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낚시의 계절이 찾아왔다. 국내 바다낚시는 일 년 열두 달 가능하지만, 그중에서도 5~12월은 초심자가 도전해 봄직한 시즌이자 바다낚시 성수기다. 처음 입문하고 나서 가장 먼저 구매하는 장비는 다름 아닌 낚싯대와 릴. 이 중에서도 낚싯대는 낚시의 처음과 끝이라 할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문제는 내게 맞는 낚싯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중에는 다양한 브랜드, 다양한 가격대의 낚싯대가 출시되어 있다. 저렴하게는 1만 원부터 시작해 비싼 것은 200만 원을 호가한다. 겉보기에는 거기서 거기 같은데 수백만 원씩 차이 나는 것이 마치 와인과 비슷해 보인다. 와인이야 포도 품종과 숙성 방식, 기간에 따른 차이가 있다지만, 낚싯대의 가격 차이는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알고 보면 낚싯대 또한 와인 못지않게 심오한 세계가 숨어 있는데,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낚싯대의 가격 차이가 단순 브랜드 차이가 아님을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비싼 낚싯대는 무엇이 다를까?
알다시피 낚싯대는 99.9% 카본이란 재질을 사용한다. 값비싼 수입 자동차를 예로 들면, 고가의 카본 트림을 적용하기도 하는데 그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여기서 카본이란 탄소를 고온에서 방사해 실로 뽑아낸 것인데 이를 ‘카본 원사’라고 한다. 카본 원사는 주로 일본과 미국에서 생산되며, 나머지 국가들이 이러한 카본 원사를 수입해 낚싯대를 제작한다.
낚싯대 성분표시를 보면 대부분 99% 이상 카본 함유라고 쓰여진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함량은 단돈 몇 만 원짜리부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낚싯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동일하다. 카본 함량이 같다면 가격 차이는 왜 나는 것일까? 사용된 카본 원단의 품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카본은 30톤, 36톤, 46톤 그리고 50톤 이상으로 분류되는데 톤수가 올라갈수록 하이 카본이며, 원가가 올라간다.
낚싯대 제조 기술이 뛰어난 일본의 경우 하이 카본으로 제작된 고가의 낚싯대가 많이 출시되며, 프로 낚시인들이 많이 사용한다. 대표적인 낚싯대 브랜드로 가마가츠, 시마노, 다이와 등이 있다. 이들 브랜드의 제품군 중 고가(100만 원 이상) 모델은 대부분 50톤 이상의 하이 카본으로 제작된다. 그렇다면, 50톤 이상 하이 카본으로 만든 낚싯대는 뭐가 다른 걸까?
톤수가 높을수록 초고온에서 방사해 고강도, 고밀도의 카본 원단이 나온다. 이런 카본 원단으로 제작된 낚싯대는 매우 유연하며, 부드러우면서 강력한 고탄성의 힘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중저가 낚싯대와 구분된다. 때로는 고탄성의 낚싯대가 짧고 강한 충격에 속절없이 부러지기도 하지만, 대물을 제압할 때는 매우 유리해지며, 게임성도 두드러진다. 쉽게 말하자면, 낚싯대로 타고 들어오는 손맛은 극대화하면서 버티는 힘과 탄성은 강하다는 것이다.
▲ 내구성이 중시되는 릴 시트
이 외에도 그립의 재질, 릴 시트의 내구성, 가이드링 재질, 줄 풀림의 극대화와 줄엉킴의 최소화를 위한 가이드링(예 : 티타늄 및 후지 가이드, IM 및 EM가이드), 줄붙음 방지 기능 같은 기능성 요소들도 낚싯대의 가격을 좌우한다.
▲ 줄빠짐과 트러블을 최소화한 경사가이드(위) 일반 가이드(아래)
▲ 우천시 줄붙음 현상을 방지하는 기능
그렇다면, 바다 낚싯대는 계급별로 어떻게 나눠질까? 이 장에서는 갯바위 릴대와 원투낚싯대를 대상으로 세부 브랜드와 모델별 특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조사급 (0~10만원 이하)
1) NS 블랙홀 서프2 25-450
무거운 추를 달아 던지는 원투낚시용 릴대이다. 서프는 해변을 뜻하며, 동해의 해변가에서 비거리를 앞세운 원투낚시용으로 알맞지만, 갯바위, 방파제, 좌대 및 해상팬션 할 것 없이 전천후 생활낚시로도 사용 가능하다. 25는 25호의 추부하를 견딘다는 의미이며, 450은 낚싯대 편 길이가 450cm이다. 즉, 이 정도 스팩은 초보 낚시용으로 알맞으며 소형종인 보리멸, 쥐노래미부터 감성돔, 참돔, 도다리, 가자미, 우럭, 붕장어 등을 노리기에도 알맞다.
2) 용성 파도기 1-530
찌를 달아 던지는 릴 찌낚시용 릴대이다. 해변가에서도 사용 가능하지만, 주로 갯바위, 방파제, 방조제, 좌대 및 해상팬션에서 사용 가능한 전천후 릴 낚싯대다. 여기서 1은 1호를 말하며 이는 낚싯대의 직경을 뜻한다. 호수가 크면 낚싯대 직경도 굵어지며, 노리는 대상어도 커진다. 530은 530cm 즉 5.3m이며, 이 길이가 릴 낚싯대에서는 표준이다. 노릴 수 있는 어종은 우럭, 볼락, 전갱이, 고등어, 쥐노래미, 감성돔, 참돔, 벵에돔 등 이며, 몸길이 70cm 이상 무게 3.5kg인 대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어종을 소화해 낼 수 있어 릴 찌낚시 입문용으로 적절하다.
3) NS 로드스 솔트워터 멀티 루어대
중저가형 루어낚시용 릴대이다. 특이하게도 최근 유행 중인 바다 좌대 양어장 전용 로드로 출시됐는데 좌대나 해상펜션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낚싯대 길이가 짧아서 방파제 구멍치기 용으로도 좋아 보인다. 노릴 수 있는 어종은 우럭, 쏨뱅이, 볼락, 강도다리 및 가자미류, 농어까지 가능하다.
강태공급 (10~25만원 이하)
1) 머모피 티탄사이버 3D EM 1-530
갯바위 릴 찌낚시에 입문용 혹은 입문 다음 단계로 많은 선택을 받고 있는 중급기 릴 찌낚시용 릴대이다. 마찬가지로 1호 530cm의 길이를 가지며, EM은 줄꼬임을 최소화하는 경사 가이드를 채용했다는 의미다. 비록, 1호에 해당하는 직경을 가졌지만, 허릿심이 꽤 질긴 경질대로 60cm급 참돔, 40cm급 이상 감성돔과 벵에돔을 공략하기에 적당한 힘을 발휘한다.
2) NS 퓨리어스 RS 에디션 커틀피쉬 B-1602MH
20만 원대 중급기라 할 수 있는 에깅대이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갑오징어, 주꾸미 전용 로드로 초릿대는 연질의 부드러운 형태를 띠면서, 허릿심은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참고로 이 낚싯대는 스피닝 릴이 아닌 베이트 릴과 결착해야 하므로 선상에서 수직으로 내려서 잡는 갑오징어와 주꾸미, 그리고 한치까지 노릴 수 있다.
낚시꾼급 (25~50만원 이하)
1) 바낙스 석조 X1 MH520
석조란 돌돔 낚시를 의미하며, 여기에는 낚싯대를 편 길이가 무려 11m에 달하는 민장대와 스피닝 릴을 달아 멀리 원투하는 돌돔 원투낚시로 나뉜다. 해당 모델은 원투낚시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돌돔 원투낚시 전용대이며, 노리는 어종은 돌돔을 비롯해 강담돔, 혹돔, 참돔 등이 있다. 사실 원투낚시라는 장르는 석조(돌돔)와 초원투 장르를 제하면, 대부분 생활낚시 영역이므로 30만원대 이상 제품이 나오기 힘들다. 따라서 낚시꾼급부터는 석조(돌돔) 아니면 갈치 낚싯대가 주를 이룰 것이다.
2) 기간이즘 티탄 오징 게임 S852M
오징어 같은 두족류를 노리는 에깅 바다루어대이다. 고순도 지르코니아 링 가이드부터 티타늄 프레임 가이드 같은 재질에 많은 신경을 쓴 제품이다. 그만큼 내구성이 좋고, 줄 꼬임 같은 트러블을 최소화했다. 이는 경량화를 꽤하면서 에깅 낚시에서 요구되는 감도는 향상시킨 제품이다. 커다란 가이드링에서 알 수 있듯 이 낚싯대는 스피닝 릴을 장착하는 캐스팅 대이다 노리는 어종은 흰오징어(무늬오징어)이며, 일반적인 루어 낚싯대로도 사용할 수 있다.
프로급 (50~80만원 이하)
1) NS 킹덤 갈치 프리미엄 180-600/650
선상 갈치 전용 낚싯대이다. 갈치 낚싯대가 그렇듯 직경이 매우 굵고 무겁다는 것이 단점인데 이는 고가로 갈수록 직경 대비 경량화를 대비하며, 후지 가이드링, 후지 릴 시트 등으로 내구성과 조작성을 보강하게 된다. 노리는 어종은 갈치지만 이 과정에서 삼치, 다랑어, 만새기 등이 잡힐 수 있으며, 4~5지급 갈치 여러 마리가 물더라도 발란스를 유지하면서 대응해야 하므로 낚싯대의 본질적인 성능에 치중했다고 볼 수 있다.
2) 다이와 토너먼트 ISO AGS
ISO(이소)는 갯바위를 말한다. 즉 갯바위 릴대이며, 벵에돔을 노리기에 최적화됐지만, 감성돔, 참돔, 돌돔을 노리는데도 무리가 없다. 고탄성의 유연한 휨새를 바탕으로 한 절정의 손맛, 반대로 손잡이에 가까운 마디일수록 경질에 가까워 대상어가 힘으로 처박을 때 충격을 흡수하며 버팀목을 강화한 제품이다. 카본 가이드를 채용하며, AGS라는 톱니바퀴 모양의 링 구조로 인해 낚싯줄의 방출을 원활히 해 비거리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어부급 (80~150만원 이하)
1) 니신 극룡 석조 X4
돌돔은 4대돔(감성돔, 참돔, 벵에돔) 중 가장 파워풀한 힘을 가진 그야말로 갯바위의 폭군이다. 힘도 힘이지만, 한 마리 한 마리 잡았을 때의 쾌감과 성취감은 여타 어종을 상회하며, 사실상 바다낚시의 최대 목표이자 강태공의 로망으로 자리잡힌지 오래다. 강렬한 힘과 싸워야 하는 만큼 고강도의 탄성과 내구성을 가져야 하며, 그에 걸맞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편 길이는 5.25m이며, 석조란 말이 가리키듯 갯바위에서 돌돔을 노린다.
2) 시마노 파이어블러드 구레 DR 1.5-500
갯바위 릴대의 최강자라 할 만큼의 벵에돔 낚시 장르에선 플래그쉽 모델에 해당한다. 1호가 아닌 1.5호인 이유는 원도권 갯바위에서 전개되는 대물 벵에돔과의 파워풀한 파이팅에 대비해서다. 원형을 그려도 부러지지 않는 고탄성의 초릿대와 X가이드, X시트, 그리고 독특한 표면 요철에 의한 줄붙음 방지 기능은 파도가 치거나 비가 내리는 악조건에서도 채비 트러블을 발생시키지 않는 일등공신이다.
조신급 (150만원 이상)
1) 시마노 이소 리미티드 마이티 브로우 1.5-530
원도권 갯바위에서 노릴 수 있는 거의 모든 어종을 공략하는 릴 찌낚시 릴대이다. 주요 어종은 벵에돔, 긴꼬리벵에돔, 참돔이며 감성돔, 돌돔, 청돔을 비롯, 1m 넘어가는 대형급만 아니라면 거의 모든 어종을 커버하는 전천후 낚싯대이다.
2) 가마가츠 가마이소 어텐더2 2.75-5m
참치나 상어, 고래를 제한다면 이 낚싯대로 못 잡을 고기는 없다. 2.75호 라는 직경이 말해주듯 꽤 터프한 낚싯대지만, 비교적 경량화를 갖추면서 대물을 압살한다. 대물이 우글거리는 초원도권에서 극한의 파이팅. 특히, 남녀군도 같은 곳에서 65cm급 이상의 긴꼬리벵에돔을 노리다 보면, 부시리 같은 거구의 어종이 걸려들기 마련이지만, 갯바위 릴대로서 갖춰야 할 거의 모든 재질과 소재공학을 만족시켜주는 플래그쉽 모델이 아닌가 싶다.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입질의추억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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