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절대로 참을 수 없는 3가지가 있다. 절주, 금주, 그리고 맥주다. 매번 술을 마시면 얼굴이 생딸기처럼 빨개지는 에디터지만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만큼은 포기할 수 없거든. 매일 밤 하루를 마치고 좋아하는 맥주를 한 캔 따서 마시는 것은 오직 나만을 위한 리추얼이라고 할까.

오늘도 수고한 나를 위해 작은 맥주 파티를 열어보려 어김없이 퇴근길에 들른 편의점. 그런데 편의점 사장님이 나를 불러 세운다.

“저기. 딸기 좋아해요?”

딸기 있어요. 그런데 이제 맥주인…
딸기의 천국에서 탄생한 알딸딸 딸기맥주

맥주를 마시러 왔는데 왜 딸기를 물어보는 걸까? 바로 이 제품 때문이다. 새로 나온 ‘딸기맥주’다. 경상남도 밀양시와 딸기 브랜드 ‘홍과옥조’가 콜라보를 하여 만들었다고 하는데… 밀양은 커녕 딸기밭조차 구경해본 적 없는 에디터에게는 세련된 디자인이 주는 힘이 더 컸다.

하지만 패키지에 속아 신제품을 사는 마시즘이 아니다. 이 딸기 맥주에는 진정성이 있다. 바로 ‘진짜 딸기’가 들어간 것이다. 그것도 듬뿍. ‘알딸딸 딸기 셀처’는 1캔에 무려 7알의 딸기가, ‘딸기 헬레스’는 3.5알 분량의 딸기가 들어갔다. 거의 ‘생과일 맥주’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주저 없이 딸기를 집어넣었다. 

그동안 버터 없는 버터맥주, 치킨 없는 치킨맥주처럼 이중인격적인(?) 맥주들을 숱하게 봐온 마시즘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이름값을 하는 맥주는 마셔서 응원을 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딸기와 맥주는 매칭이 잘 되지 않는다고?

이것은 와인인가 맥주인가
딸기맥주를 마셔보니

먼저 ‘알딸딸 딸기 헬레스(a.k.a. 딸기맥주)’의 맛을 보자. 딸기우유 색깔의 연핑크 패키지가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놓는다. 편의점이 아니라 백화점이나 바틀샵에 진열되어 있어도 단박에 마음을 뺏길 것 같은 비주얼이다. 맛만 있다면 이 녀석을 부끄럽지 않게 매번 사서 마실 생각이었다.

잔에 따라두니 어여쁜 로제컬러가 빛난다. 로제 와인이나 오렌지 와인을 떠올리게 할 만큼 홈파티에도 손색없는 비주얼이다(합격!). 때문에 딸기맥주를 마실 땐 꼭 투명 유리잔에 담아 마시는 걸 추천한다. 캔째로 마신다면 아름다운 색깔을 즐기지 못하는 게 손해거든. 

딸기맥주의 맛을 보았다. 솔직히 생각보다 달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맥주 본연의 아이덴티티를 굳건히 지켜낸 맛이랄까? 구수한 보리향이 진하게 느껴지고 쌉싸름한 홉맛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맥주적으로는 맛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달콤한 딸기향기만큼 딸기 맛이 더 나면 어땠을까 싶다. 선생님 더 딸기딸기하게 딸기 몇 알만 더 넣어주면 안되었을까요?

더 달고 진한 맛 
알딸딸 딸기 셀처도 있어요 

그런 분들을 위해 추천한다. 하드셀처의 딸기버전, ‘알딸딸 딸기셀처’다. 하드셀처는 맥주도, 소주도 아닌 일종의 탄산주류로 이해를 하면 쉽다. 이 녀석은 패키지부터가 대놓고 진한 붉은색이다. 

잔에 따라보니 쨍한 분홍색 컬러다. 시크릿쥬쥬 같은 공주놀이 세트에 활용될법한 푸시아 핑크빛이랄까? 더 감동스러운 것은 향기다. 마치 딸기밭 한가운데로 워프를 한듯 진한 생딸기향이 주변을 덮는다. 이거다. 내가 원했던 딸기딸기함. 

맛을 보니 아주 달달한 딸기맛 하이볼을 마시는 것 같다. 평소에 달콤한 술을 좋아했다면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도수는 딸기맥주보다 높은 5.5%. 딱 본격적인 식사 시작 전에 디저트주처럼 입맛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딸기 셀처의 단맛이 부담스럽다면 얼음과 함께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격이다. 한 캔에 6,900원을 하는 가격에 망설여질 수 있다. 편의점 맥주라인에서 하겐다즈급의 가격대를 자랑한다. 돈을 조금만 보태면 그냥 딸기를 살 수 있겠는 걸? 잠깐만. 편의점 사장님이 내게 이걸 추천한 이유가 설마…!

하지만 후회는 없다. 딸기셀처가 먹고 싶어 집에서 직접 생딸기를 씻어서, 꼭지를 따고, 술을 담그는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나름 합리적인 소비 아닌가(아니다). 

딸기를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딸기맥주&딸기셀처

딸기를 먹기 위해 일 년을 기다리는 일편딸기 에디터에게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둘 중에 더 맛있는 것을 고른다면? 딸기셀처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3.5알과 7알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더라고. 여러분도 입맛에 맞는다면 일 년 내내 딸기가 그리울 때마다 꺼내먹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점은 이번 딸기맥주가 밀양의 못난이 딸기를 활용해 지역농가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지역의 제철과일이 맥주로 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창 멜론 맥주, 제주 한라봉 맥주, 가평 배 맥주들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매일 밤 나의 자그마한 맥주파티가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딸기가 맥주에 빠진 날, 알딸딸 딸기맥주 리뷰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