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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식 칼럼] 기름 냄새가 그리워 질 세상, 전기차에 밀려날 첫 '희생차'

2021.06.17. 12: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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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든 그리고 근거도 없는 단종 얘기에 시달리는 자동차가 요즘 자주 등장한다. 하반기 2022년형 출시가 예정된 기아 모하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쏘나타도 단종 대상으로 거론된다. 완성차 제작사가 생산 중단을 결정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밥값을 하지 못해서다. 이 밖에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 대비 마진이 없거나 자동차 트랜드 변화에 맞춰 생사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세그먼트 자체가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면서 현대차 엑센트, 기아 프라이드가 목록에서 사라졌고 현대차 베라크루즈와 아슬란, 기아 카렌스, 쌍용차 체어맨, 르노삼성 SM7, 쉐보레 아베오 등은 태생부터 잘 못 됐거나 혹은 팔리지 않고 밥만 축내고 있다는 이유로 단종됐다. 수출 때문에 생산을 하면서도 국내 목록에서 삭제된 모델도 제법 많아졌다. 현대차 i30, 기아 프라이드가 대표적이다.

밥값을 하지 못해도 최소한 이름값으로 목숨을 유지하는 모델도 있기는 하다. 현대차는 판매차 목록에서 안 팔리는 차를 과감하게 제거했지만, 기아는 스팅어를 사수하고 있다. 현대차 승용 라인은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단 3개뿐이다. 고성능 N으로 자리를 옮긴 벨로스터 N을 제외하면 해치백도 자취를 감췄다. 기아 스팅어 사수는 현대차 N과 같이 고성능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살아는 있어도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모델도 제법 있다.

자동차 전동화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면서 명줄이 짧아질 차들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현대차가 승용 라인을 간결하게 가져가는 것도 아이오닉 5를 시작으로 쏟아져 나올 순수 전기차로 새 판을 짜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살생부에 가장 많이 올려진 차급은 소형차다. 업계 관계자는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가 준중형이라고 부르는 아반떼나 K3급 아래가 전기차에 밀려나는 첫 '희생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보조금 의존도가 높지만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가격 괴리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여기저기 충전소가 보이면서 유지 불편이 사라지는 것도 있고 경험담을 보면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 비슷한 체급을 가진 기존 모델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무기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이 아니어도 중형차 아래로는 전기차 영역, 그 이상은 하이브리드 또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같이 어떤 방식으로든 주행 거리를 늘리거나 배출 가스를 줄일 수 있는 전동화 타입으로 채워질 공산이 크다.

통계를 보면 가까운 미래가 보인다. 현대차가 지난 5월까지 국내에서 판 자동차 가운데 친환경차 비중은 큰 체급에 쏠려 있다. 예를 들어 1월부터 5월까지 팔린 그랜저 4만3347대 가운데 1만1698대를 하이브리드가 점유했다. 하이브리드 라인이 있는 아반떼나 쏘나타를 압도한다. 기아도 5월 투입된 K8 하이브리드가 월 계약 대수 가운데 60%를 차지했고 SUV 쏘렌토 역시 절반에 육박한다. 

오토헤럴드가 5월 판매 자료를 분석할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7% 급증했다. 같은 달 총판매량이 0.8%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전동화 자동차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현상이 뚜렷해진다. 작은 차는 전기차에 밀려날 공산이 크고, 큰 차는 이미 하이브리드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현대차 싼타페에 하이브리드가 추가되면 세단과 SUV 가운데 중형차급 이상 하이브리드 비중은 압도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순수 내연기관차가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지게 됐다. 생산과 공급에 한계가 있는 전기차 빗장이 풀리면 경차를 포함한 준중형 이하 세단과 SUV, 그냥 있어도 준대형급 이상 세단은 어떤 형태로든 배터리 지원을 받는 전동화로 급격하게 전환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름 냄새 나는 자동차에  향수를 가질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라며 "2025년까지 현대차와 기아에서 쏟아져 나올 전기차가 23종, 팔겠다는 목표도 300만대나 된다. 그 전에 내연기관차는 차례차례 단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밍 전략에 변화를 주면서 이미 추억 거리를 선사한 기아와 다르게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가 전기차에 밀려 퇴출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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