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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세월을 간직한 아름다운 성(城) '삼년산성' 을 걷다

2022.07.13. 1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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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蛾眉), 가늘고 길게 굽은 아름다운 눈썹, 미인의 눈썹을 이름. 삼년산성의 연못 아미지(蛾眉池). 연못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그 이름을 ‘아미’라고 했을까? 고려 태조 왕건도 함락시키지 못했다던 견고한 삼년산성은 웅장하고 강해서 아름답다. 그 성의 주 출입문으로 알려진 서문으로 들어서면 아미지 터가 여행자를 반긴다. 1.8km 정도 되는 삼년산성 둘레를 걸었다.

남동치성에서 이어지는 성곽
남동치성에서 이어지는 성곽

●아름다운 연못 아미지(蛾眉池)와 신라 명필 김생의 글씨


삼년산성은 신라시대 자비왕 13년(470년)에 처음 만들었고 소지왕 8년(486년)에 성을 고쳐 쌓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조선시대까지 여러 차례 성과 성문을 손 본 흔적도 남아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성을 쌓는데 3년이 걸렸다고 해서 이름이 삼년산성이 됐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지리지 보은현 편에 ‘오항산석성이 현 동쪽 5리에 있다. 둘레가 1220보이며 험조하다. 성 안에 샘이 6개 있는데 겨울이나 여름이나 마르지 않는다. 군창이 있다.’는 내용이 적혔다. ‘오항산석성’이 바로 삼년산성이다.

삼년산성은 처음부터 돌로 쌓았다. 구들장 같이 납작하게 생긴 돌을 사용하여 가로와 세로로 켜켜이 쌓았다. 성벽의 높이는 최고 20m에 달했다고 하며, 너비 또한 사람 서너 명이 함께 충분히 걸을 수 있을 만큼 넓었다. 그렇게 견고하게 쌓은 성은 한 번도 함락 된 적이 없다는 야사가 전한다. 실제로 고려 태조 왕건이 고려를 세울 때에도 삼년산성을 함락하지 못했다고 한다.


삼년산성의 정문으로 추정하고 있는 서문 자리에 옛 축성의 흔적이 남아있다. 관련 학계에서 성문의 문지방석에 남아있는 수레바퀴 자국을 근거로 당시 이 문을 드나들었던 수레의 크기를 유추한 결과 수레의 좌우 폭이 1.6m가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지 터 부근에 있는 글자가 새겨진 바위
아미지 터 부근에 있는 글자가 새겨진 바위

지금도 사람들은 서문을 통해 삼년산성을 드나든다. 서문 터를 지나면 아름다운 연못, 아미지(蛾眉池)가 있던 자리와 글씨가 새겨진 각자바위를 볼 수 있다. 연못이 있던 곳은 지금도 연못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반달을 닮았다던 옛 아미지의 온전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 그저 상상만 할 뿐이다.

아미지 각자
아미지 각자

아미지 연못 터 부근 각자바위에 연못 이름인 蛾眉池(아미지)와 유사암, 옥필, 남술 등의 글자가 새겨졌는데, 신라 명필 김생의 글씨라는 이야기가 전한다.


●1500여 년 전 성곽을 밟고 옛 이야기를 생각하다


아미지 터를 뒤로하고 성곽을 따라 남문이 있던 쪽으로 걷는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야가 멀리 트인다. 성 밖으로 보은읍 풍경이 보이고, 성 안으로는 아미지 터가 눈에 더 잘 들어온다. 자세히 오래 보고 있는데, 반달 모양 옛 연못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런 건 아닐 것인데, 아마도 1500여 년 전 아름다운 연못을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을 것 같다.

남동치성에서 본 풍경
남동치성에서 본 풍경

남문은 남쪽과 서쪽 성벽이 만나는 부근에 있었다. 성문 밖은 계곡이었는데, 계곡을 타고 성을 침투하는 적을 막기 위해 반원형 치성을 만들었다고 한다.


남문 다음에 나오는 남동치성 양쪽으로 웅장한 성곽이 이어진다. 웅장해서 아름답다. 사방으로 시야가 트인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할거하던 시대, 삼년산성은 신라의 요새였다. 삼년산성에는 신라의 김무력 장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남진정책에 맞서 신라와 백제는 나제동맹을 맺는다. 신라의 진흥왕과 백제의 성왕은 나제동맹에 따라 북진했다. 그리고 두 나라는 한강유역을 되찾는다. 이 무렵 신라의 진흥왕이 동맹을 깨고 백제가 점령한 한강유역을 차지한다. 신라의 배신이었다. 백제의 성왕은 배신을 응징하기 위해 신라의 관산성(지금의 충북 옥천군에 있던 성으로 추정)을 공격했다. 열세에 몰린 신라군을 구원하기 위해 나선 건 바로 삼년산성에 주둔하고 있던 신라 김무력 장군 부대였다. 백제 성왕은 전사했고 백제군은 패했다.

동문 터
동문 터

●옛 성 위로 부는 바람에 일렁이는 것들, 그리고 서문 터를 지키는 성곽의 위용


남동치성을 지나 동문 터로 향했다. 동문은 삼년산성의 문 가운데 가장 특이했다고 한다. 문을 통과하려면 ‘ㄹ’자 모양의 구조물을 통과해야만 했다. 학계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동문은 서너 번 개축했으며, ‘ㄹ’자 모양의 구조물은 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동문에는 성안의 물을 배출하는 수구도 있었으며 성 위에 낮게 덧쌓은 여장도 발견됐다고 한다. 또한 방아확, 돼지 모양의 기와 조각, 목제 망치 등 유물도 출토 됐다.

북문 터로 이어지는 성곽
북문 터로 이어지는 성곽

동문이 있던 곳을 통해 성 안팎을 드나들며 웅장한 성곽의 위용에 감탄했다. 납작하고 넓은 돌을 켜켜이 쌓아 올린 성곽은 웅장했다.

동문 터에서 북동치성으로 가는 길
동문 터에서 북동치성으로 가는 길

동문 터를 뒤로하고 북문이 있던 곳을 향해 걷는다. 초지가 펼쳐지고 풀섶 길 옆에 나무 한 그루 우뚝 섰다. 그곳은 바람의 길이었다. 한시도 쉬지 않는 바람에 나뭇가지가 휘날린다. 키 작은 풀꽃들도 흔들린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어느 것 하나 일렁이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 풍경에 여행자의 마음도 일렁거렸다.

북동치성에서 본 풍경. 숲속에 성곽이 보인다
북동치성에서 본 풍경. 숲속에 성곽이 보인다
북문 터
북문 터

상쾌하고 통쾌했다. 그렇게 북동치성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른다. 앞으로 가야할 성곽이 눈앞 숲속에 보인다. 바람 없는 숲길이 성곽 옆으로 이어진다. 이내 북문 터가 나왔다. 북문 터에서 출발했던 서문 터로 가지 않고 성곽길에서 벗어나 성 안에 있는 보은사로 향했다. 보은사에 들러 고려시대 미륵불을 잠시 만나고 다시 성곽길로 접어들었다. 출발했던 서문 터가 보이기 시작했다.

서문 터와 성곽. 전설의 새, 봉황이 날개를 펼친 것 같은 모습이 웅장하다
서문 터와 성곽. 전설의 새, 봉황이 날개를 펼친 것 같은 모습이 웅장하다

한 번의 날갯짓에 천리를 난다는 전설의 새 봉황이 날개를 펼친 형국으로 삼년산성 성곽은 그곳에 남아있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글·사진 장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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