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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 물들어 가는 곳, 안동

2022.09.29. 0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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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하회탈, 안동소주, 안동찜닭.
안동은 모든 것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깊숙이.

●조선의 풍류를 머금은 곳
만휴정

청량리에서 KTX를 타고 2시간.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안동에 발을 디뎠다. 안동역에서 다시 30분, 만휴정에 다다랐다. 1986년 대한민국 명승 82호로 지정된 만휴정은 조선 중기 묵계서원이 건립된 이후, 몇 번의 보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옛 문화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것,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지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차장에서부터 녹음이 우거진 산길을 10분가량 오르면 계곡이 나온다. 그 건너편으로 보이는 정자가 바로 만휴정이다. 만년(晩年)에 쉬는 정자.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 위, 외나무다리가 하나 놓여 있다.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하며 포토스폿으로 떠오른 곳이다. 고풍스러운 만휴정의 외관이 서서히 익어 가는 자연의 색과 어우러진다. 근처에는 묵계서원도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아기자기한 연못과 비밀의 숲
낙강물길공원

낙강물길공원은 이국적이다. 언뜻 모네의 그림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객들 사이에서 낙강물길공원은 ‘한국의 지베르니’라고도 불린단다. 공원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연못 하나가 보인다. 연못 가운데에서는 3갈래로 분수가 뻗어 나온다. 그 뒤로는 폭포수가 떨어지는데, 비밀스럽고도 소중한 풍광이다. 연못 주변을 천천히 거닐어 본다. 산책로에는 메타세콰이아 나무가 가득히 늘어서 있다.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초가을의 향기를 마음껏 탐닉한다. 흔들의자가 즐거운 아이의 웃음소리. 징검다리를 건너다니는 이들의 발소리, 바람, 숲, 물. 낙강물길공원은 안동 비밀의 숲이다. 비밀처럼 소중하고 조용하다.


●취하기 좋은 가을의 초입에서
경북 술문화 축제

술잔치가 벌어졌다. 이름하여 ‘경북 술문화 축제’. 달이 비치는 다리, 월영교 일대 공원이 시끌벅적하다. 지난 9월2~3일 첫선을 보인 ‘경북 술문화 축제’는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경북문화재단이 주관했다. 이 축제는 도내 23개 시군의 전통주와 특산주를 홍보하고 더 나아가 전통주 산업을 다시 일으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월영공원으로부터 100m는 족히 되는 길목에 다양한 부스들이 세워져 있다. 경북에서 활동 중인 소상공인 가양주 업체들이 저마다의 술을 선보이기 위한 부스들이다. 쌀로 만든 막걸리부터 단감, 오미자, 포도, 머루, 참외까지 각양각색의 재료를 활용한 술들이 그 풍미를 뽐낸다. 거기에 수제 맥주까지. 놀라운 건 같은 재료로 만든 술이라도 제조 과정과 숙성 방법에 따라 술맛이 천차만별이라는 점. 한 병의 술을 만드는 데 소상공인들이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느덧 입구에서 시작한 시음 퍼레이드는 몽롱해질 때까지 이어졌다. 중간 지점에서 수제 맥주를 마시고부터는 더 얼큰해졌다. 고개를 돌려서 뒤를 돌아보니 월영교가 덩그러니 자리한다. 월영교를 안주 삼아 맥주 한 모금. 낙동강 두루미 떼를 안주 삼아 막걸리 한 모금. 초가을, 안동의 풍류는 술과 잘 어울렸다. 어서 풍악을 울려라.

월영공원 한편에서 시작한 공연의 함성 소리에 정신을 조금 차렸다. 독도사랑 스포츠 공연단의 태권도 시범 공연이 한창이다. 경북 사투리 아지매쏭. 도립국악단의 대북공연도 뒤를 이었다. 공연장은 다채로웠다. 어느 곳에는 젊은이들이 가득했고, 또 어느 곳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어르신들이 가득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한 손에 맥주를 쥐고 공연을 감상하고 있었다. 축제의 열기는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서쪽 하늘처럼 붉어져 갔다.


빈속에 술을 채웠더니 허해진 속을 달래려 월영공원 근처로 나섰다. 아무래도 허할 땐 헛제삿밥이 제격이다. 헛제삿밥은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이다. 고추장 대신 간장과 비벼 먹는, 일종의 ‘안동식’ 비빔밥인 셈이다. 묵직한 놋그릇에 담겨 나온다. 슴슴한 맛이지만 반찬으로 나온 간고등어와 곁들이면 궁합이 좋다.

●낙동강이 품은 전통의 땅
안동하회마을

축제로 안동의 밤과 헤어졌고, 다시 만난 안동의 아침. 하회마을로 향했다. 안동하회마을은 낙동강 상류인 화천이 마을을 태극 모양으로 감싸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조선시대 문신 ‘류성룡’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다. 심지어 실제로 그곳에 사람이 살기도 한다. 그래서 조심조심 둘러봐야 한다. 여행객에게는 관광지이지만,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이따금 우체국 오토바이에 짐을 한가득 싣고 바쁘게 우편을 나르는 우체국 아저씨와 마주쳤다. 안동하회마을에 거주하는 몇몇 어르신은 개량 한복을 입고 생활하고 있었다. ‘서정적이다’라는 감상 말곤 묘사할 방법이 없다. 마을 근처에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하회별신굿 탈놀이를 볼 수 있다. 공연은 조선시대 지배층의 이기적인 태도를 풍자한 것이 특징이다.


글·사진 김민형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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