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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메기보다도, 추도

2022.03.04. 15:28:07
조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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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치는 깊은 수심에서 서식하다 산란기인 12~3월이 되면 얕은 연안으로 올라와 잡힌다. 못생기고 탄력 없이 흐물거리는 살을 가진 이 생선은 동해에선 곰치, 남해에선 물메기라 불린다. 여전히 바람이 차갑던 어느 날, 통영 추도로 향했다. 봄이 오기 전 별미 물메기탕 한 그릇을 꼭 먹어야 했기에.

섬 둘레길 어디에서나 바다가 조망된다
섬 둘레길 어디에서나 바다가 조망된다

●물메기 없는 물메기섬


어느 오후, 통영항에서 추도로 가는 배에 올랐다. 봄이 코앞에 와 있지만 여전히 날씨는 추웠고 바닷바람은 거칠었다. 추도는 통영에서 남서쪽으로 14.5km 거리에 있는 작은 섬이다. 위치상으로는 미륵도, 사량도, 두미도, 상노대도, 욕지도, 우도, 연대도 등에 크게 둘러싸여 있지만, 각각의 섬들과 거리가 멀어 마치 넓은 바다에 홀로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때문인지 여객선도 하루 두 차례밖에는 다니지 않는다.


관광인프라가 많지 않은 추도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물메기 주산지로 알려지면서부터다. 겨울이면 덕장에 걸려 건조되는 물메기를 촬영하기 위해 신문, 방송 등 각종 매체와 사진작가들이 섬을 찾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가 여행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대형 덕장에서 물메기를 건조하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다
대형 덕장에서 물메기를 건조하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다

추도 물메기는 다른 산지보다 위판가가 20~30% 가량 비싸다. 전통방식의 대나무 통발을 이용해 잡는 데다 물이 좋아 깨끗하게 세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도에서는 보통 남자들이 고기를 잡고 여자들이 손질한다. 내장을 떼어 낸 물메기는 덕장에 걸려 일주일 정도 건조된 후 위판장으로 보내진다.


그런 추도에 정작 식당이 없다. 여행객들은 대항마을과 미조마을에 각각 하나씩 있는 슈퍼에서 물메기탕을 맛볼 수 있다. 그런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배에서 내리자마자 대항마을 슈퍼를 찾아갔다. 그런데 북적거려야 할 슈퍼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물메기탕은 안 하나요?”
“물메기가 없어요.”


물메기섬에 물메기가 없다니, 예상치 못했던 대답에 허탈함이 밀려들었다. 이유를 들어 보니 여름철 고온 현상 때문에 수온이 올라 한류성 어류인 물메기가 제대로 산란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마을로 가면 몇 마리는 있을 겁니더.”
슈퍼 아주머니의 말대로 몇몇 가옥의 담벼락에는 소량의 물메기가 널려 있었다. 고깃배를 가진 집들이 자랑스레 걸어 놓은 훈장 같았다. 기대했던 덕장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꾸덕꾸덕 말라 가는 추도 물메기의 실체를 볼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문득, 이런 상황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고쳐먹고 물메기에 쏠렸던 시선을 거둬들이니 다시금 섬이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미조마을 선착장에 앉아 용두도 노을을 보았다
미조마을 선착장에 앉아 용두도 노을을 보았다

●살고 싶은 섬, 다시 만나다


추도에는 2개의 마을이 있다. 큰 산을 중심으로 양 끝에 자리하고 있는 대항마을과 미조마을이 그것이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덴 2~3시간이면 족하지만 큰 섬의 둘레길을 편집 해놓은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오붓해서 재미있다. 추도의 해안도 매우 아름답다. 외로운 섬이 맞닥뜨렸던 거친 파도는 절경의 해식애를 흔적으로 남겼다. 또 바다가 맑고 투명해서 포구에 서면 밑바닥까지 훤하게 들여다보일 정도다. 몇 년 전 여름에 섬을 방문했을 때는 뜰채만으로 해삼을 건져 내는 진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항마을 끝에서 일주도로를 따라 미조마을 방향으로 걷다 보면 바다를 향해 길게 돌출된 지형이 나타난다. 일명 ‘샛개’라 불리는 곳으로 그 끝점까지는 무려 640m나 뻗어 있다. 샛개는 거센 파도와 바람으로부터 대항마을을 지켜 주는 천연 방패막이가 돼 왔다. 샛개 끝으로 다가갈수록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배를 타지 않고도 추도의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 중의 명소로 손꼽힌다.

추도의 해안 비경은 샛개 끝이 조망 포인트다
추도의 해안 비경은 샛개 끝이 조망 포인트다

해안 길을 걸어 미조마을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섬 용두도다. 주민들에게 용머리로 통하는 용두도 역시 마을의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 선착장은 낙조를 촬영하기에 가장 적절한 장소다. 이곳의 하루해는 용두도 너머로 저문다. 용두도의 실루엣과 그것을 둘러싼 붉은 색의 조화에는 극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섬에 머물러야 볼 수 있는 멋진 광경이다.

우도 후박나무와 함께 통영 명물로 평가받는 추도 후박나무
우도 후박나무와 함께 통영 명물로 평가받는 추도 후박나무

마을 기슭에 우뚝 서 있는 후박나무는 키 10m, 둘레 4m의 거목으로 천연기념물 345호로 지정돼 있다. 바닷가 언덕에서 수평으로 자라다 한 가지가 위로 올라와 자라난 형태라 키가 비교적 작은 편이다. 하지만 수령은 무려 500년. 우도의 후박나무와 더불어 통영에서는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로 평가받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가 마을을 지켜 준다고 믿어 ‘사대부나무’라 부르며 신성시한다.


이토록 풍경이 아름답고 인심이 좋으니, 추도가 2022년 경상남도의 ‘살고 싶은 섬’ 가꾸기 공모사업에 선정된 건 놀라운 일도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이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추도에 다시금 활기가 돌고 있단다. 여행자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섬마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대항마을
섬마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대항마을

●대항마을 슈퍼와 섬 인연


미조마을에서 해넘이를 눈에 담고 다시 당금마을로 돌아오니 세상이 온통 캄캄했다. 배낭에 간식거리가 있었지만 그걸로 끼니를 때우자니 뭔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슈퍼는 막 문을 닫으려는 찰나였다.


“혹시 밥 한 끼 먹을 수 있을까요?”
낮에 안면을 터 두었던 것이 주효했다. 잠시 망설이던 주인아주머니는 들어오라는 말과 함께 슈퍼의 전등을 켰다.
“아직 식사를 못하셨겠네예. 뭐라도 있으면 제대로 차려 줄 낀데, 아무튼 잠시만 기다려 보이소.”
구이, 메기알젓, 밭에서 키웠다는 시금치나물과 함께 멀건 국이 놓였다.
“물메기국입니더. 생물은 아니고 집에서 먹으려고 냉동해 놨던 건데 이거라도 드셔 보이소.”


일반 식당이 없는 추도에서 간이식당의 역할까지 해 왔던 슈퍼는 물메기가 많이 나던 시절부터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했다. 만약 추도에서 물메기탕을 먹고 감탄했다면 슈퍼를 운영하는 김송자씨의 손맛을 본 것이다. 그녀가 김칫독을 박박 긁어 깍두기를 내 왔다.

대항마을 선착장에는 주민들의 얼굴이 담긴 조형물이 있다
대항마을 선착장에는 주민들의 얼굴이 담긴 조형물이 있다

“이것도 드셔 보이소. 자리돔은 다 묵고 깍두기만 쬐끔 남았네예.”
자리돔깍두기는 비릿함의 경계를 넘지 않으면서 생선 특유의 담백, 개운한 맛이 깊게 녹아 있었고, 짜지 않아 밥을 비벼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통영을 오가며 볼락김치의 맛에 익히 매료되어 있었던 터라 자리돔깍두기는 또 다른 별미로 입맛을 사로잡았다. 추도 주변에서 자리돔이 잡힌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수온이 올라가니 제주도 연안에서 서식하는 자리돔이 남해안까지 올라온 것이다. 진도군에 있는 관매도를 여행할 때 해변에 널려진 갈치 떼를 본 적 있었는데 어쩌면 같은 이유가 아니었을까.

대항마을 슈퍼에서 마주한 섬 밥상
대항마을 슈퍼에서 마주한 섬 밥상

겨울철 진미로 통하는 건메기(건조한 물메기)는 1축(12마리)에 20만원을 호가했단다. 하지만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통영수협의 건메기 위판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는 것. 시집 와서 물메기를 씻으며 시작된 그녀의 섬 생활 이야기가 무용담처럼 흘렀다. 추도에서의 인연도 따뜻한 한 끼의 밥상과 함께 우연히 생겨나고 있었다.

Travel Info


여객선
통영여객선터미널 → 추도 미조항, 대항항 | 1일 2회 운항(50분~1시간 14분/ 7,550원)
* 06:51, 14:30 * 1항차 미조항, 2항차 대항항 선 기항

샛개 끝에서 바라본 대항마을과 추도 바다

추도 돌아보기

일주도로를 따라 두 개의 마을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추도에 대한 애정이 깊어진다.
되도록 서두르지 말고 찬찬히 살펴보며 걷기를 권한다.


1) 일주도로 트레킹(5.9km/ 3시간)
대항선착장 → 마을목욕탕 → 발전소 → 샛개끝 왕복 → 미조선착장 → 후박나무 →
어둠골 → 대항선착장


2) 추도 등산로
1코스(4.2km)
대항마을 → 작은산 정상 → 수리바위 → 산제바위숲 → 동넘(몽돌해변) → 발전소 → 교회 → 샘터(섬바위) → 이정표 → 큰산 정상 → 동백숲 → 미조선착장


2코스(4.8km)
미조선착장 → 동백숲 → 이정표 → 큰산 정상 → 샘터(섬바위) → 동백숲 → 데크계단 →샛갯끝 → 데크계단 → 발전소 → 대항선착장


3코스(2.3km)
대항선착장 → 추도교회 → 샘터(섬바위) → 이정표 → 큰산 정상 → 동백숲 → 미조선착장

숙박
10여 곳의 민박이 있고 대부분은 대항마을에 집중돼 있다.
시설은 평이하지만, 숙박비가 저렴하고 인심이 좋아 재방문율이 높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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