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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수필가의 따뜻한 제주 기록

2022.04.07. 16: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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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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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여든 둘. 제주 바다에 발을 적시니,
또다시 마음에 젊음이 깃든다.

●귀족이 된 아침


“엄마, 백신 접종 완료 기념으로 제주도에 다녀올까요?” 큰 딸의 제안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다리 못 쓰면 가고 싶어도 못 가요.” 나보다 더 망설이던 남편과 함께, 등 떠밀리듯 도착한 김포공항. 6월 중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50분간의 탑승시간. 그래도 비행기 타는 기분은 예나 다름없이 설렘이다. 고단하게 묶여 있던 일상을 풀어 버리니, 흰 구름 뒤로 낯선 해방감이 흐른다. 제주 앞바다가 손짓한다.

엄두가 안 났지만 오길 잘했다. 가장 담백한 이유로는 그냥, 아침밥을 안 해도 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주부들은 단숨에 귀족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일상의 모든 소소한 행위엔 필연적으로 고단함이 서려 있다. 밥, 빨래, 설거지, 청소, 장보기…. 어쩌면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일상의 일들을 잠시나마 중단할 수 있다는 것. 그 밋밋하고도 단순한 사실이 우리를 여행으로 이끄는 걸지도. 제주에선 아침마다 식사 메뉴를 고민했다. 다만, ‘뭘 만들지’ 대신 ‘뭘 먹을지’를 생각했다. 전복죽부터 보말죽까지 바다 향 가득한 음식들을 정성껏 대접하는 사위의 마음이 고맙다.

●바다의 소리를 담다


보드라운 바람이 부는 이호테우해변. 손녀가 바닷물을 한 움큼 떠서 내 손에 발라 준다. 톡, 톡, 손등을 타고 흐르는 바닷물을 보니 프랑스의 시인 장 콕토(Jean Cocteau)가 적은 시구 ‘내 귀는 소라 껍데기’가 떠오른다. 내 손에 닿은 바다 한 조각에, 나는 순간 소라껍질이 되어 바다의 소리를 듣는다. 병풍처럼 둘러친 수국의 풍요로움과 하얀 메밀밭, 그리고 아! 바다소리. 그 소리를 마음에 담는다.

●무르고 물러진 사랑


늦은 오후, 우도에 도착했다. 멀리 제주도 본섬과 성산일출봉이 아련하다. 영락없는 60년대 시골풍경이다. 인기척 없는 낡은 집에 빨래가 널려 있는 걸 보니 어떤 노부부가 살고 있을 것 같다. 조그만 장독대에 해풍에 간들거리던 야생화 두어 송이가 한낮의 정적에 파묻힌다. 젊은이들은 장난감 같은 전기차를 타고 우도 해변을 일주한다. 끓어오르는 정열을 삭이지 못한 것일까? 서로 끌어안고 볼을 비벼도 아름답게만 보인다. 젊은 그대들, 그리고 젊었던 나. 한때 나도 소유했던 그것. 그 싱싱한 젊음은 얼마나 애틋하고 그리운 것인가.


유독 젊은 기운이 짙었던 어느 가게로 들어섰다. 우도 특산물인 땅콩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머스트 잇(MUST EAT)’ 메뉴란다. 고소하고 달달한 첫맛에 한순간 아이가 된다. 가족들의 입가에도 웃음이 배어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도 익지 않고 서툴면 단맛이 배어 나오지 않는다. 여행은 사랑도 무르익게 만든다. 무르고 물러진 사랑은 그렇게, 인생에 감칠맛을 더한다.


멀리 하우목동항의 하얀 등대가 빛나는 태양 아래 반짝인다. 등대는 움직이지 않는다. 등대는 세상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돛단배 같은 너를 위하여 움직이지 않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잘 닦여진 길만을 고집했던 내 젊은 날을 되돌아본다.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이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세상은 만만치 않다. 내딛는 걸음걸음이 초행길이고 바람마저도 낯설다. 삶은 매일이 그렇다. 누구나 처음 살아 보는 인생이니 당연하다. 이 낯선 세상에서, 우리가 필요한 건 등대다. 서로가 서로에게 등대가 되어 주는 것. 당신을 위해 움직이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 돛단배처럼 휘청이더라도, 여리고 무른 사랑으로 의지하고 보듬으며 살아가는 것. 오늘을 살게 하는 건 그런 것들이 아닐까. 그리고 오늘, 문득 돌아본 이 눈길 끝에 등대가 서 있다.

*김용자 는 ‘할머니 수필가’다. 30여 년간 몸담은 교직을 떠난 뒤 수필가로 등단했고, 여섯 명의 손자들에겐 끝없는 사랑을 베푸는 할머니로 살아가고 있다. 때때로 여행하며 글을 쓴다, 여행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다고 믿으며. 삶의 단상을 담은 수필집 <길은 순간마다 아름답고>를 펴냈다.


글 김용자 사진·에디터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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