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을 꿰뚫는 창과 모든 것을 막아내는 방패가 공존하는 것을 모순이라고 한다
창과 방패의 싸움.
모든 것을 뚫는 창과 모든 것을 막는 방패가 세상에 공존한다고 각 상인들이 우기자 이를 지켜보던 이가 서로 사용해 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말에 확신을 갖지 못해 결국 싸우지 않는 상황이 된다. 이를 통해 말과 행동이 달라 창 모(矛) 방패 순(盾)이 합쳐져 모순의 유래가 됐다고 한다.
PC 시장에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2022년 하반기 출시된 그래픽카드의 가격을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신형 그래픽카드 출시 ‘가격 책정’ 상태가?
▲ NVIDIA RTX 40 시리즈는 RTX 4090, 80, 70 TI가 공식 출시됐다
PC 그래픽카드는 크게 AMD와 엔비디아(이하 NVIDIA)가 양립한다. 올해 NVIDIA가 선보인 그래픽카드는 RTX 40 시리즈로 공식 출시된 모델은 RTX 4090과 4080 16GB에 RTX 4070 Ti가 있다. AMD는 RX 7900 XTX와 RX 7900 XT가 있다.
출시 전 RTX 4090은 기존 RTX 3090대비 최대 2배 높은 성능 향상이라는 루머가 돌았지만 실제 성능 향상은 70~80% 정도로 확인됐다. 사실 이정도만 되더라도 굉장히 엄청난 성능 향상이다. 가격은 RTX 3090대비 100$가량 비싸진 1,499$. 하지만 RTX 4080 16GB와 RTX 4070 Ti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RTX 4080은 RTX 3090대비 30% 내외 성능 향상이지만 1,199$로 기존 RTX 3080가 699$였던 점을 감안하면 500$로 매우 비싸진 금액이 적용됐다. 계속해서 RTX 4070 Ti 모델은 799$에 RTX 3090~90 Ti 급의 성능을 보인다. RTX 4080 12GB로 나왔으면 899$로 기존 3070 Ti가 599$인 점을 감안해도 매우 비싼 금액 책정이다.
결과적으로 NVIDIA는 매우 높은 성능 향상으로 매우 날카로운 창을 가지게 됐지만 높은 성능 때문일까? 가격이 매우 비싸져 모든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창’이 되진 못했다.
NVIDIA가 날카로운 창을 드니 이에 대응하는 AMD는 다시금 방패를 들었다. 초기 루머는 NVIDIA를 겨냥한 창을 준비하는 줄 알았으나, NVIDIA의 성능 향상이 너무 컸을까? 급하게 방패로 선회했다.
출시 초 AMD도 NVIDIA와 마찬가지로 최신 공정 적용과 원자재, 인건비 상승 등이 더해져 1000$ 이상의 가격 정책이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발표에 있어 AMD RX 7900 XTX는 6900 XT와 동일한 999$로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적용해 보다 단단한 방패를 준비한다.
결과적으로 RX 7900 XTX 성능은 NVIDIA RTX 4080 16GB를 타깃으로 하는데 성공했지만, RTX 4090은 놓아줬다. 그래도 순수한 MSRP 가격 기준으로 봤을 때 NVIDIA를 긴장하게 하고 소비자들에게 있어 충분한 기대와 관심을 가지게 하는데 성공한다.
성능과 가격을 올린 창과 같은 NVIDIA, 동일 선상을 꿈꿨으나 실제 제품은 방패로 선회한 AMD. 어디까지나 출시 전 루머였고 각 회사가 오피셜로 언급한 내용이 아니라 모순으로 치부하기에는 아이러니하지만, 출시 전 NVIDIA 팬과 AMD 팬 간의 기대심리와 다양한 루머내용 속에서의 반응을 돌이켜 보면 참 ‘서로의 창과 방패가 모두 좋다’고 하는 소설 속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래서 소비자 관점에서 지금 그래픽카드 가격이 정상, 아니 과연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일까?
비싸진 NVIDIA, 실제 소비자 가격 체감은 20% ↑
▲ RTX 4090은 100$비싸진 1599$지만 환율 상승 등으로 263만 원이라는 고가 가격으로 출시됐다
NVIDIA RTX 4090의 출시 공식 가격은 4090FE(Founders Edition) 기준 263만 원으로 공표됐다. 분명 100$ 비싸졌고 RTX 3090이 219만 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봐도 44만 원 즉 20% 가까이 인상된 것은 이상하다. 이에 실질적인 소비자 가격이 비싸진 이유는 환율이다.
출시 당시 1400원을 넘어선 환율과 공식 가격 인상이 더해져 매우 비싸졌다. 물론 현재 환율은 어느 정도 1250원 내외로 어느 정도 안정화됐지만, 전 세계 경기 불황과 금리 인상 등이 더해져서 인지 공식 가격은 여전히 비싸게 등록돼있다.
물론 온라인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소비자는 그냥 비싼 가격 그대로 구매할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통상 여전히 비싼 것이 현실이다.
NVIDIA 가격 인상은 환율 상승과 함께 비싸진 제조 단가도 한몫했다. 삼성 8nm 공정과 TSMC 4nm 공정 단가 차이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2년간 지속적인 단가 상승을 한 ‘TSMC’의 최신 5nm 공정을 도입한 만큼, 제품 단가 가격 자체에서도 올랐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RTX 4080 16GB 모델 가격 인상과 RTX 4080 12GB였던 RTX 4070 Ti 12GB 모델의 가격 책정이 799$인 것이 맞는 걸까? 반도체 칩 부족, 경기 불황, TSMC 가격 인상 등을 감안해도 RTX 4080 시리즈와 RTX 4070 Ti에 대한 가격 책정은 굉장히 아쉽다.
아니나 다를까 AMD RX 7900 XTX의 성능이 RTX 4080 16GB 모델을 잡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했을 때, 가격 인하를 한다는 루머가 갑자기 돈 것을 짐작해 보면 소비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기존 가격이 너무 비싼 거구나’라고.
칩렛 구조 적용한 AMD, 방패를 들다
AMD의 경우 기존 RDNA2 대비 향상된 전성비와 함께 성능 향상을 이룩했다. 공식 출시된 AMD MSRP 기준으로 봤을 때 RX 7900 XTX는 999$로 굉장히 합리적인 가격에 나왔다.
NVIDIA RTX 4080 16GB 모델이 1,199$인 점을 감안해 보면 20% 저렴한 가격에 RTX 4080 16GB 모델을 잡을 수 있는 모델을 내놓은 셈이다. 더불어 AMD 또한 TSMC 7nm 공정에서 5nm 최신 공정을 적용한 만큼 생산 단가가 올랐을 텐데, RX 6900XT와 동일한 가격 정책을 펼친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다만 초기 물량 공급과 현재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은 살짝 아쉬운데, 추후 조금 더 가격 안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AMD RX 7900 XTX는 기존 라데온 그래픽카드 대비 향상된 성능, 공정 변화, GPU 설계 등이 달라졌다. 일반 소비자용 그래픽 카드 중 최초 MCM 구조를 적용했고 96MB 인피니티 캐시와 최신 TSMC 5nm 적용으로 RDNA2 대비 공정이 도입됐다. 공식 성능에 있어서도 RTX 4080 16GB 모델을 타깃으로 해 준수한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현실적인 소비자 가격 입장으로 돌아와 살펴보면 NVIDIA 가격 책정과 AMD 가격 책정은 평이 극명하게 나뉜다. 아직 하위 라인업 제품을 발표하지 않은 AMD지만, 플래그십 및 하이엔드 라인업에 가격 인상을 대대적으로 적용한 NVIDIA와 달리 플래그십 기준 동결을 적용한 AMD니까 말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AMD 또한 가격 인상을 하고 싶었으리라 생각된다. 더 비싸진 제조 단가, 올라간 인건비, 경제부 불황 등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어쩌면 이것은 NVIDIA RTX 4080 16GB의 성능이 예상보다 더 잘나오면서 생긴 히스토리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그래도 너무 비싸진 ‘그래픽카드’
소비자도 순수한 성능 향상이 크다면 일정 부분 가격 상승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4년 사이에 RTX 2080 Ti 대비 30%이상 오른 플래그십 RTX 4090 라인업과 1세대 만에 70% 가격이 인상된 RTX 4080 16GB 모델은 너무 과했다.
GTX 1080 Ti가 699$였고 GTX 1080이 599$였던 점을 생각하고 새롭게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소비자라면 누구나 다 ‘너무 비싸졌다’고 말할 것이다. 누군가는 그래픽카드 하나에 200만 원이 넘어가는 현 상황 자체가 이상하다고 한다. 고사양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너무 비싸졌다고 말하는 상황인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RTX 3090을 사용하고 있지만 RTX 4090 가격을 본 당시의 심정은 ‘저건 너무 비싸다’였으니 말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얼리어답터를 포함해 고성능 게이밍을 즐기는 게이머에게 있어서도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됐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래도 RTX 4080 12GB 모델이 RTX 4070 Ti 12GB로 출시되면서 100$가량 저렴해진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어찌됐든 성능 향상과 함께 새로운 제품을 내놓은 NVIDIA에게 MSRP 가격 책정으로 대응한 AMD가 여전히 경쟁구도를 가졌다는 점은 소비자에게 있어 좋은 소식이다.
모쪼록 RTX 40 시리즈가 발표되는 현 시점에서 RTX 50 시리즈의 루머가 나오는 것이 아이러니한 현실이지만 더욱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고, 올해 하반기부터에는 반도체 시장도 다소 풀릴 것이라고 전망되는 만큼 다음 세대 그래픽카드에는 양사 모두 지금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을 가지고 출시됐으면 한다.
길문혁 기자/ansgur0317@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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