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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과  공연 예술의 시너지, 대구 북성로

2021.11.25. 17:48:20
조회 수
 99
 2

대구 북성로를 찾았다.
현재가 과거에 녹아들고 있었다.
관광과 공연 예술이 뒤엉켜 자라나고 있었다.

북성로 Ⓟ 이승무
북성로 Ⓟ 이승무

1. 북성로에 대한 첫 번째 단상
시대를 대변하는 거리

대구는 경상감영(조선시대 당시 경상도를 관할했던 감영)이 있던 곳이다. 선조 34년(1601년) 대구에 경상감영이 설치되며 조선 중·후기 영남의 중심 역할을 담당했다. 경상감영은 대구읍성 내에 자리했다. 서울로 치면 사대문 안인 셈이다. 하지만 1906년 관찰사 서리였던 박중양은 일본 자본가들의 상권을 넓혀 주기 위해 조정의 허락 없이 대구읍성을 헐어 버린다. 성이 헐린 자리에는 길이 났고, 일본인 상점이 입점했다. 거리에는 백화점, 목욕탕, 양복점 등 상업시설과 다방, 영화관, 카바레, 여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들어섰다. 당시 얼마나 장사가 잘 됐던지 대구 최초의 엘리베이터로 유명했던 ‘미나까이 백화점’은 대구 본점을 시작으로 서울, 동경, 만주까지 사세를 확장했다. 당시 가장 번화했던 거리가 대구역과 가까웠던 북성로다. 대구읍성 북쪽 성벽을 허물고 조성된 북성로를 기준으로 동·서·남쪽에 동성로, 서성로, 남성로가 각각 위치한다.


광복 이후 북성로는 공구 철물거리로 탈바꿈한다. 6·25 전쟁 당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공구와 폐자재들을 모아 팔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공구와 철물을 다루는 상인들이 몰려들며 북성로는 근대 기술을 상징하는 장소로 거듭났다. 북성로 사람들은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들 사람들’이라고도 불린다. 판금, 주물 등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우다가 어느새 장인이 된 기술자들이 북성로 공구 철물거리의 주인공이었던 시절이다.

북성로와 스트리트 댄스의 만남
댄스컬 <툴스 앤 댄스>

지방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 중인 ‘코리아토탈관광패키지(KTTP)’ 사업의 공모에 선정된 댄스컬 <툴스 앤 댄스>. 공연 극중 인물인 북성로 기술자 ‘박공구’는 재개발 바람이 분 북성로를 떠날 생각이 없다. 그는 북성로에 남아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한다.


박공구의 다짐은 비단 무대 위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2015년 1,500여 곳이었던 북성로의 공구상은 현재 1,000여 곳만 남았다. 그럼에도 최근 북성로는 한강 이남을 넘어 한반도에서 가장 큰 공구 철물거리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최대 규모였던 서울 청계천이 재개발되며 수많던 공구상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청계천이 그러했듯 북성로는 지금 재개발 중이다. 곳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들어서고 있다.


일부 지역 예술가들은 기술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북성로의 기술 자산과 생태를 지속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댄스컬 <툴스 앤 댄스> 또한 같은 맥락이다. 스트리트 댄서들의 눈에 비친 북성로를 재해석했다. 기술과 예술이 힘을 합치게 된 것이다.


<툴스 앤 댄스>의 무대에는 북성로가 녹아 있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기술자들의 움직임은 스트리트 댄스와 댄스 마임으로 재표현됐다. 톱과 망치, 드릴, 용접 소리는 음악으로 승화해 댄스와 결합했다. 북성로와 이웃한 향촌동 카바레의 지르박 댄스, 일 끝나는 시간에 문을 여는 ‘태능집’의 ‘우동불고기(우동과 불고기 세트)’ 등 곳곳에 숨은 북성로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 작품은 ‘투기가 미덕으로 추앙받는 서글픈 시대에 우직한 손놀림으로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북성로의 기술자들, 위대한 보통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표현했다. 또한 공연 소개를 통해 ‘이 공연이 기술, 예술생태계가 공존하는 북성로라는 도시유일성을 가진 공간의 무한한 가치를 시민들이 다시 주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툴스 앤 댄스>의 아트지(ARTGEE)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스트리트 댄스팀이다. 스페인 <Got talent Golden buzzer> 획득, 미국 <World of Dance> 월드파이널 2위, 독일 <Funkin’ Stylez> 월드파이널 우승의 경력이 있으며, 이번 댄스컬을 통해 락킹, 팝핀, 비보잉, 힙합, 크럼핑을 화려하게 선보인다.


툴스 앤 댄스
장소: 문화예술전용극장CT
날짜: 11월12일~11월28일
시간: 금요일 19:30, 토요일 14:00, 18:00, 일요일 14:00


2. 북성로에 대한 두 번째 단상
문화예술의 중심지

북성로와 이웃한 향촌동은 ‘폐허에서 바흐의 음악이 들린다’는 내용으로 외신에 소개된 근대 문화예술의 중심지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과거의 북성로도 기술과 예술이 공존하는 곳이었을까.
<툴스 앤 댄스> 공연이 열리는 ‘문화예술전용극장CT’는 동성로와 가깝다. 동성로는 젊음과 낭만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대구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대구의 젊은이들은 모두 동성로에 모인 양 실로 번잡하다. 동성로를 잠시 걷다가 북성로로 향한다. 동성로와 도보 거리에 자리한 북성로는 시간을 거스른 듯 낮고 고요하다.

향촌문화관

1950년대 북성로와 이웃한 향촌동은 문화예술인의 거리로 떠올랐다. 6·25 전쟁으로 전국의 예술가들이 피란 오거나 종군작가단으로 활동하기 위해 대구로 모이면서다. 향촌동의 다방에 모인 문인과 화가, 음악가들은 피란살이의 고단함을 달래며 문화와 예술에 대한 열정을 쏟았다. 폐허에서 바흐의 음악이 들린다는 내용으로 외신에 소개된 곳은 전쟁 통에 문을 연 음악 감상실 ‘르네상스’다.

대구문학관
대구문학관

화가 이중섭은 ‘백록다방’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담배 은박지에 <소>를 그렸다. ‘꽃자리다방’에서는 구상 시인의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시집의 표지화는 절친한 친구인 이중섭의 <아이들의 유희>로 장식했다. 같은 건물 1~2층과 3~4층에 자리한 향촌문화관과 대구문학관에서는 향촌동 이모저모를 살피며 문화예술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다.

‘르네상스’, ‘백록다방’ 등 흔적만 남은 곳도 있지만, 쓰임새가 바뀐 곳도 있다. 구상 시인이 즐겨 묵었다는 ‘화월여관’은 ‘판콜라텍’이 됐다. 판콜라텍을 찾은 어르신들은 오늘도 열심히 지르박 예술을 선보인다. 오후 5시의 이른 시간이건만 붉게 상기된 어르신들이 콜라텍을 나서느라 복작복작 붐빈다.

대화의 장

판콜라텍 옆은 향촌동의 핫플레이스 ‘대화의 장’이다. ‘대화의 장’은 1920년대 만남의 장이었던 ‘대화장여관’ 위치에 들어섰다. 대화주방, 대화강당, 대화빌라, 대화의 꽃, 대화광장의 이름을 단 카페와 펍, 공유 주방 등이 ‘함께’의 가치를 내세우며 오밀조밀 자리한다.

더폴락

판콜라텍 담길을 따라 골목길을 걸으면 대구의 ‘대구(Pollack)’, ‘더폴락’이 나온다. 소규모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감성 가득한 작은 책방이다. 1950년대에 문화예술인들이 향촌동에 모였듯 그만의 감성을 쫓는 이들이 ‘더폴락’으로 발길을 잇는다. 책방에서는 소규모 공연도 종종 열린다.

향촌문화관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 중앙대로 449
운영시간: 매일 09:00~18:00, 월요일 휴관

대화의 장
주소: 대구 중구 북성로 104-15
운영시간: 매일 12:00~22:00, 월요일 휴무

더폴락
주소:대구 중구 경상감영1길 62-5
영업시간: 매일 12:00~20:00, 월요일 휴무


3. 북성로에 대한 세 번째 단상
기술과 예술, 과거와 현재의 만남

모루란 금속을 불에 달궈 두드리거나 눌러 형체를 만드는 단조 혹은 판금 작업 때 필요한 받침대다. 모루가 잘 받쳐주고, 망치로 잘 두드려야 비로소 원하는 모양으로 제련할 수 있다. ‘북성로 기술예술융합소 모루’는 북성로 기술 장인들과 예술가들이 협업을 통해 기술과 예술이 융합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탄생한 거점 공간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북성로 일대에서 진행했던 ‘북성로 역사전통문화마을사업’의 일환으로 조성, 2018년 5월에 문을 열었다.

모루

모루의 공간은 ‘메이커스 팩토리’와 두 곳의 전시관으로 나뉜다. 1층 메이커스 팩토리는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 워크숍, 공동 작업 등을 수행하는 작업장이다. 이곳 작업대와 벽에 비치된 공구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댄스컬 <툴스 앤 댄스>의 테이블 소품도 이곳에서 만들었다. 맞은편은 기술 장인 ‘이득영’씨의 작업 공간과 소장품을 재현한 전시 공간이다. 이득영씨는 서성로에서 60년간 일한 함석 장인이다. 6·25 전쟁 직후, 서성로는 깡통 두들기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동네였다고 한다.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통조림과 드럼통을 두들겨 펴 호롱, 지붕 등 뭐든 만들어내는 시절이었다. 어찌나 기술이 뛰어난지 버스까지 함석으로 만들었다. 당시 대구에는 똑같이 생긴 버스가 없었다고 한다. 2층은 북성로의 역사를 사진과 영상 자료, 실물을 통해 보여 주는 메이드 인 북성로 전시관이다. 북성로의 명물 공구빵(공구 모양의 빵)이 탄생하게 된 ‘팩토리09’의 원조 공구빵틀도 이곳에 전시돼 있다.

공구빵틀은 ‘선일포금’의 주물 장인 ‘최학룡’씨와 청년사업가 ‘최현석’씨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선일포금은 북성로에 남아 있는 마지막 주물공장이다. 2016년 ‘북성로 주민협업공모전’을 통해 만난 두 사람은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공구빵틀을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싶었다!’라는 최현석씨는 공구빵틀을 바탕으로 2017년 빵집 문을 열었다. 북성로를 모티브로 한 공구빵은 볼트와 너트, 멍키스패너 모양이다. 지역적 특성을 잘 담은 공구빵은 ‘2021년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퍼센트14 3

팩토리09 공구빵집과 더불어 한옥 카페 ‘퍼센트14 3’ 등지는 일대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공원이 된 경상감영과 그를 중심으로 모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값싼 밥집 등. 그 속에 뜻 있는 이들이 숨어들어, 하나가 되고 있다. 현재의 것들이 과거의 것들에 슬며시 녹아들고 있었다.

팩토리09 공구빵

모루
주소: 대구 중구 서성로16길 92-1
운영시간: 매일 10:00~18:00, 월요일 휴무

팩토리09 공구빵
주소: 대구 중구 서성로14길 79
운영시간: 매일 12:00~20:00

퍼센트 14 3
주소: 대구 중구 서성로14길 92
운영시간: 매일 11:30~22:00

글·사진 이진경 취재협조 대구관광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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