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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야구,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2021.08.25. 11: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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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은 한국 야구에 있어 잊을 수 없는 날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예선 풀리그 7전 전승, 결선 토너먼트 준결승에서 일본, 결승에서 쿠바를 모두 꺾고 총합 9전 전승의 완벽한 전적으로 8월 23일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부문 금메달을 당당하게 차지했다. 2008년의 여름은 부정할 수 없이 대한민국 야구가 정점에 선 날이며, 결과적으로 8월 23일은 '야구의 날'로 지정됐다.

이후 대한민국 야구는 호황기를 맞았다. 2011년엔 KBO 600만 관중을 돌파했고, 다음 해 바로 700만 관중 돌파, 2016년에는 800만 관중을 돌파했다. 2008년 영광의 순간을 맛 본 이래로 야구는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2019년 다시 약 728만 명대로 관중 수는 감소했고 2020년대 들어서는 코로나19에 직격을 맞아 관중 수가 32만 명대로 대폭 감소했다. 

▲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종목에서 대한민국은 금메달을 땄고, 금메달 획득 날짜인 8월 23일 기념해 '야구의 날'로 지정했다 (사진: 대한체육회)
▲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종목에서 대한민국은 금메달을 땄고, 금메달 획득 날짜인 8월 23일 기념해 '야구의 날'로 지정했다 (사진: 대한체육회)

물론 코로나19 시국에 접어든 2020년의 관중 수를 이전 연도 관중 수와 절대적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야구팬들도 늘지 않고, 리그의 수준도 높아지지 않고, 한국야구 자체가 성장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 스포츠라면 지지하는 팬들에게 감동과 흥분을 선사해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모두가 알다시피 최근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나라를 대표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무기력한 경기력과 보이지 않는 투지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한국야구는 근래에 긍정적인 것을 어느 하나 보여 주지 못 하고 있는 것이 현재다. 한국야구의 특성과 맞물리는 4개의 지점에서 과연 한국야구가 어땠길래 이 지경까지 왔는지 논해보자.

10개 구단

 KBO가 출범된 1982년 시작은 삼성 라이온즈, OB 베어스, MBC 청룡, 삼미 슈퍼스타즈, 해태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까지 6개 팀이었다. 이후 인기를 얻어가던 KBO는 1986년에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 1990년 쌍방울 레이더스(2000년 해체)를 추가로 창단시켜 8개 구단 체제를 완성했다. 모기업이 바뀌는 경우, 구단 해체 후 신규 창단되는 경우는 있었어도 8개 구단 체제는 2011년까지 유지됐었다.

2008년의 영광의 날을 발판 삼아 한국야구는 점차 판이 커져갔고 서서히 신설 구단 창단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리하여 2011년 9번째 KBO 구단, NC 다이노스가 탄생했고 2년 뒤, kt 위즈가 창단해 지금의 10개 구단 체제가 완성된 것이다.

2010년대 초반에는 야구가 대한민국의 제1의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 스포츠가 되면서 추가 창단에 대한 열망에 컸었다. 하지만 당시 야구 인기를 차치하고 바라봤을 때,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 국가 상황 안에서 구단 추가 창단은 리그 수준 하향화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이에 대해 찬성 측이 내놓은 반박은, 야구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야구를 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 수도 는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구단 추가 창단은 야구 인기에 맞물려 시도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 KBO의 9번째 구단 NC 다이노스와 10번째 구단 kt 위즈
▲ KBO의 9번째 구단 NC 다이노스와 10번째 구단 kt 위즈

이 논쟁의 승자는 현재까지도 명확하지 않다. 10개 구단 체제의 완성, 그리고 신설 구단의 모기업이 kt와 NC라는 점에서 분명히 야구 시장은 커졌다. 이러한 외적인 성과도 있지만 내적으로는,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꽂지 못 함에도 좌완이란 이유와 포지션 희소가치의 이유로 1군에 남아있는 선수들이 더러 있다. 즉, 2군 감 선수가 10개 구단 체제로 1군 T/O가 늘어 1군에 머무르고 그로 인해 리그 수준이 자연스레 낮아진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물론 '10개 구단'이라는 논쟁에 정답은 야구인들이 내릴 수 밖에 없다. 스스로 실력을 키워 10개 구단 체제는 옳았으며 10개 구단도 적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성과를 내야 한다. 지난 8월 23일 키움 히어로즈의 박동원과 송성문이 일으킨 수준 이하의 더블 아웃 같은 장면이 연신 나타난다면 '10개 구단' 체제는 리그 수준 저하에 기여했다는 평가에 더해 관중들이 더 이상 찾지 않아 암흑기로 접어들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고액연봉

야구는 대한민국에서 부정할 수 없는 제1의 대중 스포츠다. 이를 곧바로 숫자로 증명해주는 것이 연봉이다. 당장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각 종목의 최고 연봉자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2021년 기준 KBO 최고 연봉은 SSG 랜더스 추신수의 27억이다. K리그1 연봉 1위는 전북 현대 모터스 김보경의 13억 5천800만 원이다. KBL의 연봉 1위는 원주 DB 프로미 김종규의 5억 1천만 원이다. V리그 남자 최고 연봉은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 한선수의 7억 5천만 원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을 다 하고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국내에서 맞기 위한 추신수가 타 종목 스타급 선수들보다도 현저히 연봉 수가 높다는 것만 봐도 KBO의 시장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 윤석민은 2015년 메이저리그 도전 실패 후 KIA 타이거즈로 돌아와 4년 90억의 고액 연봉 계약 체결에 성공했지만 은퇴까지 금액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 해 '먹튀'라는 오명을 내내 달고 다녔다 (사진: KIA 타이거즈 공식 홈페이지)
▲ 윤석민은 2015년 메이저리그 도전 실패 후 KIA 타이거즈로 돌아와 4년 90억의 고액 연봉 계약 체결에 성공했지만 은퇴까지 금액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 해 '먹튀'라는 오명을 내내 달고 다녔다 (사진: KIA 타이거즈 공식 홈페이지)

2008년 이후 야구가 국민적 인기 스포츠로 발돋움하고, 팬 유입 규모도 커지고, 야구산업이 발전하다 보니 선수들의 몸값도 성적 검증보다 앞서 치솟기 시작했다. 결국 2016년 최형우가 삼성에서 기아로 둥지를 옮기며 4년 1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수치를 뚫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대호, 김현수, 양의지가 4년 계약 기준 100억을 돌파해 한국 야구는 타 종목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대규모 시장을 가지게 됐다.

야구 선수들의 계약 금액 단위 자체가 '억'이다. 억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 선수라면 자본주의 논리에 의거, 모두가 그 금액에 합당하는 활약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모 선수는 '먹튀'라는 꼬리표를 은퇴까지 달고 다녔다. 모 선수는 개인 기록만 높을 뿐 팀 기여도는 낮았다. 연봉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높은데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낸 선수는 극히 드물다 이러니 적정 몸값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이대호는 2017년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오면서 4년 150억이라는 초대형 계약에 성공하지만 2017년의 활약은 팀보다 개인 기록에 치중됐다는 점을 지울 수 없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 이대호는 2017년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오면서 4년 150억이라는 초대형 계약에 성공하지만 2017년의 활약은 팀보다 개인 기록에 치중됐다는 점을 지울 수 없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구단 영입 전략에 따라, 시기의 변수에 따라 연봉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FA 계약에서도 4년 80억 상한제, 등급제, 샐러리캡 제도 도입 등의 변화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그럼에도 다른 방면에서 우려되는 것은 이렇게 높은 연봉만이 목표가 돼 실력이 충족되지 않은 채로 프로 진입에 성공하고 결과적으로 한국 야구가 질적으로 높아지지 않고 시장만 커지는 '거품' 현상이다. 고액 연봉에 맞는 실력이 확실하게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거품'이란 평가에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의 야구 유망주들에게도 헛된 꿈을 심어줄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악순환은 확정이다.

군 면제

대한민국 선수단에 소속돼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올림픽에서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거나 아시안게임에서 1위의 성적을 거두면 현역병 군 복무기간에 해당하는 2년 10개월의 기간을 기초군사훈련 기간 제외 해당 분야에 계속해서 종사하게끔 하는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우리나라는 시행 중이다. 

소위 이 '군 면제 제도'에 다른 종목에 대입하면 해당 선수가 마땅히 받아야 할 영광스러운 성취에 따른 국가가 해당 선수에게 전하는 일종의 보답이라 여겨지는데, 유독 아구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우리나라 야구는 국제대회에서도 상위권을 성적을 여럿 냈었고 세계에 몇 없는 프로야구 리그를 가지고 있기에 야구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호성적을 거두는 것은 기본적 결과라고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국가대표 차출로 논란을 빚었던 오지환 (사진: '2020 도쿄 올림픽' 공식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국가대표 차출로 논란을 빚었던 오지환 (사진: '2020 도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물론 야구도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대표하여 호성적을 거두면 다른 종목과 동일하게 대우해줘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럼에도 '군면제 제도'에 야구를 놓는다면 대중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변하는 이유는, 그동안 드러났던 '군면제'를 위한 노골적인 야구인들의 행태였다. 선수들은 군 입대를 미루다가 대표팀에 발탁돼, 비교적 쉬운 국제 대회 메달 획득을 통해 군 면제를 따내고 만다. 코칭스태프에서도 시즌 기록에서 드러나는 객관적 수치보다 어느 선수가 군 미필 선수인지를 발탁 과정에 대입시킨다. 이 모든 과정을 대중들은 모조리 확인하고 있기에 이해타산적인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 구성에 온전한 지지를 보낼 수 없는 것이다.

선수 생명에 있어 군 문제는 치명적이기에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들 한다. 아니다. 그 고려는 존중될 고려가 아니다. 그렇게 '군 면제'를 위해 국가대표가 도구적으로 쓰인다면, 고교 시절 팔꿈치 부상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이승엽은 애초에 국가대표로 활동할 수 없었나? '1998 방콕 아시안 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예술체육요원이 됐던 박찬호는 무엇을 위해 국가대표로써 헌신했는가? 

'군 면제'를 위해 국가대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 국가대표가 존재하기에 따르는 보상이 '군 면제'임을 야구인 모두가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납득이 되지 않는 과정이 지속된다면, 한국 야구에 대한 외면은 지속될 것이며 현재처럼 계속해서 추락할 것이다.

제1의 인기 스포츠

KBO는 한 때 다른 종목에서는 생각해보지도 못 할 단일 시즌 천만 관객 동원이라는 꿈을 꾸기도 했다. 상술했듯, 선수 개인의 계약 금액 수준은 타 종목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여러 면을 살펴봐도 야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제1의 인기 스포츠라는 지위를 KBO 리그에서 뛰는 모든 야구인들이 모를 리는 없다. 야구의 절대적인 인기가 오랫동안 지속돼서일까? 그 인기에 도취돼서일까? 제1의 인기 스포츠 지위를 만들어준 것은 팬들의 지지 덕분인데, 팬들의 지지를 거스르는 잘못된 행위가 야구에서 연신 벌어지고 있다. 금지약물 복용, 승부조작, 음주운전, 원정도박 등의 행위를 야구인들이 벌이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거여 리그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기도 했다.

▲ 2017 한국시리즈 5차전 당시 만원 관중
▲ 2017 한국시리즈 5차전 당시 만원 관중

물론 위 행위들이 오로지 야구에서만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타 종목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물론 모든 야구인들이 잘못된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프로의식을 가지고 야구를 대하는 야구인들이 절대다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야구는 객관적 수치에서 드러나는 우리나라 제1의 인기 스포츠다. 그만큼 지지하는 팬들이 많다는 뜻이고 야구판 전체를 흐릴 수 있는 소수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등 돌릴 팬들 또한 그만큼 다른 종목에 비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이 아니라고 하여 무작정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가 지속될 때 재정난 우려로 중앙정부 및 지자체에 유관중 전환을 호소한 바 있다. 이는 곧 관중 없이 대중 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인과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필요할 땐 팬들을 찾고 결국 잘못된 행동을 소수의 야구인이 계속해서 벌인다면 코로나19가 사라져도 관중석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모든 야구인들은 우리나라 제1의 인기 스포츠라는 자부심으로 모범이 돼야 할 의무가 있다. 

책임감

하락 하는 인기, 부정적으로만 변하는 여론에 대해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단어는 '책임감'이다. 

야구를 사랑하여 먼 곳에서부터 직접 구장으로 발걸음을 해 돈을 주고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을 위한 '프로'로써의 책임감을 야구인들을 상시 지녀야 한다. 어떤 목적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그 자체가 목표가 돼 '국가대표'로써의 책임감을 역시 야구인들을 국민들에게 몸소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순수한 책임감이 팬들을 감동시킨다면 기존 야구팬들 뿐만이 아닌 2008년부터 시작된 야구 호황기 때처럼 야구를 모르던 사람들도 새로운 야구팬이 될 수 있다. 즉, 새로운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는 동력은 오로지 야구인들의 '책임감' 뿐이다.


조재형 기자/ulsu@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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