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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과 가수는 한 배에 탄 동료다".. 팬더스트리 성장은 계속될 것

2022.04.28. 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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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정연호 기자] 음원 스트리밍의 성공이 실물 앨범의 종말과 같은 말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음원 스트리밍이 음악을 소비하는 주요 행태가 됐고, 사람들이 앨범을 구매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로 음원시장은 침체기에 빠지고 음반시장은 호황을 맞이하며 상황이 역전됐다.

출처=가온차트

가온차트 집계 결과, 올 3월 국내 주요 음원 서비스 사용자의 상위 400곡 이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했으며,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35.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감소세는 팬데믹 이후로 계속 관찰되던 현상이다. 음원 서비스 업계에선 음원 스트리밍은 출퇴근 시간에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재택근무 등으로 이용이 감소한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출처=가온차트

반면, 올 3월 앨범 판매량은 전달 대비 130% 증가했고, 전년과 비교할 때 60.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6월보다 31만 장 많았다. SM엔터테인먼트 NCT드림과 JYP엔터테인먼트 스트레이키즈가 전체 앨범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앨범 TOP400 기준으로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약 1400만 장으로 작년 1분기보다 440만 장 높은 수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공연시장이 정상화되는 등 팬데믹 영향이 다소 감소했지만, 올해 실물 앨범 판매량은 높은 실적을 기록한 작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오프라인 공연과 팬미팅 등의 행사가 취소됐고, 이에 따라 팬덤 소비가 앨범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앨범 시장의 성장은 가수의 성공을 위한 ‘투자’라는 측면과 앨범을 ‘소유물’로 갖는 팬심에 의해서 설명된다. 앨범 판매량은 가수의 성공을 드러내는 척도이기 때문에, 팬들은 앨범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구매한다. 가수가 가온 앨범 차트나 음악 방송 차트 등 주요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할 수 있도록 팬들이 투자를 하는 것이다. 앨범이 ‘음악을 듣기 위한 수단’ 이상의 상징성을 띤 것은 과거부터 있던 현상이다. 다만, 최근의 앨범 시장 성장은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되면서 팬덤 소비가 실물 앨범으로 집중됐다는 것, 해외 팬덤이 빠른 속도로 커졌다는 것 두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앨범 수출액은 2억 423만 5000달러로, 이는 종전 최고기록인 전년 1억 3620만 달러보다 66.7% 늘어난 수치다.

팬더스트리의 폭발적 성장, 수혜자는 팬플랫폼

폭발적인 팬덤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팬더스트리(Fandustry)가 주목을 받고 있다. 팬더스트리는 팬(Fan)과 산업(Industry)의 합성어로 팬덤 기반 산업을 말한다. 팬더스트리는 브로마이드, 포토카드 등의 굿즈 및 MD에서부터 코로나 이전 최고 수익원이었던 공연, 그리고 팬과 아이돌을 이어주는 팬플랫폼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 2020년 기준으로 팬더스트리 규모가 7.9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팬더스트리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바로 ‘팬플랫폼’이다. 과거의 포털을 기반으로 운영하던 팬카페가 플랫폼 형식으로 바뀐 것이다. 차이점은 다양한 가수가 플랫폼에 입점하는 형식이며, 선호하는 연예인 서비스에 구독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하이브의 위버스,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 SM 자회사인 디어유의 버블이 있다. 팬플랫폼은 팬과 아티스트 간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서 1:1형식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와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로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혹은 오픈채팅방에서 다른 팬들과 교류를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사용자 비중은 10~20대 여성이 압도적이며, 국내 사용자보다는 해외 사용자 규모가 더 크다.

위버스

위버스는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소속사 하이브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다. 위버스의 지난해 4분기 MAU(월간활성사용자)는 680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4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수, 월간 이용자수, 매출액 규모에선 단연 1위인 플랫폼이다. BTS 팬인 아미가 위버스 성장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선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븐틴 등의 인기 스타들이 위버스에 들어오면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위버스에서만 공개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이후에 위버스샵을 통해 연예인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위버스컴퍼니는 지난해 MAU 3000만 명에 달하는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양수했다. 브이라이브는 K팝 가수가 팬들과 생방송으로 소통하는 영상 서비스로, 네이버가 가진 콘텐츠 송출과 스트리밍 기술 등을 위버스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버블

디어유 버블은 스타와의 1:1 메시지를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연예인과 JYP엔터테인먼트 등의 연예기획사 소속가수들이 입점했다. 유료 구독자수는 120만 명을 넘었다. 개방형 SNS에서 공개되던 내용보다 몰입감이 높은 사적 콘텐츠로 팬과 아티스트 간 결속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아티스트가 다수의 팬과 소통하는 방식이지만, 메시지가 전송될 땐 이용자가 설정한 닉네임으로 호칭이 변경되면서 사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글로벌 팬들을 위해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각국 언어로 번역하면서 언어적 요소로 몰입감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했다.

상상인증권의 이종원 애널리스트는 ‘팬더스트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다’ 리포트에서 “간단한 인사말과 같은 일상 대화도 차별적인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 제공의 빈도가 곧 구독자 수로 직결된다”면서 “버블이 직접적인 충성도를 확보하는 대신, 아티스트들을 확보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충성도를 확보하며 90%에 가까운 높은 구독 유지율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버블의 IP(지적재산권)는 기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플레이어뿐 아니라 스포츠 스타, 유튜브와 트위치 등의 인터넷 방송인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유니버스

후발주자인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는 플랫폼 자체 세계관과 오리지널 콘텐츠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유니버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예능, 뮤직비디오, 화보 등이 제공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앱에서 팬덤 활동 미션을 수행하거나 아이템 구매 시 얻는 ‘클랩’을 온라인 팬미팅 등에 응모하는 응모권으로 교환할 수 있다. 현재 몬스타엑스, 강다니엘, (여자)아이들 등의 가수가 입점했으며, 평균 MAU는 330만 명을 기록했다.

“팬과 가수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투자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소비자들은 특정 인물, 단체, 브랜드를 보고서 지갑을 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령, 유명 소설 시리즈인 해리포터 시리즈는 완결이 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강력한 팬덤을 통해 테마파크와 장난감 등의 파생상품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한국문화관광부는 BTS의 빌보드 1위 경제효과가 1조 7000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BTS의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한 것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BTS 소속사 매출 규모, 한국은행 투입산출표,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구글 트렌드 검색량 등을 분석한 것이다. 다이너마이트로 인한 직접적 매출 규모는 2457억 원, 이와 관련된 화장품, 식료품, 의류 등 연관 소비재 수출 증가 규모는 3717억 원으로 추산됐다.

팬더스트리 산업에서 팬은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재생산/판매하는 역할도 한다. 충성심 높은 팬덤은 가수의 성공을 위해서 돈을 투자해 상품을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거나, 가수를 홍보하기 위해서 지하철 및 버스광고, 생일 기념 카페 등의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이러한 활동의 경제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의 아이돌과 유명인 광고 건수는 2016년 76건에서 2019년 2166건으로 28배 증가했다. K팝은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 등 전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 중이며, 이들은 스타와 관련된 전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단순히 소비자의 영역을 넘어 연예인의 성공을 돕는 지지 기반이 된 것이다. 때문에, 팬더스트리에 대한 수요가 견고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앨범을 대량으로 구매해 가수의 성공을 돕는 것처럼 팬덤이 팬더스트리 전반의 수요를 지탱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K팝의 특징은 아티스트와 팬덤 간의 유대 관계이다. 팬과 가수의 관계를 설명할 때 나오는 말이 “성공이란 목표”다. 팬들은 자신들이 가수를 직접 홍보하고 돈을 투자하는 것은 “그 가수를 좋아한다는 이유를 넘어서 가수와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팬들이 앨범을 구매하거나 관련 굿즈 등을 사며, 가수를 홍보하는 활동을 할수록 해당 가수는 주요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얻게 되고 인지도를 쌓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두 관계에서 설정한 ‘성공’이란 목표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저지른 일탈에 배신감을 느끼는 팬덤의 반응도 이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팬과 가수가 함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노력했는데도, 특정 멤버가 그룹 전체의 목표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팬플랫폼에서 오가는 메시지도 특정 가수를 우상화하는 내용보단 일상을 공유하고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동료 혹은 친구의 느낌이 강하다.

다만, 팬들의 사랑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이들의 사랑은 양날의 칼과 같기 때문이다. 사랑을 베푸는 만큼 가수에게 과한 요구를 할 수도 있으며, 가수의 일탈은 강렬한 적대감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전까지 아티스트와 팬덤 간의 관계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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