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어종,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지난 칼럼에서는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 몰디브 등 아시아 국가에서의 경험담을 토대로 이색적인 낚시를 소개했다. 오늘은 크게 오세아니아의 뉴칼레도니아와 북미 대륙 캐나다의 낚시 문화를 소개 할까 한다. 특히 국내에선 보기 드문 옐로아이피시와 월아이피시는 북미 대륙에서만 잡히기 때문에 흔하지 않은 정보가 될 것이다.
▲ 7월에 찾은 뉴칼레도니아
▲ 9월에 찾은 캐나다 알버타주
원정낚시, 최적의 시기는?
오늘 소개하는 뉴칼레도니아는 인근에 있는 호주 북부와 피지를 묶어서 생각해야 한다. 남반구 특성상 계절이 뒤바뀌기 때문에 여름만 피해서 가면 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겨울에 해당하는 시기가 이곳에선 우기에 접어드는 시기이므로 이 기간만 피한다면 무리는 없겠다.
캐나다는 남부와 북부로 나뉘는데 호수 낚시를 염두에 둔다면 6~8월 두 달이 최대 성수기다. 이 외에는 비시즌에 접어들고 낚시를 금지하기도 하니 유의하자.
▲ 낚시를 위해 차에서 보트를 분리 중
나의 좌충우돌 원정낚시 도전기
1) 거친 사내들만 도전한다는 뉴칼레도니아의 트롤링 낚시
부라이는 수도 누메아에서 북쪽으로 약 200km가량 떨어진 작은 고장이다. 지도상으로는 중간에 있으며 식민지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기도 하다. 특히 부라이는 다랑어, 상어, 자이언트 트레발리 등을 낚을 수 있는 바다낚시의 고장으로 해마다 많은 낚시 마니아를 불러모은다.
이날 우리 부부는 낚시 전문가를 만나 트롤링 낚시라는 신세계를 체험했다. 그 낚시 전문가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낚시를 접하며 살았는데 어느새 직업이 되었다. 지금은 수도인 누메아와 부라이를 오가면서 관광객들에게 낚시체험을 시켜주는 일에 매진 중이다.
한국에서 나는 갯바위 낚시를 전문으로 했지만 트롤링 낚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트롤링은 서양권에서 유행하는 낚시로 청새치, 다랑어, 상어 등을 낚는 매우 과격하고 생동감 넘치는 장르다.
▲ 이날 잡은 와후피시를 손질하는 마을 어부
▲ 낚시하러 가는 동안 만난 돌고래 떼
새벽 3시, 호텔을 출발한 차량은 두 시간 반을 달려 부라이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이어서 가이드는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고 소박하게 꾸민 정원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충청남도 해안가의 어느 어촌 마을에서 먹는 가정식과 비슷했다.
진한 버터와 진한 커피, 그리고 프랑스령답게 투박한 바게트가 제공되었을 뿐인데 그 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수수하지만 정성 들여 꾸민 화단과 가축들, 구석에는 어지럽게 늘어진 공사자재, 이국적인 야자수 정원, 여기에 집고양이 두 마리가 낯선 이방인의 다리에 부비적거리는 평화로움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식사 후 배에 시동을 걸고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커플과 함께 보트에 올랐다. 상쾌한 바닷바람이 코끝에 짠 내를 선사할 무렵, 햇볕에 반짝이다 못해 보석처럼 빛나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장관은 얼마 못 가 짙푸른 색으로 변해버렸다. 수심이 갑자기 깊어졌기 때문이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이제 곧 있으면 고대하던 트롤링 낚시가 시작된다. 평소 훈련된 성인 남자도 끌어올리기 벅찬 물고기를 직접 낚아야 한다는 생각에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내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 이날 트롤릴에 사용한 낚싯대와 릴
▲ 대형 삼치 종류인 와후피시를 노리기 위한 바늘
▲ 트롤링에 사용되는 인조미끼
장비는 투박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가이드는 인조미끼를 바다에 던진 후 속력을 낮춰 천천히 몰기 시작했다. 분명 인조미끼도 배에 이끌려 수면을 가르고 있을 터. 그것을 물고기가 미끼로 착각하고 덤벼들다가 걸려들게 하는 것이 트롤링 낚시 기법이다. 그러니 입질을 받을 때까지는 특별한 테크닉이 필요 없다.
문제는 입질이 들어오고 나서부터다. 이때부터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끌어내야 하는데 평균 무게 15kg에 달하는 거구와 싸워야 하니 어지간히 건장한 성인 남자도 한두 마리 낚고 나면 넉다운 되는 게 그리 이상하지 않다. 단순히 쌀 한 가마니를 끌어 올려도 물속 저항 때문에 힘겨운데 그런 무게를 가진 녀석이 발버둥치며 힘쓴다고 상상해보라. 보이지 않은 물속 생명체와 필사적으로 싸웠던 5분여 시간. 그 시간이 그렇게 길 수가 없었다.
▲ 와후피시를 생포하는 현지 전문 가이드
100m 전방에서 낚인 녀석은 슬슬 힘이 빠졌는지 50m 앞까지 끌려왔다. 나의 승리가 눈 앞에 보였다. 하지만 팔의 근력이 달려 끌어내는 데 시간이 지체됐다. 그것이 상어를 불러 모았고 공격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다짐하는 사이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갑자기 낚싯줄이 느슨해지더니 나를 힘들게 하던 육중함이 줄어들었다. 다행히 녀석은 매달려 있었는데 어째 좀 무게가 가벼워진 듯한 느낌! 순간 50m 전방에서 수면이 폭포수처럼 튀어 올랐다. 뭔가 거대한 녀석이 공격한 것이다. 삼각형 모양의 꼬리지느러미가 희끗 보이자 상어임을 직감했다.
▲ 내가 잡은 와후피시는 상어의 공격을 받고 그만..
▲ 뉴칼레도니아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입질의 추억
아니나 다를까 뱃전으로 끌어올린 와후피쉬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파 먹은 모양으로 보아 정확히 내장이 있는 곳을 두 차례 습격한 것으로 보였다. 상어는 내장부터 먹는다는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다. 이후로 나는 이와 같은 물고기를 한 마리 더 낚고 체력의 한계를 느껴 포기를 선언했다. 내 생애 첫 트롤링 낚시는 그렇게 마무리 됐다.
▲ 캐나다 에드먼턴 근교 노스 사스캐처원강
2) 북미 대륙 최고의 대상어, 월아이 피시를 찾아서
캐나다의 낚시는 5천 개가 넘는 호수와 강, 어디서든 가능하므로 낚시 면허증만 가지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낚시를 할 수 있다. 가히 낚시 천국이라 불릴 만하다. 여기서는 알버타의 주도 에드먼턴을 가로지르는 노스 사스캐처원 강에서 골드아이 피쉬와 월아이 피시를 대상으로 보팅 낚시를 했다.
낚시의 시작은 에드먼턴 근교에 있는 스토니 플레인(Stony Plain)이란 지역에서 시작됐다. 약속된 시간에 가이드와 접견 후 차량으로 30분 가량 달려서 온 곳은 노스 사스캐처원강(North Saskatchewan River). 런치를 포함해 4시간 동안 진행되는 피싱 투어다. 요란한 엔진 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 보트. 강을 둘러보니 사방이 포인트 같은데 수십 년간 낚시 가이드를 한 전문가 눈에는 갈 곳이 따로 있나 보다.
그렇게 이십여 분을 달리더니 평범해 보이는 강 어귀에 배를 세웠다. 가이드는 주위를 쓱 하고 둘러보더니 이곳이 포인트라고 했다. 가만 보니 이곳은 조금 전까지 지나쳐온 밋밋한 지형과는 분명 차이가 있어 보였다.
토사가 무너진 자리는 수풀로 우거져 물고기의 안식처가 될 만했다. 참고로 토사가 무너진 암반층은 단층이 겹겹이 드러나 있어 레인보우 포인트라 부른다. 저 단층은 지질학적인 의미가 있는데 최소 수천만 년 가량 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사면의 경사각을 그대로 연장해서 보니 수심도 상당히 깊어 보였다. 물을 보았다. 강물이 일방적으로 흐르는 게 아닌 지형을 맞고 굴절되면서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바다에서도 이런 곳은 플랑크톤이나 영얌염류가 풍부해 훌륭한 포인트를 제공하는데 강 낚시도 비슷한가 보다.
▲ 골드아이피시를 낚기 위한 생미끼
▲ 캐나다의 루어낚시에 주로 쓰는 웜
채비는 웜을 이용한 루어낚시다. 그런데 뜻밖에도 생미끼를 끼우는 게 아닌가? 여기서 웜은 생미끼가 바늘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고정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이곳 캐나다는 미늘 있는 바늘(훅셋)을 사용하면 벌금을 물기 때문에 물고기를 위해서라도 미늘 없는 바늘을 쓴다. 그러다 보니 미끼가 쉽게 빠질 수 있다. 그것을 웜 조각으로 막게 된 거라며 가이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랑스러워했다.
우리나라 낚시꾼은 어떻게든 많이 잡아서 죽인 것을 깔아놓고 자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캐나다의 친환경적인 낚시와 현지꾼의 아이디어가 절묘하게 조합된 미끼를 보니 물고기를 위한 배려가 느껴졌다.
▲ 농어처럼 바늘털이 손맛이 좋은 골드아이 피시
이윽고 필자의 아내가 채비를 던졌는데 정확히 3초쯤 흘렀을까? 난데 없이 ‘투두둑’ 입질이 전해졌다. 순간 낚싯대가 활처럼 휘었다. 강렬한 힘이 낚싯대를 통해 손으로 전해지자 아내는 반사적으로 짤막한 비명을 질렀다. 던지자마자 짜릿한 손맛이 시작됐다. 여기서는 미늘 없는 바늘을 사용하므로 한국처럼 낚싯대를 세워서 고기를 제압하면 안 된다. 낚싯대는 옆으로 눕혀서 끌어야 텐션도 잃지 않고, 고기가 바늘털이 할 때 쉬이 벗겨지지 않는다고 가이드는 말한다.
처음 낚인 어종은 골드아이 피시. 이름에 걸맞게 눈 색깔이 아름다운 금빛이다. 옆에서 지켜만 보던 나도 서둘러 채비를 던졌는데 던지기가 무섭게 물고 늘어져 어안이 벙벙했다. 5초도 안 돼 입질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녀석의 유영층이 수면에 가깝기 때문이다. 골드아이 피시가 바늘털이를 시도하는 모습까지 꼭 농어와 닮았다. 하지만 이 녀석은 식용으로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는 재미로 낚고 곧바로 방생하는 캐치 앤 릴리즈 낚시가 이어졌다.
▲ 월아이 피시를 낚는데 성공한 필자의 아내
▲ 월아이 피시의 날카로운 턱과 이빨
▲ 캐나다에서의 성공적인 낚시를 마무리하며
이어서 북미 최고의 낚시 어종인 ‘월아이 피쉬(Walleye Fish)’를 잡으러 포인트를 이동했다. 월아이 피시는 강렬한 손맛에 입맛까지 사로잡아 낚시 애호가들에겐 늘 동경의 대상어였다. 최대 크기가 1m를 넘으며 무게도 12킬로까지 자라는 냉수성 담수어로 농어과에 속한다. 월아이(Walleye)’는 마치 백내장에 걸린 듯한 검은 눈동자가 뿌옇게 보여서 갖게 된 이름인데 시력이 매우 좋다 보니 오히려 흐린 물속이나 밤에 잘 낚인다.
월아이의 서식지는 골드아이와 다르다. 표층에서 활동하기를 좋아하는 골드아이와 달리 월아이는 바닥층에서 활동하므로 그에 맞는 포인트를 찾고 공략해야 낚을 수 있는 좀 까다로운 어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아이가 인기 대상어인 이유는 짜릿한 손맛은 물론 살이 단단해 고급 스테이크 재료로 각광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선 아무리 고기가 맛있어도 ‘캐치 앤 릴리즈’를 고수한다. 그래서 한 마디 했다.
“한국은 캐치 앤 생선회예요.”
수년 간 바다낚시를 즐긴 입장으로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맛있는 고기들은 하나 같이 잡기가 어려운 걸까? 그리고 우리의 낚시는 왜 항상 많이 잡는 데만 혈안이 된 걸까? 캐나다의 낚시 문화를 접하면서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 지구끝 지상낙원이라 할 수 있는 뉴칼레도니아 일데빵
▲ 수도 누메아의 흔한 해변
낚시를 위한 준비는 어떻게?
뉴칼레도니아는 우기를 제외한 4~11월 사이에 여행하는 것이 좋다. 연중 봄 날씨지만 5~10월은 겨울에 해당하므로 밤에는 약간 쌀쌀하다. 기온은 15~30도 정도라 여행하기에 딱 좋다. 치안과 질병 문제는 매우 양호한 편이고 식수는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 전기 코드는 우리나라와 같은 220볼트를 사용하며 지폐 단위는 퍼시픽 프랑인데 한국에서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에서 퍼시픽 프랑으로 바꿀 수 있다. 환율은 XPF(퍼시픽 프랑)에서 곱하기 13을 하면 대략적인 원화를 알 수 있다(예: 1000XPF는 약 13,000원).
항공편은 직항이 없어진 관계로 일본이나 호주 등을 경유해야 한다. 수도 누메아에서 투숙하면서 낚시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해당 숙소로 픽업해주는 구조다. 낚시 투어는 수도 누메아 인근에 몇 개 업체가 있는데, 보다 전문적인 트롤링 낚시를 원한다면 낚시의 고장이라 할 수 있는 부라이에 가라.
▶바다낚시 문의 : Blue Paradise
장비는 개인 장비가 기본이지만 나처럼 트롤링 낚시를 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 대여도 해준다. 주요 대상어는 와후피시이고 이 외에 개이빨다랑어와 남방 참다랑어, GT, 상어, 새치 류 등이 있다.
▲ 캐나다 여행에선 필수인 렌터카
캐나다에서의 낚시 여행은 렌터카가 필수다. 사전 예약을 통해 적당한 차량을 섭외해 다닐 것을 권한다. 캐나다 낚시는 크게 벤쿠버에서 즐기는 바다 낚시와 알버타 등 내륙 지방에서 즐기는 호수 또는 계류 낚시로 나뉜다.
원래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배경 분위기와 흡사한 곳에서 플라잉 낚시를 하려 했지만 단 며칠 차이로 시즌이 끝나서 강 낚시로 변경했다. 이처럼 캐나다의 담수 낚시는 철저하게 6~8월 사이 이뤄지기 때문에 시즌을 잘 맞추어야 한다.
호수나 강 낚시의 경우 지역에 정통한 낚시 가이드가 운영하는 낚시 투어를 이용하는 게 좋으며 장비도 대여해주기 때문에 편하다. 참고로 캐나다는 낚시 면허제가 의무다. 주유소나 낚시점, 편의점 등에서 낚시 라이센스를 판매하니 꼭 구입하자. 캐나다 에드먼턴 피싱 투어에 관한 정보는 Get Hooked Fishing Adventures를 참조하자.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현재 쯔리겐 필드테스터 및 NS 갯바위 프로스텝으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등이 있다.
기획, 편집 /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글, 사진 / 김지민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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