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저치고’라는 말을 아는가? ‘오늘 저녁 치킨 고’라는 뜻의 신조어라고 한다. 어쩐지… 사자성어라기에는 어감이 가벼운 느낌이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치킨은 ‘치느님’이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어릴 때는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는 별식이었는데, 지금은 축구나 야구 경기가 열릴 때, 불금 약속, 게임을 할 때, 야식이 먹고 싶을 때 혼자서도 가뿐히 해치울 수 있는 범국민적인 음식이 되었다.
▲ 불금엔 역시 치킨이다 (출처: 픽사베이)
오늘은 금요일, 치킨 뜯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간에는 치킨에 대한 세계의 별난 뉴스들을 모아보았다.
7위
‘치킨, 사망 위험 13% 높여’
지난해 1월,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팀이 프라이드치킨을 즐기는 여성들을 깜짝 놀라게 할 뉴스를 발표했다. 치킨을 자주 먹는 여성은 사망 위험이 13% 증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학 연구진들은 튀긴 음식의 소비와 사망률의 관계를 꾸준히 조사해왔는데 2017년에는 감자튀김을, 2019년에는 치킨을 주제로 진행했다.
▲ 프라이드 치킨이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 내용 (출처: www.public-health.uiowa.edu)
연구진은 50~79세 사이 미국 여성 10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약 18년간의 식습관을 추적했는데, 치킨을 하루에 1번 이상 섭취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13% 높았다. 심장 관련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12% 높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치킨뿐 아니라 생선 같은 식자재도 튀겨서 먹으면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며 이 연구 결과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적용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 1인 1일 1치킨 하지 않는 이상 치킨 때문에 단명할 일은 없다 (출처: 픽사베이)
충격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1인 1일 1치킨’이다. 즉 1인 1일 1치킨을 하지 않으면 치킨 때문에 조기 사망할 일은 없다는 이야기다. <위기탈출 넘버원>은 해외 연구진들을 모티브로 제작된 프로그램이 아닐까?
6위
‘대한민국 치킨의 메카, 대구’
감귤 하면 제주, 간고등어 하면 안동, 한우 하면 횡성, PC 하면 다나와(거기서 형이 왜 나와?)... 치킨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생각하는 ‘치킨’은 우리나라 전통 음식은 아니다. 주한미군과 미국에서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미국 남부에서 생긴 프라이드치킨 문화를 국내로 도입하면서 정착하게 된 요리로 당시에는 외국물 좀 먹었거나 상류층인 사람들이나 맛보던 고급 음식이었다. 그래서인지 치킨의 본고장은 이태원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대구였다.
▲ 국내 내로라하는 치킨 브랜드와 대구와 인연이 깊다
우선 1985년 우리나라 양념치킨의 원조인 치킨 매장이 대구에서 문을 열었다. 바로 멕시칸 치킨이다. 멕시카나도 1989년부터 대구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전국 처가를 강제 양념치킨집으로 만든 ‘처갓집 양념치킨’도 대구에서 출발했으며 가성비 갑 치킨으로 유명한 호식이 두마리 치킨도 대구에서 창업했다. 대구 출신은 아니지만 교촌치킨은 대구랑 가까운 경북 구미에서 문을 열었으며 우리나라 최초 치킨 프렌차이즈 매장인 페리카나도 대전에서 대구로 사업장을 옮기며 치킨 사업을 키웠다.
▲ 멕시칸 양념치킨과 교촌 오리지널 치킨 (출처: (좌) 멕시칸 / (우) 교촌)
특히 치킨의 고유명사로 자리한 양념치킨과 간장치킨이 각각 멕시칸 치킨과 교촌치킨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대구는 우리나라 치킨 산업의 진일보를 이룬 치킨의 메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대구는 매년 치킨과 맥주가 함께하는 ‘치맥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8월 말로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5위
‘치킨이 뭐라고, 총기 난사에 살인까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치킨이라지만, 겨우 치킨 때문에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사연도 있다.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 닭다리 때문에 룸메이트를 살해한 남자 (출처: Houston Police Department)
201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레이날도 리베라라는 30대 남성이 자신의 룸메이트를 살해해 체포됐다. 룸메이트가 한 조각 남은 닭다리를 먹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보기
▲ 문제의 치킨 샌드위치 버거 (출처: 파파이스)
2019년에는 파파이스 신메뉴인 ‘치킨 샌드위치’가 우리나라의 꼬꼬면, 허니버터칩과 비슷한 품귀 현상을 빚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이 때문에 총기 난동에 살인사건까지 벌어졌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 다행히 범인은 검거됐다 (출처: abc news 중)
미국 메릴랜드 프린스 조지 카운티 남부의 파파이스 매장에서는 치킨 샌드위치를 사기 위해 대기해 있는 사람들을 제치고 새치기를 한 남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아무리 비양심적인 행동을 했다고는 하지만,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대거 밀집한 곳에서 흉기를 휘두른 용의자는 경찰과 지역사회의 맹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 치킨 샌드위치 때문에 총기 난동을 버린 사람 (출처: abc13.com)
그런가 하면 텍사스주 휴스턴 시내에 있는 매장에서는 한 손님이 장시간 대기했음에도 샌드위치를 사지 못하자 직원에게 총구를 겨누며 '샌드위치 내놔!'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 닭다리 안 사왔다고 남편을 살해한 중국 여성 (출처: mirror.co.uk)
같은 해 중국에서는 아내가 회식 중인 남편에게 치킨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는데, 남편이 이를 깜빡 잊고 빈손으로 귀가하자 분개해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평소 아내가 시어머니를 모시는 일로 스트레스가 컸다는 점과 남편에게 폭력적이었다는 정황이 있긴 하지만 치킨이 뭐라고, 일시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
4위
‘진짜냐? 치킨교회’
▲ 치킨 교회... 진짜 있을까? (출처: wikimedia_@Liuzhary / flickr_@Matt Smith)
온라인에서 치킨 교회로 핫했던 건축물이다. 합성 같진 않은데, 정체가 뭘까? 이곳은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섬 겔랑에 위치한 기도원으로 1990년대 Daniel Alamsjah라는 신도에 의해 건축됐다. 닭 같은 모양 때문에 치킨 교회로 알려졌지만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형상화한 종교 건축물이다.
▲ 진짜 있었다 (출처: flickr_@Matt Smith)
그는 1989년 꿈에서 신으로부터 ‘기도원’을 지으라는 계시를 받고 이 건물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역 주민의 반대와 자금 문제로 완공되지 못했다. 때문에 기도원은 폐건물로 변해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며 덩그러니 남게 되었는데, 치킨을 닮은 모습이 입소문을 타며 관광객과 웨딩촬영을 하려는 커플들의 방문이 늘어나고, 지금은 부킷레마라는 카페 겸 갤러리 겸 기도원으로 개조되어 지역의 인기 관광지가 되었다.
3위
‘치킨 사업, 1,008번 거절당한 사람’
올해로 ㅇㅇ사업 30년 차에 접어든 필자의 작은아버지는 ‘사업을 할 때는 거절과 반대에 익숙해져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아무리 익숙해진다고 해도 1,008번이나 거절당하면 자괴감이 몰려오지 않을까?
▲ 성업 중이던 레스토랑과 모텔을 화재로 잃은 남자 (출처: 픽사베이)
1939년, 나름 잘 나가던 레스토랑&모텔 사장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사업장에 큰불이 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식당 앞에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매출이 급감한 그 사장은 사업을 접고 65세에 전 재산 12만 원의 알거지가 되고 말았다.
▲ 그가 재기를 꿈꾼 요리는 프라이드 치킨이었다 (출처: 픽사베이)
다행히 그는 어려서부터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의 머릿속에는 다양한 레시피들이 들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기존에 찜용으로 사용되던 압력솥을 압력 튀김기로 개조해 닭고기를 튀겨보았는데, 조리 시간은 줄어든 반면 맛은 유지되었다. 여기에 11가지 허브와 향신료를 추가해보니 제법 괜찮은 치킨 요리가 탄생했다. 그는 이 레시피로 닭을 요리하고 판매해줄 음식점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식당 주인들은 65세에 남루한 차림새인 그의 제안을 거절했고 그렇게 그의 레시피를 거부한 곳은 1,008곳이 넘었다. 그리고 1,009번째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드디어 그는 첫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 KFC 1호점과 커넬 할랜드 샌더스 (출처: KFC)
그의 레시피 반응은 나쁘지 않았고, 그는 치킨 요리가 주메뉴인 레스토랑을 개설했는데 이곳이 바로 1952년 솔트레이크시티에 개설된 KFC 1호점이다. 그렇다. 1,009번이나 도전한 할배는 KFC 앞 흰 양복 할아버지로 익숙한 KFC 설립주, 커넬 할랜드 샌더스다.
▲ KFC 크록스 콜라보레이션 슈즈와 채소 치킨 (출처: KFC)
넘사벽 끈기와 도전으로 성공한 KFC는 2019년 채소로 만든(정확히는 식물로 만든 고기) 식물성 치킨을 개발하고, 샌들 브랜드 크록스와 콜라보한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x 크록스 버킷 클로그’ 샌들을 출시하는 등 21세기에도 놀라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첨언하자면 KFC의 아름다운 성공 스토리와 달리 오늘날 샌더스 할아버지처럼 치킨으로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어려울 듯하다. KB금융그룹에서 발표한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업 중인 치킨 매장은 전국 87,000여 개(2019년 기준)며, 2018년에는 창업(6,200곳)한 곳보다 폐업(8,400곳)한 치킨 매장이 더 많기 때문이다.
2위
‘타이거 우즈에게 치킨을 대접하면 안 되는 이유?’
지난 2013년, 스페인의 스타 골퍼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타이거 우즈에게 ‘매일 치킨을 대접하겠다’라고 말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치느님을, 그것도 매일 주겠다는 말이 왜 인종차별 발언이 된 것일까? 여기에는 미국 프라이드치킨의 유래에 얽힌 슬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 타이거우즈 (출처: 픽사베이)
닭을 기름에 튀겨 만드는 조리법은 4세기경의 로마 요리책인 Apicius에도 기록되었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프라이드치킨의 기원은 아직 흑인 노예제가 잔존하던 19세기 미국 남부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남부의 농장주들은 스코틀랜드에서 이주해온 백인들이 많았는데, 스코틀랜드에서는 닭을 기름에 튀겨 요리해 먹었기 때문에 남부에는 튀긴 닭요리가 일반적이었다.
▲ 당시 흑인 노예들은 닭고기의 뼈까지 씹어먹기 위해 남은 부위를 바짝 튀겼다 (출처: 픽사베이)
농장주들은 닭가슴살처럼 살이 많은 부위를 먹었고, 날개나 목처럼 살이 얼마 없는 부위는 흑인 노예들에게 남겨졌다. 이들은 남은 닭고기를 뼈까지 씹어먹기 위해, 그리고 오래 보관하기 위해 기름에 바짝 튀겼고, 아프리카의 요리 풍습대로 향신료와 허브 등을 뿌려서 맛을 냈다.
또 당시 흑인 노예들은 돼지나 소, 양 같은 고가의 가축들을 키우는 게 금지되었다. 대신 닭은 키울 수 있었기 때문에 프라이드치킨은 남부 흑인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발전하며 흑인들의 ‘소울푸드’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당시 백인들은 치킨을 보며 군침을 흘리면서도 체면 때문에 먹지 못했다고 한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 탓에 흑인 노예제가 폐지된 후에도 ‘프라이드치킨’은 노예제 시절의 흑인들을 상징하는 요리로 취급받았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 프라이드치킨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일부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는 흑인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음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1위
‘치킨 튀기는 로봇’
로봇이 튀겨주는 치킨이라 하면 왠지 SF 영화에만 있을 듯하지만… 서울 강남구 논현동과 대구 동성로로 가면 로봇이 튀겨준 치킨을 맛볼 수 있다.
▲ 튀김기를 들고 일하는 디떽 로봇 치킨과 로봇이 튀긴 치킨들 (출처: 디뗵 공식 인스타그램)
지난해 대구 동성로에 오픈한 치킨집 ‘디떽’은 국내 최초 ‘닭 튀기는 로봇’을 고용했다. 이 로봇은 혼자서 9개의 튀김기를 관리하며 한 치의 오차 없는 조리 시간으로 맛있는 닭을 완성한다. 닭을 가장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기름 온도, 닭의 양, 조리 시간이 모두 프로그래밍 되었기 때문이다.
▲ 치킨 튀기는 로봇이라니...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출처: 디떽 공식 유튜브 채널)
그래서 주문이 폭주해도 사람처럼 멘붕에 빠지지 않고 같은 맛을 유지하며 닭을 튀겨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로봇이 튀긴 치킨 값은 과연 얼마일까? 양념치킨 한 마리가 9,900원이다. 이렇게 저렴한 이유는 로봇이 튀겨서 인건비를 절약했기 때문이라고…
▲ 서울 강남의 롸버트치킨은 염지부터 튀김까지 완성한다 (출처: 롸버트치킨 공식 유튜브 채널)
한편 서울 강남에도 로봇이 닭을 튀기는 치킨집이 있다. 이름도 ‘롸버트치킨’이다. 이곳에 있는 로봇들은 신기하게도 분업제로 움직인다. 한 로봇이 염지를 하면 다른 로봇이 그 닭을 받아 튀긴다. 롸버트 치킨 가격은 디떽보다 살짝 높다. 대표 메뉴인 ‘후추를 후추후추 치킨’의 경우 16,900원인데 일반 브랜드 치킨과 비교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픽업과 배달밖에 되지 않지만 로봇이 튀긴 치킨인데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며 재료 소진으로 일찍 영업 종료를 할 때도 있다고...
이 같은 로봇 치킨의 도입은 인건비 절약은 물론 신속하고 정확한 조리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무거운 튀김기를 다루다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들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며 장시간 기름 조리로 인해 사람들이 유증기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사업주들에게 가장 좋은 점은 연중무휴 로봇 한 대로 치킨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왠지 월E가 생각난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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