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보통 우리나라에선 며느리들이 추석을 꺼린다고 여겨지지만 피규어를 사랑하는 키덜트들도 추석을 꺼린다. 아니 두려워한다. 매년 추석 혹은 설처럼 가족들이 집으로 모이는 시기가 되면 키덜트들은 지갑으로 낳은 소중한 자식(피규어)들을 조카로부터 지키기 위해 온갖 대책을 세운다.
▲ 얘들아, 올해는 안심해도 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정부에서 친지 방문 자제를 권고하는 분위기다. 덕분에 당장은 조카몬의 수탈을 피할 수 있을 듯하나, 언제까지 이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모를 일이다. 차라리 피규어에 대한 드넓은 세상을 조카와 그 지원군(부모)에게 보여주자. 우리의 피규어가 당신들의 명품백, 외제 차, BTS 굿즈처럼 남에게 쉽게 건넬 수 없는 희소가치 높은 존재임을 알려주자. 어떻게? 이달 세차니, ‘피규어에 대한 별난 뉴스’를 보여주면 된다.
▲ 바쁜 분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별난뉴스 요약본
[5위] 장난감 때문에 버려진 햄버거, 맥도날드 해피밀 대란
지난 2014년 5월, 대형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는 아침부터 직장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단순 매장이 붐비는 수준이 아니라, 대기 줄이 매장 문 밖을 넘어 길거리까지 쭉 이어진 것이다. 이유는 ‘슈퍼마리오 피규어’ 때문. 맥도날드는 매달 어린이 세트인 ‘해피밀’을 주문하면 피규어 장난감을 제공했는데, 5월 증정품인 슈퍼마리오 피규어가 공개되자 키덜트들이 앞다투어 맥도날드로 몰려든 것이다.
▲ 2014년 해피밀 세트 증정품으로 공개된 슈퍼마리오 피규어 8종 (출처: 맥도날드)
당시 공개된 슈퍼마리오 피규어는 3,000원 메뉴의 증정품치고는 퀄리티가 뛰어났다. 게임 속 액션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변신 코스튬을 착용하기도 했고, 일부 피규어는 움직임도 가능했다. 슈퍼마리오 피규어는 SNS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고, 호기심을 느낀 비키덜트인까지 가세, 강남에 위치한 매장 같은 경우는 판매 개시 2시간도 되기 전에 피규어 전 제품이 동났다.
▲ 더욱 화려해진 2차 라인업 덕분에, 해피밀 경쟁을 더 치열해졌다
해피밀 마리오 피규어는 2번에 걸쳐 판매되었는데, 2차 피규어의 경우 요시와 피치 공주까지 더해져 더욱 치열한 경쟁을 불러왔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행사 기간에 판매된 해피밀 세트는 평소보다 8~10배가량 늘었다.
한편 슈퍼마리오 피규어 열풍은 자연스레 어둠의 시장을 형성했는데, 온라인 중고 장터에서는 마리오 피규어가 구매가보다 10배 이상의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다. 이에 운영자가 아예 해피밀 장난감 중고 거래를 금지하기도 했다. 사족이지만 필자도 당시 자정부터 줄을 서 해피밀 마리오 피규어 8종을 어렵게 구했다. 그리고 이 피규어들은 이듬해 조카의 품으로 강제 이주했다.
[4위] 피규어와 결혼하고, 피규어 때문에 이혼하고…
지난 2018년, 한 일본 남성의 결혼식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녀의 신부가 피규어였기 때문(정확히는 보컬 로이드 캐릭터).
▲ 하츠네 미쿠와 결혼한 콘도 아키히코 (출처: OTAQUEST 트위터)
콘도 아키히코라는 35세의 남성은 일본의 가상 아이돌 캐릭터인 ‘하츠네 미쿠’의 열혈 팬이었는데, 사랑이 넘치다 못해 결국 2018년 11월 4일, 39명의 하객 앞에서 그녀와 결혼식을 올렸다.
▲ 대화도 가능한 스피커까지 집에 설치해두었다
그는 과거 직장에서 여성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한 기억 때문에 실제 여성들보다 가상의 캐릭터 여성이 편안하다고 밝혔는데, 특히 하츠네 미쿠의 목소리에 큰 위안을 얻어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 부부싸움 후 집에 돌아왔더니 피규어장이 무너져 있더라... (출처: fTWrU0Wawr5tnPM 트위터)
한편 피규어 때문에 부부 사이에 파경을 맞은 사례도 있었다. 2019년 일본에서는 부부싸움 후, 아내가 자신의 건담을 파괴했다며 글을 올린 남성의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건담은 물론 평소 다양한 피규어와 프라모델을 수집하며 트위터에 공유하던 그는, 아내와 말다툼 후 집에 돌아와 보니 피규어가 진열된 선반을 아내가 부숴놓았다며 한탄했다.
▲ 자신의 피규어를 부쉈다는 이유로 아내를 살해한 리키 라 투쉐
2011년 영국에서는 피규어 때문에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남편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리키 라 투쉐라는 이름의 남성은 자신이 어릴 때부터 수집해온 스타워즈 피규어 컬렉션을 아내가 부수었다는 이유로 그녀를 질식 시켜 살해했다. 남자는 아내가 평소에도 폭력적이었으며 자신의 인생을 지옥으로 만들기 위해 피규어를 부쉈다 주장했다. 남자는 자수했으나, 살인 혐의를 인정받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3위] 플라스틱으로만 만드는 줄 알았는데… 기상천외한 피규어 소재
국어사전에서 피규어를 검색해보면 ‘유명 인사나 영화, 만화의 등장인물을 본떠 플라스틱, 금속, 밀랍 등으로 제작한 물건’이라 설명돼 있다.
▲ 보통 우리가 피규어라 알고 있는 장난감들은 대게 PVC로 제작되었다
보통 우리가 ‘피규어’로 알고 있는 장난감들은 거의 PVC로 제작되었다. 여기서 퀄리티를 약간 높이면 폴리스톤, 메탈, 초합금을 사용하고, 캐릭터의 필살기라든지 정교한 표현을 위해 비싼 레진을 쓰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인 피규어의 재료들이다. 별난 뉴스인 만큼 별난 재료들로 만든 피규어를 살펴볼까.
▲ 록맨 30주년 기념으로 출시된 순금 록맨 피규어 (출처: http://www.rockman-corner.com)
2018년 캡콤에서 대표작 ‘록맨’의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한정판으로 제작한 피규어다. 순금 99.99%로 제작됐다. 캡콤은 팬들을 대상으로 예약 판매를 시작했는데, 당시 가격이 대형(높이 100mm, 무게 90g) 피규어는 259만 엔, 소형(높이 60mm, 무게 30g) 피규어는 74만 엔이다. 지금은 금값이 올랐으니 더 비싸졌을 것이다.
▲ 맥주캔으로 만든 포켓몬 피규어 (출처: Makaon 트위터)
일본의 예술가 Makaon이 맥주캔을 재활용해 만든 피규어다. 맥주캔의 컬러를 활용해 별도의 도색 없이 피규어를 완성했다. 진즉 <세상에 이런일이>에 출연했을 법한 실력이지만, 일본인이라 방송에는 나오지 않은 듯하다.
▲ KFC 치킨 뼈로 만든 드래곤 피규어 (출처: Honeoyaji 트위터)
이번에도 일본인이 만든 피규어다. 보기만 해도 남다른 포스를 풍기는 이 피규어의 재료는? 힌트! 드래곤 발밑을 보자. Honeoyaji라는 닉네임의 일본 작가는 자신이 먹은 KFC 치킨의 남은 뼈를 사용해 피규어를 제작했는데 엄청나게 정교해 우리나라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 치킨 뼈 피규어를 10만 원 받고 그대로 만들어달라는 일본 방송사에 화가 난 작가의 기사
한편 이 작품을 본 일본의 한 방송사에서 작가에게 같은 작품을 그대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1) KFC 치킨 대신 냉동 치킨의 뼈를 사용할 것, 2) 뼈의 질감이 나오지 않도록 도색할 것, 3) 제작비용은 1만 엔(한화 약 10만 원)이라는 열정페이 수준의 금액과 까다로운 조건까지 제시해 작가의 분노를 샀다.
[2위] 우린 정상적인 거 안 만들어요… 괴짜 피규어 아티스트
개성시대 아니랄까 봐 피규어도 개성 넘치는 물건들이 많다. 특히 2,000원 정도에 뽑을 수 있는 캡슐토이 제품 중에 황당한 피규어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너무나 자유로운 여신상’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대표적이라면 대표적.
▲ 너무나 자유로운 여신상과 생각 없는 사람 (출처: 판다노아나)
귀엽고 황당한 캡슐토이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판다 노 아나’에서 출시했는데, 각각 미국 자유의 여신상과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을 패러디했다. 보기만 해도 실소가 터지는 포즈 덕분에 피규어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한 번씩 쳐다보게 되는 아이템이다.
▲ 온라인에서 유명한 동물 짤이 그대로 피규어로 탄생했다 (출처: meetissai 트위터)
온라인에서 유명한 동물 짤을 피규어로 만드는 ‘초현실주의 작가’도 있다. meetissai라는 닉네임의 피규어 조형사는 짤방으로 자주 활용되는 동물들을 모티브로 피규어를 만들어 자신의 트위터에 업로드하고 있는데, 가부좌 강아지, 형님 고양이, 액션 팬더, 사람 눈 강아지, 바람 맞는 포메 등을 피규어로 제작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 중국에서 화제를 모은 마스크 쓴 고양이도 피규어로 탄생됐다 (출처: meetissai 트위터)
지난 2월에는 중국에서 화제를 모은 ‘마스크 쓴 고양이’를 똑같이 본떠 피규어를 만들었는데, 이를 본 중국의 제조업체가 ‘이 고양이 피규어 판매 수익금을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성금으로 기부하겠다’며 정식 판매를 제안했다.
[1위] 덕질과 피규어 재테크
인터넷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양산형 피규어는 취미생활밖에 되지 않지만, 한정판 같은 프리미엄 피규어는 재테크 가치를 갖는다. 특히 공급 물량이 한정돼 있는 희소성 있는 피규어는 열혈 마니아들이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은 보물과 같다.
▲ 어벤져스 헐크 버스터 디럭스ver 핫토이 / 마크 IV 1/6 스케일 한정판 세트
핫토이, 엔터베이 같은 피규어 업체에서 매년 피규어 출시를 알리면 팬들은 즉시 예약을 걸고, 1년 이상을 기다려 제품을 받는데 아예 재테크를 목적으로 제품을 구매한 뒤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다(그래서 찐팬들은 이들의 행위를 재테크가 아닌 되팔램이라고 비난한다). 이 같은 이유로 잘 사둔 피규어는 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희소가치가 뛰어난 일부 피규어는 2,200만 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된다.
▲ 출처를 누르면... 살 수 있다... (출처: https://www.aniplexplus.com/mHhbdkNY)
글로벌 만화 웹사이트 CBR에서 뽑은 ‘역대 비싼 애니메이션 피규어 10선’에 의하면, 라이트노벨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 방법>의 히로인 중 하나인 메구미 가토의 실제 크기 피규어는 딱 10개만 생산됐는데, 그 가격이 자그마치 19,000달러(한화 약 2,200만 원)다.
▲ 아톰 피규어 역시 25,000달러를 주면 온라인에서 즉시 구매가 가능하다
생산된 지 오래된 아톰 피규어는 25,000달러(한화 약 2935만 원), 애니메이션 <투 러브 트러블>의 모모 베리아 데빌룩 10개 한정 피규어는 27,000달러(한화 약 3,195만 원)에 거래됐다. 한편 세계에서 가장 비싼 피규어는 1988년 일본 현대작가 무라카미 타카시가 만든 ‘마이 론섬 카우보이’라는 작품으로 뉴욕 경매장에서 1,516만 달러(약 164억 원)에 낙찰됐다.
▲ 디오라마 형태의 피규어가 재테크 가치가 더 높다
피규어로 재테크를 하고 싶다면 1) 공급 수량에 제한이 있는 한정판을 구매하고, 2) 패키지는 절대로 뜯지 않으며, 피규어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보존한다. 그리고 캐릭터만 달랑 서 있는 피규어보다 배경이 함께 배치된 디오라마 형태의 피규어가 더욱 가치가 높다.
▲ 유럽 덕후들 사이에서 비싸게 거래되는 1968 핫휠 자동차 피규어 (출처: flickr_@Craig Tetlow)
단종되거나, 오래된 장난감도 재테크 가치가 있는데, 유럽에서는 1968 핫휠 자동차 장난감이나, 오리지널 모노폴리 보드, 닌자거북이 액션 피규어(1980년대 제품), 양배추 인형 등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 애나벨 아님 (출처: flickr_@Nancy Chow)
양배추 인형의 경우 1978년에 약 20파운드(한화 약 3만 원)에 판매되던 것이 현재는 2,400파운드(한화 약 36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 방구석에 이런 거 있으면 내다 버리지 말고 모셔뒀다가 팔자
만약 이러한 레트로 감성의 물건들이 여러분의 다락방 어딘가에 보관돼 있다면 절대로 버리지 말고 팔아라. 특히 위에서 언급한 핫휠 자동차, 양배추 인형은 해외 키덜트들에게 팔아야 값을 높게 치를 수 있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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