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상종’, ‘유니콘’ 등으로 불리며 신비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린 PC 부품이 있다. 바로 그래픽카드다. 지포스 RTX 30 시리즈, 라데온 RX 6000 시리즈 등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출시가 이어지고 있는 차세대 그래픽카드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소비자는 답답한 상태다. 암호화폐 채굴 열풍이 계속 이어지면서 대다수 그래픽카드들이 생산과 함께 디지털 아오지로 끌려갔고, 때문에 원래는 소비자 손에 돌아가야 할 그래픽카드의 수량이 극소수에 그쳐서 가격까지 상승해버렸다.
▲ 물건이 없다니? 회장님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것 아니오?
▲ 라데온도 씨가 말랐다니? 누님도 장난이 너무 심한 것 아니오?
그래서 아마 대부분 소비자들이 물량과 가격이 안정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단, 그냥 기다릴 수 없다. 뭐라도 하면서 기다려야 그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 시간을 보내는 데에는 역시 게임이 최고다. 단, 사이버펑크 2077과 같은 고사양 게임은 좌절감만 줄 테니, 이번 시간에는 그래픽카드에 부담이 적으면서도 적절한 게임성을 갖춘 신작 게임들을 준비해왔다. AMD 라이젠 3400G나 4650G 정도면 중하옵으로 구동이 가능한 게임들이다. 이 보릿고개를 내장그래픽으로 버텨내자!
▶ 발하임 - 1080p 중하옵
‘북구 신화와 바이킹 문화에 기반한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생존 및 탐험 게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스팀 기준으로 약 2만 원 정도(2만 500원)에 구매 가능. 여기에서 주인공은 북구 세계 중 하나인 발하임에서 신들의 총애를 받기 위해 강한 적들을 처치하며 성장해 나가게 된다. 재료를 구해 무기와 방어구를 제작하고, 지역 곳곳에 바이킹의 성채와 전초기지 등을 건설해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높은 자유도와 탄탄한 전투 등 게임성이 잘 갖춰져 있어 게이머들의 평가가 좋다. 협동 위주의 멀티플레이 지원도 강점 중 하나다. 스팀 내 고객평가기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것을 보면 이 게임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사양은 비교적 솔직하다. 윈도우 운영체제 기준으로 보면 권장 사양이 3GHz 이상 작동속도를 갖는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 혹은 라이젠 5 프로세서를 시작으로 16GB 메모리, 지포스 GTX 1060 또는 라데온 RX 580이다. 흔히 게임에서 권장사양이 최적의 구동에 필요한 것을 의미하므로 해당 사양을 구현해 게임을 즐길 경우, 1080p 해상도에서 중하옵 수준의 구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 페르소나 5 스크램블 : 더 팬텀 스트라이커즈 - 1080p 중하옵
플레이스테이션 4로 출시되어 호평 받았던 RPG 게임 ‘페르소나 5’의 후일담을 다룬 페르소나 5 스크램블 더 팬텀 스트라이커즈(P5S). 콘솔 게임기에 이어 PC 플랫폼으로도 출시되었다. 기존에도 악인의 마음을 바꿔(개심) 정의를 구현하는 괴도단의 이야기를 다뤄 주목받았는데,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한다. 워낙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상성을 활용한 플레이, 매력적인 음악까지 더해져 몰입감이 상당한 편이다.
P5S는 이런 장점을 잘 받아들이면서도 게임 진행에 변화를 줘 전작과는 다른 느낌을 주고자 했다. 무엇보다 페르소나 5는 플레이어와 적이 한 번씩 공격을 주고받는 전형적인 JRPG 게임 형태로 진행됐다면, P5S는 조우만 JRPG 방식이고 전투는 실시간 형태로 진행된다. 그만큼 조작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화면 내 등장하는 적도 상당수 늘어 전투하는 재미를 살렸다. 가격은 일반판 6만 9800원, 디럭스 에디션이 7만 4800원이다.
사양은 적절하다. 권장 기준으로 CPU는 코어 i5-3470 혹은 AMD FX-8350급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략 적절한 성능의 쿼드코어 프로세서 이상이라면 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메모리는 8GB,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X 680 혹은 라데온 HD 7970 이상이다. 비디오 메모리 2GB~3GB 정도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대략 지포스 GTX 1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면, 제품에 따라 1080p 해상도 기준으로 중상 수준의 그래픽 옵션을 쓸 수 있을 듯하다.
▶ 영웅전설 섬의궤적 카이 : 토르즈 사관학교 1204 - 1080p 중옵
영웅전설 시리즈는 JRPG 게임의 명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팔콤의 게임으로, 섬의궤적 카이는 약 8년 전 출시된 원작에서 리마스터 과정을 거쳐 지난 2018년 플레이스테이션 4 플랫폼으로 출시된 바 있다. 지난 2월, 스팀을 통해 공개된 이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 4 게임을 PC로 옮긴 것이다. 여기에서 카이(Kai)는 고쳤다는 의미의 ‘개(改)’를 말한다. 본 작품을 고쳤다는 것은 곧 리마스터와 몇몇 요소를 추가로 가미했다고 보면 되겠다.
여기에서 게이머는 토르즈 사관학교에 입학, 생활하며 다양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학창시절을 그려내고 있다 보니까 대체로 분위기는 밝은 편이다. 또한 개선판이기 때문에 그래픽이나 편의성, 추가 요소(DLC) 등이 포함되어 쾌적하게 게임 몰입이 가능하다. 한국어도 지원해 언어의 압박이 없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가격은 스팀 기준으로 3만 6800원으로 비교적 무난한 수준이다.
사양은 무난한 편이다. 권장사양을 보면 라이젠 5 1400 프로세서와 16GB 용량의 메모리, 라데온 R7 370 그래픽카드를 요구한다. 비슷한 수준의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와 지포스 GTX 900 혹은 GTX 1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사용한다면 1080p 해상도 중옵 이상의 환경에서 게임 구동이 가능해 보인다. 조금만 더 그래픽 옵션을 타협한다면 최신 프로세서의 내장 그래픽으로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 용과 같이 7 : 빛과 어둠의 행방 (1080p 중하옵)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되었던 용과같이 시리즈가 스팀으로 대거 출시되고 있다. 이 중 추천하는 게임은 단연 최신작인 <용과 같이 7 – 빛과 어둠의 행방>이다. 이번 작품은 액션성이 강조된 기존 시리즈와 달리 JRPG 형태로 탈바꿈한 것이 특징. 이 때문에 게임의 재미를 걱정하는 팬들이 많았으나 우려와 달리 전투 시스템이 게임 내에 잘 녹아 있어 호평 받은 바 있다. 스팀 기준 일반판은 5만 9800원, 인터내셔널 히어로 에디션과 인터내셔널 레전더리 히어로 에디션은 각각 6만 9800원과 8만 9800원이다. 의상이나 게임 내 아이템 등에서 차이를 보이므로 굳이 필요 없다면 일반판을 구매하는 것이 부담이 적다.
신작은 기존의 분위기와 틀은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가미하려는 노력이 녹아 있다. 이야기 전개 또한 7번째 작품이어도 기존과의 연관성은 크지 않기에 처음 시리즈를 접하는 게이머라도 부담 없다. 이번 작품은 PC판이기 때문에 사양에 따라 최적의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국어도 지원하기 때문에 언어 장벽이 낮다는 부분도 분명한 메리트다.
사양은 조금 높은 편이다. 권장사양 기준으로 프로세서는 인텔 코어 i7-6700과 라이젠 5 1400, 메모리는 8GB,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X 1060(3GB) 혹은 라데온 RX 580(4GB)다. 흥미로운 점은 프로세서가 AVX와 SSE 4.2 명령어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 AVX 명령어는 샌디브릿지(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와 불도저(FX 프로세서) 이후 프로세서가 지원하므로 여기에 포함된다면 무리는 없다. 다만 그래픽카드의 사양이 비교적 높다고 생각된다. 아무래도 비교적 최신 게임의 3D 그래픽 효과 때문이다.
이런 연휴로 해당 그래픽카드가 준비된다면 1080p 해상도 기준으로 중하급 옵션 실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내장 그래픽을 쓴다면 해상도와 그래픽효과 모두 타협을 봐도 쾌적한 몰입은 불가능에 가까울 전망이다. 어느 정도 구성을 가져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풋볼매니저 2021
문명만큼이나 무서운 게임으로 손꼽히는 풋볼매니저. 한 번 빠져들면 순식간에 몇 시간 혹은 며칠이 흘러간다는 설이 있다. 게임은 간단하다. 말 그대로 나만의 축구팀을 운영하는 것이다. 50여 이상 국가의 2500여 이상 축구 클럽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를 승리로 이끄는 게 목표다. 단순히 축구팀을 운영하면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 전술과 선수 배치, 플레이 스타일 등을 적절히 선택해야 된다. 축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한 게임이라 하겠다. 가격은 스팀 기준으로 5만 4000원이고, 데모도 있으니 흥미가 있다면 한 번 설치해 보자.
사양은 게임의 특성상(시뮬레이션) 높지는 않다. 실제로 프로세서 요구사양이 1.8GHz 이상의 속도를 제공하는 인텔 코어 2 시리즈 혹은 AMD 애슬론 64에 4GB 메모리, 그래픽카드는 인텔 GMA X4500 혹은 지포스 9600M GT, 라데온 HD 3650 이상이다. 그래픽 사양 자체만 놓고 보면 현재 시장에 판매되고 있고 혹은 이전에 판매됐던 프로세서의 내장 그래픽으로도 충분히 처리 가능해 보인다.
▶ 번외편 - 엑스박스 게임패스
즐길 게임은 많다. 그러나 앞서 선보인 게임들은 모두 단일 패키지로 각기 비용을 들여 구매한 후, 실행하는 방식이다. 한 번 구매로 평생 소지하며 즐길 수 있지만, 질리면 끝이다. 한편, 이 서비스는 구독형으로 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다양한 게임을 마음껏 즐기는 게 가능하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비스 중인 ‘엑스박스 게임패스(XBOX Game Pass)’다.
엑스박스 게임패스는 콘솔과 PC, 그리고 이 두 가지 모두를 아우르면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 기기에서 클라우드 형태로 실행 가능한 기능까지 갖춘 얼티밋 등 세가지 서비스가 있다. 콘솔과 PC는 1만 1800원, 얼티밋은 1만 6700원으로 조금 비싸지만,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마음껏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지만, 할인된 가격에 판매까지 하고 있다.
▲ 다양한 게임으로 존버하면서 꿈을 키워보자
이런 서비스가 있는데, 역시나 제일 중요한 건 바로 게임의 수 아닐까? 그런 점에서 엑스박스 게임패스는 아쉬움이 없다. 인디게임부터 최신 게임 등 100여 개 이상의 게임이 제공된다. 최근에는 EA 플레이와 베데스다 게임이 합류하면서 볼륨이 크게 늘었다. 게임에 따라 사양은 높을 수 있지만, 그만큼 행복한 게임 생활 영위가 가능하다. 다양한 게임을 꾸준히 즐기면서 존버의 꿈을 키울 생각이라면 최적의 선택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