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조절하는 것과 감정이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의외로 요즘 시대의 많은 부모들이 감정에 인색하다. 화가 나도 아닌 척, 싫어도 좋은 척. 어른이라는 이유로,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어른스럽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감정을 잘 조절하는 사람이 되고자 감정을 숨기는 참는 것.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이들은 부모가 참고 숨기는 감정을 그대로 느낀다는 것이다. 앞뒤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바탕으로 그 상황을 인식한다. 그래서 부모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아주 중요하다.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느낄 줄 알아야 한다. 감정이 느껴지는 대로 퍼부으라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이름을 붙여 말하며 그 감정의 정체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우리가 느끼는 감정에는 다음과 같은 이름이 있다.행복한, 감사한, 감동받은, 감격스러운, 만족스러운, 뿌듯한, 개운한, 평화로운, 흥미로운, 기대되는, 자랑스러운, 편안한, 기쁜, 통쾌한, 재미있는, 무서운, 슬픈, 우울한, 걱정되는, 초조한, 그리운, 쓸쓸한, 짜증스러운, 두려운, 지루한, 부끄러운, 창피한, 화나는, 약오르는 등이 외에도 다양한 감정들의 이름이 있을 것이다.감정에 이름을 붙이다 보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할 수 있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감정들이 뭔지 알고 안정감을 찾게 되는 것인데, 감정의 정체를 알고 나면 그 문제에 대한 대책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의 이 같은 감정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감정은 '수용'하면서 행동에는 '한계'를 정해준다.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 먼저 그 상황에 대한 감정을 공감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아이가 독감주사를 맞으러 가야 할 때, 차를 타기 전부터 외칩니다."주사 맞기 싫어, 가기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무한 반복.이때 부모의 반응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축소 전환형 부모"주사 안 아파, 착하지~?"억압형 부모"너 그만 징징거려! 계속 울면 너 혼자 와!"방임형 부모"화가 나서 엄마한테 소리 질렀구나. 그 정도로 힘들지. 그래그래, 소리 지른 거 잘했어"감정 코칭형 부모"주사 맞는 게 무섭지~ 엄마도 주사를 맞으려니 무섭다~. 그런데 독감주사를 맞아야 이번 겨울에 독감을 미리 예방할 수 있을 텐데, 우리 주사 무서우니까 어떻게 하면 덜 무섭게 맞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볼까?"감정 코칭형 부모의 경우 아이와 대화를 하려고 한다. 아이는 처음부터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이럴 때는 부모가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 "엄마가 너를 안고 주사를 맞을 수도 있어", "주사를 맞으면서 노래를 부를 수도 있고, 숫자를 셀 수도 있어" 등의 제안을 하는 것이다. 아이는 약간의 도움으로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사에 대한 감정이 '두려움'과 '무서움'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 감정들을 같이 공감해 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아이 역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정체가 '무서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아이들은 특히 부정적인 정서를 낯설게 느낀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따라서 부모가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과정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정리하며 언어로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감정카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른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부모 세대가 어릴 때를 떠올려 보면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했다가 혼이 난 기억이 많을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참아야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자라왔는데 이제 와 아이들의 감정을 읽어주려니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부모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100% 완벽한 감정코칭형 부모는 없다.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유형의 모습이 모두 나타난다. 하지만 네 가지 중 어떤 유형이 더 우세한 지가 중요하다.
오늘부터는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에 이름을 붙이며 아이가 감정을 말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길 바란다. '감정'은 수용하되 '행동'에는 한계를 정해주면서 말이다. + 도움말 = 김미미, 김효선일산하하가족상담센터 센터장. 아동 대상의 놀이치료, 인형 진단평가, RT 발달 중재는 물론 청소년, 성인, 부부 상담까지 전 세대에 대한 상담 및 강의를 하고 있다. <눈맞춤 육아법(하루 5분, 아이의 마음까지 안아주는)>을 지었으며, 유튜브에서 <놀이치료사 하하선생님의 눈맞춤TV>를 통해 부모들과 소통하고 있다.+ 참고자료 :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존 가트맨, 최성애, 조벽 지음, 한국경제신문), 현명한 부모가 꼭 알아야 할 대화법(신의진 지음, 걷는 나무)
길문혁 기자/ansgur0317@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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