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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텍스 2023] 만 3년 빗장 열린 대만 컴퓨텍스, 현장에서

2023.06.07. 13: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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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부터 6월 2일 대만 컴퓨텍스 2023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컴퓨텍스는 CES(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IFA(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와 더불어 세계 3대 ICT 박람회로 손꼽힌다.

지난 1월 먼저 개최된 CES 2023의 경우 엔데믹 선언 전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컸다. 무엇보다 중국이 빗장을 풀기 전이기 때문에 예전 같은 활기는 없었다. IFA의 경우 가을에 개최되기 때문에 이번 컴퓨텍스가 사실상 엔데믹 선언 이후 최초로 열리는 대형 박람회인 셈이다.




물론 컴퓨텍스 2022가 같은 장소에서 열리긴 했지만 대부분의 주요 업체가 온라인으로 기조연설을 진행했고 국내 업체도 모두 부스 설치를 포기했기 때문에 사실상 2023년 행사가 팬데믹 이후로는 사실상 제대로 된 첫 행사다.

다른 산업과 달리 일상생활로 돌아온 후 PC 산업에는 위기감이 감돈다. 통근 업무가 재개되고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고성능 PC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도 잠잠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대만 컴퓨텍스 2023에서는 암울한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의 울분을 토해내기라도 하듯 1,100개 이상의 업체, 3,000개가 넘는 부스의 역대급 규모로 열렸다.

# 역대급 참가 업체, 역대급 방문객 수

참가 업체도 많았지만 발 디딜 틈 없는 방문객의 높은 관심도가 이번 컴퓨텍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전 세계 150개국에서 47,594명의 방문객이 대만 난강 전시장을 찾았는데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도 12% 증가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과 미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방문객이 참석해 하반기 PC 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요즘 폭발적인 주가 상승으로 PC 산업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안다는 엔비디아의 창업자 젠슨 황이 기조연설을 맡는 등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컴퓨텍스 2023에 쏠렸다.

# AI 컴퓨팅 외치지만… 제조사는 고성능 강조




엔비디아의 주가 급등의 뒤에는 AI라는 주제가 있다. 젠슨 황 CEO 역시 기조연설 내내 AI의 중요성, 그리고 엔비디아의 자신감을 피력했다. 엔비디아는 공식 홈페이지에 스스로를 ‘인공 지능 컴퓨팅의 세계적인 리더’라 칭한다. 퀄컴, 슈퍼마이크로 등 주요 업계 리더들 역시 AI 컴퓨팅을 강조하고 나서는 등 AI는 이번 행사의 시작과 끝을 맡는 핵심 단어였다.

인텔, AMD 등 전통의 PC를 상징하는 회사들이 기조연설에서 빠지고 엔비디아, 퀄컴, Arm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이제 ‘컴퓨터’가 중심이 아니라 ‘컴퓨팅’이 중심이 된다는 세계적인 방향성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각 부스를 구성하는 업체 각각의 생각은 당장의 AI와는 다소 괴리가 있다. 컴퓨팅이 대세라 해도 컴퓨텍스라는 이름처럼 아직은 ‘컴퓨터’ 업체가 주류인 것이 이 시장이다. 제조사를 모아놓은 행사에서 어쩌면 간접적으로 제조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 것이 2023 컴퓨텍스다.

다분히 실리적인 목적으로 참가하고 하반기 신제품을 공개해 회사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각 베조 회사의 포커스는 역시 ‘고성능’ 즉, 얼마나 빨라졌고 얼마나 가벼워졌으며 얼마나 커졌는지에 맞춰져 있다. 관객의 기대도 다분히 그에 맞춰져 있다. IT 기어를 사랑하는 소위 ‘긱(Geek)’에게 신제품의 향연은 어느 놀이공원보다 설레는 무대다.

TSMC와 더불어 대만의 국민 기업이라 할 수 있는 ASUS는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단연 눈에 띄는 대형 부스를 차렸는데 초슬림 노트북, 크리에이터용 노트북, 게이밍 노트북 등 10종 이상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인텔은 차세대 코어 프로세서 ‘메테오 레이크’ 시제품을 공개했다. AI 기반의 플랫폼이라는 것을 강조했지만 사실은 더 낮은 전력 소모라는 ‘성능 개선’에 AI의 개념을 입힌 것이라 보는 편이 맞다.

# 디자인, 화두의 중심으로

애즈락, 잘만, 조텍, 시소닉 등 한국 시장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요 기업은 하반기 글로벌 출시를 앞둔 주요 제품을 전면에 내걸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애즈락은 Z790 마더보드 3가지 라인업과 모니터 3종을 발표했고, 조텍은 소니픽쳐스와 협업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에디션 그래픽카드 출시로 눈길을 끌었다. 잘만은 세련된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앞세운 케이스, 시리안, 린 웍스 등과 함께 공동 개발한 커스텀 키보드 등으로 감각 있는 세대를 겨냥했고, 시소닉은 최신 라인업인 매그플로우에 RGB 지원 모델을 추가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들 제품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디자인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 간의 기능이나 품질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갈수록 없어져 가는 시대에 결국 PC 기기도 ‘취향’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제조사 역시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디자인이 별로여도 기능이 뛰어나면 사용자는 이성적 소비를 한다며 기꺼이 그 제품을 사줬다. 하지만 이제는 이성적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경기 둔화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을 수는 있으나, 디자인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가 됐음을 어느 때보다 제조사 스스로 실감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컴퓨텍스 2023은 PC 시장에 팬데믹 시대가 사실상 종언을 고했음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흥행에 대성공을 거뒀지만 컴퓨터 행사장에서 컴퓨터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묘한 분위기도 함께 연출됐다.

PC 시장에서의 헤게모니가 제조 중심에서 활용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컴퓨텍스 2023은 행사의 중심인 전시 업체에게 흥행의 기쁨과 미래의 불안을 함께 전달한 독특한 박람회로 남을 듯하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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