야 한다.

▲ 우리 지켜줄 거지?

참고로 필자는 올해 결혼하는 바람에 갑자기 십세(욕 아님) 이하 시조카가 우르르 생겨버린 유부녀다. 그리고 명절 겸 집들이 행사로 오픈 예정인 내 신혼집에는 2년간 모아온 실바니안과 원피스 피규어가 가득하다. 그래서 시댁 식구 미움 안 사고 평화롭게 내 자식들을 지키기 위한 방어책을 찾아봤다. 그런데… 제법 그럴싸한 방법들이 많다.

동병상련의 비극을 앞둔 다른 키덜트들에게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자 내 소중한 아이들을 지켜줄 6가지 방어술을 공유한다.

*이 기사는 조카들의 잦은 약탈로 정신적, 경제적 피해가 극심한 일부 키덜트들을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필자는 이 세상의 모든 조카를 사랑하니 오해 마시길 바랍니다.

책장위장술(군자금 3~5만원 추천) 

▲ AIIKES 책장 디자인 백드롭 (사진: 아마존)

클래식 감성이 뿜뿜하는 이 6자 책장의 무게는 놀랍게도 0.9kg밖에 되지 않는다. 당연하다. 사진이니까. 이 제품의 정체는 스튜디오 촬영용 백드롭이다. 학교나 도서관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매우 좋은 아이템이지만 추석을 앞둔 키덜트에게는 피규어나 게임CD 수납장을 통째로 가려줄 훌륭한 장치다. 가격도 18.8달러(한화 약 22,800원)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수납장 규격에 맞춰 넉넉하게 주문해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 AIIKES 흰 나무 디자인 백드롭 (사진: 아마존)

▲ Kate 흰 벽돌 디자인 백드롭 (사진: 아마존)

단 얇은 비닐 소재의 스크린에 불과하기 때문에 조카몬이 기대거나 책을 뽑겠다고 손을 대는 순간 들킬 위험이 높다. 벽돌이나 나무벽 무늬가 프린트된 백드롭도 있으니 조카몬의 관심사와 활동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하자.

벽돌은폐술 (군자금 5~10만원 추천) 

▲ Playlearn 장난감 벽돌 세트 (사진: 아마존)

백드롭만으로 불안하다면 내구성 있는 아이템으로 내 취미생활을 지켜보자. 진짜 벽을 쌓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짓고 해체하는 데 공수가 크다. 때문에 모형벽돌 같은 아이템을 추천한다.

이 벽돌은 장난감이다. 고무로 만들어져 폭신폭신 부드럽고 단체로 돌팔매질을 해도 괜찮을 만큼 가볍다. 하지만 공사장에서 주워온 듯한 사실주의 디자인으로 제작돼 수납장을 은폐하는 데 제격이다. Playlearn의 벽돌 세트는 실제 벽돌 크기의 블록들이 20개가 들어있어서 2세트 정도면 3단 수납장 하나를 완벽하게 가릴 수 있다. 

▲ Mondo Bloxx 목재 블록 세트 (사진: 아마존)

조카몬의 힘과 어질이 높다면 고무보다 더 내구성 높은 나무 블록을 이용하자. 무거워 보이지만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아이가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우면서 4~6세 아이들의 무게를 버틸 만큼 견고하다. 가격은 49.95달러(한화 약 6만 원)로 높은 편이지만 창의성 발달을 위해 고안된 제품이기 때문에 발상의 자극이 필요한 어른들이 갖고 놀아도 좋을 것이다. 

▲ 호가 싸리나무 인테리어 우드파티션

▲ 예반공방 6폭 미니 풍속도 반야심경 사군자 병풍

아예 조카몬이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범상치 않은 포스의 파티션을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골의 싸리문을 통째로 뜯어온 듯한 호가 싸리나무 인테리어 파티션이라든지 반야심경이 적힌 제사 감성의 병풍을 수납장 앞에 세워두자. 아예 병풍 앞에 작은 제사상을 세팅한 뒤 ‘나는 365일 조상님을 위해 치성을 드리고 있다’고 어필하면 조카의 흥미도 떨어트리고 가족들에게도 기특하다 칭찬을 들을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해충지원술 (군자금 3~5만원 추천) 

▲ 100피스 가짜 바퀴벌레 장난감 (사진: 아마존)

위장과 은폐 같은 방어술이 어렵다면 공격전으로 전환하는 수밖에 없다. 3억 5000만년에 걸쳐 전 인류의 극혐을 받아온 바퀴벌레의 도움을 받아보자. 물론 진짜 바퀴벌레는 아니고 바퀴벌레를 쏙 빼 닮은 장난감이다. 한 마리로는 약하다. 100마리 정도는 구석구석 뿌려줘야 한다. 그래야 조카몬의 전투 의욕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

▲ 원격제어 RC 바퀴벌레 장난감 

RC처럼 조종 가능한 바퀴벌레 완구도 있다. 바퀴벌레만큼 빠른 속도로 바닥을 샤샤샥 기어다니며 가늘고 섬세한 6개의 다리까지 실감나게 움직여 사실감을 극대화했다. 

단 조카몬을 무력화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누나, 매형,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등판할 수 있기 때문에 오직 조카만 공략하도록 하자.

구마의식술 (군자금 5~10만원 추천) 

▲ Moon Boat 할로윈 장식 커튼 (사진: 아마존)

‘벌레는 내가 극혐해서 못하겠어…’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다행히 세상에는 극혐 요소들이 무궁무진하다. 마침 10월부터는 할로윈 축제 시즌이니 한발 앞서 할로윈 분위기로 방을 꾸며보는 것도 좋겠다. 

귀신 모양의 대형 커튼이다. 세로 4미터, 가로 1미터의 낭낭한 사이즈를 자랑해 6단 수납장 정도는 가뿐하게 가려준다. 상단에 부착된 해골 마스크는 미소마저 그로테스트해 조카몬과 아이컨택 한 순간, 나의 컬렉션이 스캔 되기도 전에 조카몬을 쫓아줄 것이다.

▲ fun world 고치 인형 장식 (사진: 아마존)

아예 방문을 열자마자 조카몬 스스로 후퇴하게 하는 아이템도 있다. 182.88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이 고치인형 장식은 이름 그대로 성인 남성 크기의 인형이 고치에 돌돌 감겨 있어 천정에 매달아두면 극적인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여기에 검은사제 OST까지 틀면 금상첨화!) 단 가족 중에 심약자가 있다면 절대로 삼가길…

원천봉쇄술 (군자금 7,000~13만 원 추천) 

▲ 유리장식장 잠금장치 유리정 

냉정하게 판단해 지금까지의 방어술은 나의 컬렉션을 지킬 확률보다 부모님의 등짝 스매싱을 소환할 확률이 더 높았다. 미안하다. 이제는 조금 현실적인 방어술을 제시하겠다.

개폐 가능한 유리 장식장에 컬렉션이 보관돼 있다면 잠금장치를 설치해보자. 다나와에서 검색 시 5,000~10,000원대에 구입 가능한 유리정은 열쇠로 장식장을 잠글 수 있는 장치이다. 전동 드릴이 있으면 혼자서도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으며 조카몬의 손으로부터 컬렉션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 마스터락 방향 자물쇠(상)와 워드록 알파벳 자물쇠(하)

장식장에 자물쇠를 걸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자물쇠를 이용해보자. 방탈출게임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향자물쇠의 경우 숫자가 아닌 방향으로 잠금 장치를 해제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조카몬의 흥미를 끌기 좋다(특히 방향키를 누를 때 ‘찰칵찰칵’ 들리는 소리가 중독성 있다). 컬러풀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워드록 알파벳 자물쇠 역시 숫자 대신 영문 기호를 조합해 해제하는 방식이라 관심 끌기 좋다.

▲ 선일금고 YES-031DK 

컬렉션이 시계나 향수처럼 크기가 작고 고가의 물건이라면 아예 금고를 구입해 보관하는 것은 어떨까? 선일금고 YES-031DK 모델의 경우 비밀번호와 열쇠까지 2중 장금장치를 도입해 철통보안을 완성해냈다. 여기에 5개 컬러 옵션의 컴팩트한 디자인까지 제공되어 다나와 금고카테고리의 인기상품으로 사랑 받고 있다.

▲ 삼성SDS SHP-DP710 도어락 

화끈하게 방을 통째로 봉쇄하는 방법도 있다. 열쇠로 잠그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부모님 선에서 뚫리기 쉽다. 이럴 땐 도어락을 설치해보자. 나만의 패스워드를 설정해 누구도 침입할 수 없으며 방문에 설치된 도어락의 포스는 ‘이 방 출입은 누구든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주의 굳건한 의지를 보여준다.

공간이동술 (군자금 10만~30만)

▲ 감출 수 없다면 통째로 이동시키지 뭐… (사진: 네이버 영화 닥터스트레인지 스틸 컷)

이번 전술은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1)컬렉션이 방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사람 2)단 한 개도 조카몬에게 뺏기기 싫은 사람 3)그런데 가족들한테 미움 받기는 싫은 사람(즉 필자 같은 사람). 집 안에 컬렉션이 없다면 조카몬에게 수탈당할까 봐 마음 졸일 필요도, 가족들에게 핀잔 들을까 봐 눈치 볼 필요도 없다. 그러니 아예 컬렉션들을 집 밖으로 이동시키자.

▲ 개인창고 서비스 더 스토리지 (사진: 홈플러스)

요즘 1인 가구 사이에서 인기인 셀프 스토리지는 창고를 대여해 짐을 보관하는 개인형 창고 서비스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오직 나만 사용 가능한 개인 창고가 부여되며 이곳에 각종 물건을 수납하면 된다. 업체에 따라 행거나 선반 같은 수납 장치를 제공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박스가 없더라도 컬렉션을 깔끔하게 정리, 보관할 수 있다.

▲ 개인창고 서비스 더 스토리지 (사진: 홈플러스)

크기는 지하철 물품 보관함 사이즈부터 2평 크기의 컨테이너 창고까지 다양하며 24시간 동안 CCTV 및 사설 시큐리티 시스템을 통해 보호되기 때문에 안심된다. 업체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는 대중교통으로도 이용 가능한 도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나다. 특히 24시간 이용이 가능해 새벽2시에 조카몬 침투령이 떨어져도 곧장 창고로 달려가 컬렉션을 보관할 수 있다.

미친자아소환술 (군자금 0원 추천)

▲ 바야흐로 조카몬 전국시대다

‘조카몬의 탄생은 끝이 없고 수탈은 계속된다.’ 신기할 일이다. 통계청에서 집계하는 국내 출산률은 점점 하락하고 있는데 내 주변에선 조카들이 끊임없이 태어난다(올해도 두 명 탄생 예정). 그리고 결혼과 이사, 모임 등을 통해 확산되는 인적 네트워킹은 하늘 아래 모든 미성년자들을 내 조카로 통합하셨다. 방어해야 할 조카몬들은 너무 많은데 나의 시간과 비용이 한정돼 있다면 조카몬들이 감히 침입할 생각을 못하도록 강대국(?)의 위엄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우선 조카몬의 우방국 공격이다. 사실 조카몬이야 바닥을 뒹굴며 때를 쓰든 내가 ‘안 돼’하면 방법이 없다. 조카몬의 공성전이 승리로 끝나는 것은 우방국(할머니, 할아버지, 누나, 매형 등)의 역정 때문. 조카몬이 노리는 컬렉션이 세종대왕 한두장 정도로는 절대 구입할 수 없는 가치 높은 상품임을 어필하자. 그리고 ‘이런 거 하나 못 사줘서 남의 물건을 뺏냐?’는 상황으로 태세 전환을 유도한다. 

▲ 자꾸 선을 넘으려고 한단 말야… (사진: 네이버 영화 기생충 스틸컷)

아예 ‘절도, 손괴, 공갈, 횡령’ 죄로 법적 대응을 거론하는 방법도 있다. 혈족의 경우 친족상도례 때문에 역관광 당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자신의 컬렉션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대신 이 방법들은 가족간의 화합을 깨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고 보면 되기 때문에 상상만으로 만족하고 다른 방법을 실행하길 권한다. 

▲ 일어나라 삼촌들아… 때가 왔다… (사진: 픽사베이)

만약 당신이 남다른 끈기와 인내를 갖췄다면 이번 추석 때 컬렉션을 조카몬에게 과감하게 넘기고 조카를 덕질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리고 20년 뒤, 성인이 된 조카몬에게 내가 만들고 키워낸 조카몬을 보내 수탈의 역사를 되풀이해주면 된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짜릿한 복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