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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을 걸으며 마음을 씻다, 무심천의 봄

2022.04.12. 10:05:30
조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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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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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시내를 남북으로 흐르는 무심천 뚝방 꽃길 중 꽃다리에서 제1운천교 사이 약 2.5km 구간에 사람이 가장 많다. 개화 소식이 들리고 만개의 절정을 넘어 꽃잎 흩날리며 떨어지는 꽃눈의 시절까지 무심천은 찬란해서 소쇄하다.

무심천 뚝방 풀밭의 연둣빛, 개나리 노란빛, 벚꽃 하얀빛은 청주 무심천 봄의 삼원색이다
무심천 뚝방 풀밭의 연둣빛, 개나리 노란빛, 벚꽃 하얀빛은 청주 무심천 봄의 삼원색이다

●60여 년 된 무심천 뚝방 벚꽃길


파란 하늘 맑은 햇빛은 벚꽃을 더 빛나게 한다. 햇빛 머금은 벚꽃잎은 맑고 투명하게 빛난다. 그런 벚꽃잎이 머리 위에, 눈앞에, 발치에서 ‘꽃사태’다. 온통 벚꽃인 그 공간이 황홀하다. 황홀해서 가슴이 벅차다.


청주 무심천 뚝방 벚꽃길은 약 60여 년 전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청주대교에서 제1운천교 사이 약 900m 구간에 벚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게 청주 무심천 뚝방 벚꽃길의 시작이었다.

당시를 기억하는 어르신의 말씀에 따르면 어른 종아리 굵기 정도 되는 벚나무를 심었다. 무심천을 가운데 두고 서쪽 뚝방 벚꽃길은 청주대교에서 지금의 용화사 언저리까지 이어졌고 동쪽 뚝방 벚꽃길은 더 길었다.

개나리꽃과 벚꽃이 피어난 무심천 꽃길
개나리꽃과 벚꽃이 피어난 무심천 꽃길

청주대교 북동쪽에 있는 청주공업고등학교 앞 무심천 왕벚나무 세 그루가 무심천 벚꽃의 개화시기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 것도 다 그 이유다.


무심천 뚝방 벚꽃길 구경의 출발지점을 제1운천교 동단으로 잡았다. 그곳에서 뚝방길을 따라 남쪽으로 걷는 것이다.

60여 년 전 심었던 어른 종아리 굵기의 벚나무가 저렇게 굵어졌다.
60여 년 전 심었던 어른 종아리 굵기의 벚나무가 저렇게 굵어졌다

●절정으로 치닫는 무심천의 봄


어른 종아리 굵기 정도 됐던 벚나무들이 이제는 아이들이 한아름으로 안지 못할 정도로 굵어졌다. 밑동 굵은 벚나무에서 뻗은 가지가 뚝방 아래 무심천 둔치 쪽으로 뻗었다. 벚나무 가지 아래는 푸른 풀밭이다. 비스듬한 경사면을 들풀이 뒤덮었다. 바람이 불면 풀들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푸른 물결이 닿는 끝에는 개나리가 피어 온통 노랗다.

개나리꽃 벚꽃 목련꽃이 어울려 피었다
개나리꽃 벚꽃 목련꽃이 어울려 피었다

무심천의 봄은 맑고 하얗게 빛나는 벚꽃, 벚나무 아래 가득한 푸른 풀밭, 노랗게 물든 개나리가 모여 완성된다. 청주 무심천에서 빛나는 봄의 삼원색이다.


청주공업고등학교 앞 무심천 뚝방에 도착할 무렵 걸음이 저절로 멈춰졌다. 하얗다 못해 맑게 빛나는 벚꽃이 사람들 머리 위에서 공간을 감싼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맑아진다. 얼굴 찡그린 사람 하나 없다. 꽃 앞에 선 사람들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절정으로 치닫는 무심천의 봄은 그렇게 사람들 마음까지 맑게 한다.

벚꽃 가지 사이로 연둣빛 물오른 버드나무가 보인다
벚꽃 가지 사이로 연둣빛 물오른 버드나무가 보인다

비스듬한 뚝방 비탈의 푸른 풀밭 위로 벚나무들이 가지를 넓게 퍼뜨렸다. 푸른 풀밭, 맑고 하얀 벚꽃가지가 만든 공간에 봄의 기운이 생동한다. 생동하는 그 공간, 꽃가지 사이로 무심천 건너편 용화사 절집 기와지붕이 보인다. 용화사에는 무심천에서 발견된 불상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개나리꽃 위 벚꽃, 벚꽃 가지 사이로 보이는 용화사
개나리꽃 위 벚꽃, 벚꽃 가지 사이로 보이는 용화사

●엄비의 꿈에 나타난 불상, 용화사를 짓게 하다


청주용화사석불상군, 용화사에 있는 7기의 불상을 이르는 말이다. 고종 황제를 모시던 상궁이자 후궁이 된 엄비는 어느 날 일곱 부처가 나타나 집을 지어달라는 꿈을 꾼다. 꿈이 하도 생생하여 꿈에서 본 그곳을 일러주고 샅샅이 조사하게 했다. 무심천에서 7기의 부처상이 발견됐다. 집을 지어달라고 했던 일곱 부처의 말대로 절을 지었다. 그곳에 7기의 부처상을 모셨다.

용화사 용화보전에 있는 불상
용화사 용화보전에 있는 불상

불상은 최고 5.5m, 최저 1.4m 높이였다. 불상 3기는 키가 크고 4기는 작은 편이었다. 불상이 있는 절집 이름이 용화보전인데, 삼불전이라고도 부른다. 7기의 불상은 ‘청주 용화사 석불상군’이라는 이름으로 보물로 지정됐다.

7기의 불상을 모신 용화사 용화보전
7기의 불상을 모신 용화사 용화보전

용화사에서 남쪽으로 무심천 뚝방 벚꽃길을 걸어 청주대교에 도착한 뒤 다리를 건넌다. 다시 청주공업고등학교 앞 무심천 뚝방 벚꽂길에 섰다. 뚝방 아래로 내려가서 꽃을 올려보았다. 뚝방 아래에는 개나리꽃이 피었고 그 위에 벚꽃이 피었다. 하얗고 노란 꽃이 만든 꽃의 향연이 저 멀리까지 이어져 소실점을 만든다. 그 끝까지 아른거린다.

하얀 벚꽃 아래 연둣빛 수양버들
하얀 벚꽃 아래 연둣빛 수양버들

●꽃다리


뚝방 위로 올라와 남쪽으로 걷는다. ‘무심천 벚꽃거리’라고 적힌 현판이 걸린 전망데크에서 잠시 머물렀다. 벚꽃과 개나리꽃 사이에 꽃을 피운 목련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서로 어울려 활짝 피었다. 무심천 건너편 만발한 벚꽃을 배경으로 연둣빛 물 오른 수양버들 가지가 바람에 낭창거린다. 봄의 향연은 그곳에서도 펼쳐지고 있었다.

무심천 전망데크
무심천 전망데크

전망데크에서 나와 뚝방길을 걸으려고 하는데, 발치에서 샛노란 꽃 한 송이를 보았다. 민들레꽃 한 송이가 낮은 곳에서 피어 발길을 붙잡는다. 무릎을 꿇었다. 저절로 그렇게 됐다. 떨어진 벚꽃잎 사이에 피어난 노란 민들레꽃을 엎드려 보았다. 꽃 뒤로 떨어지는 벚꽃잎을 안으려 두 팔을 벌린 아이가 보였다. 흙에 낮게 엎드려 피어 들풀과 어울려 퍼져가는 저 순수한 민들레꽃, 그 뒤에 서서 떨어지는 벚꽃잎을 안으려고 두 팔 벌린 순수한 아이, 그 시각 그곳에서 그 두 모습이 겹쳐보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벚꽃 아래 피어난 민들레꽃
벚꽃 아래 피어난 민들레꽃

남쪽으로 걷는다. 벚꽃길은 계속 이어지고 눈을 돌려 바라보는 곳마다 다 새로운 풍경이다. 하얀 벚꽃잎 사이로 보이는 푸른 버드나무가 쉼표 같다. 버드나무 아래 의자에 앉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꽃이자 신록이다. 붉은 벽돌 성당 앞 벚꽃은 오후의 햇살에 빛나고, 겨울을 이겨낸 억새와 새봄의 벚꽃 가지가 닿을 듯 말 듯 만날 듯 말듯하다.

무심천 벚꽃길 꽃다리 언저리
무심천 벚꽃길 꽃다리 언저리

그렇게 걸어 도착지점인 꽃다리에 도착했다. 원래 이름은 청남교인데 사람들은 꽃다리로 부른다. 옛날부터 그랬다. 시내버스 정류장 이름도 꽃다리다. 꽃다리 정류장을 알리는 안내판을 맑고 하얀 벚꽃이 뒤덮었다.

무심천 꽃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냇물 양쪽 뚝방에 벚꽃과 개나리꽃이 피어난 꽃길이 계속 이어진다
무심천 꽃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냇물 양쪽 뚝방에 벚꽃과 개나리꽃이 피어난 꽃길이 계속 이어진다

글·사진 장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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