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스카이라인 없이도 아름다운 교토. 절제된 모습에서 피어난 단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일상 속 공간에서도 마찬가지. 청수사(기요미즈데라)와 금각사 등 랜드마크가 없어도 지역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나카교구에서 찾은 교토의 보통날이다.

●교토 감성이 밴 일상
히노쿠치초&다이몬지초
여행이 언제나 화려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랜드마크 없는 여행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교토의 중심 나카교구를 거닐며 교토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나카교구(Nakagyo Ward, 中京区)는 형성된 지 90년이 넘은 지역으로 교토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현대적이면서도 교토의 오래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동쪽에는 교토의 상징인 기요미즈데라(청수사), 북쪽으로는 금각사, 서쪽으로는 니조성이 있다. 사실 나카교구에 국보 니조성이 있으니 랜드마크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여행에서는 제외했다.

시작은 교토의 샘물인 카모가와강 근처 히노쿠치초다. 흔한 길거리인데 갤러리와 다양한 숍, 식당이 있다. 살짝 숨어 있는 사찰 젠도지(선도사, 善導寺)도 있다. 젠도지는 외국인 관광객에 유명한 곳은 아닌데, 일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단체로 들어가길래 엉겁결에 따라 들어간 곳이다. 소박하지만 나름 도심 속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는 사찰이다. 중요 미술품인 석가삼존석불(82cm)을 보러 오는 이들이 있고,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묻은 탑도 있어 천천히 구경할 만하다.


절에서 나와 근처 가게들도 살펴보자. 느낌 있는 공간이 많다. 스페인 요리를 내는 아담한 식당, 희귀 서적 판매점, 고급 서예 용품점, 갤러리 등이 분포해 있다. 오후에도 멋진데, 저녁에는 이 공간들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제법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식사할 곳을 찾는다면 10분 정도 걸어 다이몬지초(大文字町)로 향하는 건 어떨까. 아주 지엽적인 구역인데 다양한 식당들이 몰려있다. 이탈리아, 일식, 라멘, 야키니꾸, 브런치 카페가 있다. 게다가 나그네 껍데기라는 상호의 한식집도 있다. 교토 속 작은 한국을 이곳에서 봤다.


●나카교구의 현재
산조 거리&시조카와라마치
특별한 카페를 찾는다면 이곳을 기억해두길. 카페야 어디든 있지만, 나카교구에는 상징적인 곳이 있다. 75년간 교토에서 자리를 지킨 이노다 커피의 본점이 그 주인공이다. 교토를 여행하는 이들이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곳이다. 2층짜리 본점 건물은 교토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고, 내부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 트렌드에 비춰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레트로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만, 공간이 넓어 대기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메뉴는 꽤 다양한데, 커피를 비롯해 주스와 티, 소다 등의 음료와 타마고산도(계란 샌드위치), 프렌치토스트, 나폴리탄, 케이크 등 허기를 달래줄 음식도 있다. 묵직한 바디감과 고소한 커피에 담백한 타마고산도를 곁들여 간식 시간을 즐겨도 좋다. 또 일본 감성을 느끼고 싶다며 아이스크림과 멜론소다를 조합한 크림소다도 추천한다.

이노다 커피 주변은 트렌디한 가게들이 많은 산조(三条) 거리다. 다양한 상점이 조화를 이뤄 길 자체가 이쁘고, 주말이면 현지인들로 북적인다. 근처에 산조 메이텐가이, 테라마치 쇼텐 가이 등 상점가가 모여있는 거리가 형성돼 있어 쇼핑하기도 괜찮다.

산조 메이텐가이를 둘러보면서 통과하면 자연스럽게 교토의 메인 쇼핑 지역인 시조 카와라마치(Shijo Kawaramachi)에 닿는다.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 후지다이마루, 타카시마야 등 일본 백화점도 만날 수 있다. 참, 3월 중순에 이곳에 방문했는데 일본식 소고기덮밥을 판매하는 우시미츠(Kyoto Ushimitsu) 앞으로 150명은 족히 되는 인원이 긴 줄이 형성돼 있었다. 2시간은 기다려야 맛을 본다는데, 실로 놀라운 광경으로 다가왔다.

짱구, 원피스, 스누피 등 만화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장난감 가게 키디랜드(Kiddy Land)를 방문하면 되고, 드럭스토어를 찾는다면 돈키호테도 이곳에 있다. 또 유니클로, MoMa 디자인 스토어 등 다양한 가게가 밀집해 있어 지갑을 조심해야 한다.
여행+
교토의 부엌
니시키 시장
흔한 표현이지만 이보다 정확한 수식어가 없을 것 같다. 교토의 부엌 ‘니시키 시장’이다. 교토에 가면 한 번은 가봐야 할 시장이다. 반찬거리부터 간식, 기념품까지 다양한 물건이 총집합한 공간이다. 좁은 길 양옆으로 100개가 넘는 상점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한 곳 한 곳 그냥 지나치기 힘들 정도다. 꼭 물건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된다.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교토고엔
나카교구와 맞닿은 곳에 교토고엔(교토공원)이 있다. 메이지 유신 때까지 천황이 거주했던 교토교쇼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적인 부분보다 여행자에게 중요한 건 공원이 선사하는 자연 풍경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에 몇 번을 찾아도 새로운 모습으로 여행자를 반긴다. 참, 공원이라고 몇 분만 방문하겠다는 생각은 마시라. 어마어마한 넓이라 다 둘러보려면 1~2시간은 족히 필요하다. 튼튼한 다리와 운동화는 필수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