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혈압주의 영상. '쇼트트랙 반칙 워스트 10'
1924년 첫 동계올림픽 이후 24회를 맞는 베이징 대회는 전세계 91개국 선수들이 참가해 15개 종목에서 승부를 펼친다. 모두 겨울 스포츠로서의 속도감과 ‘심장 쫄깃한’ 긴박감 넘치는 종목들이다. 하지만 이 중에도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은 유독 우리를 설레게 하고, 가슴 뛰게 한다. 불굴의 의지로 성공 신화를 창출한, 그래서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게 했던 종목들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어제 있었던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 실격처리는 납득을 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국제빙상연맹(ISU)에 이의제기 했지만, 경기장에 있었던 심판진의 최종 판정을 존중한다는 대답을 받았다...)
화가나지만 선수들의 땀방울 하나하나가 소중하기 때문에 더욱 응원하게 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동계올림픽 종목 베스트5’를 소개한다. 스포츠도 알아야 더 재미있고, 더 신나게 응원할 수 있는 법이다.
피겨스케이팅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서 첫 선… 점프 기술이 관건
▲ 소름주의 영상. ’피겨 여왕’ 김연아 (4:25)
1908년 런던 하계올림픽에서 처음 올림픽 종목으로 치러진 후, 동계올림픽이 시작된 1924년 샤모니 대회부터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이 됐다.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오래된 종목 중 하나다. 처음에는 남자만 출전하다가 1906년 여자종목이 신설됐다. 지금은 남녀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 단체전인 팀 이벤트까지 총 5개 종목에 메달이 걸려 있다.
싱글과 페어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으로 나뉘며, 정해진 동작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쇼트프로그램은 2분 40초(±10초) 안에 점프 3개와 스킨 3개, 스텝 1개가, 프리스케이팅은 여자 4분, 남자 4분 30초(±10초) 동안 점프 7개, 스핀 3개, 스텝과 코레오 시퀀스 1개씩 총 12개 기술 요소가 들어간다.
‘연아 키즈’ 활약 기대돼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은 전통적으로 여자 싱글이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일본 하뉴 유즈루와 미국 네이선 첸이 주도하는 남자 싱글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뉴 유즈루는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리스트로 지금도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초고난도 기술인 쿼드러플 악셀에 도전한다. 이 점프와 함께 올림픽 3연패에 성공하면 세계 피겨 남자 싱글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하뉴 유즈루에 대적할 만한 상대로 미국의 네이선 첸이 꼽힌다. 평창 올림픽 당시 19세이던 네이선 첸은 그간 실력이 무섭게 늘어 평창 올림픽 이후 치러진 세 차례 세계선수권대회와 전미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쿼드러플 악셀을 제외한 플립, 러츠, 루프, 살코, 토루프 점프는 세계 최정상권 성공률을 자랑한다.
▲차준환이 1월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 후 태극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비장의 무기가 있다. 이시형과 차준환이다. 특히 평창 올림픽에서 최연소 선수로 무대에 올랐던 차준환은 4년만에 훌쩍 커서 돌아왔다. 차준환은 올림픽 직전 대회인 2022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선수 최초다. 한국 남자 피겨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차준환이 베이징 대회에서도 마음껏 기량을 펼치기를 응원한다. 피겨스케이팅은 2월 4일부터 20일까지 계속된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기 어려운 긴장의 순간들이지만, 한국 신예 피겨스타들의 발전된 기량에 감동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쇼트트랙
추월 기술, 방어 기술, 작전 능력이 중요
▲ '블록밀기'라는 신기술이 사용된 2022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종목이다.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24개 금메달이 여기서 나왔고, 각국의 견제의 대상이 될 정도로 여전히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눈깜짝할 사이 순위가 뒤바뀌며 ‘심장 쫄깃하게’ 하는 스릴과 박진감도 우리가 쇼트트랙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김기훈이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이후 이제까지 쇼트트랙에서만 24개 금메달을 획득했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거머쥔 금메달이 31개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확실한 쇼트트랙 강국이다.
▲ 고혈압주의 영상.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 1000m 준결승
황대헌은 고교 시절인 2016~2017 시즌부터 국가대표로 뛰며 일찌감치 쇼트트랙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세계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해 은메달을 손에 쥐었다. 이후로도 실력이 크게 늘어 세계선수권대회 500m에서 1위에 올랐고,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는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땄다. 특히 황대헌은 한국의 전통적인 취약지구로 꼽히는 500m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어제 열린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됐지만 마음의 짐을 털어버리고 500m에서 선전을 기대한다. 경기는 2월 9일, 11일, 16일 까지 이어진다.
컬링
다시 돌아온 ‘컬링 어벤저스’ 팀 킴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은 평창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며 국내 컬링 신드롬을 일으켰다
김은정·김영미·김선영·김경애·김초희의 ‘팀 킴’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2회 연속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평창 올림픽 이후 지도자 갑질 파문과 경북체육회와 재계약 불발 등 악재가 잇따랐지만, 갖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컬링 어벤져스’는 역시 살아남았다. 작년 여름 국가대표 선발 1차전과 2차전에서 모두 우승하며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고, 작년 12월 네덜란드 레이와르던에서 열린 올림픽 자격대회에서 라트비아를 8-5로 이기면서 올림픽 마지막 본선 진출권을 획득한 것이다.
이전보다 더욱 단단해졌고, 노련해진 팀 킴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어떤 경기를 펼칠지 벌써부터 관심이 대단하다. 물론, 이번 대회에 달라지는 점도 있다. 스킵 김은정이 부르는 이름은 ‘영미’ 대신 ‘초희’가 될 전망이다. 평창에서 후보였던 막내 김초희가 주전으로 나서고, 김영미는 후보로 밀리면서 자연스레 포지션에 변화가 생긴 탓이다.
여자 컬링은 2월 10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다. 한국을 포함해 10개 팀이 풀리그를 치르고, 상위 4개 팀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메달 경쟁을 벌인다.
스피드 스케이팅
빙상 대표 종목… 집중력·지구력·순발력의 삼박자 맞아야
▲ 소름주의 영상. 해설위원으로 베이징에 입성한 빙속여제 이상화 레전드 영상
스피드 스케이팅은 얼음판 위를 달려 속도를 겨루는 빙상경기의 한 종목으로 ‘얼음 위의 육상’이라고 불린다. 동계스포츠의 대표적인 종목이자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종목 중 하나다. 또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가장 많이 걸린 종목이기도 하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쇼트트랙과 닮았지만 트랙 크기부터 다르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400m를, 쇼트트랙은 111.12m 짧은 트랙을 달린다. 그래서 스피드 스케이팅을 ‘롱 트랙(long track) 스피드 스케이팅’이라고 하고, 쇼트트랙은 정식 명칭이 ‘쇼트트랙(short track) 스피드 스케이팅’이다.
쇼트트랙 다음으로 한국 메달 텃밭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에는 김준호, 차민규, 김민석을 포함해 총 10명이 출전한다. 메달권이 가능한 종목은 중·단거리 종목과 남녀 매스스타트다.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매스스타트는 베이징 대회에서도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매스스타트는 여러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레인 구분 없이 트랙 16바퀴(6400m)를 도는 경기다. 4바퀴, 8바퀴, 12바퀴를 돌 때 1~3위에게 각각 5, 3 1점을, 마지막 바퀴를 돌 때 각각 60, 40, 20점을 주고 이 점수들을 합산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 소름주의 영상. 반바퀴 남기고 1등으로!
평창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딴 이승훈과 정재원이 이번 베이징 대회에도 합작할 예정이어서 메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평창에서는 정재원이 이승훈의 페이스메이커로 금메달 획득을 지원했다면, 베이징에서는 정재원의 향상된 기량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자부문 매스스타트도 평창의 영광을 재현할지 관심이다. 평창에서 은메달을 딴 김보름과 박지우가 베이징에서도 함께 뛴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ISU 월드컵 여자 매스스타트 종합 8위와 9위에 올라 있다. 경기는 2월 8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진다.
스켈레톤
엎드려 타는 썰매 종목, 스켈레톤
머리를 앞으로 향해 엎드린 자세로 썰매를 타고 얼음 트랙을 활주하는 스켈레톤은 국내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윤성빈이 금메달을 타면서 널리 알려졌다. 당시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트랙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모습에 국민은 열광했고, 그렇게 스켈레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 소름주의 영상. 윤성빈은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스켈레톤 종목 첫 금메달을 땄다
알프스 산악지대의 이동수단이자, 가장 인기있는 놀이였던 썰매는 19세기 중반 썰매 레이스 트랙이 만들어지면서 스포츠 종목으로 변신했다. 1884년 천연 아이스 스켈레톤 썰매 트랙인 크레스타 런이 스위스 생모리츠에 건설됐고, 1892년 전체가 금속으로 만들어진 썰매가 등장했다. 이 썰매가 뼈대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고 해서 ‘스켈레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스켈레톤이 올림픽에 등장한 것은 1928년 생모리츠 대회에서다. 하지만 이후 올림픽에서 빠져 있다가 1948년 재등장했고, 다시 50년간 자치를 감췄다. 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가 돼서야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여자 종목도 이 때 포함됐다.
스켈레톤은 같은 썰매 종목인 봅슬레이와 유사하다. 코스가 같아서 경기장도 같이 쓰고, 훈련도 함께 한다. 스피드 대결이라는 것도 같다. 하지만 봅슬레이는 2~4명이 머리를 뒤로 해 누워 타는 것과 달리, 스켈레톤은 한 명이 엎드려 타고 머리부터 내려온다는 것이 차이다.
윤성빈, 정승기를 주목하라
▲정승기 선수가 윤성빈에 이은 스켈레톤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윤성빈은 2018 평창 올림픽에서 독일, 오스트리아, 라트비아 등 세계 강호를 제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썰매의 새 역사를 쓴 순간이었다. 베이징에서 2연패에 도전하는 윤성빈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성적이 다소 부진했으나 막판에 상승세로 돌아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정승기 선수의 활약도 기대해 볼 만 하다. 올 시즌 들어 기량이 대폭 향상된 정승기는 지난 1월 월드컵 6차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입상했다. 시즌 종합 순위에서는 9위로 윤성빈(11위)을 앞섰을 정도다.
스켈레톤에는 6개 메달이 걸려 있다. 동계올림픽 중에서 세부종목이 가장 적어 선수 간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에서는 윤성빈, 정승기, 김지수 3명이 스켈레톤 대표 선수로 나선다. 경기는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