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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쌍용차 노조가 강성? "억울, 지난 11년 희생 감수한 선한 노조"

2021.04.05. 15: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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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책은행이 쌍용차 노조가 강성이라서 투자를 하려는 곳이 없다고 합니다. 정부 기관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누가 나서겠어요".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해외 투자 유치가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쌍용차는 결국 법정 관리 쪽으로 결론이 나는 듯하다. 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생산과 판매가 줄고 모기업인 마힌드라 앤 마힌드라가 추가 투자를 철회하면서 적자가 늘고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다시 법정 관리 갈림길에 선 것이다.

쌍용차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은 과거와 다르게 산업은행을 포함한 정부가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데다 미래차 경쟁을 위해 현금 확보가 절실한 기업들이 몸을 사려야 하는 시기와 겹쳤기 때문이다. 투자가 유력했던 HAAH가 처음부터 자기 자본이 아닌 한국 정부 지원과 해외 투자 유치로 쌍용차를 인수하려 했지만 직원 급여와 협력업체 대금 지급에 당장 필요한 3700억원을 조달하는데 힘에 부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HAAH가 정부를 설득해 대출 상환 연장을 받고 당장 필요한 운용 자금 추가 대출로 자기 자본 투자 없이 쌍용차 인수를 시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에는 전기버스를 만드는 에디슨모터스, 기업인수 합병 전문기업인 박석전앤컴퍼니도 쌍용차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쌍용차를 인수해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순수한 의도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이익을 챙기려는 전문 기업 사냥꾼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쌍용차 현 직원들도 부당한 목적을 가진 기업에 인수를 당하면 회사가 공중 분해될 것이 분명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전문 인력 취업을 알선하는 한 헤드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전기차와 자율주행 분야를 연구하는 쌍용차 직원 프로필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고 한다. 미리 짐을 싸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쌍용차 법정 관리는 2009년 한 차례 있었다. 당시 26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정리해고, 이에 따른 노조 공장 점검, 유혈 사태를 빚은 강경 진압으로 쌍용차 노조는 완성차 가운데 가장 강경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들을 얘기가 아니다. 쌍용차 노조는 자신들을 강성으로 보는 시선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는 지난 11년 동안 무분규 합의를 끌어냈다. 임금을 동결하고 사측에 일임한 적도 있다. 상당한 복지를 포기하면서까지 회사를 살리려고 노력했는데 우리가 강성이냐"라고 말했다.

쌍용차 노조를 강성으로 보는 시선이 해외 투자자 관심을 약화하게 하면서 입은 피해가 막대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조차 쌍용차를 빗대 "강성 노조가 있는 기업을 지원하면 국민 비판에 직면한다"고 했고 금융기관도 "강성 노조는 외국 자본이나 투자 유치에 큰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쌍용차 노조를 강성 이미지로 보는 정부와 금융권 인식이 해외 투자와 지원을 가로막는 빌미가 되고 있는 것이다. .

강성 노조답지 않게 쌍용차 노조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2009년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 이후 지금까지 11년 동안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올해 급여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는데도 현장 근로자들은 불만 없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급여나 비용 절감에 필요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예상되지만 우리를 강성노조로 보면서 정부나 금융권이 이걸 구실로 삼는 것은 지난 11년 노조가 양보하고 감수한 희생을 헛되게 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투자 의향을 갖고 있던 해외 기업도 우리 정부가 나서 '강성 노조' 운운하는 것을 그냥 듣고 넘길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정부 시각이 해외 투자를 가로막거나 헐값으로 보게 하거나 인수나 투자 장애로 판단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따져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노조가 경영 정상화 전까지 무파업 그리고 임단협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해 줄것을 요구하는 금융권 요구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 총 고용 유지를 주장하는 것을 두고 비난하는 쪽도 있지만 이건 자신들을 '강성 노조'로 보는 시선과 다른 얘기다.

법정관리가 유력해진 쌍용차 처지와 다르게 오랜 시간 자신들을 희생해가며 상생을 실천해 온 노조를 '강성 노조'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 이런 편견이 해외 기업 투자 무산이나 정부 지원 중단에 빌미가 됐다면 쌍용차 노조는 예전과 같은 '초 강성 노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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