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은 끝났지만 필자의 만두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출처: 픽사베이)

얼마 전 민족 대명절 중 하나인 설이 성료(?)되었다. 덕분에 필자의 집 냉장고에는 어머니가 싸주신 떡국용 떡과 만두가 가득하다. 필자의 고향인 강원도에서는 설 아침이 되면 송송 썬 가래떡과 만두를 넣어 끓인 떡만둣국을 먹는다. 

강원도는 감자와 옥수수의 고장인데 왜 이들을 두고 하필 만두를 넣어 끓여먹을까? 답은 간단하다. 강원도가 이북 지역과 인접해 있기 때문. 함경과 평안 등 이북 지역에서는 설에 만둣국을 끓여 먹는 풍습이 있는데, 이북 지역과 가까운 강원도 역시 그 영향을 받아 설에 떡만둣국을 먹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 중국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별미로 자리한 만두 (출처: www.flickr.com @Chloe Lim)

TMI지만 필자의 고향 만두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두부와 돼지고기, 숙주나물로 만두소를 만들어 빚은 이북식 전통 만두에 가까웠다. 그런데 외지의 물을 먹은 2~3세대들이 개입하며 지금은 생라면, 파프리카, 새우 등이 첨가된 근본 없는 만두가 제사상에 올라오고 있다.

1,700여 년 전 중국에서 탄생해 고려 시대에 한국으로 귀화(?), 지금은 한민족이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로 당당하게 자리 잡은 만두! 그에 대한 별난 뉴스들을 모아보았다.

5위

"수제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네? 만두 머신"

우리가 알고 있는 만두는 만두피 반죽부터 만두소 만들기, 빚기까지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100% 손맛 음식이다. 즉 기계나 도구가 끼어들 틈이 없는 청정 수제 푸드였다는 말씀!

▲ 가정용 주방용품 만두소믹서

그런데 기술이 좋은 요즘에는 만두소 다지기는 물론 심지어 만두를 빚는 것까지 도구 하나만 있으면 전문가처럼 쉽고 예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만두 빚기 틀은 ‘만두는 손으로 빚어야만 완성되는 음식’이라는 오랜 고정관념을 탈피하게 한 혁신적인 제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게푸 만두메이커 3종세트 

2018년, 다나와에 등장한 만두 메이커다. 부제는 만두 성형기! 먼저 원형 틀에 만두피와 만두소를 올려놓는다. 그 후 양쪽 손잡이를 잡고 틀을 접어 세게 눌러주면 손쉽게 만두가 완성된다. 틀 끝에 주름까지 잡혀 있어서 모양까지 아름답다. 크기도 지름 125mm, 95mm, 60mm 세 가지 옵션이 제공되어 원하는 사이즈로 빚을 수 있다. 

▲ TREE 예쁜 만두모양 쉬운 만두빚기 만두틀 / 쿠첸프로피 만두 메이커 / 만두메이커 큐브

이보다 더 저렴한 스테인리스 소재의 틀도 있고, 장난감 비주얼이긴 하지만 한 번 사용으로 4개의 만두를 만들어주는 만두 메이커 큐브도 있다. 

▲ 교자 메이커 (출처: 유튜브 채널 Joseph Lee & Co)

만약 당신이 삼시세끼 만두만 먹을 정도로 만두 마니아거나 매년 설마다 수백 개의 만두를 빚어야 하는 종갓집 자녀라면 위 영상과 같은 자동 만두 기계를 하나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해외직구 시 315~350만 원 정도면 구매가 가능한데 천만 원이 훌쩍 넘는 공장의 대형 기계에 비하면 나름 저렴한 수준이다. 실제로 호텔 및 식당에서 주로 사용되는 기계로 만두소 준비부터 만두 빚기까지 자동으로 처리해준다. 

4위 

"장어 만두와 푸아그라 만두? 특이점이 온 만두"

▲ 풀무원 생가득 달콤씨앗 호떡만두

이것은 호떡인가 만두인가? 지난해 9월에 등장한 풀무원의 달콤씨앗 호떡만두다. 씨앗호떡과 만두의 퓨전 음식으로 만두피 안에 씨앗호떡의 필링과 견과류가 들어간 점이 특징. 

▲ 해태깐풍교자/불낙교자/치즈갈비교자만두

앞서 지난해 4월에는 CJ제일제당에서 고메 크림치즈가 들어간 호떡만두를 출시했으며 불변의 고기만두를 고수할 것 같았던 냉동만두 지존 해태제과의 고향만두도 치즈갈비 교자, 깐풍 교자, 콘치즈 만두 등을 출시한 바 있다. 

▲ 동원F&B 개성 왕주꾸미 만두 / 오뚜기 매콤한 불오징어 군만두 / 신세계푸드 올반키친 올반 육즙가득 짬뽕군만두

이 외에도 동원 F&B의 왕쭈꾸미 만두와 알감자만두, 오뚜기의 불오징어 군만두, 올반키친의 짬뽕군만두와 명란군만두, 신세계 푸드의 랍스터 만두, 롯데푸드의 군산 오징어 만두도 한 개성 하는 만두에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특이점이 온 만두로 소개하기에는 다소 아쉽다.

▲ 만두라기보다는 장어주먹밥에 가까운 장어 쌀만두 (출처:  Resorts World Sentosa)

싱가포르의 리조트들은 매년 음력 5월 5일, 전통 스포츠인 드래곤 보트 축제를 기념해 각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모여 만두 세트 요리를 선보인다. 특히 리조트 월드 센토사의 ‘Syun’이라는 일식당에서 만든 장어 쌀만두(우나기 쌀만두)는 표고버섯과 사쿠라 새우, 산초나무 순 등을 섞어 만든 소스에 장어를 절인 뒤 만두소로 만든 것인데, 먹기만 해도 10년은 회춘할 것 같은 기분이다. 

▲ 위 사진처럼 세트로 제공된다 (출처:  Resorts World Sentosa)

이 외에 세트 요리에는 다른 4종의 쌀만두와 돼지고기, 조개 요리 등이 제공된다. 가격은 108싱가포르달러, 한화로 약 9만 3,413원이다.

▲ 만두라기보다는 쌈에 가까운 거위 만두 세트 (출처: Shang Palace)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 위치한 광둥 레스토랑 ‘샹 팰리스’도 드래곤 보트 축제 기념 스페셜 만두를 제작했는데, 이곳에서는 구운 거위를 재료로 사용한 거위 만두를 내세웠다. 이 만두를 개발한 요리사 Mok Kit Keung는 프랑스 파리 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거위 만두를 만들었다고 밝혔는데, 거위 만두 외에도 밤과 푸아그라를 단무지처럼 사이드로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3위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만두는? 한국 만두"

중국의 만두 브랜드 ‘링링’은 25년간 미국 냉동 만두 시장 점유율 1위를 우직하게 지켜온 미국의 국민(?) 만두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자리를 뺏겼다. 놀랍게도 왕좌를 찬탈한 브랜드는 우리나라 만두 비비고였다. 

▲ 국뽕에 취해볼 시간이다 (출처: www.cj.net)

2016년,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미국 냉동 만두 시장에서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한편 11.3%의 가장 큰 점유율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이듬해인 2017에는 국내를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만 2,39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2018년에는 3,420억 원을, 2019년에는 5,65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18~2019년에는 해외 매출액이 국내보다 높아 외국인들에게 인기인 한류 만두임을 입증했다.

▲ 현지에서 성공하려면 현지화는 필수다 (출처: www.cj.net)

비비고 만두가 사랑받게 된 이유는 얇은 만두피와 꽉 찬 속 그리고 현지인의 기호에 맞춰 만두소를 바꾼 현지화 전략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브랜드인 링링 만두의 경우 만두피가 두꺼워 만두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 

현지인의 취향이 고려되지 않은 만두의 맛도 한몫 거들었다. 반대로 비비고 만두는 만두피를 얇게 만든 대신 속을 꽉 채웠다.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국내 제품에 사용되던 돼지고기와 부추도 닭고기와 고수로 변경했다. 

▲ 비비고 브랜드 영상 중 (출처: www.cj.net)

이 같은 전략은 주효해서 2018년 해외 매출액인 3,420억 원 중 미국에서만 2,4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비비고 만두가 미국인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이다.

한편 비비고는 만두를 영어인 ‘덤플링(Dumpling)’으로 번역해 표기하는 대신 한글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만두(Mandu)’를 사용하고 있다. 어쩌면 미국에서 덤플링 대신 ‘만두’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게 들리는 날도 오지 않을까?

2위 

"이러다 나노미터 만두피 나올 각! 얄피 만두 전쟁"

‘얄피 만두’의 뜻을 아는지? 얇은 피 만두의 줄임말로 지난해 탄생한 신조어다. 그만큼 국내 만두시장에서는 얇은 피 만두 경쟁이 치열하다.

▲ 풀무원 생가득 얇은피 꽉찬속 고기만두

지난해 3월, 풀무원에서 만두소가 그대로 비치는 ‘생가득 얇은피꽉찬속 만두’ 2종을 출시했다. 두께는 0.7mm로 시판 중인 냉동 만두 중 가장 얇은 수준. 업계의 주장에 따르면 만두피가 얇아지면 만두소가 비쳐 식욕을 자극하고, 만두소 본연의 맛과 식감이 극대화된다고 한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풀무원의 얇은피꽉찬속 만두는 출시 7개월 만에 1,000만 봉지 이상 판매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냉동 만두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4위에서 2위로 껑충 뛰었다. 

▲ 동원F&B의 2008년 속이 꽉 찬 개성왕만두와 2019년 개성 얇은피 김치만두

얇은 피 만두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강해지자 해태 고향만두와 신세계 푸드, 오뚜기 등도 피 터지는 얇은 피 만두 경쟁에 뛰어들었다. 2008년 속이 꽉 찬 개성왕만두를 통해 이미 얇은 피 만두를 선보인 바 있는 동원 F&B는 2019년 ‘개성 얇은피 만두’라는 동종의 제품으로 다시 한번 얇은 피 만두에 도전했는데 이 만두의 피는 기존 만두피보다 20% 두께를 줄였다고 한다.

▲ 비비고 군교자 / 비비고 수제김치만두 / 올반키친 올반 얇은피 인생왕교자 랍스터 / 속알찬 얇은피 만두

국내 냉동 만두 브랜드 1위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도 지난해 6월 0.65mm의 비비고 군교자를, 11월에는 0.7mm의 수제만두를 출시했다. 지난해 9월 신세계 푸드에서 출시한 올반 랍스터 인생 왕교자는 0.7mm로 기존 제품보다 0.1mm 줄어든 두께다. 2019년 11월에는 냉동 만두 계의 터줏대감인 해태 고향만두가 속알찬 얇은피 만두를 출시했다. 기존 만두피보다 두께를 7% 이상 줄인 0.65mm의 두께다. 

▲북촌손만두 굴림만두 / 오뚜기 프리미엄 X.O. 굴림만두

한편 북촌손만두와 오뚜기는 아예 '굴림만두'라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굴림만두란 만두소를 둥글게 빚어 밀가루에 굴려 삶아 먹는 것으로 만두피를 사용하지 않는 이북식 음식이다. 때문에 만두속을 만두피로 싸서 빚는 기존의 만두와는 엄연히 다른 장르의 음식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오뚜기의 X.O 프리미엄 굴림만두는 0.2mm의 두께로 0.7mm 언저리를 오가던 기존 얄피 만두 두께의 절반 이하 다이어트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고, 얄피 만두 전쟁은 올해도 계속될 듯하다.

1위

"4년간 인육 만두를 팔아온 중국의 식당"

▲ 고어 장르에 약한 사람에게는 비추한다 (출처: www.imdb.com)

1993년, 라는 홍콩 영화가 개봉됐다. 원제는 <팔선반점의 인육 만두>. 한 남성이 ‘팔선반점’이라는 식당의 사장과 일가족을 살해한 뒤 그들의 시신을 만두 재료로 사용해 판매한다는 내용을 담은 호러 영화다. 

▲ 사건이 벌어진 실제 호텔 (출처: 伊斯 堅)

짐작했겠지만 이 영화는 1985년 마카오에서 발생한 동명의 호텔 식당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1985년 8월 4일, Huang Zhiheng이라는 남성은 호텔의 사장인 징 린이 자신에게 진 도박 빚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와 그의 부인, 자녀, 직원을 포함해 10명의 사람을 살해하고 호텔과 식당을 차지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해안가에서 지문이 심하게 훼손된 손바닥과 팔, 다리 등의 신체 일부가 발견되고, 사망한 사장의 동생이 경찰들에게 Huang Zhiheng을 의심하는 편지를 보내 수사가 시작됨으로써 그의 엽기적인 살해 행각이 세간에 드러났다. 

당시 살해된 사람들의 시신 행방이 모호하다는 점과 살인자가 요리사라는 점 때문에 마카오에서는 ‘Huang Zhiheng이 죽은 사람들의 시신으로 만두를 만들어 판다’는 도시 괴담이 돌았고, 실제로 만두 판매량도 급감했다고 한다. 물론, 이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도시 괴담으로만 끝났으나… 1991년, 실제로 중국에서 한 식당 주인이 인육 만두를 만들어 판매하다 발각된 사건이 벌어졌다.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를 통해서도 해당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중북 해남 경제특구 신문 보도에 따르면 왕광이라는 이름의 남성은 화장터에서 받은 시체의 둔부나 넓적다리 일부를 도려내 만두소로 사용했다. 그는 인육의 맛을 들키지 않기 위해 시신을 가루로 만든 뒤 많은 양념을 버무려 만두소를 만들었는데 ‘사천성식(四川省式)’이라 이름 붙여진 이 만두는 싼값에 맛까지 좋아 지역 주민에게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이 엽기적인 행각은 4년간 계속되었으나 결국 발각되고 말았다. 한편 이 사건이 보도된 후 중국 장의사협회는 이 기사를 작성한 대학생 기자를 고소했는데 그 이유는 시신 만두 뉴스로 인해 장의사 영업이 쇠퇴했기 때문이라고… 

글, 사진 / 다나와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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