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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라다는 가난한 사람들 차" 엘리트 외면...러, 車 산업 붕괴 직전

2023.07.17. 10: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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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A 그란타 세단(Granta sedan) LADA 그란타 세단(Granta sedan)

러시아 자동차 수요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붕괴 직전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소비자들이 경기 불안으로 주머니를 닫고 외국산 가격 폭등, 공급 부족으로 한 때 15만 대 수준에 달했던 월 판매량이 최근 5만 대 아래로 급락했다.

전통적으로 외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상류층의 신차 구매가 중단되다시피하면서 러시아 자동차 산업이 붕괴 직전으로 내몰렸다는 얘기도 나왔다. 러시아에서 자동차는 부와 명예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뿐만 아니라 대중차도 외국산을 선호하는 이유다. 현대차와 기아가 러시아에서 급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BMW와 벤츠는 물론 르노, 현대차, 기아, 토요타, 닛산, 혼다, 포드 등 대부분 외국 브랜드가 철수했다. 이 때문에 부와 명예를 과시하고 싶은 러시아 엘리트가 정상적인 경로로 외국 브랜드의 신차를 구매하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그렇다고 이들이 라다나 중국산에 눈을 돌리는 것도 아니다. 

연간 40만 대를 바라보며 급성장한 현대차와 기아의 러시아 판매량은 월평균 수 백대에 그치고 있다. 올해 6월까지 현대차 러시아 시장 누적 판매는 3만 9000여대, 기아는 4만 5000여대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생산 중단으로 딜러에 남아있는 재고차에 거액의 웃돈이 붙어 팔린 것들이다. 폭스바겐, 토요타도 그렇고 벤츠와 BMW 실적은 제로가 됐다. 

반면, 러시아 브랜드 라다(RADA)와 중국 브랜드 판매는 급증했다. 라다는 올해 상반기 누적 14만 3000여 대로 지난해 대비 90% 이상, 하발은 3만 9000여 대로 242% 증가했다. 장안, 만리장성, FAW도 각각 411%, 1444% 늘었다. 지리는 88% 증가해 전쟁 전 현대차와 기아의 자리를 꿰찼다. 

수많은 기계적 문제와 품질에 대한 의심과 러시아 이외 지역에서 절대 살 수 없는 스타일, 안전, 품질이 확실한데도 라다 아니면 중국 브랜드로 선택지가 좁혀졌다. 그런데도 러시아 엘리트층은 자국 브랜드인 라다는 물론 저가의 중국산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차를 사지 않으면 안 되는 제한적 소비에 그치면서 수요 전체가 급락한 셈이다. 예일대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에서도 소득이 높은 지역에서는 포르쉐, 재규어, 현대차 등의 브랜드를 고집한다"라고 꼬집었다. 러시아에서 라다는 가난한 사람의 차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산 차의 수입이 다시 시작될 때까지 이어질 수 있는 현상이다.

예일대의 분석처럼 러시아 자동차 산업이 당장 붕괴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프랑스 르노가 아브토바즈(Avtovaz)와 라다(RADA)와 결별하면서 악명이 높았던 예전 수준의 품질로 회귀하고 주력 소비층이 선호하는 외국 브랜드가 철수한 자리를 중국산이 잠식하면서 서서히 존재감을 잃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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