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신지현(아이 식습관 개선과 자기계발에 힘쓰는 두 아이의 엄마)
또래보다 작은 아이를 키우다 보면 관련해 웃픈 에피소드들이 제법 생겨나기 마련이다. 처음 겪을 땐 그저 슬프고 속상하기만 했는데 흐르는 시간 속에서 비슷한 경험을 반복하다 보니 이젠 마냥 슬프지만은 않고, 웃기면서도 슬픈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겪었던 웃픈 에피소드 두 가지를 공유하려고 한다. 아마 또래보다 작은 아이, 영유아 검진 하위권을 맴도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 에피소드 1 ]얼마 전 햇살 좋은 주말, 남편과 함께 8살 첫째 딸, 5살 둘째 아들을 데리고 집 근처 작은 공원에 갔다. 우리 말고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남편이 잠시 통화하러 떨어져 있는 동안 나는 두 아이들을 전담하고 있었는데 곧 아들이 한 아이에게 달려가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같은 반 친구라며 소개한 그 친구는, 우리 아들이 옆에 서면 최소 한 살 이상은 형처럼 보였다. 지난 글에 썼던 것처럼 누나의 뒤를 이어(!) 최근의 영유아 검진에서 몸무게 하위 1프로를 기록한 둘째이기에 웬만하면 아들의 친구들 역시 우리 아들보다 크다는 건 슬프지만 놀랍지 않은 현실이었다.동생의 친구라니 첫째도 내적 친밀감이 형성됐는지 급 셋이서 서로 쫓고 쫓으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통화를 마치고 돌아왔고, 나는 슬며시 친구를 만나 신났다고 일러주었다.그러다 신나다 못해 조금 흥분해서 친구와 거리를 좁혀가던 아들을 진정시키려 나선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초록아, 형아한테 그러면 안 돼”……형아?......한 3초쯤 지나서야 상황 파악됐다. 내가 ‘친구’라고 했던 아이를 남편은 둘째가 아닌 첫째의 친구라고 오해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눈에 보면 우리 첫째와 크게 키 차이가 많이 나지 않고, 둘째와는 꽤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당연히 첫째의 친구라고 생각한 것이었다.내가 첫째가 또래보다 작다고 걱정하고 한숨 쉴 때마다 괜찮다, 나중에 다 클 거라며 여유를 내보였던 남편이었다. 하지만 첫째가 작은 줄은 알았지만 막상 5살짜리와도 동갑으로 의심될 정도였다는 현실을 직접 확인한 그날, 남편에게 약간의 현타가 찾아온 듯했다.
[ 에피소드 2 ]이것도 얼마 전의 일이다. 우리 네 식구가 실로 오랜만에 고깃집에 외식을 하러 갔다. 그곳엔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이 있어서 빨리 먹고 그곳에서 놀고 싶었던 남매는 나름 선방을 하며 식사를 마쳤다.그렇게 놀이방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는데, 붙임성 좋은 우리 딸과 유난히 신나게 놀아주고 호응해 주는 여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누가 봐도 언니임이 분명한 키와 체격인지라 착한 언니를 만나 신나게 놀게 된 딸이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 딸에게 아까 함께 놀았던 여자아이에 대해 물었더니 딸이 이렇게 말했다“피아노 학원 같이 다니는 친구야.”“……!?......”딸의 친구들 또한 웬만하면 우리 아이보다 크기에 잘 모르는 아이들을 볼 때면 아이와 동갑일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는 편인데, 그래도 그때 본 아이는 정말 언니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딸과 키, 체격 차이가 너무 컸다. 그런데 동갑이라니!!!나중에 찬찬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아이는 또래에 비해 큰 편에 속했던 듯싶다. 그러니 또래에 비해 작은 편인 우리 아이와 함께한 투샷이 동갑내기 친구로 보일 리 만무했던 것이다. 비록 당연히 언니일 거라 생각했던 나이 예측은 틀렸지만 그날 딸의 운이 좋았다고 느꼈던 것만큼은 틀리지 않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 아이는 자신보다 많이 작은 동갑 친구를 그 친구의 눈높이와 시선에 맞춰 노는 내내 배려해 주는 착하고 선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를 친구로 둔 우리 딸이, 그리고 그런 친구를 우연히 고깃집 놀이방에서 만나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대단한 행운이 아니었을까.
김희철 기자/poodle@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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