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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LY PLACE TO BE 주메이라 발리

2022.12.08. 09: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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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신상, 주메이라 발리.
이곳이라 가능한 휴식에 대하여.

●여행의 취향

발리는 1만7,5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의 작은 조각이다. 작은데 독특하다. ‘발리’라는 이름의 유래는 ‘와리(Wari)’에서 비롯되었다. ‘와리’는 산스크리트어로 ‘제물을 바치다’라는 뜻이다. 산스크리트어는 인도의 고전어로 힌두교, 대승불교, 자이나교 경전의 언어이기도 하다. 여기서 재밌는 점,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무슬림(Muslim)이 가장 많은 국가다. 무슬림은 이슬람교도를 뜻한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나라인데. 이와는 별개로 발리 사람들은 대부분 힌두교를 믿는다. 발리에서 이슬람교 신자는 15%에 지나지 않는다.

인천공항 최종탑승 안내방송이 울린다. 발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1번의 기내식과 2편의 영화를 보고도 시간이 남았다. 따분한 비행에는 맥주가 좋다. 홀짝거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8살 때, 나는 가지를 그렇게 싫어했다. 첫째로 보라색이 싫었고, 둘째로 물컹거리는 식감이 싫었다. 같은 이유로 회도 싫었다. 입도 못 댔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여전히 가지와 회가 싫다. 다만 튀긴 가지는 좋다. 바삭하고도 부드러운 식감이 질깃하고 물컹한 생가지와는 달랐다. 싫었던 것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선, 회에 도전했다. 여전히 천사채 위에 수북이 올라간 회는 싫다. 그 모습이 내겐 너무나도 날것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숙성을 거치고 촘촘하게 칼집도 내어 한두 점씩 접시에 얹어 주는 회는 좋다. 공들여 손질했다는 점에서 가공된 음식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조금 우습고 허세롭지만, 이게 경험으로 찾은 나만의 취향이다. 여행도 음식과 같다. 경험이 취향을 바꿀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사설이 왜 이토록 긴가 하면, 이번 여행에서 그 경험을 겪었고 여행의 취향을 찾았기 때문이다.


응우라이 국제공항에 내려 ‘주메이라 발리’로 향했다. 태어나 처음 찾은 발리에서 아무 곳도 여행하지 않고 오로지 리조트에서 머물렀다. 여행이 없는 여행. 그래서 따분했고. 그런데 좋아졌다. 휴식에 대한 취향이 생겼다. 결국 휴식도 대단한 여행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이 글은 발리에서 찾은 해답에 대한 풀이다.


●주메이라 발리의 멋

주메이라 발리, 이름에서 ‘발리’를 빼고 봐도 흥미롭다. ‘주메이라(Jumeirah)’는 호화스럽다는 표현을 넘어 사치스러움까지 느껴지는 호텔 브랜드다. 주메이라 그룹은 두바이 홀딩의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기업이다. 따분하고 이해가 어려우니, 차라리 두바이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럭셔리 호텔이 있고, 그리고 버즈 알 아랍이 있다. 럭셔리의 상징 두바이에서도, 럭셔리의 강자로 군림한 브랜드가 ‘주메이라’다.

그런 주메이라가 발리에 들어섰다. 그것도 남서부 울루와투 해변에 말이다. ‘울루와투(Uluwatu)’는 ‘땅끝과 바위’라는 뜻을 가졌다. 깨지지 않는 거대한 파도가 계속 밀려드는 해변이라 서퍼들의 성지로 꼽힌다. 다만 해변 아래 산호와 바위가 산재해 있어 부상의 위험이 있다. 주로 상급자 서퍼들이 즐겨 찾는 곳. 눈요기하기 좋다. 저녁이면 울루와투 절벽 가득 여행자들이 복작인다. 이곳이 발리 최고의 일몰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주메이라 발리에서 보낸 저녁은 내 인생 가장 붉은 일몰일 거란 확신이 들었다.


주메이라 발리는 123개의 1베드룸 빌라와 2베드룸 빌라를 비롯해 4베드룸을 갖춘 로얄 워터 팰리스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빌라는 프라이빗 수영장을 갖춘 풀빌라다. 물론 메인 수영장도 있다. 리조트 내부는 힌두-자바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2022년식 마자파힛(Majapahit) 왕국’을 재현해 낸 셈이다.

마자파힛 제국은 과거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부에 존재했던 왕국이다. 자바(Java)섬은 동쪽으로 발리와 맞닿아 있는 섬이다.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가 자바섬에 위치한다. 그러니까 주메이라 발리는 인도네시아 역사상 가장 황금기 시절의 영광을 그려낸 것이다. 자바의 주택문화는 거석신앙과 농경사회에 연관이 깊다. 주메이라 발리 객실 인테리어를 자세히 살펴보면 벼의 신을 상징하는 ‘데위 스리(Dewi Sri)’가 목판에 조각되어 있고, 석판과 돌 모양 오브제가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다. 럭셔리 리조트의 디테일은 알고 보면 더 재밌다.

로비를 포함한 리조트의 모든 곳에서는 물이 흐른다. 주메이라 발리의 전체 콘셉트가 힌두교의 ‘물의 궁전’이기 때문이다. 고여 있는 물이 아니라 살아 흐르는 물이다. 실제로 물이 있는 공간에는 물고기가 산다. 로비 중앙에는 거대한 분수대가 있다. 참고로 힌두(Hindu)는 산스크리트어로 ‘거대한 물’을 뜻하는 ‘신두(Sindhu)’에서 유래되었다. 여기서 신두가 뜻하는 ‘거대한 물’이 4대 문명의 발상지인 ‘인더스강’이다. 이것과는 별개로 리조트 모든 곳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그 물로부터 생명력이 느껴지니 활기차다. 그래서 정적인 힌두의 건축양식이 더 빛난다. 여기에 한 방울가량 주메이라의 뿌리, 아랍풍이 가미됐다. 이 한 방울이 비빔밥의 참기름이다.


●욕심과 권리의 사이

먹어 본 사람이 먹을 줄 아는 것처럼, 럭셔리 리조트도 즐겨 본 사람이 더 잘 즐길 수 있었다. 과거에는 확실히 그랬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필요한지, 원하는지 전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버기를 타고 리조트 어딘가로 이동하려고 보면 시작부터 벌써 그 과정이 귀찮다. 로비에 전화를 걸어 그것을 영어로 설명하고 또다시 10여 분을 기다려서야 비로소 출발이다.

주메이라 발리는 이 모든 과정을 왓츠앱(Whatsapp, 메신저)으로 통일했다. 영어를 못해도 번역기를 통해 소통할 수 있으며 메시지 하나로 내가 원하는 것을 쉽게 요청할 수 있다, 수건, 칫솔은 물론이고 이른 아침 시원한 아메리카노에 필요한 얼음, 버둥거리는 요가를 위한 매트까지도.

주메이라 발리의 핵심 강점은 머무는 순간만큼은 집처럼 안락하다는 것이다. 누리고자 하는 모든 것이 욕심이 아니라 권리라고 느껴진다. 부담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행은 일상과 반대라 당연한 것이 가장 어렵다.

룸 타입은 취향 따라 선택하면 된다. 가든뷰, 선셋뷰, 오션뷰 풀빌라 타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극히 개인의 차이겠지만, 선셋뷰 객실이 휴식과 가장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주메이라 발리의 객실은 거실과 안방으로 구분된다. 거실은 18도, 안방은 23도. 각기 다른 온도로 에어컨을 맞추곤 오후 5시쯤부터 욕실 욕조에 물을 받는다. 김이 날락말락 한 욕조에 누워 침대 시트를 스쳐 욕조까지 덮쳐 오는 저녁을 바라본다. 시각으로 휴식이란 감각을 누린다. 좋다. 그것 말고 대체할 표현이 없다.

●Dining

Akasa
주메이라 발리의 가장 높은 곳, 아카사

주메이라 발리에는 3개의 시그니처 레스토랑이 있다.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세가란(Segaran)’, 칵테일과 핑거푸드를 즐길 수 있는 ‘마자 선셋 풀 라운지(Maja Sunset Pool Lounge)’ 그리고 얼마 전 오픈한 ‘아카사(Akasal)’.

‘아카사’는 주메이라 발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 울루와투 해안 절벽에 위치한 데다가 앞에 막히는 것이 없으니 발리의 일몰을 바다와 하늘로 구분해 볼 수 있는 몇 없는 선셋 포인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아궁산까지 보인다. 아궁산은 발리 북동쪽에 위치한 해발 3,142m의 화산이다. 화산, 바다, 선셋. 인도네시아 발리라서, 그리고 주메이라 아카사여서 가능한 풍경이다. 문제는 여기가 전망대 따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시안 퓨전 메뉴를 선보이는 프리미엄 다이닝이다. 아카사는 ‘조앤 아초어(Joan Achour)’ 셰프가 이끈다. 타이, 일식, 한식에서 영감을 얻어 스모키한 발리 음식을 낸다.


인테리어는 주메이라 발리와 일맥상통한다. 마치 왕실의 연회장 같기도 하다. 창가와 천장이 모두 통창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을 봐도 위를 봐도 발리다. 여행의 다이닝은 맛도 맛이지만, 공간성을 되새기며 즐기는 것에 의미가 있다.

아카사의 메인 콘셉트는 ‘아시아풍 그릴 요리’다. 일본의 기술, 한국의 장맛, 태국의 풍미, 인도네시아의 다양성을 셰프의 해석으로 융화시켰다. 음식 포인트는 ‘후추’. 실제로 아카사에 들어서면 주방 입구를 따라 ‘세계의 후추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다.

‘참치 타르타르’야말로 아카사의 콘셉트를 가장 잘 대변하는 메뉴라고 생각한다. 겉을 살짝 그릴에 구워 내 향이 가득 배어 있는 참치에 ‘티무트 후추(Timut)’를 뿌려 냈다. 티무트 후추는 네팔 고지대에서 자라는 후추인데, 자몽 같은 시트러스 향이 감돈다. 그래서 디저트나 주류, 음료에도 많이 사용하는 후추다. 스모키한 훈연향에 산뜻한 후추의 조합. 간단한 재료로 강력한 향을 내고, 무엇보다 독특하다.

이외에도 중국 사과와 트러플을 곁들인 와규 8/9 등급 안심, 코코넛 가루와 레몬그라스 등을 넣고 바나나잎으로 구워 낸 농어 등 다양한 시그니처 요리를 선보인다. 아무래도 핫한 다이닝에서는 ‘셰프의 테이블’ 메뉴가 최고다. 모든 음식은 아카사의 믹솔로지스트가 제공하는 칵테일 메뉴와 페어링이 가능하다.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와인셀러도 방문할 수 있다. 곧 붐빌 수밖에 없는 곳이다. 참고로 드레스코드는 캐주얼 룩, 17세 이상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Segaran Dining Terrace
시간이 맛있는 곳, 세가란 다이닝 테라스

주메이라 발리의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세가란(Segaran)’은 인도네시아어로 ‘신선함’을 뜻한다. 이름처럼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철학을 바탕으로 신선한 재료에 초점을 맞췄으며 정교한 발리 및 동남아시아 요리를 제공한다.

메뉴가 많아도 너무 많다. 조식부터 추천하자면 우선 새우 락사(Laksa)와 나시고랭(Nasi Goreng)의 조합. 락사는 면을 빼고 주문할 수도 있다. 그럼 이제 완벽한 밥과 국. 락사는 생선이나 닭으로 우린 매콤한 국물의 쌀국수다. 국물이 워낙 칼칼하고 시원해 해장국 먹는 느낌으로 아침마다 들이켰던 효자 메뉴.

전날 좀 과식했다면 부부르 아얌(Bubur Ayam)도 좋다. 인도네시아식 닭죽이다. 쌀죽이 먼저 그릇에 담겨 나오고 이후 뽀얗게 우려 낸 닭 육수를 쌀죽에 부어 준다. 짜지도 않고 삼삼한 간이 아침으론 딱이다. 다양한 커피 컬렉션이 있는데, 역시 현지 원두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참고로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최대 커피 생산국이다. ‘타나메라 미디엄 로스트(Tanamera Medium Roasted)’를 시키면 기본은 한다.

마침 발리에서 일요일 점심을 고민한다면 세가란의 ‘선데이 브런치(Sunday Brunch)’를 추천한다. 칵테일 혹은 무알콜 칵테일을 같이 곁들여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선데이 브런치의 메뉴는 2~3번에 걸쳐 먹을 수 있는 양으로 나온다. 남길까 고민 말고 이것저것 시켜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

대망의 저녁. 세가란에서 몇 번의 삼시세끼를 경험하며 내린 결론. 여긴 시간이 들어가는 요리가 전부 훌륭하다. 이를테면 발리식 꼬리곰탕인 분툿 수프(Buntut Soup), 렌당(Rendang) 같은 메뉴들. 특히 분툿 수프는 예술이다. 국물도 예술인데, 뼈를 모두 발라 그 살을 모아 뭉쳐 놓은 건더기에서 셰프의 정성이 느껴진다. 오래 걸리는 음식이 맛있는 곳은 뭐든 믿을 만하다. 관심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Spa

Talise Spa
특이점, 탈리스 스파

스파 메뉴가 작은 글씨로 A4 한 면을 다 채워도 부족하다. 구성이 압도적이다. 주메이라 발리 로비 바로 아래층에 위치한 ‘탈리스 스파’. 가장 기본적인 관리가 10만원대, 이토록 고급 리조트에서 누리는 호사치고는 너무나도 완벽한 가성비 아닌가. 발리에서 유일하게 터키식 테라피, 하맘(Hammam)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맘은 뜨끈한 온돌에 누워 받는 습식 마사지다. 물을 이용한 테라피도 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의 압력으로 관리받는 형식. 특이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관리에 앞서 체질과 색(Color)을 진단해 준다. 이를테면 이런 식. 6월생인 나는 회색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좋고, 제3의 눈을 가지고 태어난 운명이라며….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후 항상 회색 양말을 신고 다닌다. 스파에 이런 후기가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재밌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Jumeirah B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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