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가 19세기 후반 캘리포니아 광부들의 작업복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광부들은 툭하면 찢어지는 작업복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인근에서 천막용 천을 생산하던 남성이 질긴 천막 원단을 사용해 작업복을 만들었고 여기서 청바지가 탄생했다. 참고로 이때 작업복을 만든 남자가 리바이스 설립자인 리바이 스트라우스다.
▲ 청바지 한 벌 없이 패션을 논하지 말라
당시 작업복에 불과했던 청바지는 1950년대 자유와 반항의 상징을 거쳐 오늘날 패션피플의 필수품이 되었다. 그런데 이 청바지가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해 또 한 번의 격변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궁금하면 이번 기사 스크롤을 끝까지 내려보길 바란다. 청바지에 대한 별난 뉴스, 지금 시작한다.
▲ 바쁜 분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별난뉴스 요약본
[5위] 일 년간 안 빨아도 깨끗한 청바지
필자는 청바지 빨래 공포증이 있다. 과거에 청바지와 기타 의류들을 넣고 세탁기에 돌렸다가 모든 옷이 푸르딩딩하게 물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바지 빨래를 기피하게 되었는데, 청바지를 1년간 빨지 않아도 괜찮다는 은혜로운 연구 결과를 발견했다.
지난 2016년, 캐나다 앨버타 대학 연구팀은 15개월 간 한 번도 빨지 않은 청바지와 빨래 후 2주가 경과한 청바지의 오염도를 비교 조사했다. 실험체는 Josh Le라는 청년으로 그는 2009년 9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청바지 한 벌을 한 번도 세탁하지 않고, 330번을 착용했다.
▲ 연구의 희생자인 줄 알았는데 스스로 지원한 Josh Le (출처: 앨버타 대학)
15개월 뒤 청바지의 박테리아를 채취하고, 그는 이 청바지를 깨끗하게 세탁해 다시 2주간 착용한 뒤 동일한 방법으로 박테리아를 채취했다. 그 결과, 1년 이상 빨지 않은 청바지와 세탁 후 2주가 지난 청바지의 박테리아 수는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1년 넘게 안 빤 청바지라서 악취는 풍겼지만, 실험체인 Josh Le는 피부 트러블 없이 건강했다.
▲ Josh Le가 자신의 유튜브에 직접 게재한 청바지 1년 다이어리 (영상에서 냄새나요~)
참고로 청바지에서는 5종류의 박테리아가 발견되었는데, 가랑이 부분에서 가장 높게 측정되었으며 그 수가 ㎠당 8,500~1만 개였다. 다행히 인체 유해한 박테리아는 없었다. 연구를 진행한 맨퀸 박사는 일상생활에서 입는 옷은 자주 세탁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여담이지만 일 년 이상 혹사당한 청바지는 Nudie Jeans 제품으로 가격은 167달러라고 한다.
[4위] 럭키브랜드, 트루릴리전, 지스타로우가 파산한 이유?
지난 7월, 미국의 유명 청바지 업체인 럭키브랜드가 파산을 신청했다. 코로나 여파 등으로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이다. 트루릴리전, 지스타로우 등 국내에 잘 알려진 청바지 제조사들도 파산을 신청했다.

▲ 올해 파산신청한 럭키브랜드, 트루릴리전, 지스타로우
코로나19로 실내 라이프가 증가하며 사람들의 옷차림도 고무줄 바지나 레깅스, 팬티차림으로 바뀌었다(필자 역시 재택근무 때는 바지를 입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불편한 청바지는 절로 소외되었고 이는 자연히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 업계 사람들의 분석이다.

▲ 고무줄 바지를 두고 집에서 굳이 청바지를 입을 이유는 없다
캘빈클라인의 모회사인 PVH는 매출 부진으로 북미지역의 소매점 162곳을 폐쇄했고, 리바이스 역시 2020년 2분기 매출이 62% 급감해 직원 700여 명을 감원할 것이라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의 의류 분석가인 티파니 호건은 ‘코로 나시대를 맞이해 사람들의 패션 트렌드가 청바지에서 편안한 옷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 남성들을 위한 레깅스와 신축성 좋은 반바지도 있다
한편 온라인 쇼핑의 증가 및 작업 환경의 변화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청바지의 매출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청바지는 타이트한 데님의 특성상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가 직접 착용해봐야 하는데,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며 사이즈 표만 봐도 얼추 맞는 고무줄 바지나 신축성 있는 소재의 옷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처럼 청바지 세상이 종말을 고할 것인지, 시대의 변화에 맞춰 진화할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다.
[3위] 청바지로 범인 잡은 FBI
청바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청바지는 세탁하면 염료가 빠져나가면서 독특한 패턴을 이루게 된다고 한다. 즉 기성품일지라도 물 빠짐이 고유의 패턴을 남기며 희소성 있는 바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인데, 흥미롭게도 FBI는 오래전부터 이 특징을 범인 검거에 사용하고 있었다.
▲ CCTV에 찍힌 찰스 바비의 모습
(출처: Case report_Photographic identification of denim trousers from bank surveillance film)
1996년 4월, 찰스 바비라는 남성이 미국의 한 은행에서 강도 사건을 벌였다. 범행 당시 그는 스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범인 색출도 어려울 판이었다. 그런데 그가 입고 있던 청바지가 은행의 보안 카메라에 아주 자세히 찍혔다.
▲ FBI가 제시한 청바지 식별 수사
(출처: Case report_Photographic identification of denim trousers from bank surveillance film)
FBI는 화면 속 청바지를 분석해 24개 이상의 색바램과 마모 흔적을 찾아냈다. 특히 색바램과 마모를 통해 형성된 측면 솔기에 주목했는데 FBI는 이 솔기가 고유의 정체성을 입증하는 바코드라고 판단했다. 이후 용의자 수색 과정을 통해 그의 옷장에서 발견된 청바지와 화면 속 청바지가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그를 기소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됐다.
▲ 측면 라인의 오돌토돌한 솔기가 고유의 정보가 된다
(출처: Case report_Photographic identification of denim trousers from bank surveillance film)
이후에도 FBI는 청바지 식별 수사법을 통해 수많은 범인이 유죄판결을 받도록 했는데, FBI crime lab 특수 사진 부서에서 근무 중인 Vorder Bruegge는 ‘청바지는 마찰에 의해 고유의 솔기를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특정인의 옷이라는 것을 식별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말했다.
▲ FBI의 청바지 식별 수사법에 의문을 제기한 Propublica
한편 미국의 사법 전문 매체인 Propublica는 사진 속 청바지 식별 수사법을 두고 신뢰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들은 법의학 과학자, 통계학자, 의류 제조 전문가에게 FBI의 청바지 식별 수사법에 관한 의견을 구했는데, 법의학 증거 통계 및 응용 센터 소장인 Alicia Carriquiry는 ‘청바지의 측면 솔기는 재봉틀의 일관된 방식에 의해 동일한 패턴으로 적용될 수 있으며, 더욱이 같은 종류의 기계와 프로세스를 사용해 작업했다면 똑같은 청바지가 생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같은 FBI 소속인 한 섬유 검사관은 청바지 식별 수사법은 증거로서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2위] 마스크 대신 써도 되는 청바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마스크는 이제 외출 필수품이 되었다(속옷은 깜빡해도 마스크는 절대로 깜빡할 수 없다). 한때 높은 몸값으로 거래되던 마스크였지만 다행히 지금은 많이 안정화가 되었다. 하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여전히 마스크값이 금값이다.

▲ 트럼프 왈, 마스크 대신 이렇게 스카프를 둘러도 괜찮대요... 농담이시죠?
지난 4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 대신 스카프를 둘러도 괜찮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는 ‘마스크를 도무지 구할 수 없을 때나 고려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돌려 비난했다. 한 기업에서는 ‘스카프가 마스크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우리가 확인해볼게’라며 직접 실험을 진행했는데 내용이 꽤 흥미롭다.
▲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섬유로 미세 입자 필터링 테스트를 진행했다 (출처: smartairfilters.com)
공기청정기 개발 기업인 Smart Air는 브래지어 패드, 커피 필터, 스카프, 면T, 침대 시트, 폴리프로필렌 쇼핑백 등 30개의 섬유를 사용해 미세입자 필터 효과와 통기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 1μm 크기의 입자 필터링 테스트 결과 (출처: smartairfilters.com)
실험은 1μm 크기의 입자 필터링 테스트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작은 0.3μm 크기의 미세입자 필터링 테스트로 진행되었는데, 1μm 입자 필터링 테스트의 경우 커피필터, 치킨타올, 페이퍼타올, 청바지 소재가 입자를 90% 이상 차단했다. 트럼프가 주장한 스카프는 24%의 차단율로 30개 소재 중 가장 효과가 떨어졌다.
▲ 0.3μm 크기의 입자 필터링 테스트 결과 (출처: smartairfilters.com)
이번에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작은 0.3μm 크기의 입자 필터링 테스트를 했는데, 커피 필터가 49%, 나일론이 49%, 키친타월이 48%, 페이퍼타월이 33%의 차단율을 보였다. 청바지의 미세입자 차단율은 29%였다. 트럼프가 주장한 스카프는 10%도 차단하지 못했다.
끝으로 연구진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할 경우 청바지나 페이퍼 타월을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그 이유는 커피 필터나 나일론은 통기성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청바지나 페이퍼타월은 그나마 숨쉬기가 편하다(N95 마스크보다 나은 정도). 하지만 청바지를 마스크 대용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
[1위] 플라스틱 못지않는 환경오염, 청바지
‘물 발자국’이란 한 개의 제품이 소비자에게 제공되기까지 직,간접적으로 사용된 물의 총량을 뜻한다. 즉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커피나 플라스틱, 휴지 등을 생산/소비하는 데 얼마나 많은 물이 사용되는지를 알 수 있는 환경자원 성적표인 셈이다.
▲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9000L의 물이 사용된다니... (출처: smartairfilters.com)
그린피스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의 물발자국은 9,000L다. 염색과 워싱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산화탄소 32.5kg 발생이 더 추가된다. 업계에 따르면 연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청바지 숫자가 24억 장인데, 한 장에 9,000L의 물이 소모되고, 32.5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니 얼마나 많은 자원이 청바지 한 벌 속에 사라지는 것일까.
▲ 청바지로 인한 수질 오염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리버블루>
한 가지 예로, 중국 남서부의 신탕에서는 전 세계 청바지 양의 1/3이 생산된다. 청바지 관련 사업체만 3,000개에다 하루 250만 개의 청바지가 만들어진다. 그렇다 보니 그로 인한 환경오염도 만만치 않다. 일반적으로 직물을 염색하기 위해서는 화학 물질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도 포함된다.
▲ 신탕 근처의 강. 위쪽에 청바지 염색물로 인해 파랗게 물든 강이 보인다 (출처: 그린피스)
이러한 화학 물질은 염색 과정을 거친 후 근처의 강으로 보내지는데, 그린피스에서 이곳 주변의 물과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카드뮴, 크롬, 수은, 납, 구리 5개의 중금속이 검출됐다. 이 중 카드뮴에서는 중국 국가 제한 기준의 128배를 초과하는 수치가 측정됐다. 사진만 봐도 얼마나 많은 강과 자연이 청바지 생산 과정에 훼손되어가는지 알 수 있다.
▲ 리바이스의 환경 친화적 케어라벨 (출처: 리바이스)
환경단체들은 이를 두고 청바지 제조사는 청바지 생산에 물 사용을 최소화하는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바이스의 경우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일찌감치 주목해 물을 적게 사용해 청바지를 만드는 Water
*Water
▲ 1년에 한 번은 무리고, 한 달에 한 번 빨래를 고려해보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선 청바지를 사기 전 ‘진짜 필요한지’ 고민해보자. 그리고 5위 뉴스에서 말한 것처럼 청바지는 자주 빨 필요 없다. 하루 입고 잘 건조했다가 다음에 또 입고, 또 입고, 반복해서 1달 1번 세탁을 습관화해보자.
기획, 편집 / 다나와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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