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사람들은 닭고기를 얼마나 소비할까? 흔히 OECD로 잘 알려져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와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30여 년 동안 사람 한 명이 소비하는 닭고기의 양은 감소세를 보이는 소, 돼지고기와는 달리 유일하게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1995년 전 세계 1인 가금류 소비량은 연간 8.36kg였다. 가금류 소비량의 대부분은 닭고기다. 같은 해 돼지고기 10.64kg, 소고기 6.84kg의 딱 중간 수준이다. 하지만, 2020년 기준 세계 연간 가금류 고기 1인 소비량은 14.88kg까지 늘어났고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추월한 상황이다. 자료를 발표한 OECD와 FAO는 오는 2030년까지 가금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41%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특히 닭고기를 좋아하는데, 농촌진흥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이 1년간 소비한 닭고기는 14.8kg에 달한다. 딱 세계 평균과 거의 일치하는 수치다. 덕분에 닭고기, 즉 ‘육계’를 다루는 업체들도 굉장히 많은 편이다. 그중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하림’이다. 하림은 전체 육계 시장의 약 20%를 점유하고 있는 시장 일인자로, 최근에는 육계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식음료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상황이다.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한 하림
▲ 최근 라면, 도시락 시장으로 진출한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
<이미지 출처 : 하림 보도자료>
하림의 창업주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흔히 병아리 10마리로 사업을 시작한 인물로 회자된다. 외할머니에게 받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서 내다 판 것이 그가 닭으로 돈을 번 첫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닭과 돼지를 키웠으며,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축산업에 발을 들이게 된다. 1978년에는 익산시 황등면의 ‘황등농장’을 설립했으며, 사업은 승승장구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당시 단독주택 열 채를 살 수 있는 돈을 모으기에 이르렀다.
첫 번째 실패, 그리고 '하림식품'의 설립
▲ 하림 팔봉도계장 전경
<이미지 출처 : 하림 홈페이지 뉴스룸>
첫 시련은 외부적인 요인이 매우 컸다. 황등농장이 설립된 지 2년 여가 지난 후 1980년대 들어 돼지고기 등이 대중화되면서 닭고기를 포함한 육류 시장의 가격 폭락이 찾아온 것이다. 닭고기 생산에 주력을 걸었던 황등농장은 끝없는 재정난과 적자를 보게 되었고, 김 회장은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그는 잠시 식품회사 영업사원으로 약 6년간 일하게 되었다.
1986년, 김 회장은 다시 식품업계 경영에 도전장을 다시 던졌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굉장히 절묘한 타이밍에 현재 하림그룹의 모태가 되는 하림식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올림픽 개최로 식생활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다. 바로 '프라이드 치킨'의 대중화. 하림은 이러한 ‘치킨 열풍’에 쉽게 올라탈 수 있었고 빠르게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
삼장통합의 아이디어, 성공을 거두다
<이미지 출처 : 하림 홈페이지 뉴스룸>
김홍국 회장이 하림식품을 설립하면서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은 이른바 ‘삼장통합’이었다. 삼장통합이란 농장, 공장, 시장을 연결해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경영 시스템이다. 사육에서부터 가공, 유통을 모두 수직계열화하는 아이디어로, 첫 실패를 불렀던 가축 가격 폭락과 같은 사태에도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김 회장이 닭고기에 집중한 것은 1980년대 정부의 육계유통선진화 사업에 발맞춘 것이었다. 하림식품은 1988년에는 육계 계열화 업체로 지정됐고, 1990년에는 본격적인 계열화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하림을 설립하게 된다. 하림은 가축 사육을 하는 농장을 관리하고 육제품을 가공하며, 시장 유통과 판매까지 모두 아우르는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삼장통합을 바탕으로 회사는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다시 찾아온 위기 IMF, 하지만?
▲ 중독성있는 후크로 유명했던 1999년 하림 치킨너겟 TV-CF
<출처 : Youtube>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된 것은 1997년이었다. 김 회장은 이런 상승세에 힘입어, 상장 후 황등농장이 있었던 익산에 공장을 지었다. 그것도 축구장 8개 크기의 국내 최대 규모 현대식 육가공 공장이었다. 하지만, 공장 설립이 끝난 1997년 말, 우리나라에 큰 위기가 찾아오니 바로 IMF, 외환위기. 이미 공장을 짓느라 엄청난 대출이 있었던 하림도 경영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열심히 발품팔아 얻은 해외 투자 유치였다.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산하의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2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아무래도 국내 기업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게 활로를 여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터. 외환위기를 넘어선 2001년에는 하림그룹이 출범했으며, 김홍국 창업주는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고 각 계열사에는 전문 경영인이 배치됐다. 본격적으로 하림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 경제도 휘청한 화재
▲ 2003년 화재 전 하림 익산 공장 전경
<이미지 출처 : 하림 홈페이지 뉴스룸>
1982년의 가축 가격 폭락, 1997년 외환위기 파도를 겨우 이겨내고 막 도약을 하려던 하림에 다시금 위기가 찾아온 것은 2003년이었다. 전북 익산의 하림 공장이 화재로 전소된 것이다. 화재의 규모는 매우 커서 약 13시간 동안 꺼지지 않고 탔다고 한다. 재산 피해는 약 1,000억 원에 육박했는데 당시 하림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약 200억 원뿐. 이 화재 사건은 하림이 기여하고 있던 전라북도 지역 경제, 그리고 우리나라 닭고기 관련 시장까지 휘청할 정도로 엄청난 '대재앙'이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첫 조류 독감까지 발생해 국내 닭고기 소비량도 엄청나게 축소되어 하림의 회생은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당시 하림은 외국 투자금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해 그린바이텍, 천하제일사료를 인수하고, 엔에스쇼핑까지 설립해 포트폴리오를 늘리던 중이라 화재로 인한 타격은 너무도 컸다.
하지만,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회사를 지켜왔던 하림은 주춤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업체의 공장을 빌려 생산라인을 가동했으며, 김 회장이 직접 발로 뛰어 대출을 받아 새로운 공장을 건설했다. 전 직원, 전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한 덕에, 하림은 당시의 위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1년 만에 사업은 정상화됐고, 2년 만에 그룹사 최대의 흑자로 돌아섰다.
끝없는 확장, 지금은 HMR 시장을 정조준
▲ 화재 후 재건에 성공한 하림 익산 공장
<이미지 출처 : 하림 홈페이지 뉴스룸>
육계 사업 전문 기업으로 시작한 하림그룹은 축산, 사료, 해운, 유통 판매, 식품 제조업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해 왔다. 공장 전소의 위기를 넘어선 이후에도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는 계속됐다. 2004년에는 익산의 새로운 공장을 완공했으며, 2007년에는 선진, 2008년에는 팜스코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이를 통해 육계뿐 아니라 오리, 양돈까지 아우르는 축산업 전반을 다루게 됐다. 2011년에는 축산기업으로는 최초로 미국 진출을 시도했으며, 2015년에는 해운 회사인 팬오션을 인수했다. 2017년부터는 가축용 사료뿐 아니라 반려동물용 펫푸드 시장을 두드렸으며, 지금은 5조 원 규모로 성장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림 브랜드의 라면 제품도 출시한 바 있다. 농축산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대기업이 된 하림은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하림의 주요 제품 라인업
● 하림 프레쉬업
<이미지 출처 : 하림 홈페이지 발췌>
하림은 우리나라 최초로 유럽식 동물복지형 도계 시스템을 적용한 회사다. 자연과 가까운 사육환경을 조성해, 닭이 성장기간 동안 느낄 수 있는 고통과 두려움 등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이다. ‘프레쉬업’은 동물복지 시스템을 적용해 생산된 육계 제품 브랜드다. 육계 고유의 풍미, 색과 윤기뿐 아니라 육즙을 잡은 프리미엄 라인업이다. 닭다리만 모은 패키지부터 10호 생닭, 닭볶음탕용으로 손질된 패키지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 자연실록 무항생제
<이미지 출처 : 하림 홈페이지 발췌>
자연실록 브랜드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붙터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 키운 닭고기 제품을 선보이는 하림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용도와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통닭은 물론 절단육을 부위별로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닭다리, 닭가슴살, 닭안심, 닭다리살, 닭봉, 닭윙 등 부분육 6종을 포함해 총 8종의 자연실록 무항생제 닭고기 제품이 최초에 출시됐으며, 지속적으로 라인업을 확충해 나가는 상황이다. 특히 인기 있는 제품은 ‘닭가슴살’로 꼽힌다. 한입에 넣기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닭가슴살을 가득 담은 패키지로, 염지나 밑간을 하지 않아 닭가슴살 고유의 깔끔하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샐러드 등에 활용하기 좋으며 아이들 간식이나 이유식에 쓰기에도 편리하다.
● 하림 IFF
<이미지 출처 : 하림 홈페이지 발췌>
IFF는 하림이 특허를 가진 공법으로 만드는 제품이다. 육계를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자르고, IFF 공법으로 신선한 육질과 촉촉한 식감을 살렸다. IFF(Individual Fresh Frozen) 공법은 신선한 닭고기를 도계 즉시 영하 35도씨에서 40분간 개별로 급속동결해 세포의 원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IFF 라인업의 제품들은 별도의 손질이 필요 없고 원하는 만큼 덜어서 에어프라이어 등으로 익히기만 하면 바로 즐길 수 있다.
● 하림 치킨너겟
<이미지 출처 : 하림 홈페이지 발췌>
하림의 제품은 닭고기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것들만 있는 건 아니다. 닭의 순살과 껍질 등을 갈아서 튀긴 ‘치킨너겟’ 제품도 찾아볼 수 있다. 치킨너겟은 닭고기를 갈아서 밀가루 등으로 점성을 만들어낸 뒤, 튀김옷을 입혀서 기름에 튀긴 음식이다. 간식이나 술안주 등으로 자주 활용되며, 우리나라에서는 반찬으로도 많이 소비한다. 하림은 1992년 우리나라에 치킨너겟 제품을 처음으로 출시했으며, 지금까지 30년 넘게 공급을 유지하고 있다. 100% 국내산 닭고기 순살로 만들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며, 하트, 별, 강아지 등 귀여운 모양을 취하고 있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먹거리로 꼽힌다.
● 하림 용가리 치킨
<이미지 출처 : 하림 홈페이지 발췌>
하림의 치킨너겟 배리에이션 제품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용가리 치킨’일 것이다. 일반 치킨너겟보다도 아이들이 더 즐기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진 치킨너겟이다. 처음에는 심형래 감동의 영화 용가리 IP를 활용한 제품이었으나, 지금은 영화 IP와는 별개의 역사를 쌓아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양소인 DHA, 칼슘, 불포화지방산이 골고루 들어가 있으며, 친근한 공룡 캐릭터 모양의 너겟과 부드러운 맛이 특징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용가리 멍치킨’, 돼지고기를 활용한 ‘용가리 땡’ 등의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글 / 최덕수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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