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YX Ultimate Astro X MC Cartridge : 김편
이 세상 것이 아닌듯한 저역의 에너지
얼티밋 아스트로(Ultimate Astro)는 일본 직스(Zyx)가 2019년 말 선보인 플래그십 MC 카트리지다. 0.24mV의 저출력, 2g의 중침압, 4옴의 저임피던스 카트리지이며, 모델명에 붙은 X는 코일이 구리라는 뜻이다. 직경 0.035mm의 6N OFC 동선이 투입됐다. 그리고 직스의 얼티밋 라인은 모두 카본 캔틸레버와 마이크로 리지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를 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정면에 보이는 푸른색의 구슬. 직경 8mm, 무게 1g의 이 구슬을 직스에서는 라피스 라줄리 밸런스 웨이트(Lapis Lazuli Balancing Weight)라고 부르는데, 카트리지의 무게 중심을 정확히 잡아준다고 한다. 라피스 라줄리라는 보석 자체가 여러 종류의 소달라이트(sodalite. 광물)로 구성돼 있어서 자신에게 전해진 카트리지의 진동을 흡수하는 역할도 한다.

이 밖에 좌우 채널에서 동일한 위상의 신호가 나오도록 코일을 L+는 R+와, L-는 R-와 정확히 대칭을 이루며 감은 것은 직스의 트레이드 마크. 얼티밋 아스트로는 여기에 MC 카트리지의 발전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 전기에너지 품질을 떨어뜨리는 각종 와류(eddy current)와 역기 전류(reverse electric current)를 최소화했다. 세계 최초로 댐퍼를 2개나 투입해 보빈의 ‘해로운’ 진동을 줄이고 스타일러스와 코일의 ‘유익한’ 진동은 보다 그 순도를 높인 점도 눈길을 끈다.

수입사인 씨웍스의 아날로그 라운지 시청실에서 이 카트리지를 듣고 깜짝 놀랐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싶을 만큼 화끈하고 에너지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다이내믹스와 선도가 높은 점도 특징.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에서는 NBA 덩크슛 같은 음들이 난무했고 특히 저음의 에너지는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했다. 수스케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에서는 뒤로 뻥 뚫린 무대와 어디 하나 흐물흐물한 구석이 없는 모습이 압권. 고음 파트는 혹시 저러다 부러지지 않을까 여리여리한 음이 이어졌다. 숨이 턱 막힐 듯한 감칠맛이었다.
얼티밋 아스트로는 누구에게나 허락된 카트리지는 아니다. 가격이 아주 센 이유도 있지만, 이 카트리지가 던져주는 그 엄청난 에너지와 스피드, 콘트라스트는 웰메이드 턴테이블과 톤암의 조력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갖춘 행운의 애호가에게 올해 들은 최고의 MC 카트리지로서 강력히 추천한다.
Clearaudio Ovation Turntable : 김편
마성의 디테일
독일 클리어오디오(Clearaudio)의 오베이션(Ovation) 턴테이블은 DC 모터가 서브 플래터를 플랫 고무벨트로 돌리는 리지드 타입의 턴테이블. 외관을 보면 가격대에 비해 수수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군더더기 없이 다부진 모습이다. 메인 플래터는 두께 40mm의 POM(폴리옥시메틸렌), 서브 플래터는 알루미늄. 메인 베어링은 클리어 오디오의 시그니처라 할 세라믹 마그네틱 베어링(CMB)으로, 서브 플래터와 메인 플래터가 CMB 위에 차례대로 장착된다.

섀시는 알루미늄 상판과 하판 사이에 방탄나무라고 불리는 팬저홀츠(Panzerholz)를 집어넣은 샌드위치 구조. 오베이션을 포함한 상위 모델들에 이 팬저 홀츠를 집어넣은 것은 플린스의 무게 대비 강도를 높이고 공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더욱이 오베이션의 팬저 홀츠에는 무려 10만 개에 달하는 작은 금속 구슬을 박아 공진을 더욱 줄이는 모습이다.

기본 장착된 9인치 클래리파이 톤암과 탈리스만 V2 골드 카트리지의 성능에도 크게 감탄했다. 클래리파이 톤암은 침압과 VTA는 물론, 아지무스와 안티 스케이팅까지 조절할 수 있는 본격파 톤암이며 튜브 재질은 카본이다. 톤암 베어링이 비접촉 마그네틱 방식이어서 아무런 마찰이나 노이즈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탈리스만 V2 골드 카트리지는 모델명의 ‘Gold’가 나타내듯이 코일이 24K 순금이며, 채널 분리도를 높이기 위해 코일을 요크에 좌우 대칭 형태로 감았다.

이들 3총사가 전해준 재생음은 전체적으로 디지털 지터가 사라진, 아날로그 음원 재생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자연스럽고 강단이 서린 음이었다. 음의 형체가 분명한 것을 보면 역시 클리어오디오 턴테이블과 톤암, 카트리지가 빚어내는 사운드 시그니처는 ‘클리어'라 할 만하다. 콜린 데이비스가 지휘한 모차르트 레퀴엠 중 ‘Tuba Mirum’은 진공청소기로 온갖 불순물과 노이즈를 쭉 빨아들인 것 같다. 다이애나 크롤의 ‘Desperado’는 대역 밸런스와 타이밍에서 정상급 사운드를 들려줬다.
오베이션 턴테이블을 시청하면서 필자의 머릿속에 맴돌던 이미지는 ‘마성의 디테일’ 혹은 ‘악마의 디테일’이었다. 카운터 웨이트를 마이크로 노브를 통해 돌리도록 한 점, 서브 플래터 밑면에 스토로보스코프 패턴을 새겨 넣은 점, 굳이 팬저홀츠라는 나무를 동원해서까지 공진 컨트롤에 나선 점 등이 그러했다. 플래터를 공중부양시킨 CMB 메인 베어링과 톤암 튜브의 베어링 접촉면을 없앤 톤암 베어링 설계는 이 중에서도 화룡점정이라 할 만했다.
The Funk Firm LSD Turntable : 김편
오래 곁에 두고 쓸 만한 턴테이블과 톤암 세트
요즘 턴테이블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레트로 열풍에 올라탄 팬시상품이거나, 아날로그 초고수 혹은 부자들을 위한 초고가 턴테이블이거나. 이런 양 극단을 달리는 트렌드 속에서 합리적인 가격과 독창적인 설계, 단단한 만듦새가 돋보이는 턴테이블을 하나 꼽자면 영국 펑크 펌(The Funk Firm)의 LSD(Little Super Deck)다. 리뷰하는 내내 재생음의 품격에 몇 번이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LSD는 DC 모터가 벨트로 메탈 서브 플래터를 돌리면, 그 위에 얹힌 유리 플래터가 회전하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 리지드 타입의 턴테이블이다. 회전수는 33.3회전과 45회전을 지원하며, 전원은 SMPS 어댑터에서 DC 전원을 공급받는다. 아크릴 재질의 투명 더스트 커버도 제공된다. 톤암은 펑크 펌의 9인치 피봇 타입 톤암 F5 mkII가 기본 장착되지만, 카트리지는 유저가 따로 구매해야 한다.
LSD 턴테이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3개의 풀리가 하나의 벨트로 서브 플래터를 돌린다는 사실. 이중 하나의 풀리에만 DC 모터가 연결됐고 나머지는 벨트를 걸어주는 역할(패시브 풀리)만 한다. 왜 이러는 걸까. 플래터의 정확한 회전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일부 제작사는 2개, 3개의 모터를 투입하지만 펑크 펌에서는 패시브 퓰리에게 이 역할을 맡겨 비용은 낮추고 효과는 동일하게 얻은 것이다.

펑크 펌이 2005년 설립 직후 내놓은 아크로매트(Achromat)도 신통방통하다. 리뷰 모델에는 아크로매트가 옵션으로 장착돼 있었는데, 두께는 3mm 정도이며 눌러보면 약간 폭신폭신하다. 펑크 펌에 따르면 이 아크로매트 한 장에는 안에 수백만 개의 작은 공기방울이 들어있어 매트에 가해지는 에너지가 모두 열로 소비된다. 결국 플래터에서 가해지는 진동과, 카트리지가 그루브를 읽는 과정에서 발생시킨 불필요한 진동을 이 아크로매트가 열에너지로 바꿔주는 셈이다.

F5 mkII를 비롯해 펑크 펌 톤암의 시그니처는 튜브 중간에 있는 둥근 고리 모양의 슬라이딩 웨이트(Sliding Weight). 이 추를 헤드셀 쪽으로 옮기면 카트리지에 가해지는 톤암의 유효 질량이 높아지고 뒤로 옮기면 낮아진다(14.2~19.1g). 튜브에는 5개의 눈금이 있고 1.5, 2, 2.5 등 침압이 표시됐다. 튜브 뒤에 있는 카운터 웨이트로 침압을 조절하고, 이 슬라이딩 웨이트로 해당 카트리지의 컴플라이언스에 대응하는 원리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LSD의 이 같은 흔치 않은 설계는 실제 시청 시 음질로 보답받았다. 분해능, 볼륨감, 무게감, 리듬감, 톤 밸런스, 정숙도 등 듣는 LP마다 깜짝 놀랐지만, 가장 돋보인 것은 가격대가 믿기지 않는 해상력 가득한 음과 투명한 무대였다. 가격대만 보고 기대치를 낮췄던 필자가 무참해진 순간이었다. 본격 LP의 세계로 빠져들기에 충분한 턴테이블과 톤암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Elac Miracord 60 Turntable : 이종학
드디어 미라코드가 돌아왔다!
현재 아날로그 시장이 뜨겁다. 예전에 뮌헨 하이엔드 쇼를 갔을 때엔 매 부스마다 턴테이블을 만날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고, 그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스트리밍 쪽이 대세가 됨에 따라 빠르게 CD가 퇴조한 자리를 LP가 이어받은 바가 크다. 이전까지는 소수의 레이블에서 소량의 LP 생산에 그치고 말았지만, 현재는 메이저 레이블에서 앞다퉈 이 판에 끼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가요나 K-POP 아티스트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그런데 이 턴테이블이라는 기기가 정말 요물이다. 정말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설계 방식이나 구동 메커니즘에 따라 천변만화한 음을 들려준다. 정말 선택지가 넓다. 게다가 암과 카트리지, 포노 앰프 등의 조합을 생각하면 골머리가 아프다. 턴테이블의 턴도 모르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느 정도의 퀄러티를 확보해서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없을까 고민한다면, 본 기 미라코드(Miracord) 60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스피커 메이커로 유명한 엘락이지만, 그 이전에는 턴테이블 제조로 명망이 높았다. 2차대전 후부터 1970년대 말까지 약 30년간, 엘락은 오디오 업계에서 아날로그 플레이어의 제조사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상당한 물량을 책임졌으므로, 자연스럽게 토렌스, 듀얼, 가라드 등과 비교될 정도였다. 전성기 때에는 5천여 명의 직원을 거느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 시절의 기술과 노하우에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서, 이번에 새롭게 미라코드 시리즈가 부활된 것이다. 오디오 역사에 좀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본 기에 주목할 것이다.

본 기는 미라코드 시리즈 중 중급기에 속한다. 상급기로 90이 있고, 엔트리 클래스에 50이 런칭된 상태. 다시 말해, 가격과 퀄러티 모두 아우른 좋은 제품이다. 제일 중요한 구동 메커니즘은 벨트 드라이브 방식. 단, 정속 주행을 유지하기 위한 마이크로 컨트롤러가 장착되어 실시간으로 광학 센서를 통해 감시하면서 수정이 이뤄지고 있다. 역시 21세기에 만들어진 물건답다.
또 플래터의 경우, 22mm 두께의 다이캐스트 알루미늄으로 제조되어, 상당한 신뢰감을 준다. 탈부착이 가능한 해드셀이 제공됨으로, 타사의 해드셀과 카트리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메리트다.

사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미라코드가 이렇게 갑자기 재등장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런 면에서 역사는 돌고 도는 모양이다. 사용하기 쉽고, 정밀한 메커니즘으로 무장하고 있으면서, 가격적인 메리트까지 아울러 갖고 있다는 점은 본 기의 존재감을 강력하게 빛나게 한다. 워낙 기본기가 튼튼한 제품이라, 본 기를 통해 정말 재미있게 아날로그 취미를 영위할 수 있을 것 같다.
MoFi Electronics UltraDeck Turntable : 이종학
뮤직 러버를 위한 모파이의 제안
모파이(MoFi)라는 이름이 생소할 것이다. 그 근원은 모바일 피델리티(Mobile Fidelity)라고 해서, 주로 예전의 명 녹음을 리이슈하는 쪽에 역점을 두고 있다. LP는 물론 CD도 발매한다. 그런데 그 퀄러티가 상당하다. 그간 수많은 회사들이 이쪽 영역에 도전했지만, 그 누구도 모파이의 아성을 넘보지 못했다. 아마도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를 빌려다가 정공법으로 핸들링하는 데에서 오는 강점이 크다고 본다.

단, 그 레퍼토리가 주로 록과 재즈에 머물고 있다는 점, 그 타이틀도 주로 구미 쪽의 취향에 맞춰져 있다는 면에서 우리 입장에선 좀 아쉬움이 남는다. 빌 위더스, 수퍼트램프, 빌리 조엘 등을 살 만한 분들이 우리나라에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그냥 편하게 음질 체크용으로 LP를 한두 장 구매해서 들어보기만 해도, 모파이의 실력은 충분히 짐작할 것이다. 그런 모파이에서 과감한 도전을 택했다. 바로 턴테이블을 만드는 것이다. 단, 초 하이엔드 내지는 울트라 하이엔드 클래스가 아니라, 일반 음악 애호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에서 만든 점이 눈길을 끈다. 개인적으로 적극 환영한다.
사실 오디오 애호가와 음반 애호가는 좀 다르다. 전자가 오디오의 음에 집착한다면, 후자는 음반에 포커스를 맞춘다. 따라서 전자의 집에 가보면 어마어마한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지만, 음반 라이브러리는 빈약한 경우도 종종 있다. 반면 후자는 엄청난 라이브러리를 자랑하지만, 의외로 단출한 시스템으로 즐기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둘 사이의 어떤 지점, 이른바 중용의 미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본 기는 바로 그런 중용의 지대에 놓을 수 있는 제품이라 하겠다.

사실 모파이의 경우, 리이슈 음반 제조가 중심이라, 턴테이블 제조를 위해 별도의 하드웨어 회사를 만들면서 두 명의 엔지니어를 초빙했다. 턴테이블 자체는 앨런 퍼킨스가 담당하고 있는데, 원래 소타, 스파이럴 그루브 등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여기에 팀 파라비치니가 가세해서 도움을 준 상황.
제품의 만듦새를 보면, 확실히 메이드 인 USA의 제품다운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이 시원시원하고, 사용법도 쉽다. 턴테이블의 사용에 부담을 가진 분들도 큰 어려움이 없이 접근하도록 했다. 벨트 드라이브 방식을 채택한 가운데, 델린 소재의 플래터가 눈에 띈다. 오랜 기간 LP를 제조한 회사다운 선택이다. 이 경우 별도의 매트 없이 그냥 LP를 올려놓으면 된다고 한다.

한편 10인치짜리 톤암이 주는 듬직함도 괜찮고, 실제로 트래킹 에러를 줄이고 있다. 톤암 내부는 카다스 케이블로 배선한 바, 보이지 않은 부분까지 음질에 관계된 부분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있다. 부담 없는 가격은 최대의 강점. 확실히 LP 르네상스 시절을 맞아 이런 제품을 만든 것은 현명한 결정이라 하겠다. 뮤직 러버를 위한 모파이의 멋진 제안이라 생각한다.
SME Synergy Turntable : 코난
나의 올해 아날로그 시스템 업그레이드 계획은 SME 톤암을 나의 트랜스로터 턴테이블에 달아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SME는 작년 말부터 갑자기 톤암의 별도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다행히 SME V 톤암을 하나 구했고 이젠 톤암 보드를 만들기로 해놓은 상태. 1년에 한두 번은 턴테이블 관련 업그레이드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올해는 SME 톤암 업그레이드로 한 숨 돌리는 듯하다.

사실 SME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SME 톤암의 역사는 마치 톤암계의 오토폰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라함, 쿠즈마, 리드, 트라이플라나, 쉬크 등 셀 수 없이 많은 톤암 메이커들이 쟁쟁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톤암과 턴테이블을 운용한다면 레퍼런스로 하나 즈음은 굴리는 게 SME 톤암들이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성능이 증명되었고 여러 턴테이블 및 카트리지와 호환성도 높은 편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갑자기 SME에서 신선한 컨셉의 턴테이블을 들고 나왔고 국내 들어왔다. 턴테이블 본체와 톤암은 SME의 그것이지만 카트리지는 오토폰의 Windfeld Ti라는 막강한 MC 카트리지가 기본 장착되어 있었다. 게다가 포노앰프는 스위스 나그라가 만든 것을 내장시켰다. 톤암 케이블은 네덜란드 실텍의 자매 브랜드 크리스탈 케이블. 턴테이블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네 개 국가의 대표 주자들이 연합군처럼 모여 시너지를 노리고 있었다. 바로 Synergy라는 턴테이블이다.
영국, 덴마크, 스위스 그리고 네덜란드 연합군이 만들어낸 시너지는 그동안 SME 톤암 업그레이드를 하고 반덴헐 순은 케이블을 매칭하고 쓸 만한 저출력 카트리지와 승압 트랜스, 그리고 또... 또를 계속해서 머릿속 서랍 속에서 만지작거리던 필자를 우습게 만들어버렸다. 일거에 모든 구성요소들이 일목요연하게 Synergy라는 턴테이블 속에 자리 잡고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필자는 이 각각의 구성요소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그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SME의 묵직하고 탄탄한 사운드, 나그라의 말랑말랑하며 부드러운 감촉, 오토폰의 섬세하면서도 드높은 기상, 크리스탈 케이블의 명료하며 깨끗한 순은의 개운한 뒷맛. 하지만 이 턴테이블은 이걸 받고 여기에 더해 시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턴테이블 하나에 2천이 넘는 돈을 태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카트리지, 포노앰프, 케이블 등 여러 제품들을 하나씩 따로 모으고 그 매칭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Parasound JC 3+ Phono Preamplifier : 코난
엘피 재생을 위한 아날로그 시스템은 턴테이블 하나로 완성할 수 없다. 톤암, 카트리지, 포노앰프 그리고 포노케이블 등이 필요하다. 게다가 스태빌라이저라던가 클램프 또는 요즘엔 수동 턴테이블을 위한 오토 리프트도 인기다. 다양한 카트리지와 헤드셀을 여러 종류로 구비해두고 그때그때 음반에 따라 골라 듣기도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중고 엘피가 많다 보니 간단하게는 카본 브러쉬부터 더 나아가면 클리닝 머신도 필요해진다.

그런데 하이엔드 아날로그 시스템으로 가면 규격이 제각각이어서 몇몇 규격 외엔 표준이라는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오디오 마니아들은 좌절에 빠지곤 한다. 예를 들어 턴테이블은 마음에 드는데 내가 아끼는 톤암을 달기가 애매한 경우. 또는 꿈에 그리던 카트리지를 장만했는데 제대로 된 소리를 들으려면 포노앰프에 승압 트랜스 등 갖추어야 할 게 너무 많아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때론 카트리지와 톤암의 매칭이 좋지 않아 공생이 힘든 경우도 태반이다.
특히 수많은 카트리지가 세상에 나와 있지만 제대로 된 포노앰프는 많지 않은 현실이다. 저출력 카트리지를 딱 원하는 만큼 정확히 증폭해 주며 노이즈나 험으로부터 자유로운 만능 포노앰프는 너무 드물다. 요즘엔 RIAA 외에 모노 시절 커브에 대응하는 포노앰프도 나오지만 일단 포노앰프의 증폭 성능이 우선이다. 유명하다는 빈티지 승압 트랜스를 MM 포노단에 붙여보았지만 역시 빈티지 앰프의 협대역에 좁고 평평한 무대는 요즘 엘피 듣기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걸출한 포노앰프를 하나 발견했다. 바로 패러사운드에서 나온 포노앰프였다. JC로 시작하는 걸 보니 분명히 존 컬이다. 마크 레빈슨의 MLAS 시절부터 시작해 비교적 최근의 컨스텔레이션 앰프까지 그의 손길이 머문 곳은 무척이나 많다. 필자는 오더블 일루전이나 벤데타 리서치에서도 그의 손길이 만들어낸 소리를 좋아했었다.

그리고 패러사운드에서 출시한 앰프 중 JC3+ 포노앰프는 역시 포노앰프 설계의 권위자로서 그의 능력을 확실히 각인시켜주었다. 일단 노이즈와 험으로부터 자유롭게 설계한 영민한 설계가 돋보이며 기능적으로도 다양한 로딩 임피던스와 게인 조정 기능이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다. 그뿐만 아니라 드물게 XLR 출력단이 마련되어 있는 풀 밸런스 포노앰프라니 이 가격대에선 횡재라고밖에.
실제로 사용해보면 왜곡이 낮고 무엇보다 기저 노이즈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깨끗한 소리를 낸다. 근거리에서 음악을 듣는 경우에도 노이즈 따위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개인적으로도 레가 P6 턴테이블에 달려있는 Exact MM 카트리지에 짝 지워줄 포노앰프를 찾다가 하위 모델인 Zphono XRM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메인 포노앰프도 바꾸게 된다면 단연 JC3+를 구입할 것 같다. 그리고 남은 예산은 좋은 음질의 엘피를 구입하는데 쓰겠다.
※ 추신
필자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있는 분야가 아날로그 소스 기기 분야지만 올해 리뷰로 다룬 기기는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하이엔드 턴테이블 쪽은 워낙 소수의 취미다 보니 트랜스로터, 닥터 페이케르트, 크로노스, 테크다스 등 단 몇 개 브랜드가 전부였다. 신제품 시장에선 그들만의 리그라고 할 정도로 좁고 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중, 저가 시장은 몇 년 사이 상당히 활발해진 인상이다. 최근 엘피라는 포맷의 르네상스에 힘입어 레가가 많은 성장을 보였고 이 외에 클리어오디오, 프로젝트오디오, 엘락, 듀얼 등이 약진하는 모습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레가 P6를 서브 턴테이블로 들여 만족스럽게 즐기고 있다. 더불어 올해 경험해본 것 중엔 오토폰의 100주년 기념 Century가 기억에 남는다. 이외 야마하는 GT-5000로 부활의 날갯짓을 보여주었고 Mo-Fi도 좋은 평가를 줄만한 제품들을 내놓으며 이 시장에 진입했다. 앞으로도 합리적인 가격대에 양질의 턴테이블이 많이 출시되어 엘피를 통한 음악 감상이 소수의 취미가 아닌 대중적으로 자리 잡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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