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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들이 쉬다 가는 곳, 울루루

2022.11.23. 14: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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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야."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온 이 말은 사막이 아닌 우리들의 마음속에 진정한 샘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사막을 빛나는 곳이자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버렸다. 미니멀 라이프가 하나의 소비패턴으로 자리 잡은 요즘, 여행에도 미니멀 어드벤처가 필요한 때이지 않을까. 태초부터 존재했던 아주 근본적인 것들, 바로 물, 바람, 흙, 바위 그리고 닿을 수 없지만, 항상 우리를 비추어 왔던 별들이 가득한 곳인 사막은 ‘비우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보이지 않는 샘을 품은 사막처럼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기대를 품게 만드는 ‘세상의 중심’ 울루루로 잠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상공에서 바라본 울루루(에어즈락). 우측의 마을 단지도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상공에서 바라본 울루루(에어즈락). 우측의 마을 단지도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태초의 보물들


고대 영혼들의 안식처로 여겨지는 신성한 장소인 울루루(Uluru)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영혼도 잠시 쉬고 가게 만든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붉은 대지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거대한 바위와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뿐이다. 그 너머로 뜨는 해와 지는 해를 바라보는, 그야말로 특별할 것 없는 이 행위가 세간에서 쌓인 피로감을 씻기고 마음을 정화한다. 역시, ‘신성한 장소’란 타이틀은 괜히 붙여지는 게 아니다.

붉은 모래로 뒤덮인 사막 위에 단일 암석으로 이뤄진 거대한 울루루가 우뚝 솟아 있다.
붉은 모래로 뒤덮인 사막 위에 단일 암석으로 이뤄진 거대한 울루루가 우뚝 솟아 있다.

사막에 뭐 볼 게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은 명확하다. 돌, 땅, 그리고 별이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심에서 하늘 한번 올려다보지 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더없이 좋은 볼거리들로 가득하다. 그것도 아주 원시적이고 인공적이지 않은 태초의 보물들로.


●우주의 기운도 빨아들이는 ‘울루루’

단일 암석으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에어즈락(Ayers Rock)으로 불리기도 하는 거대 바위 울루루는 호주 대륙의 사막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프랑스의 한 우주 비행사가 우주 정거장에서 촬영해 공개한 사진 한 장이 큰 화제를 모았는데, 바로 태양 빛을 받으며 붉게 빛나는 울루루였다. 우주에서도 선명하게 보일 만큼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이 돌덩이는 햇빛의 각도에 따라 여러 색으로 변하며 신비로움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붉고 매끄러운 바위가 마치 자석처럼 모든 에너지를 끌어당길 것만 같다.
붉고 매끄러운 바위가 마치 자석처럼 모든 에너지를 끌어당길 것만 같다.

바위의 높이는 348m, 지름은 3.6km이며 약 10km에 달하는 둘레길을 모두 탐험하려면 3시간 반 정도를 쉼 없이 걸어야 한다. 사막 한가운데서 뜨거운 태양 빛을 쬐며 이 둘레길을 걷는다는 것은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곳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일부 트레킹 코스만 돌면서 바위의 크기를 잠시나마 몸으로 재어 본 후 바위 전체를 카메라 앵글 한 폭에 담기 위해 멀찌감치 물러난다.

울루루는 ‘지구의 배꼽’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탯줄의 흔적이 배꼽이란 점을 고려하면 정말로 지구를 탄시키기 위해 우주의 에너지를 빨아들인 통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도 하게 된다.

기이한 모양의 암석 표면과 메마른 나뭇가지, 그 사이사이에 자란 푸른 나무들이 생명과 죽음,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인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기이한 모양의 암석 표면과 메마른 나뭇가지, 그 사이사이에 자란 푸른 나무들이 생명과 죽음,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인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한국의 약 77배인 호주 면적을 고려하면 울루루로 향하는 길은 그리 간단치 않다. 한국에서 출발할 경우 시드니나 멜버른 등 대도시를 거쳐 국내선으로 약 3시간 반 정도를 더 날아가야 한다. 기내에서 보이는 창밖 풍경은 메마른 대지뿐이지만, 에어즈락(울루루) 공항 착륙을 알리는 안내 멘트가 나올 때쯤 서서히 드러나는 울루루의 자태를 보게 되면 이글거리는 붉은 모래빛만큼이나 심장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상공에서 바라본 카타추타(마운트 올가). 총 36개의 바위로 이뤄져 있다.
상공에서 바라본 카타추타(마운트 올가). 총 36개의 바위로 이뤄져 있다.

●바람 속을 거닐다 ‘카타추타’


울루루-카타추타 국립공원에서 울루루 바위만큼 유명한 것이 카타추타(Kata Tjuta)이다. 단일 암석인 울루루와 달리 36개의 바위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그 모양 때문인지, 원주민 언어로는 ‘많은 머리’란 뜻이다. 그 바위들 옆으로 난 ‘바람의 계곡’이라 불리는 지형에는 트레킹 코스가 구성돼 있어 돔형의 바위들 틈을 굽이굽이 걷고 오르며 주변을 감상하기에 좋다.

‘마운트 올가’라 불리기도 하는 카타추타는 원주민 언어로 ‘많은 머리’란 뜻이다.
‘마운트 올가’라 불리기도 하는 카타추타는 원주민 언어로 ‘많은 머리’란 뜻이다.

지금까지 이어진 지질학적 연구에 따르면 이 지역은 수억 년 전 바다였으며, 여러 지각운동에 의해 지형들이 솟구치거나 침식되고 침전물층이 쌓이면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흔히 계곡이라 하면 물이 흘러가며 생긴 길게 패인 지형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바람의 계곡’이란 이름대로 바람이 흘러가는 협곡 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더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돔 모양의 바위 골짜기들 사이에 조성된 ‘바람의 계곡’ 트래킹 코스
돔 모양의 바위 골짜기들 사이에 조성된 ‘바람의 계곡’ 트래킹 코스
‘바람의 계곡’으로 향하는 길이 마치 쥬라기 공원에 와 있는 듯하다.
‘바람의 계곡’으로 향하는 길이 마치 쥬라기 공원에 와 있는 듯하다.


●사막의 에덴동산 ‘킹스캐년’


호주 사막 투어의 절정은 ‘킹스캐년(Kings Canyon)’이라 할 수 있다. 칼로 싹둑 자른 듯한 협곡의 모양도 신기하지만, 지층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끝없이 펼쳐진 기암괴석 위를 걷다 보면 마치 지구가 아닌 외계 행성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킹스캐년의 기이한 지층 언덕이 마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킹스캐년의 기이한 지층 언덕이 마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부서질 듯한 기암괴석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찔해 보일 정도이다.
부서질 듯한 기암괴석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찔해 보일 정도이다.

킹스캐년은 울루루-카타추타 국립공원에서 북동쪽으로 약 270km 정도 떨어진 와타르카 국립공원(Watarrka National Park)에 위치한다. 울루루 주변에 머물면서 하루 정도 다녀올 계획이라면 차량으로 편도 3시간 반 걸릴 것을 고려해 이른 새벽에 출발하는 게 좋다. 한낮의 높은 온도와 강한 햇빛을 고려하면 오전에 트레킹을 마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곳 지형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6km 길이의 트레킹 코스인 ‘킹스캐년 림 워크’(Kings Canyon Rim Walk)가 적합하다. 3~4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그늘이 찾기 어려운 곳이니 챙이 넓은 모자와 충분한 물은 필수다.

킹스캐년의 사암은 오랜 지각 활동과 풍화작용을 거치며 지금과 같은 지형을 이루게 됐다.
킹스캐년의 사암은 오랜 지각 활동과 풍화작용을 거치며 지금과 같은 지형을 이루게 됐다.

사방을 둘러싼 기암들은 얇은 암석층이 겹겹이 쌓인 모습이라 금방 부서질 듯이 위태롭다. 그 위로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걷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더위에 지칠 때쯤 눈앞에 펼쳐진 거대 협곡은 마침내 숨을 탁 트이게 하는데, 마치 기계를 사용해 깎은 것처럼 매우 날카롭고 매끄럽게 잘린 단면이 신기하기만 하다.

칼로 벤 듯 잘려나간 킹스캐년의 거대한 협곡
칼로 벤 듯 잘려나간 킹스캐년의 거대한 협곡

트레킹 코스를 걷다 보면 작은 샘물도 만나게 되는데 이른바 ‘에덴동산’(The Garden of Eden)이다. 이곳 사암에 스며든 빗물과 습기들이 모여 물웅덩이 하나가 만들어진 것인데, 에덴의 동산이라 하면 풀과 나무가 무성하고 동물들이 뛰어노는 비옥한 땅을 일컫지 않는가. 이토록 메마른 바위 골짜기에 생긴 작은 샘 하나에 그런 이름을 붙이기가 좀 어색하지만, 이 때문에 더더욱 사막의 에덴동산이 틀림없다. 물 한 방울 없는 곳일수록 작은 오아시스 하나가 모든 목마름을 씻어주듯, 킹스캐년의 에덴동산은 이곳을 사막이지만 살아있는 곳으로 만들어준다. 어린왕자가 말했던 사막의 숨겨진 샘이 여기에 있다.

사막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이 작은 오아시스를 호주 사람들은 ‘에덴동산’이라 부른다
사막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이 작은 오아시스를 호주 사람들은 ‘에덴동산’이라 부른다

●겨울 사막의 매력

사막을 계절과 연결하면 단연 여름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호주 사막을 좀 더 청량하고 위생적으로 다녀오고 싶다면 겨울 여행지로 갈 것을 추천한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 한국의 겨울이 아닌 호주 사막의 겨울이 언제인지를 봐야 한다. 남반구에 위치해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인 호주는 7월과 8월 사이에 가장 추운 겨울을 맞이한다. 사막을 겨울에 가야 하는 이유는 벌레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인데, 만약 호텔, 리조트 등이 아닌 지붕이 없는 곳에서 캠핑할 계획이라면 한겨울을 피해 5~6월과 9~10월에 갈 것을 추천한다. 아무리 추워도 눈이 오지 않는 사막이라지만 한겨울에 새벽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니 겨울(7~8월)의 야외 취침은 위험하다.

부쉬 캠핑 투어를 통해 야외 취침도 가능하다.
부쉬 캠핑 투어를 통해 야외 취침도 가능하다.

여름(11월~2월)의 호주 사막은 일사병, 열사병과 같은 고온에 의한 온열 질환으로 더 쉽게 이어질 수 있고 특히 벌레와의 사투를 피해가기 어렵다. 샌드위치를 한입 물을 때마다 입으로 돌진하는 파리 떼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여름에 가는 것을 피하거나 양파망처럼 네트가 달린 모자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다녀야 한다. 또 여름 시즌에 기온이 너무 높아질 경우 전체 트레킹 코스의 통행을 금지하는 일도 있으니 울루루 여행을 계획했다면 가급적 11~2월을 피해서 일정을 짤 것을 권한다.

부쉬 캠핑장에 마련된 문이 없는 간이 화장실
부쉬 캠핑장에 마련된 문이 없는 간이 화장실

호주 사막을 생생한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부쉬 캠프이다. 호텔이나 리조트에 머물며 오후 시간에만 여행을 다닐 수도 있겠지만 붉은 대지의 흙냄새가 진동하는 곳에 모닥불 하나 피워놓고 야생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는 건 어떨까. 물론 밤하늘 위로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수억 개의 별들 때문에 잠드는 게 아까울 정도이긴 하지만 그렇게 눈과 귀와 코를 자극하는 사막 여행은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바로 세상의 중심

울루루 여행에 있어서 최근에 가장 큰 이슈는 바위 등반이 금지됐다는 소식이다. 울루루 바위가 지구의 배꼽, 고대 영혼들의 휴식처라 불린다는 것에서도 느낄 수 있듯 이곳은 원주민들이 오랫동안 매우 신성시 한 장소다. 우리에게 단군이 있듯, 이곳 원주민 아난구(Anangu) 족에겐 ‘드림타임'(Dreamtime)’이라는 만물의 탄생 신화가 이곳에서 시작된다.

원주민들은 그들의 영적 성지인 울루루에 오르지 말 것을 줄곧 요구했지만, 외부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은 낙상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꼭대기까지 오르는 것을 하나의 버킷리스트처럼 시도해왔다. 호주 정부가 원주민 사회의 요구에 뜻을 모은 또 다른 배경은 실제로 그동안 낙상 사망 사고가 수십 건에 이르고 관광객에 의한 훼손과 오염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2019년 10월 26일부로 울루루 등반은 영구적으로 금지됐다.

울루루-카타추타 국립공원 측은 등반 금지 안내문을 설치하고 정기적 순찰을 통해 관리하고 있는데, 실제로 금지법 시행 후 등반을 시도한 사람들에게 최근 유죄 판결과 벌금형이 내려졌으니, 앞으로 울루루를 방문하는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멀리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하얀 선은 울루루에 오르기 위해 사람들이 박아 놓은 쇠 줄이다.
멀리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하얀 선은 울루루에 오르기 위해 사람들이 박아 놓은 쇠 줄이다.

아난구 족의 드림타임 신화는 생명, 창조, 우주, 별들로 이어진다. 울루루 투어의 가장 화려한 순간은 땅보다는 하늘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바로 별이다. 공기 좋고 하늘이 맑은 곳 어디에서나 별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울루루 밤하늘의 은하수는 단연 최고의 볼거리다. 이 별을 보기 위해 울루루에 가도 좋을 만큼 밤마다 장관이 펼쳐진다. 휴대폰 카메라로는 감히 담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 셀 수 없을 만큼의 수억 개의 별들이 하얀 띠를 이루며 밤하늘을 가로지르는데, 그 사이사이로 유성이 떨어지는 것까지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이곳 원주민들의 마음에 동화되고 만다. 우주의 에너지가 이곳으로 모이고, 모든 생명은 이렇게 무에서 탄생했으며, 내가 서 있는 이곳이 곧 세상의 중심이라는 믿음.

2019년 10월부터 울루루 등반이 영구히 금지되었으나 그 흔적이 남아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2019년 10월부터 울루루 등반이 영구히 금지되었으나 그 흔적이 남아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글·사진 Travie Writer 허경은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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