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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어! USB가 빠졌네? '첨단화 역공'에 덜어내기 시작한 자동차

2021.11.16. 13: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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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최고 경영자가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테슬라가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주력인 모델3와 모델Y를 인도받은 고객 일부가 실내에서 USB 포트를 발견하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USB 포트가 사라진 테슬라 차량은 최근 인도에서 속속 발견되고 있다. 모델 3와 모델 Y를 인도받은 차주들이 자신의 차량에서 USB 충전 포트를 찾을 수 없고 일부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용량이 적은 차량통합제어시스템을 통해 상대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 영향을 덜 받았던 테슬라도 이제 일부 기능을 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사전에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일부 기능을 제거하는 사례가 여러 제작사로 번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사전에 고지하고 해당 금액을 할인하거나 추후 보상을 약속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테슬라 말고도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은 전 세계 자동차 제작사가  일부 사양과 기능을 제한하는 극약 처방에 나서게 하고 있다. 지엠은 시트 열선과 통풍 기능을 뺀 차량을 출고하기 시작했고 BMW는 터치스크린이 없는 신차까지 내놨다. 지엠은 앞서 쉐보레 브랜드 주력 모델인 실버라도에서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기능을 빼고 대신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을 끈 적도 있다.

문제는 반도체 칩 부족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운전 편의를 위한 자동차 사양 상당수가 제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출력과 토크에서 첨단 사양 경쟁으로 확전한 자동차가 필수 부품인 반도체 늪에 빠진 셈이다.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100여 개 이상 편의 사양이 탑재된다. 최근에는 커넥티비티를 포함한 인포테인먼트 사양 경쟁이 심화하면서 반도체 사용량이 급증했다. 최근 불거진 반도체 칩 부족 현상에 첨단 사양 경쟁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 현대차와 기아가 그런 것처럼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가 첨단화 경쟁에 더 적극적이다.

평균 200개 정도인 반도체는 첨단 기능 적용 여부에 따라 많게는 300개 이상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첨단화를 자랑할수록 반도체 칩 부족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양을 들어내고 기능을 축소하면 반도체 사용이 줄고 더 많은 자동차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 미국 오토퍼시픽 100여 개 자동차 옵션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트 열선이 1위,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이 뒤를 이었다. 앞서 제이디파워 조사에서도 열선 시트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후방 주차 카메라,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도 선호하는 사양 상위에 올랐다.

반면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 가상 엔진 사운드, 차량 내 결재, 제스처 컨트롤, 생체인식 등 최첨단 사양 대부분은 사용 빈도가 많지 않은 과잉옵션으로 지목됐다. 그런데도 지엠이 선호도가 가장 높은 열선 시트를 우선 제거한 건 상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다른 첨단 기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도 "우리도 옵션 조정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 관련 항목을 빼고는 모두가 대상에 포함돼 있으며 열선 시트나 통풍 시트는 조수석이나 2열 대상으로 우선 고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산차 경쟁력을 대표하는 첨단 사양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과잉 옵션이나 사용 빈도가 낮은 사양을 우선 삭제하는 것보다 더 큰 고민이 완성차에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는 개당 단가가 낮지만 사용자 체감 비용 효과가 매우 높은 특징이 있다"라고 말했다. 열선 시트는 반도체 하나로 제어할 수 있지만 이 기능이 빠지면 차량 가치가 급락하기 때문에 그보다 많은 보상 또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엠은 시트 열선과 통풍 기능을 빼는 대신 많게는 500달러가량을 보상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첨단 기능과 사양을 제거하자니 경쟁력 상실이 걱정되고 기본적인 편의 사양을 빼자니 소비자 불만과 보상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언제 무슨 기능이 빠질지 모르는 상황이니 요즘 신차를 샀다면 꼼꼼하게 사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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