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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테슬라 아닌데 되네? 물병 하나로 드러난 운전보조시스템 허점

2021.05.25. 18:18:34
조회 수
 257

테슬라 오토파일럿 논란이 거세다. 오토파일럿이 자율주행 패키지 FSD(Full Self-Driving)로 업데이트된 이후 더 많은 얘기가 나온다. 운전석에 앉아 자는 척하거나 운전대를 놓고 책을 읽는 '자율주행' 무용담이 인터넷에 나돌기 시작한 건 오래전 얘기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오토파일럿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고 20여 건을 조사하고 있다. 대상에는 오토파일럿 주행을 하다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도 여럿 포함돼 있다. 

운전석에 아무도 없는 테슬라 모델S 주행 중 사망사고, 또 운전석을 비우고 고속도로를 달린 운전자가 체포되는 일도 최근 있었다. 급기야 미국 캘리포니아 정부는 테슬라 오토파일럿, FSD가 허위 또는 과장 광고를 한 것인지 조사를 시작했다. 만약 테슬라 오토파일럿 광고가 캘리포니아 차량등록국(DMV)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결이 나면 차량 인증이 취소될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이유는 테슬라 오토파일럿 안전 경고를 무력화하는 일이 너무 쉬워서다. 미국 최대 소비자단체 컨슈머리포트 실험 결과에 따르면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간단한 장치로 안전 경고를 무력화할 수 있고 운전석을 비우고도 주행이 가능했다. 이런 얘기가 미국이나 테슬라 것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국내에도 운전보조시스템 안전 경고를 무력화해 이걸 '자율주행'이라고 떠벌이는 동영상이 버젓이 나돌고 있다.

테슬라는 물론이고 메르세데스 벤츠, BMW 심지어 국산차인 현대차와 기아도 등장한다. 안전 경고를 무력화하는 전자 장치를 제작 판매한 업자가 적발된 적이 있고 해외 사이트를 통해 직접 구매하는 일도 수두룩하다. 국내 법규상 자동 조향 기능을 활성화하고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약 15초 후 경고 문자가 나오고 이후 경고음과 함께 기능이 해지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컨슈머리포트가 지적한 대로 이 경고 장치는 누구나 쉽게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반신반의했고 위험한 일이지만 실제로 국산차 자동조향 안전경고가 무력화하는지를 실험해 봤다. 차량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고속도로 주행을 보조하는 HDA2가 적용된 기아 모하비다. 결과는 싱겁고 우려스러웠다. 서해안고속도로 봉담 나들목에서 당진 나들목까지 약 75km 거리를 운전대 한 번 잡지 않고 달렸는데 단 한 번도 경고가 나오지 않았다.

모하비 운전대 스포크에 0.5ℓ 생수병 하나를 박아 놓은 것만으로 그랬다. 운전대에 물병이나 헬스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무게추, 중량 밴드 등을 달아 안전 경고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말에 의심을 품고 있었지만 황당할 정도로 너무 쉽게 장거리, 장시간 주행에도 자동 조향이 유지됐다. 도로에 이런 방식으로 주행하는 차가 의외로 많다는 얘기도 있다.

인터넷에도 '자율주행' 무용담이 제법 올라와 있고 따라 하고 있다. 문제는 테슬라는 물론이고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자동차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양산 모델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은 자율주행 단계를 나눈 레벨2로 운전자가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고 통제를 해야 한다. 완성차마다 자율주행으로 오인되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레벨2는 가속과 감속 조금 더 나아가 조향을 보조하는 정도다. 운전보조시스템으로 부르는 이유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FSD가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인지해 방향을 전환한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알만한 완성차 대부분도 당장 구현이 가능한 기술이다. 국내 대형 부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술로도 교차로 대응뿐만 아니라 목적지를 설정하면 고속도로 진출과 진입, 서행하는 앞 차 추월도 가능하다"라며 "운전자가 아예 없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 상용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테슬라 FSD는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안전에 대한 확신과 도로 분야 인프라와 커넥티드 등 다양한 안전성 확인이 필요하므로 검증에 검증을 더하고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 얘기는 테슬라 오토파일럿 FSD뿐만 아니라 어느 명칭을 사용하는 운전보조시스템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정 기준을 정해 자율주행으로 오인하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도록 강제해야 한다. 더불어 물병 하나로 너무 쉽게 뚫리는 안전 경고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위험한 실험이고 이 때문에 몰랐던 사람도 알게 됐다는 비판이 있겠지만 문제를 제기해야 대책도 나온다. 그대로 두면 그렇게 쉽게 안전 경고가 무력화되고 이로 인한 일이 생기면 제작사가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돌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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