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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비상식 넘어 몰상식 '주차 빌런' 천태만상...무개념 행동 책임져야

2021.12.30. 12: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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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개업을 위해 공사 중인 서해안고속도로 문막 휴게소에는 무료 사용이 가능한 진공청소기가 있었다. 지난해 여름이었나보다. 일부러 들렀는데 누군가 두 자리를 차지하고 실내 청소를 했다. 점잖게 얘기했다. "한쪽으로 좀 비켜 주시면 좋겠다.". 대답이 곱지 않았다. "다 돼가요". 다시 되받을 말이 고울 리 없다. "지금 자리를 두 개나 차지하고 있잖아요. 다 됐든 말든...". 험악했나 보다. 구시렁대면서 그대로 차를 빼 휴게소를 빠져나갔다. 요즘 말로 빌런(Villain)이다.

운전은 약속이다. 달리는 중이나 차를 세우고 주차를 하는 모든 과정에서 정해진 약속을 지켜야 얼굴 붉히며 다툴 일, 무엇보다 사고가 없다. 보복 운전이나 교통 방해와 같이 예전 같으면 힘없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말 일도 본인이나 주변 신고만 있으면 요즘 교통 법규로 엄하게 처벌한다. 그런데 세상 어떤 법도 처벌하기 어려운 게 있다. 바로 주차다.

물론 정해진 곳이 아닌 금지 지역 주차나 장애인 구역 주차 같은 건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주차 구획선이 분명한 곳에서 종종 볼수 있는 비신사적 행위는 처벌할 근거가 없다. 내 차 앞을 가로막아 옴싹달싹 못하게 하고 주차면을 2개나 차지하고 있어도 속수무책이다. 주차장 입구를 가로 막아도 그렇다. "차 좀 빼 주세요" 이게 최선이다. 이러다 보니 요즘 '주차 빌런' 얘기가 자주 나온다. 좋게 한 마디 하면 '나쁜 주차'고 기분대로 하면 '*같은 주차'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런 주차 빌런은 고가 수입차, 슈퍼카가 문콕을 피하겠다면 주변 공간을 차지해 공분을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주차 빌런은 양상이 다르다. 차종과 차급, 장소를 가리지 않는 천태만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주차면 두 개에 걸쳐 놓는 건 보통이고 수평으로 3개 주차면을 차지한 경우도 있다. 어떤 경차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현관을 빈틈없이 막아서고 통로 중앙에 떡 하니 주차를 한 경우도 있었다. 

주차 시비로 살인까지 벌어지는 나라인데 보통 배포가 아니고 보통 강심장이 아니다. 소소한 복수가 이뤄지기도 한다. 타고 내릴 공간 없이 바싹 주차를 하거나 요즘에는 악취가 나는 액체를 차체 하부에 뿌려 놓기도 한단다. 큰 차가 많아지면서 주차로 인한 시비, 빌런 운전자는 더 자주 많아졌다. 전장 5m가 넘는 차는 주차면이 좁아서라기보다 좁은 통로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가며 바른 자세를 잡기 어렵다.

후면 주차가 일상화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긴 차는 웬만한 공간이 없으면 직선으로 반듯하게 주차를 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건 본인 사정이다. 그렇다고 용납할 수 있는 핑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뿐이 아니다. 아파트나 건물 주차장 입구에 주차하고 버티는 것도 모자라 주변에 빈 자리가 있고 공간도 널찍한데 혼자 여러 주차면을 차지하는 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출근 때 주차는 전쟁이다. 오늘 사무실이 있는 지하 주차장에 매번 습관적으로 왼쪽 경계선을 넘겨 세운 차 주인을 만났다. 빈자리를 찾기 힘든 시간인데도 그랬다. 젊은 친구였고 물었더니 "내릴 때 옷이 더럽혀질까 봐" 그랬단다. 그래서 다른 자리에 경차 한 대도 들어가지 못할 공간을 만들어 놨다는 건 비상식이 아니라 몰상식한 매너다. 누군가는 저 공간을 보고도 다른 자리를 찾기 위해 지금 이 시간 지상 2층에서 지하 2층을 몇 번 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주차장도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끼지 지켜야 할 것들을 무언으로 약속한 공간이다. 매일 아침 몰상식한 차 때문에 속이 상하고 누군가 불편을 겪게 약속을 어긴다면 법으로라도 처벌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사유지 주차 갈등으로 접수된 민원이 2만5000여 건에 달했다고 한다. 주차 공간은 그대로인데 자동차는 늘면서 10년 전보다 150배나 늘었다. 그만큼 분쟁도 늘었다.

주차 갈등으로 살인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주차 빌런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필요하다. 지난 8월 공동주택에서 이런 무개념 주차 방지를 위한 '주차장 분쟁 해결 3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더 진척된 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적어도 주차면을 멋대로 차지하고 입구를 가로막거나 다른 차량 통행 자체를 막는 주차 빌런을 처벌할 수 있게 조속한 법안 추진이 필요하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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