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밥 좀 먹자!] #69글 = 신지현(아이 식습관 개선과 자기계발에 힘쓰는 두 아이의 엄마)
손질 새우를 한 팩 집어 들면서도 사실 큰 기대는 별로 없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대하를 맛있게 구워줬을 때의 그 미적지근한 반응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엄청 좋아하지도 않았던.
대하 철이었으니까 아마 작년 이맘때였을 것이다. 이 맛있는 걸 왜 안 먹지, 신랑과 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결국 우리 두 사람만 배 터지게 포식을 했더랬다.
비록 대하는 아니지만 싱싱한 새우 요리가 오래간만에 생각나서 한 팩을 사 아이들 몫으로 딱 적당량만 구워서 주고 나머지는 어른용 감바스를 해먹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미 아이들 쪽 반응은 포기했기에 오히려 오랜만의 감바스에 엄마, 아빠만 기대감에 잔뜩 설렜다.
그렇게 장을 보고 돌아온 집. 아이들 새우구이 먼저 뚝딱 준비해 차려준 뒤 남은 새우를 미련 없이 감바스에 투하했다. 그렇게 우리의 감바스가 거의 완성돼 가려던 그때, 아이들의 외침이 들렸다.
“새우 더 주세요!”
이럴 수가!! 새우가 담겼던 반찬 그릇이 싹 비워져 있었다. 아무리 기대감이 없었어도 섭섭지 않을 양으로 준비해 담아줬건만 그걸 벌써 다 먹은 것이었다.
이번에 산 새우가 작년에 산 새우보다 월등한 퀄리티였기 때문일까. 굳이 따지자면 작년의 그 제철 맞은 대하가 살점도 두툼하고 더 물오른 맛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조리법에 크게 차이점이 있지도 않다. 그렇다면 추론해 볼 수 있는 답은 하나였다.
아이들의 입맛이 바뀐 것이다!
육아 전문가들이 아이들 식사, 특히 편식에 대해 한결같이 조언하는 내용이 있다. 싫어하는 식재료가 있으면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계속 접할 수 있도록 해주라는 것이 그것이었다.
정말 고개가 끄덕여지는 옳은 말씀이고, 그대로 실천하는 훌륭하신 엄마들도 많겠지만 아이가 안 먹을 게 불 보듯 뻔한 반찬을 애써 만들어 거절당하는 일에 꾸준함을 가지기란, 적어도 나에겐 꽤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아이의 반응이 영 별로라 한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반찬이나 요리를 오랜만에 했을 때 전과 달라진 반응에 놀라는 일을 종종 경험하곤 한다. 새우 구이도 그중 하나인 셈이다.
확실히 아이들의 입맛은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좋게 바뀌기도 하고, 안 좋은 쪽으로 발전할 때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내 아이는 ○○를 싫어하는 아이’라고 속단해버리기엔 아직 너무 어리디 어린 나이라는 사실이다. 4살 때 당근이라면 고개를 내저었던 아이가 6살엔 무던히 잘 먹게 될 수도 있고, 편식 없이 밥 잘 먹던 아이가 점점 편식 대장이 돼 가기도 하니 말이다.
편식의 길로 들어서는 걸 엄마가 필사적으로 막는 것은 사실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편식했던 입맛이 돌아오는 걸 재빨리 감지할 방법은, 역시 전문가 선생님 말씀대로 꾸준히 내밀어보며 확인하는 것이 답일 것이다.
길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게으름에 외면해왔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오랜만에 파프리카를 이용한 요리를 준비해 볼 생각이다. 파프리카 쪽엔 도통 젓가락이 가지 않았던 아이가 오랜만의 조우에는 의외로 덤덤히 받아들일지 또 누가 알겠는가!
김희철 기자/poodle@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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