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9월, 한 도로변에서 새끼와 함께 구조된 어미개 '밀크'는 아직 사람의 손길이 낯설고 두렵기만 하다. 도무지 야생에서 자랐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복스러운 하얀 털과 귀여운 외모가 보는 이를 절로 미소짓게 만들지만, 도통 사람에게 만큼은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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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어미보다 더 커진 새끼 '초코'는 누구보다 사람을 잘 따르는 아이지만, 어미인 '밀크'는 기척만으로도 흠칫 놀라기 일쑤다. 보호소에서의 6개월. 이제는 익숙해 질 때도 됐건만, 도무지 알 길 없는 깊은 상처에 오늘도 기약 없는 숨바꼭질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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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보호소에 오는 아이들 중 상당수가 학대 또는 버려진다는 것에 대한 깊은 상처를 갖고 있습니다. 주인과 잘 지내다 영문도 모르고 버려진 아이, 폭력과 굶주림에 시달리다 주변인의 신고로 구조된 아이, 좁디 좁은 사육장에서 평생을 지내다 구조된 아이, 투견장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구조된 아이까지 저마다 기구한 사연을 갖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려요. '구조만 하면 다 끝난거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많지만, 진짜 시작은 구조 이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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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임 동물자유연대 센터장은 이 곳에서 지내는 300여 마리 유기견들에게 그야말로 엄마와 다름 없는 존재다. 누구보다 능수능란하고, 누구보다 다정다감하지만, 밀크와 같은 상처를 가진 아이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워낙 상처가 깊다 보니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만, 돌봐야 하는 유기견의 수가 많은데다 일반 업무까지 맡고 있어 온전히 시간을 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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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자유연대 윤정임 센터장(좌) / 조은희 팀장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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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발생한 유기 동물의 수는 약 11만 8000여 마리에 달한다. 남양주에 위치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는 그 중 약 300여 마리의 유기견들이 지내고 있다. 전체에 비하면 적은 수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서는 가장 큰 규모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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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손과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29명의 직원이 근무 중인데, 유기견을 보살피고 기타 업무까지 보려면 하루 24시간이 빠듯하다. 특히 앞서 소개한 밀크와 같은 아이가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산책은 필수다. 하지만 한 마리의 유기견과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하루 5분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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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 그리고 더 많은 수의 유기견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산이 그리 넉넉치 않다 보니 현실적으로 해결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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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동물자유연대 홍보팀 팀장은 "상처 입은 유기견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좋은 곳으로 입양을 가기 위해서는 1:1 교육이 필수이지만, 여건이 그리 녹녹치 만은 않습니다. 운영비의 90% 이상이 기부금으로 충당되다 보니 인건비와 유지비 등의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다행히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지기는 했으나, 그래도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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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동물들의 따뜻한 쉼터 '동물자유연대'
TV 프로그램인 동물농장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동물자유연대는 인간에 의해 관리되는 모든 동물이 인도적인 대우를 받게 하고자 하기 위해 생겨난 단체다. 인간에 의해 이용되거나,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의 수와 종을 줄여나감으로써 인간과 동물이 생태적, 윤리적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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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처음 설립될 당시만 하더라도 동물 운동에 대한 사회 인식과 기반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기를 바라는 회원들의 마음을 모아 2001년에 동물운동단체로서는 처음 서울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상근활동가를 구성하는 등 동물운동의 체계화를 구축하기 시작하며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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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기동물 입양 문화를 선도하는 것은 물론 동물보호 관련법 개정 및 제정, 농장동물복지 활동, 화장품 동물실험 중단을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또한 제돌이를 비롯해 공연장 돌고래 3마리를 바다로 돌려보내고, 뜬장에서 웅담채취만을 위해 사육되던 농가의 사육곰 22마리를 미국의 생추어리로 보내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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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에 본부가 있고, 남양주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유기견 돌봄 센터 '온센터'가, 파주에는 국내 최초의 고양이 선진형 보호시설인 '온캣'이 위치하고 있다. 그 중 온센터는 현재 약 300여 마리의 유기견을 보호하고 있는 곳으로 지난 2013년 건립됐다. 매년 200~250여 마리의 유기견을 구조하며, 그 중 연간 150여 마리를 입양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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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동물자유연대 온센터가 다른 보호소와 다른 점은 국내 최대 규모는 물론 최고의 시설을 갖췄다는 것이다. 동물의 특성과 성향에 맞춰 거주 공간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냉난방 및 수도 시설, 훈련장 등 유기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다. 무엇보다 수의사가 상시 근무하는 것은 물론 동물 건강을 위한 각종 의료 장비들까지 마련되어 있다. 유기견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호텔이 따로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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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임 동물자유연대 센터장은 "동물자유연대가 처음 설립됐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작은 건물이 전부였다. 후원금도 400여 만원에 불과했으며, 직원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이었다. 하지만 10년 새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동물농장을 비롯한 언론을 통해 이름이 알려지면서 도움의 손길도 크게 늘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모르는 분들이 더 많다. 그만큼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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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는 인건비를 포함한 대부분의 운영비를 회원들의 후원으로 충당하며, 사료를 비롯한 기타 물품은 기업에서 후원한다. 일반적인 복지시설과 달리 정부 지원금이 거의 없다 보니, 기부금 여부에 따라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도 결정되기 마련이다. 다행히 과거에 비해 동물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부족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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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후원은 월 1만원 이상의 정기 후원과 보호소에서 지내는 동물과 1:1 결연 후원, 일시 후원 및 물품 후원 등이 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잠시 중단되기는 했지만, 청소나 산책, 교감 활동을 위한 자원 봉사도 할 수 있다. 또한 결연 후원의 경우 자신이 후원하는 유기견을 보러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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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임 센터장은 "100% 기부금을 통해 운영이 되다 보니, 후원이 줄면 그만큼 복지의 수준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늘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게 된다. 간혹 '후원금은 투명하기 쓰이나?'에 대해 의혹은 갖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 곳은 정말 투명하게 운영이 된다. 특히 회계의 경우 외부 감사를 받고 있고, 누구든 연락을 주시면 100% 다 공개를 하니 신뢰를 가져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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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정을 듣고 발벗고 나선 IT 기업이 있어 화제다. 바로 PC 업계의 '기부 천사'로 불리는 갤럭시코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갤럭시코리아는 지난 해부터 동물자유연대에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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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시장이 유례 없는 침체기를 겪고 있어 기부를 이어가는 곳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갤럭시코리아의 따뜻한 행보가 업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참고로 갤럭시코리아는 동물자유연대를 비롯해 용산 소재의 영락보린원과 혜심원, 안양의 집 등 보육원에도 몇 년간 꾸준히 기부를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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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석 갤럭시코리아 부장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업이 발벗고 나서야 하는 것은 일종의 책무라 생각합니다. 비록 시장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을 위해 적으나마 나눔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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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특히 유기견이나 유기묘와 같은 동물은 사회적으로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만큼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동물 복지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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